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를 바꿀 때 방향지시등(깜빡이)을 켜는 건 운전대를 잡으면 매일 마주하는 가장 흔한 상황이다. 거꾸로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운전자 간 갈등과 사고를 부르는 변수가 되기도 한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옆 차로로 끼어들었다가 사고가 나면 끼어든 운전자가 과실의 100%를 떠안을 수도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년) 과실 비율 분쟁 심의 청구 16만3129건 가운데 가장 많은 1, 2위가 모두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두 차의 진로 변경 사고였다. 1위인 ‘후행 직진 대 선행 진로 변경’이 4만8692건으로 전체의 29.9%였다. 앞서가는 차가 뒤차 앞으로 끼어들었다가 난 사고를 뜻한다. 2위는 ‘좌우 동시 차로 변경’으로, 전체의 6.5%인 1만596건이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비중을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안전거리 확보 등 다른 기준 못지않게 방향지시등 점등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깜빡이를 켜지 않으면 운전자가 일방 과실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예컨대 뒤에서 직진하는 차와 앞에서 차로를 바꾸는 차가 부딪친 사고에서(기본 과실 70%), 진로 변경 차량이 깜빡이를 켜지 않고(10%포인트 추가), 실선 등 진로 변경 금지 장소에서 차로를 바꾸면(20%포인트 추가) 과실 비율은 100%까지 올라간다.
깜빡이를 켜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변경 직전이나 변경과 동시에 켜면 ‘뒤늦은 점등’으로 분류돼 과실이 가산될 수 있다. 과거에는 거의 진술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과실분쟁심의위원회 심의를 청구할 때 블랙박스 영상이나 사고 현장 사진 등을 제출하기 때문에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진로 변경 신호를 지연하거나 이행하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갑작스럽게 진로를 변경하면 과실 비율이 높아진다”며 “반드시 진로 변경 전 깜빡이를 켜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팀장 전남혁 사회부 기자 forward@donga.com ▽김윤진(국제부) 임유나(산업2부) 주현우(경제부) 최효정(사회부) 한채연(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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