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경고음 켜진 외국인 선수 리스크 관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4월 3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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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FC서울 알리바예프(오른쪽)가 전반 레드카드를 받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지난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경기에서 FC서울 알리바예프(오른쪽)가 전반 레드카드를 받고 있는 모습. 스포츠동아DB
27일 열린 K리그1(1부 리그)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라이벌전을 보면서 떠오른 단어는 ‘명불허전’이었다. 너무 상투적이어서 애써 피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보다 잘 어울리는 표현은 없었다. 먹을 것 많은 소문난 잔치였다.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한 양 팀 선수들의 모습은 K리그의 리딩 클럽다웠다. 한승규의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로 전북이 전설매치의 승자가 되긴 했지만 서울도 충분히 박수 받을만했다.

이날 경기의 최대 변수는 서울 알리바예프(25)의 퇴장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알리바예프는 서울에는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입단 당시 구단이 소개한 ‘왕성한 활동력을 근간으로 한 패싱력과 득점력을 모두 갖춘 미드필더’라는 표현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K리그에 큰 족적을 남긴 세르베르 제파로프의 뒤를 이을만한 선수로 기대를 모은다.

그 정도 선수라면 자신을 위해 스스로 절제할 줄도, 그리고 팀을 위해 자기관리를 할 줄도 알아야한다. 그게 큰 선수, 또는 크게 될 선수다. 안타깝게도 그는 그라운드 위에서 이런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한 치의 양보 없는 상황이 전개된 가운데 알리바예프가 전반 7분에 이어 32분에도 경고를 받았다. 한차례 경고를 받은 이후 상대와 경합을 벌이면서 팔꿈치를 사용하다가 추가로 경고를 받은 것이다. 서울 입장에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숫자 싸움에서 뒤진 서울이 밀리는 건 당연했지만 서울 선수들은 정신력으로 버텼다. 상대의 파상공세를 악으로 깡으로 막았다. 게다가 최용수 감독은 수비보다는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둔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수적 열세는 결국은 체력의 한계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해 똘똘 뭉친 조직력으로 간혹 기적을 일으키곤 하지만 대개는 곧장 무너질 수도, 또는 빈틈이 쌓이고 쌓여 막판에 무너진다. 서울은 후자였다. 몇 초만 더 버티면 귀중한 승점 1을 챙길 수도 있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지고 말았다.

축구는 결과로 말한다. 전북은 알뜰한 승점 3을 챙겼고, 서울은 패배의 상처를 안았다. ‘알리바예프가 퇴장 당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은 이제 와서 부질없지만 그래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가정법은 어쩔 수가 없다.

K리그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싼 돈 들여 영입하는 이유는 그들이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장 등 극단적인 변수가 나오지 않도록, 선수 스스로 또는 소속팀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

지난 3년간 K리그1 외국인 선수의 퇴장을 살펴보면 특징이 발견된다. 뚜렷한 증가세라는 점이다.

2017년의 경우 총 55번의 퇴장 중 외국인 선수는 11번이었다. 비율로 따지면 20%다. 이 중 즉시 퇴장은 4차례였고, 경고 누적은 7차례였다. 대구가 4회로 가장 많았고, 인천이 3번으로 뒤를 이었다.

2018시즌의 경우 전체 퇴장 숫자는 줄었지만 외국인 선수의 퇴장은 오히려 늘었다. 총 50번의 퇴장 중 외국인이 14차례였다. 직전 시즌보다 8% 늘어난 28%였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즉시 퇴장이 11차례로 부쩍 증가했다는 점이다. VAR(비디오판독)의 영향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냥 넘길 수 없는 행동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2019시즌에는 9라운드 현재 총 9번의 퇴장이 나왔다. 그중 3번이 외국인 선수다. 무려 33%다. K리그1 등록선수 467명 중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8.5%(40명)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경남 조던 머치.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경남 조던 머치.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올해 가장 먼저 퇴장당한 외국인은 경남의 조던 머치다. 그는 7라운드 상주와 경기 후반 17분경 그라운드에 넘어져 있던 상대 선수의 가슴 부위를 뒷발로 가격해 즉시 퇴장당했다. 상벌위원회를 통해 300만원의 제재금도 부과 받았다. 경남은 조던이 없는 동안 K리그 1무1패를 기록했다. 1주일 뒤 포항 데이비드가 퇴장 당했다. 대구FC와 8라운드에서 전반 20분 상대와 경합 중 얼굴을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포항은 0-3으로 완패했고,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의 부진과 함께 최순호 감독이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서울 알리바예프는 즉시 퇴장당한 조던, 데이비드와 달리 경기 누적으로 올 시즌 3번째 퇴장한 외국인 선수가 됐다.

지난 3년간 퇴장한 외국인 선수의 소속팀 승률은 32.1%(7승4무17패)다. 퇴장 당한 경기뿐만 아니라 이후 이어지는 경기와 함께 전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 시즌 K리그1의 전력은 평준화됐다. 지난해와 달리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팀이 없다. 막판까지 물고 물리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럴 경우 우승은 물론이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과 상·하위 스플릿, 그리고 강등권 탈출을 위한 피 말리는 전쟁은 불가피하다.

이런 처절한 격전장에서 살아남는 법은 아마도 기복 없는 전력 유지일 것이다. 어느 상대와 만나도 쉽지 무너지지 않으면서 어쨌든 승점을 챙길 수 있는 승부가 필요하다. 전력의 안정을 위해서는 부상 방지와 함께 외국인 선수의 퇴장이라는 최악의 변수를 줄이는 게 나름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시즌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의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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