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어느 소년가장의 죽음

입력 1997-09-21 20:28수정 2009-09-26 10:14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어느날 길거리에서 한 소년을 데려왔다. 몹시 배가 고파 있었다. 빵조각을 하나 주자 조금씩 뜯어 먹었다. 『어서 먹어라. 다 먹으면 더 줄게』라고 했더니 아이는 『빵을 다 먹고나면 또 굶게 될까봐 두려워요』라고 말했다. 그 아이가 사라졌다. 사방으로 수소문해봤더니 길가 나무밑에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 어머니는 소년이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것들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얼마 전 타계한 「빈자의 어머니」 테레사수녀는 이 모자에게서 사랑과 기쁨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았다. 아이들은 좋은 음식보다 가난하지만 어머니가 있는 집을 더 좋아한다. 어머니와 아이는 서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를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아파트에서 어린 동생과 쓸쓸하게 지낸 뒤 목숨을 끊은 대구의 소년가장 김진윤(金鎭潤)군 집에는 어머니가 없었다. ▼테레사수녀는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의 외로움보다 더 큰 배고픔은 없다고 말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차례상도 차리지 못한 것을 서러워하던 16세의 김군은 빚에 몰려 가출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동생과 함께 부둥켜 안고 울다가 아파트 14층에서 몸을 던졌다. 그들은 추석명절에도 갈 곳이 없었다. 김군을 죽음으로 몰고간 것은 이웃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처절한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김군이 죽은 뒤 홀로 남은 12세난 김군의 동생 진우(鎭佑)군을 돕는 각계의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다. 그나마 우리 사회에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웃들이 조금만 일찍 이런 관심을 보였던들 김군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거의 9천가구에 이르는 소년소녀가장들이 있다. 그들이 제2, 제3의 김군이 되지 않도록 조그만 사랑이나마 서로 나누며 사는 사회가 되기를 고대한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