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사제대결’ 스승이 웃었다

  • 입력 2009년 2월 9일 02시 59분


“어디로 던질까” ‘월드 스타’ 윤경신(두산·가운데)이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핸드볼큰잔치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 수비벽을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외국에서 활동하느라 13년 만에 큰잔치에 출전한 윤경신은 등과 허벅지 부상에도 양팀 최다인 6골을 넣으며 19-18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어디로 던질까” ‘월드 스타’ 윤경신(두산·가운데)이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핸드볼큰잔치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 수비벽을 뚫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외국에서 활동하느라 13년 만에 큰잔치에 출전한 윤경신은 등과 허벅지 부상에도 양팀 최다인 6골을 넣으며 19-18 승리를 이끌었다. 연합뉴스
“(임)오경이는 그동안 이기는 경기만 주로 해왔다. 패배의 쓴맛을 알게 해 주는 것도 스승이 해야 할 일이다.”

핸드볼 여자 대표팀 사제지간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2009 핸드볼 큰잔치 여자부 개막전에서 스승 임영철(49) 감독이 지휘하는 벽산건설이 한 수 위 기량으로 제자 임오경(38) 감독이 이끄는 신생팀 서울시청을 35-30으로 꺾었다.

두 임 감독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사령탑과 수제자였다.

감독으로서 국내 무대 데뷔전을 앞둔 임오경 감독은 진분홍 넥타이를 하고 8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학생체육관은 6000명의 관중이 들어차 큰잔치 사상 최다 관중을 이뤘다.

임오경 감독은 경기에 앞서 자신을 알아봐 주는 관중에게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어 보이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임오경 감독의 낯빛은 달라졌다. 그는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못했다. 긴장한 듯 코트 주변을 맴돌았다.

경기 초반 예상을 깨고 서울시청이 6-1로 크게 앞선 상황에서도 선수들의 이름을 연방 불러대며 손짓, 몸짓으로 작전을 지시하는 등 마음을 놓지 못했다.

스승 임영철 감독은 제자와 달랐다. 베이징 올림픽 때 뛰었던 국가대표를 5명이나 거느린 데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까. 전반 종료 5분 전까지도 리드를 당했지만 덤덤한 표정이었다.

벤치에서 몇 차례 일어서긴 했지만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작전 타임을 불러놓고도 선수들을 쉬게 해줄 뿐 지시는 거의 없었다.

경기 초반 부진하던 벽산건설은 국가대표 김온아(14점)와 문필희(6점)가 힘을 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임오경 감독은 “스승님이 가르치는 제자들이 너무 강했다. 반면 우리 선수들은 모처럼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하느라 긴장한 것 같다”며 “스승님에게 한 수 배운 걸 소득으로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남자부 개막전에서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다 13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장신 거포 윤경신이 6득점으로 활약한 두산이 인천도시개발공사를 19-18로 눌렀다. 경희대는 충남대를 35-24로, 용인시청은 대구시청을 33-25로 꺾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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