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정책에 공장 보조금 줄어
“기초연금으로 사는데 막막하다”
“연탄 계층, 형편 좋아질 기회 희박
쿠폰 현실화-난방법 개선 필요“ 지적
지난 10일 대전 동구 대동에 사는 박정범 씨(85)가 집 연탄 창고에서 연탄을 꺼내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내년 연탄 한 장당 공장 도매가격은 639원에서 739원으로 100원 오른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돈벌이 시원찮은 늙은이가 버틸 재간이 있나. 아껴서 때든가 추워도 참든가 해야지.” 10일 대전 동구 대동에서 만난 박정범 씨(85)는 주름살이 깊게 팬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 전 가스보일러를 쓰려고 했더니, 가스를 끌어오는 공사비만 300만 원이 필요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엄두도 못 냈다.
박 씨의 연탄창고에는 주민센터와 복지관에서 나눠 준 연탄 600여 장이 있다. 겨울에는 하루에 연탄 8장이 필요하다. 두 달가량 버틸 수 있는 양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연탄을 쓴다”며 “기초연금으로 아등바등 사는데 연탄 가격까지 오르면 막막하다”고 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내년도 연탄 공장 도매가는 639원에서 739원으로 오른다. ‘탈(脫)석탄 정책’ 기조에 따라 산업통상부가 연탄 공장에 지원하던 생산보조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2028년부턴 지원이 아예 끊긴다. 그동안 정부는 연탄 도매가를 생산원가보다 낮게 정해 차액을 공장에 지원했다. 에너지 빈곤층을 위한 지원이었지만, 이제는 빗장이 풀렸다. 도매가 인상은 2018년 이후(104.75원 인상) 처음이다.
연탄 소매가는 도매가에 운송, 유통, 인건비 등이 합쳐진다. 최근 윤창현 산업통상부 자원산업정책국장은 “현재 480억 원 수준인 석탄 산업 지원을 멈추면 연탄 가격이 장당 250원 상승한다”고 말했다. 장당 소맷값이 1000원 안팎인데 1250원이 되는 것이다. 배달이 까다로운 곳은 더 비싸다.
지난 10일 대전 동구 대동마을 골목길에 연탄이 쌓여 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연탄값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 환경도 전망이 밝지 않다. 연탄 재료인 석탄을 캐는 곳은 국내에선 강원 삼척시 경동 상덕광업소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2028년에 폐광한다. 연탄 공장도 줄고 있다. 2019년 전국에 39개였던 연탄 공장은 2022년 25개, 2023년 21개, 2024년에는 17개로 5년 만에 반 토막 났다. 광해광업공단이 관리하는 비축탄은 96만8000t이다. 국내 연간 평균 석탄 사용량(34만 t)을 볼 때 3년 정도 쓸 수 있는 양이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곳은 전국 5만9695가구에 이른다. 경북이 1만9975가구로 가장 많고 강원 1만5841가구, 충북 5934가구 순이다.
연탄은 도시가스가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살거나, 노인성 질환 등을 앓으며 경제 활동이 위축된 계층이 쓰는 에너지 자원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계층은 생활 형편이 좋아질 기회가 희박한 게 현실”이라며 “가스나 기름 난방 체계를 들일 만큼 목돈도 없어 결국 연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탄 쿠폰을 통해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지만, 가구당 47만 원 수준이라 배달비 등을 제외하면 연탄 350장을 받을 수 있는 정도다. 전문가들은 쿠폰 단가 현실화와 연탄 외 다른 난방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혜원 배재대 보건의료복지학과 교수는 “연탄 쿠폰에 배달비 인건비를 고려해야 하고, 난방 취약 가구를 위한 보일러 교체, 단열 보조 사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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