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글리시파」 「피카소파」 「전문용어 구사파」. 지난 1일 출범한 프로농구에 미국용병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각팀 감독들의 작전지시도 각양각색이다.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기아와 현대의 경기. 모팀 감독은 작전타임에서 「온리 유(only you)」라고 외쳤지만 이 팀의 두 용병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두 눈만 껌벅거렸다.
「온리 유」라고 외쳤던 감독은 『이번 슈팅은 오로지 네가 맡으라는 뜻으로 말을 했지만 완전한 문장으로 전달을 하지 못해 미국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실토했다.
사실 국내 「토종」감독들은 거의 영어가 서툴러 중요한 작전의 한부분이 돼버린 용병과의 의사소통을 「콩글리시」로 대신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피카소파」도 그림으로 작전지시를 하지만 답답하기는 「콩글리시파」와 크게 다를 게 없다. 崔京德(최경덕·49) 삼성감독은 작전지도판에 갖가지 도형과 기호로 그림을 그린 뒤 「O」와 「X」로 용병들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기아 崔仁善(최인선·47)감독, 현대 辛善宇(신선우·42)감독, 동양 朴光鎬(박광호·43)감독 등이 이 부류.
용병들과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령탑은 대우 崔鍾圭(최종규·51)감독, SBS金東光(김동광·44)감독, 나산 黃有夏(황유하·42)감독. 이들은 중동에서 지도자생활을 했거나 미국에서 농구유학을 한 케이스. 이른바 「전문용어 구사파」다. 특히 황감독은 7천개의 농구 전문용어를 적절히 구사하며 용병들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의 金永基(김영기)전무는 『프로가 완전히 정착하면 한국에 오는 용병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시켜 태권도처럼 간단한 지시는 우리말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