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근육미? 균형 잡여야 진짜 몸짱!

  • 입력 2009년 5월 6일 21시 10분


"제가 가져온 음식 좀 꺼내도 될까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 한 커피전문점. 까무잡잡한 피부에 조각 같은 몸매의 남녀 한 쌍이 '저녁식사'라며 각자 가방에서 꺼낸 음식들이 심상치 않다. 약속이나 한 듯 내놓은 건 훈제 계란 수십 개에 훈제 닭가슴살. 그나마 계란은 노른자를 가려냈고 닭가슴살 포장지엔 '무염분'이란 표시가 선명하다. 이 특별한 '음식남녀'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남자 팔뚝이 내 허벅지보다 굵다"며 혀를 내두르거나 "유명 모델 아니냐"며 수군거렸다. 김용윤(30), 신민희(26) 씨. 각각 '트레이너 진(JIN)'과 '얼짱 보디빌더'란 애칭으로 더 유명하다.

●보디빌딩 대중화? 우리가 선두주자죠

이들은 국내외 보디빌딩 대회에서 뚜렷한 입상 기록이 없다. 하지만 보디빌딩계의 떠오르는 아이콘이다. 이들 '완소남(완전 소중한 남자), 얼짱녀(얼굴이 잘 생긴 여자)' 커플이 주목받는 이유는 한 가지. 보디빌딩의 대중화를 이끌 기대주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22일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보디빌딩 클래식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기존의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과다하게 부풀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세계보디빌딩협회가 새롭게 만들었다. 균형미와 키에 맞는 적당한 체중 등이 심사 대상이다. 남자에게 클래식 대회가 있다면 여자에겐 보디 피트니스 대회가 있다. 보디빌딩 선수를 겸하고 있는 신 씨는 지난해 홍콩에서 열린 보디 피트니스 세계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두 대회 모두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해외에서 기존 보디빌딩대회 못지않게 인기를 얻고 있다. 정통 보디빌더처럼 우람한 몸매는 아니지만 균형 잡힌 근육미와 표정 연기, 선수들의 다양한 쇼맨십에 관중은 열광한다. 대한보디빌딩협회 창용찬 이사는 "최근 몸짱 열풍이 불면서 보디빌딩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클래식대회와 보디 피트니스 대회는 보디빌딩이 대중화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걸어온 길은 다르지만 의욕만큼은 한 마음

김 씨는 퍼스널트레이너(PT) 출신. 탤런트 김남진, 엄정화 등의 몸매가 그의 손끝에서 나왔다. 방송, 잡지 모델로도 상종가인 그는 현재 연봉 1억 원을 받는 '꿈의 트레이너'다. 그도 처음부터 몸짱은 아니었다. 한양대 생활체육학과 재학시절 몸무게가 100kg이 넘었다. 얼굴에 살이 많아 '얼큰이'로 불렸다. 스노보드를 타다 크게 다친 뒤에는 잘 걷지도 못했다. 그는 "두 차례 연골이식 수술 뒤 장애 진단을 받고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죽을 각오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디빌딩에 빠져들었다. 평범한 직장을 다니던 여자 친구까지 전문 트레이너로 변신시켰을 정도다.

신 씨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대학생 시절 보디빌더인 남자 친구를 따라 운동하러 갔다 시작했다. "처음엔 보디빌딩 선수의 몸이 징그러웠는데 운동을 할수록 아름다워 보이던데요."

단기간에 여자 보디빌딩 대학부 챔피언에 오르는 등 주목받던 그였지만 지난해 처음 접한 보디 피트니스 대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회를 지켜보며 '나의 길은 이거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작은 얼굴에 긴 팔다리 등 체형 조건도 보디 피트니스에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씨는 "보디 피트니스 1세대라 어깨가 무겁다. 후배들로부터 욕먹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 씨는 "클래식대회 홍보대사로 건강한 몸짱 만들기에 앞장서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너무 바쁘게 살아 비행기를 한 번도 못 타봤다"는 김 씨는 "이번 대회에 입상해 아시아 대회 개최국 이란행 비행기의 엔진 소리를 느껴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자 신 씨가 '보디빌딩 선배'답게 한마디 했다.

"지난해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대회에 참가했다 감탄만 하다 왔어요. 비행기 첫 경험이 악몽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독하게 마음먹어야 할 걸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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