[사설]증시범죄 대충 덮지말라

  • 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최근 증권시장에서 주가조작 부당내부자거래 펀드자금불법운용 등 불공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 수가 급증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시장 역할도 커지는 가운데 이같은 불법이 판쳐 모처럼의 활황 증시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18일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중앙일간지 간부기자 형제의 경우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다. 미공개 기업정보를 주식투자에 활용토록 유출한 현직기자가 사법처리되는 첫 케이스인 이번 사건은 특히 언론계에 뼈아픈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그 기자는 직무상 알게 된 신제품 개발정보를 동생에게 건네줘 4억원대의 주식투자 차익을 남기게 했다.

기업 내부자나 이들로부터 정보를 얻은 사람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매매를 할 경우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증시의 거래질서가 무너지고 선량한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우려가 높다. 외국에서는 내부자거래를 정보절도나 증권사기행위로 간주한다. 더구나 기자의 취재정보 악용은 시장질서 차원의 범법 이전에 직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다. 기자사회에서 이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기자형제 사건은 그나마 단순한 경우다. 주가조작을 위한 조직적 ‘작전’과 내부자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며칠전에는 부엌가구업체인 ㈜에넥스의 업주와 8개 증권사 직원 등이 기술개발에 관한 내부정보를 악용해 이 회사 주가를 5배 이상 끌어올려 엄청난 차익을 남긴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지난달에는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가 현대전자 주식을 집중매입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증시 활황세를 타고 거짓정보를 퍼뜨려 주가를 조작하는 등의 ‘작전세력’ 범죄도 늘어나는 조짐이라고 한다.

증시의 범죄적 불공정행위가 활개를 치면 대다수 투자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건전한 시장육성에도 결정적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감독당국은 철저한 감시와 엄격한 법적용으로 시장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조사와 처리의 수위를 달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특히 최근엔 펀드형 투자붐을 타고 수십조원의 투자자금이 재벌계 증권사와 투신사로 흘러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현대투신운용이 거액을 현대투자증권에 일시적으로 불법대출한 사례처럼 수탁자금 불법운용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재벌 증권사 투신사들이 계열사 주식 맞인수 등을 통해 시장을 왜곡시킬 소지도 있다. 세계은행(IBRD)이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제재를 요구하고 나서는 상황이다. 기존의 법제도만으로 충분히 감독할 수 없다면 제도를 강도높게 보완해서라도 부당거래를 철저히 추적해 뿌리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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