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민안전에 최선을

  • 입력 1998년 5월 16일 19시 30분


인도네시아 유혈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현지에 있는 1만5천여명의 우리 교민과 상사주재원들의 신변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현지 상사 두 곳이 폭도의 방화로 완전 소실되는가 하면 교민들이 피습당하는 사건도 잇달고 있다는 보도다. 상황에 따라 어떤 돌발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 현재의 약탈 방화는 이곳 경제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화교가 주된 대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과 용모가 비슷한 우리 교민들도 언제 어떤 변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이미 항공기를 급파하거나 선박을 이용해 본격적인 자국민 소개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정부도 어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어 사태추이에 따른 단계별 대책을 세웠고 외교통상부 대책반은 24시간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현지 대사관은 최악의 경우 원활한 교민철수를 위해 집결장소와 비상연락망을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정부가 이처럼 교민의 신변안전과 재산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같은 대책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안일한 사태판단은 절대 금물이다. 언제나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어떤 상황이 와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도네시아정부와는 물론 다른 이해 당사국들과의 외교적 협력문제도 면밀히 검토해 추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사태는 세계 여러 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체제도 가능할 것이다.

이미 수백명의 희생자를 낸 약탈 방화사건은 인도네시아 피플스 파워의 오점이자 민주화운동의 큰 흠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족벌 장기집권에 항거하는 인도네시아 국민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나 그같은 범죄적 행위가 계속된다면 더이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우리도 4·19혁명과 5·18, 6·10민주항쟁 등 어려운 역사적 고비를 수없이 넘기면서 민주화를 이룩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늘의 인도네시아에서 목격되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행동은 없었다. 순수하고 정정당당한 항쟁이라야 우방 국민의 지원과 박수를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외국인을 무차별 약탈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제사회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비인도적 행동이다. 외국인들에 대한 공격은 그 국적국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죄없는 외국인들이 보는 피해는 현 정부든 차기 정부든 인도네시아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고 결국은 인도네시아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사태가 아무리 험악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도리를 다하려면 인도네시아 당국과 국민이 함께 나서 외국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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