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죠,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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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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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과 충돌로 메달 날린 쇼트트랙 성시백“훈련에만 열중… 1000m 메달 욕심 더 나요”

아직은 서먹?쇼트트랙 대표팀 성시백(오른쪽)과 이호석이 15일 훈련 중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아직은 서먹?
쇼트트랙 대표팀 성시백(오른쪽)과 이호석이 15일 훈련 중 입을 굳게 다문 채 다른 방향을 쳐다보고 있다. 밴쿠버=박영대 기자
“빨리 잊어야죠, 빨리 잊어야죠.”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동기생 이호석(24·고양시청)과 부딪혀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을 날린 성시백(23·용인시청)은 이 말을 마치 주문처럼 되뇌었다. 그때의 악몽을 잊겠다고 다짐하건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16일 캐나다 밴쿠버 킬러니 센터 빙상장. 쇼트트랙 대표팀은 전날의 냉랭한 분위기와는 달리 평상시처럼 훈련에 매진했다. 동료들끼리 이야기도 하고 간간이 웃음도 지으며 이틀 전에 있었던 악몽에서 벗어난 듯 보였다.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성시백은 “지난 일은 아예 잊기로 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면 빨리 잊어야 한다. 더는 그 문제에 대해 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연습도 예전처럼 잘되고 있다. 충돌 사고로 스케이트 날이 조금 상했지만 연습하다가도 그런 일은 생길 수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성시백과 이호석은 18일 남자 1000m 경기에 동반 출격한다. 혹시 조직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운을 뗀 그는 “동료와 충돌하는 일이 있었다고 개인 전술까지 바꿀 수는 없다. 1000m는 이번 시즌 월드컵 때 좋은 성적을 냈던 종목이다. 계속 해왔던 대로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첫 메달을 놓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서 경기를 치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생기고 나니 더 메달 욕심이 생긴다”라며 메달 의지를 불태웠다.

이호석이 마음고생이 심하다는데 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느냐고 묻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성시백은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 서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전에도 동료였으니 함께 잘 운동하고 있다”며 말끝을 흐렸다. 첫 올림픽인 데다 첫 메달 욕심을 불태웠던 그에게 메달을 날려버린 것이 아직은 마음속에서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듯했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선 쇼트트랙 김기훈 총감독(울산과학대 교수)은 “격렬하게 경기를 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선수끼리 이해하고 있다. 남은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다시보기 = 남자 쇼트트랙 첫 금메달 순간…아쉬운 싹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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