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축제와 문명」/창조-파괴 혼재된 「축제」탐구

  • 입력 1998년 5월 29일 07시 37분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시적(詩的) 정취를 잃어버린 종말에 서 있지는 않는가?”

프랑스의 저명한 인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장 뒤비뇨. 그는 행복에의 갈망과 기쁨의 기억마저 망실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창조와 파괴로서 ‘축제 여행’을 권한다.

축제의 고전적인 의미는 한마디로 일상의 단절. 동요와 풍성함 속에서 근원적인 혼돈을 야기시키는 축제의 원시적(原始的) 힘. 그 초월적인 에너지를 통해 ‘시든’ 시간에 삶의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는다. 잃어버린 신성(神性)을 복원한다.

축제는 때로는 무례하고 신랄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묘하고 예민한 상상적 창조의 공간이다. 변장을 하고 가면을 쓰고 익살스런 흉내를 내는 다양한 변용을 통해 기존의 표상과 기호, 규칙들이 파괴되고 전도되는 쾌감에 흠뻑 젖어든다.

그 본질적인 흥겨움 속에서 인간은 잊고 지내던 신(神)과 새로운 ‘짝짓기’를 경험한다. 그리고 거듭난다.

축제에도 여지없이, 이데올로기의 그림자는 웅크리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 대혁명을 축제적 상황으로 분석한다. 파시즘의 광기가 독일을 휩쓸던 시절 히틀러의 군중집회도 마찬가지.

저자는 미국의 콘크리트의 꿈, 철의 꿈을 유난히 혐오한다.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삶과 동떨어져 영속되는 ‘산업축제’는 자연의 소명(召命)에서 일탈한, 음울한 제의일 뿐이라는 것. 한길사. 10,000원.

〈이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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