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관예우 방지」 왜 빼나?

  • 입력 1998년 7월 10일 19시 28분


법무부가 특단의 내용을 담은 변호사법 개정안을 마련한 것은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주요 골자는 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마구잡이로 맡는 변호사에 대한 명확한 처벌규정 신설을 비롯해 상습비리 변호사의 영구 제명, 비리 판검사의 변호사등록 거부, 법원 검찰직원과 경찰관의 사건알선 금지 등이다. 지난번 의정부법조비리사건 때 드러났듯이 법조비리 척결을 자체정화에만 맡겨 두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이 상당한 기여를 하리라 기대한다.

검찰이 지난 석달 동안 단속해 발표한 변호사업계의 비리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전국 각지에 브로커를 고용, 지방의 교통사고 피해자를 서울까지 후송해 사건을 수임해온 이른바 ‘앰뷸런스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고령 변호사를 고용해 법정 일만 맡기고 모든 소송과정을 도맡아 처리해 사실상 변호사 역할을 해온 브로커도 적발됐다. 변호사업계의 기본질서와 양식이 송두리째 위협받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브로커에게 수임료의 20∼50%를 쥐어 준다니 고객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정안에 판검사 출신의 전관예우를 막을 장치가 빠진 것은 유감이다. 당초 대한변협은 판검사가 개업할 경우 직전 근무지에서는 2년간 형사사건을 맡지 못하게 하는 제한규정을 제안했었다. 법무부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등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뺐다는 설명이나 납득하기 어렵다. 퇴직 후 2년간 공무원의 유관기업 취업을 금지하는 현행 공직자윤리법과 같이 형사사건에 국한해 수임제한규정을 두는 것은 위헌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많은 변호사와 법학자들의 견해다. 본란은 이런 지적을 바탕으로 수임제한규정을 적극 검토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앞으로 국회논의 과정에서 전관예우 방지장치를 반드시 보완하기 바란다.

다시 강조하지만 법원 검찰의 전관예우 관행은 브로커 비리 못지않은 법조계의 해묵은 구조적 병폐이자 법조비리의 핵심이다. 이를 방치하고는 법조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검찰은 이번에 브로커 2백13명을 구속하고 비리 변호사 1백5명을 적발했다고 하지만 현직 판검사의 관련여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판사 한명이 보석의 대가로 2백만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보도가 있을 뿐이다.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혹시 상대적으로 약한 변호사만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검찰의 개혁의지가 희박하다면 변호사법을 아무리 그럴듯하게 고쳐도 소용이 없다. 법보다 중요한 것은 뼈를 깎는 개혁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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