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배구 경기사이 「워밍업」길어 관중들 지루

  • 입력 1998년 1월 4일 20시 29분


스포츠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스피드다. 한창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98한국배구슈퍼리그. 2m대의 장신들이 내리치는 스파이크의 속도는 평균 시속 1백20㎞대. 보통 사람들이 몸쪽으로 날아오는 볼에 반응하는 속도는 0.5초. 운동으로 단련된 선수들은 0.3∼0.4초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반사 신경이 매우 빠른 선수들조차 감각에 의지하지 않으면 도저히 볼을 걷어내지 못할 정도로 스파이크의 속도는 빠르다. 삼성화재의 김세진 신진식 등 거포들의 강타 속도는 시속 1백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러니 ‘펑, 펑’ 소리와 함께 코트에 내리꽂는 시원시원한 강타로 팬들이 자지러질만도 하다. 프로농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의 한가지도 아마추어 때 30초이던 공격 제한시간이 24초로 짧아져 경기의 박진감이 더해졌기 때문. 지난달 27일 막을 올린 98배구슈퍼리그의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각팀 주포들이 휘두르는 스파이크에도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 나간다면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속에서도 배구가 예전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반사속도가 0.5초대에 달하는 팬들의 시선을 붙잡아 놓지 못한다는게 바로 그것. 한 경기가 끝나고 다음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선수들의 ‘몸푸는 시간’만 20분이 넘게 걸리는 탓이다. “잠실학생체육관에 보조구장이 없기 때문에 충분히 워밍업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대한배구협회의 답. 그렇다고 하루에 1시간 이상을 워밍업 장면만 보기를 원하는 팬이 과연 있을까. 〈권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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