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앞에서 20년 넘게 ‘1000원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며 학생들의 친구로 불렸던 ‘영철버거’ 대표 이영철 씨가 13일 별세했다. 향년 57세.
고인과 고려대 학생들의 인연은 2000년 시작됐다. 가난 탓에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하고 막노동을 전전하던 그는 당시 32세 나이에 단돈 2만2000원으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거리에 리어카 노점을 폈다. 길쭉한 빵 사이에 볶은 고기와 양배추를 듬뿍 넣은 ‘영철 스트리트버거’는 주머니가 가벼운 고려대생들의 허기를 달래며 사랑받았다.
2002년 정식 점포를 연 뒤 한때 가맹점이 80개를 넘길 만큼 승승장구했다. 그는 2004년부터 매년 2000만 원을 대학에 기부해 ‘영철장학금’을 만들었다. 재료비 폭등으로 개당 200원씩 손해를 보면서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격 동결을 고집한 일은 유명하다.
2015년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몰리자 이번엔 학생들이 나섰다. 고려대 동문이 주도한 ‘영철버거 살리기’ 크라우드 펀딩에 2579명이 참여해 6811만 원을 모았고, 덕분에 이듬해 영철버거는 기적처럼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씨는 몇 년 전 폐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을 이어왔고, 끝내 숨을 거뒀다.
14일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된 빈소엔 고려대 재학생과 졸업생이 보낸 근조 화환이 들어섰다. 영철버거 가게 앞에는 졸업생 등이 보낸 흰 꽃다발이 줄지어 놓였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빈소를 찾아 “고인의 숭고하고 따뜻했던 정신은 고려대 공동체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고려대는 이 씨의 장례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학생회관에 이 씨를 기리는 기념 표식을 설치할 예정이다. 발인 15일 오전 6시 30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