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린벨트와 재산권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8시 56분


헌법재판소가 그린벨트 지정을 규정한 도시계획법 21조의 일부 위헌성을 인정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린벨트제도 자체나 그린벨트 안에서의 건축 등을 금지한 것은 합헌이지만 그린벨트 지정과 개발제한에 따른 피해보상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전면 위헌판정을 내릴 경우 예상되는 법적 제도적 혼란과 막대한 보상재원 마련에 따른 국가적 부담을 피하는 절충적 형태의 결론을 이끌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그동안 재산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그린벨트의 위헌여부에 대한 다툼은 결론이 났다. 또 그린벨트 소유자들에게는 앞으로 재산권 침해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헌재가 89년 제기된 헌법소원을 9년이나 끌어오다 정부의 그린벨트 완화정책이 발표된 후에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개운치 않은 측면도 없지 않다.

이제 정부로서는 보상관련 입법, 보상범위 등 후속조치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그린벨트 구역조정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혼란과 투기도 문제지만 자칫 그린벨트 자체가 형해화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보상비 부담 때문에 그린벨트 해제지역이 대폭 확대된다면 그린벨트제도 도입의 당초 취지는 무색해진다.

보상입법의 경우 도시계획법 개정이 될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는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그것 자체는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보상기준 방법 범위 등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궁극적으로는 재원마련이 문제다. 비록 소급보상은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상지역에 대한 손해보상 재원마련은 결코 만만찮은 부담이다.

더욱 걱정인 것은 그린벨트에서의 행위제한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이 몰고올 파장이다. 첫째, 그린벨트에 대한 투기재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린벨트구역 조정방침만으로도 해제 예상지역 땅값은 오를대로 올랐다. 토지거래허가제로는 투기바람을 억제하기 어렵다. 양도소득세 중과나 지가이익상승을 개발이익에 포함시켜 환수하는 강력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둘째, 그린벨트구역 재조정이다. 정부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자 구역조정을 내년 1월로 미루었다.그린벨트 해제지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어떤 이유로도 그린벨트가 크게 훼손되어 본래의 기능을 잃어서는 안된다.

그린벨트와 함께 개발 및 이용이 제한되고 있는 상수원과 군사보호구역 보상문제도 쟁점이 될 것이다. 예상되는 부작용과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행정적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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