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감독,용병지휘 영어 서툴러 작전 혼선 일쑤

  • 입력 1997년 2월 6일 18시 55분


「콩글리시파」 「피카소파」 「전문용어 구사파」. 지난 1일 출범한 프로농구에 미국용병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각팀 감독들의 작전지시도 각양각색이다. 지난 2일 부산에서 열린 기아와 현대의 경기. 모팀 감독은 작전타임에서 「온리 유(only you)」라고 외쳤지만 이 팀의 두 용병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두 눈만 껌벅거렸다. 「온리 유」라고 외쳤던 감독은 『이번 슈팅은 오로지 네가 맡으라는 뜻으로 말을 했지만 완전한 문장으로 전달을 하지 못해 미국선수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실토했다. 사실 국내 「토종」감독들은 거의 영어가 서툴러 중요한 작전의 한부분이 돼버린 용병과의 의사소통을 「콩글리시」로 대신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피카소파」도 그림으로 작전지시를 하지만 답답하기는 「콩글리시파」와 크게 다를 게 없다. 崔京德(최경덕·49) 삼성감독은 작전지도판에 갖가지 도형과 기호로 그림을 그린 뒤 「O」와 「X」로 용병들에게 의사를 전달한다. 기아 崔仁善(최인선·47)감독, 현대 辛善宇(신선우·42)감독, 동양 朴光鎬(박광호·43)감독 등이 이 부류. 용병들과의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사령탑은 대우 崔鍾圭(최종규·51)감독, SBS金東光(김동광·44)감독, 나산 黃有夏(황유하·42)감독. 이들은 중동에서 지도자생활을 했거나 미국에서 농구유학을 한 케이스. 이른바 「전문용어 구사파」다. 특히 황감독은 7천개의 농구 전문용어를 적절히 구사하며 용병들을 지휘하고 있다. 한국농구연맹의 金永基(김영기)전무는 『프로가 완전히 정착하면 한국에 오는 용병들에게도 한국어 교육을 시켜 태권도처럼 간단한 지시는 우리말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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