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강제폐교 「대학그룹」

입력 1998-08-04 19:35수정 2009-09-25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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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강제폐교라는 운명을 맞게 된 두 대학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다. 한려대의 경우 교사(校舍)확보율 25.5%, 교원확보율 26%, 재정잔고 4만원. 광주예술대는 교원확보율 50%, 학생확보율 35%, 재정잔고 20만원. 광주예술대는 교수 27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한다. 두 대학은 정원감축조치를 당한 서남대 광양대와 함께 같은 설립자가 족벌체제로 운영해온 ‘문어발 대학그룹’에 속해 있다.

▼설립자 이홍하씨가 이들 4개 대학과 3개 고교를 운영해온 행태를 보면 더욱 기가 찬다. 7개 학교를 5개 법인으로 나누고도 각 학교에 독립성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D여고에 ‘기획실’을 설치, 대학업무와 재정을 총괄하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유지했다. 5개 법인의 이사 28명 중 21자리에는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을 앉혔다. 그는 사실상 거대한 학교그룹 총수였다.

▼게다가 교사출신인 이씨는 ‘대학설립의 귀재’였다. 80년대에 3개 고교를 설립해 운영한 경험을 살려 90년대 들어 4개 대학을 세웠다.‘대학설립준칙주의’가 생긴 96년 이전에는 대학설립이 비교적 쉬웠던 점을 이용, 3개 대학 문을 잇달아 열었다. 광주예술대는 그 후 기준이 다소 까다로워졌는데도 개교에 성공한 경우다. 특히 한려대가 2년 이상 부실운영되고 있던 97년에 광주예술대가 또 인가된 것은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다.

▼이씨가 지난해 등록금과 국고보조금 4백26억원 횡령혐의로 구속된 것은 그간의 행태로 볼 때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학설립을 위해서는 교육부 제출서류마저 위조를 서슴지 않았던 그다. 교육부는 허수아비였다는 말인가. 그동안 희망을 갖고 정상화대책을 요구해온 학생과 교수들만 이제 답답해졌다. 이들의 피해는 어찌할 셈인가.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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