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져야…” 두산이 완성한 우승 법칙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일 05시 45분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2007·2013년 KS 1차전 이겼을 땐 준우승
1982년 원년 등 1차전 패한 4번 모두 우승


두산은 10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초반부터 크게 앞서 나갔다. 1회 2점을 선취한 뒤 2회 3점을 추가하며 5-0으로 달아났다. 기자실에선 “두산이 우승하기 위해선 먼저 져야 하는데 어떡하느냐”는 농담이 터져 나왔다. 두산 김태준 홍보팀장은 “왜 그러시냐”며 웃어넘겼다.

실제로 두산은 그동안 KS 1차전을 이겼을 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2007년 SK에 2연승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3차전부터 4연패를 당했다. 2008년에도 SK를 상대로 1차전을 잡았지만, 결국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2013년에는 삼성에 먼저 2연승한 뒤 3승1패로 앞서다 5∼7차전을 모두 내주고 3승4패로 또 눈물을 흘렸다.

반면 두산이 우승을 했을 때는 모두 먼저 패했다. OB 시절이던 1982년 원년부터 그랬다. 삼성과의 KS 1차전에서 연장 15회 3-3 무승부를 기록한 뒤 2차전에서 0-9로 완패해 기선을 제압당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허리를 다쳐 1·2차전 때 병원에 누워있던 에이스 박철순이 3차전에 구원등판하는 투혼을 불사른 덕에 5-3 승리를 거뒀고, 6차전까지 4연승을 달리며 4승1무1패로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번째 우승을 차지한 1995년(OB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롯데에 1차전 2-4 패배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4승3패로 우승했다. 3번째 우승 고지를 밟은 2001년에도 1차전에서 삼성에 4-7로 패했다. 2차전이 비로 하루 순연되면서 원기를 회복한 두산은 4승2패로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 두산만의 희한한 ‘우승법칙’이 또 재현됐다. 1차전에서 초반 5-0 리드를 잡았고, 6-4로 앞선 6회 2점을 추가해 8-4까지 앞서며 낙승이 예상됐지만 8-9로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경기 초반 “1차전을 이기면 우승 못하지 않느냐”는 농담을 화기애애하게 받아넘기던 두산 홍보팀 직원들의 얼굴도 굳어질 수밖에 없는 충격패였다. 그러나 이후 내리 4연승하며 4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두산 관계자들은 그제야 “1차전을 이기지 않아 우승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며 활짝 웃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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