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괴사증… 고환암… “고통을 이기기 위해 자전거 탄다”

  • 입력 200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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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동안 3657km를 자전거로 달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대회는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종목이다. 20구간으로 나눠 달리는 이 대회는 42.195km의 마라톤 풀코스를 20번 연속으로 달리는 것에 비유된다. 선수들은 하루 평균 1만 Cal를 소비한다. 피레네와 알프스 산맥을 넘나드는 코스의 고도를 모두 합치면 에베레스트 산(8848m)을 3개 쌓은 높이다.

지극히 신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강행군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우승자 중에 몸이 정상이 아닌 선수들이 적지 않다.

24일 대장정의 막을 내린 제93회 대회의 우승자는 ‘골괴사증’을 앓고 있는 플로이드 랜디스(31·미국)였다. 2003년 1월 연습 중 사고로 오른쪽 넙다리뼈(대퇴골)가 부러진 뒤 얻게 된 골괴사증은 뼈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뼈가 썩고 엉덩관절(고관절)이 죽어가는 병. 랜디스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혼자 힘으로는 계단도 못 올라갈 정도의 중증 환자였다. 인공 뼈로 대체하는 것만이 해결책인데 그는 수술 뒤 경기력 저하를 우려해 수술을 미루고 출전을 강행했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사이클을 타는 것만도 놀라운데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것은 의학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전무후무한 대회 7연패를 달성해 ‘전설’이 된 랜스 암스트롱(미국)이 고환암을 극복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7연패는 고환암 수술을 받은 이후에 달성됐다. 그 전에 암스트롱은 단지 유망주였다. 그런데 랜디스도 골괴사증에 걸린 이후 지난해부터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86년 그렉 르몽은 사냥 중 사고로 산탄총 파편 37조각이 몸에 박힌 상태에서 대회에 나서 미국인 최초의 대회 우승자가 됐다. 당시 몇 개의 파편은 심장에도 박혀 있었다. 그는 1989년, 1990년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1998년에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3cm 짧아진 이탈리아의 마르코 판타니가 우승했다.

이 우승자들은 예외 없이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만큼 이들의 우승은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고통이 그들을 더 강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암스트롱은 그의 자서전에서 “사이클링의 고통은 너무나 심해서 모든 잡념을 몰아낸다. 나는 즐거워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워서 자전거를 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에는 박세미(서울대 인류학과 4년) 대학생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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