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치료 마친 양상문 감독, 토탈 마운드·분업야구 본격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16일 06시 40분


LG 양상문 감독.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LG 양상문 감독.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양상문은 LG를 어떻게 수술하나

강한 리더십·이기기 위한 마운드운영
13일 롯데전 믿을맨 봉중근 조기투입
14일 임정우 강판땐 불펜 7명 끊어던져


LG 양상문 감독을 잘 아는 복수의 야구인들은 “양상문은 코치보다 감독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게 무슨 뜻일까? “양 감독은 합리적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면에는 강한 자기주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롯데 투수코치 시절, 제리 로이스터 감독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양 감독이 2004∼2005년 롯데 사령탑 이후 9년 만에 수장으로 컴백했다. 선장을 잃고, 표류하던 LG는 양 감독 부임 후 13∼14일 잠실 롯데 2연전을 전부 승리했다. 결과 이상으로 음미할 대목은 경기 내용이었다. 양 감독이 승패 차 -13인 상태에서 ‘응급실’로 실려 온 LG를 어떻게 수술할지에 관한 단초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 ‘반드시 이기겠다’는 단호함

양 감독이 ‘집도’할 포인트로 잡은 환부는 팀 분위기와 마운드로 압축된다. ‘지금 LG는 무조건 이기고 봐야 한다’는 처절함이 롯데 2연전에서 강하게 배어났다. 이겨야 분위기가 사는데, 이기려는 의지를 마운드 운용에서 보여줬다.

압권은 LG 감독 데뷔전인 13일 롯데전 8회 1사에서 마무리 봉중근을 조기 투입한 대목이었다. 2-0으로 앞선 8회 1사 1·2루에 투입된 봉중근은 24개를 던져 1.2이닝을 막았다. 봉중근은 2-1로 앞선 14일 9회 또 마운드에 올라 1점차 승리를 지켰다. 실패하면 충격이 엄청날 위험을 피하지 않았다.

양 감독의 LG 투수코치 시절 애제자였던 이동현과 봉중근은 연투를 했다. 믿음을 공유하는 사제지간이라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무리수’였다. 양 감독의 승리를 향한 열망을 전 선수단에 전달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토탈 마운드와 분업야구

14일의 백미는 양 감독의 불펜 릴레이였다. 선발 임정우가 3회 1사에서 롯데 이승화의 타구에 오른팔을 맞고 돌연 강판되자 양 감독은 7명의 투수를 끊어 던지게 하는 과단성을 보여줬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전에서 단골 투수코치를 맡은 경험이 긴급 상황에서도 냉철함으로 발휘됐다. 8회 좌완 윤지웅으로 롯데 4번타자 히메네스를 맡게 해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낸 순간이 하이라이트였다.

투수 파트는 양 감독이 끌고 가되 타자와 수비, 포수는 전담 코치들에게 권한을 위임할 듯하다. 한 야구인은 “꼴찌 팀을 물려받은 롯데 감독 때보다 지금 LG가 조건이 훨씬 좋다. 롯데에서는 강민호 장원준 이대호 등을 중용하는 인위적 세대교체를 강행했는데 전력이 다져진 LG에서는 투수를 키우는 데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양 감독은 좌완 루키 임지섭, 용병 코리 리오단에게 손을 댈 방침을 밝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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