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3월 30일 19시 11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이들의 주장은 ‘21세기에는 첨단과학 뿐만 아니라 그 밑받침이 되는 기초학문도 함께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연구중심대학 지원계획에서 기초학문의 위상도 같이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원칙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요즘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초학문의 위기’와 관련지어 볼 때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기초학문 분야는 꽤 오래 전부터 외부의 연구비 지원이 격감하고 학부나 대학원을 막론하고 졸업생의 취업이 잘 되지 않아 해당 교수들로부터 ‘죽은 학문’이 됐다는 자조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위기감을 증폭시킨 것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대학 구조조정 작업과 교육부의 연구중심대학 지원계획이다.
대학사회 핫 이슈로 등장한 연구중심대학 문제의 경우 교육부는 공학계열 등 실용학문 쪽을 집중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가뜩이나 고사위기에 있는 기초학문 분야는 더욱 설 땅을 잃게 된다는 교수들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다.
더욱 이들을 신경쓰이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업무보고나 정책회의에 자주 등장하는 ‘신지식인론’이다. ‘신지식인’의 개념이 꼭 학자 교수 등 지식인만을 지칭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학력이나 학벌에 관계없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발상과 기법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의미라고 정부당국자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자꾸 신지식인을 내세우면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돈이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만을 사회적으로 높이 떠받드는 풍조를 만연케 할 우려가 있다.
아직도 모든 분야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정부가 어느 한쪽을 강조하면 반대 입장의 사람들이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다. 은연중 교육당국이나 대학들이, 혹은 기업들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기초학문이나 그 출신자를 홀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순수학문 교수들의 항변을 집단이기주의나 개혁에 대한 반발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기초학문의 중요성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동안 실용학문에 열을 올렸던 선진국들도 다시 기초학문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정부는 학문의 균형 발전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려 한다면 기초학문 육성의 필요성은 이 시점에서 오히려 강조되어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