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 “‘낮 경기’변수…베네수엘라전만 넘기면 된다”

프리미어12 대표팀 김인식 감독. 스포츠동아DB

훈련도 먼저해야하는 홈팀 ‘최악 조건’
정근우 “무조건 빨리 자는 것밖엔 없다”

매일 야구장에 나오는 프로선수들에게 ‘루틴’은 생명과도 같다. 루틴은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모인 야구국가대표팀에 루틴 변수가 생겼다. 단 하루지만,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 낮경기에 몸을 맞춰야만 한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은 12일 대만 타오위안구장에서 베네수엘라와 조별예선 B조 3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는 현지시간으로 낮 12시, 정오에 시작된다. 한국의 조별예선 5경기 중 유일한 낮경기다. 11일 도미니카공화국과 야간경기로 2차전을 펼친 대표팀에게는 악조건이다. 도미니카공화국전을 마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이튿날 오전부터 경기장으로 향해야 한다.

게다가 이날 한국은 먼저 훈련해야 하는 홈팀으로 배정됐다. 대회 규정상 낮 12시 경기 때는 오전 9시50분부터 타격훈련을 시작하게 돼있다. 몸을 푸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늦어도 오전 9시30분까지는 타오위안구장에 도착해야 한다. 대표팀은 12일 오전 8시30분 숙소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여러모로 빡빡한 일정이다.

더욱이 대표팀 선수들은 낮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KBO리그는 시즌 초반과 막판에만 일요일에 한해 오후 2시에 경기를 시작한다. 베네수엘라전은 이보다도 빠른 낮 12시 경기다. 평소 야간경기에 맞춰진 루틴을 깨고, 단 하루지만 낮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선수들이 그동안 안했던 것을 해야 한다. 2시도 아니고, 12시 경기는 해보지 못했다”며 걱정했다. 그러나 어차피 국제대회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서 선수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낮경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한 고비만 넘기면 된다. 대표팀 경험이 많은 주장 정근우(한화)도 “11일 경기가 끝나고 빨리 자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전 선발투수로 장원준(두산)을 선택한 것도 긴 이닝을 막아줄 수 있으리란 기대감에서였다. 투수진 소모를 줄여 베네수엘라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짧은 휴식 후 치르는 낮경기인 만큼 탄력적인 라인업 운용이 필요했고, 도미니카공화국전에 선발출장하지 않은 타자들이나 등판하지 않은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타오위안(대만)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