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묶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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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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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안나푸르나 초속 20m 강풍에 27일로 도전 연기
‘14좌완등’ 경쟁 파사반,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의혹제기

오은선(44)이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 이상 14봉우리 등정의 마지막 관문인 안나푸르나(8091m) 등정을 27일로 연기했다.

22일 베이스캠프(4200m)를 떠난 오은선은 25일 정상에 설 계획이었지만 강한 바람에 발이 묶였다. 오은선 원정대는 23일 예정대로 캠프3(6400m)에 도착했다. 하지만 24일 캠프3에 돌풍이 불어닥쳤고 25일 정상 부근 바람이 등반이 불가능한 초속 20m에 이른다는 예보가 전해졌다. 이에 오은선은 캠프1(5100m)로 후퇴했다.

캠프1에서 하루를 쉰 원정대는 25일 다시 캠프2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26일 캠프3을 건너뛰고 바로 캠프4(7200m)로 갈 예정이다. 그리고 27일 새벽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오은선 특유의 속공 전략인 셈이다. 27일 예상되는 정상의 바람 세기는 초속 15m. 오은선은 베이스캠프를 떠나기 전 “13∼16m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 완등 경쟁 초접전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 중 안나푸르나(8091m) 등정만 남겨 놓고 있는 산악인 오은선이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캠프1로 이동하던 중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블랙야크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 중 안나푸르나(8091m) 등정만 남겨 놓고 있는 산악인 오은선이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캠프1로 이동하던 중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제공 블랙야크
14좌 완등을 두고 오은선과 경쟁하고 있는 에두르네 파사반(37·스페인)은 27일쯤 마지막 봉우리 시샤팡마(8027m)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예정이다. 파사반은 베이스캠프 도착 후 이르면 사나흘 내로 정상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최초 14좌 완등 경쟁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파사반이 오은선의 칸첸중가(8586m) 미등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 BBC 방송은 24일 파사반이 안나푸르나 등정을 마치고 카트만두에서 가진 엘리자베스 홀리와의 인터뷰에서 “오은선의 칸첸중가 정상 사진에 나오는 녹색 로프가 정상 아래 200m 지점까지만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사반은 지난해 5월 오은선보다 12일 늦게 칸첸중가 정상을 밟았다. 오은선이 로프를 깐 곳까지만 올라간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등정을 확인하는 공식기관이 없는 상태에서 48년 동안 히말라야에 오르는 산악인들을 인터뷰하며 등정 자료를 수집해온 홀리의 인증은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높은 신뢰도를 지닌다. 홀리는 파사반의 의혹 제기에 오은선의 칸첸중가 등정을 ‘인증’에서 ‘논쟁 중’으로 바꿨다. 홀리는 “현재로선 오은선의 등정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당시 칸첸중가를 올랐던 오은선의 셰르파(현재 오은선과 안나푸르나 등정 중)와 다시 인터뷰할 것”이라고 말했다.

○ 파사반 역전 위한 의혹 제기?


만약 홀리가 인터뷰 후 오은선의 등정을 미등정으로 바꾸거나 논쟁 중인 상태로 놔두면 오은선으로서는 난감해진다. 지난해 국내에서 칸첸중가 미등정 논란이 일었을 때 그는 홀리와 두 번이나 인터뷰한 후 인증 받았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오은선의 후원업체 블랙야크 측은 “정상 밑 200m부터 정상까지는 로프를 깔지 않아도 되는 구간이다. 당시 파사반도 오은선이 깔아놓은 고정 로프를 사용하고서도 의혹을 제기하는 건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또 “사진 속 로프는 몸을 고정시킬 때 사용하는 확보 로프”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더 타임스도 파사반이 오은선의 칸첸중가 정상 사진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고 24일 보도했다.

안나푸르나=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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