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유럽「디지털위성방송」]佛선 이미 시작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12분


[파리·로마〓정영태기자] 유럽에 디지털 위성 TV의 열풍이 거세다. 「공중파 방송의 천국」 프랑스가 그 중심에 서있다. 프랑스에 디지털위성TV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유럽 유료TV의 대표주자인 「카날플뤼스」(Canal+)가 디지털위성TV서비스 자회사인 「카날 사탤리트」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다. 기본채널 35개에 별도로 가입하는 옵션채널 10개를 송출하고 있다. 카날 사탤리트는 서비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가입신청이 매주 2천명을 넘을 만큼 인기가 좋다. 현재 24만 가구가 이 회사의 위성방송 수신기를 달았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지난 10월 등장한 TPS(텔레비시옹 파르 사탤리트). 국영 프랑스 텔레콤(FT) TF1 프랑스TV M6 CLT 등 「올드 미디어」회사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후발주자인 만큼 선두 따라잡기에 열심이다. 비르지니 알뢰 TPS홍보담당은 『주제별로 채널을 꾸미는 것이 기본전략이죠. 수신기와 안테나 7만세트를 제작해 세트당 3천프랑(48만원)에 판매중입니다. 가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금 5백프랑(9만원)에 매월 45프랑(7천2백원)의 이용료를 받고 수신기를 빌려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고 설명했다. TPS는 시청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세가지 상품을 기획했다. 한달 90프랑(1만4천4백원)에 △TF1 △프랑스2 △프랑스3 △유로스폿 △RTI9 등 17개채널을 보는 일반상품이 기본이다. 5개 영화 전문 채널을 볼 수 있는 영화상품은 시청료 월 1백프랑(1만6천원)이다. 위성방송의 성패는 공중파방송과 얼마나 다르게 프로그램을 제작해 송출하느냐에 달려있다. 새로운 신호처리기술 때문에 디지털TV에서는 인터넷검색 데이터전송 등의 대화형(인터랙티브)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와 TV가 만나는 디지털TV방송은 TV의 음질과 화질을 한단계 높였다』고 카날플뤼스의 프로그램제작 자회사인 「C:」(세 두 푸앵)의 이브 노그 부장은 말한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웃 유럽국가들도 디지털 위성방송 준비에 부산하다. 투자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2,3년 안으로 그보다 훨씬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독일의 키르히그룹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디지털전파를 쏘기 시작했다. 그뒤를 이탈리아의 「텔레피우」가 따르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의 「미디어샛」도 디지털위성TV방송을 준비중이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키네빅」이 아스트라위성을 통해 디지털TV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스페인의 「RTVE」도 △미국 타임워너 △브라질 엘글로보 △호주 뉴스코프와 손을 잡고 올해부터 디지털 채널 8개를 서비스할 예정. 특이한 점은 프랑스의 위성방송수신 가구 가운데 이민자출신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는 것. 위성TV가입자 가운데 15% 이상이 외국인이다. 파리의 독일인들은 「아르테」를 애용한다. 북아프리카인은 위성을 통해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의 방송을 즐긴다. 폴란드인은 「폴샛」을, 헝가리 사람들은 「두나(다뉴브)TV」를 시청한다. 터키인들은 10여개 채널을 볼 수 있어 선택폭이 비교적 넓다. 스페인출신은 「TVE」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시청한다. 유고출신 영화감독 에밀 쿠스타리차는 파리 남쪽도시 랑부예의 자택에서 고국의 소식을 접한다. 파리의 세르비아계가 베오그라드의 「RTS」를 시청할 때 크로아티아출신은 「HTV」로 자그레브 소식을 본다. TV에 빠져있는 저녁시간에는 타향에 와 있다는 것을 느낄 겨를이 없다. 유럽방송은 의욕은 앞섰지만 「무엇을 전파에 실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부닥치면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수십개씩 되는 채널을 메울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서비스회사마다 컨텐트(프로그램)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다. 카날 플뤼스는 주로 미국의 영화사들과 계약을 하고 고전물 현대물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사들여 디지털화하고 있다. TPS도 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부산하다. TPS는 미국 파라마운트와 MGM에 거액을 지불하고 영화판권을 샀다. 그 결과 프랑스에서 시청하는 영상물의 절반 이상이 「메이드 인 할리우드」인 것이다. 그만큼 디지털 위성방송은 채널이 많아지는 반면 내용이 쉽게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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