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우

주현우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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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woojo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사회일반57%
사건·범죄30%
선거7%
교육3%
산업3%
  • 덕성여대, 독문-불문과 폐지… 인문학 소멸위기

    덕성여대가 내년부터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대표적인 외국어 학과인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가 동시에 폐지되는 건 처음이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문과 소외 현상도 심해지면서 이처럼 인문대 학과를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사례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AI로 수요 줄어” vs “단편적 시각” 24일 덕성여대는 전날 학교법인 덕성학원 이사회에서 2025학년도부터 독어독문학과와 불어불문학과에 신입생을 배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이런 내용의 학칙 개정안을 지난해 6월과 올 2월에 공고했다가 학내 심의·자문 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부결시키자 지난달 26일 다시 공고했다. 이달 5일 세 번째로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위원들이 두 학과의 폐과를 과반 찬성으로 가결하면서 이같이 결정됐다. 대학 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학사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학령인구 감소, 장기간 등록금 동결 등으로 수입이 줄면서 매년 약 100억 원의 적자를 얼마 남지 않은 적립금으로 메우고 있기 때문에 비인기 학과를 정리하고 수요가 높은 학과에 투자하는 건 대학의 책무라는 얘기다. 학내에선 통·번역 인공지능(AI)의 발달로 관련 학과 수요가 줄어들 거란 예측도 한몫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건희 덕성여대 총장은 “지난해 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등 유지가 힘든 전공에 대한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내에선 반발이 나왔다. 불어불문학과의 한 교수는 “AI 통·번역 기술이 발전해 두 학과가 필요 없어진다는 주장은 언어와 엮인 문화와 풍토를 무시한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학교가 결국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대학 측이 평의원회를 지속해서 압박함으로써 개정 학칙을 통과시켜 학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며 평의원회에서 사퇴했다.● 문과생 급감하고 ‘무전공 선발’ 늘어 문과 소외 현상이 퍼지면서 인문대학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없애는 사례는 늘고 있다. 동덕여대는 2022년 독일어과와 프랑스어과를 통합했다. 2021년 삼육대는 중국어학과와 일본어학과를 항공관광외국어학부로 합쳤고, 2020년 한국외국어대는 영어통번역학부 등 4개 학부·전공을 융합인재학부로 통폐합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문과생 응시 비율은 2021년 53.7%에서 올해 48.3%로 줄었다. 정부의 무전공(전공 자율선택제) 선발 확대 정책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많다. 무전공 선발은 입학한 뒤 여러 전공을 탐색하다 2학년에 올라갈 때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확대되면 인문계열 비선호 학과는 중장기적으로 폐과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현장에선 팽배하다. 서울 지역의 한 대학 총장은 “학생들 선택이 사회계열에선 경영학과, 자연계열에선 공학이나 반도체 관련 학과에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교수는 “그동안 인문계열 어문학과 등은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확정된 정원에 숨어서 생존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학생들에게 무제한 전공 선택의 자유가 부여되면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을 해당 학과 교수들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엄연석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이번 덕성여대의 폐과 결정에 대해 “인문학의 소멸은 국민들의 인식 수준에 장기적으로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학마다 학과의 가치, 기준을 재정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1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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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꼼짝마” 열화상 드론이 콕 찍는다

    “영장산 정상 인근 산불 발생!” 19일 오후 2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원에 설치된 가상의 산불 대응 훈련 현장. 성남시 녹지과 소속 드론운영관 윤민식 주무관(47)이 기동차량 트렁크에 실린 열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불이 난 정확한 위치를 소방당국과 산불감시원에게 알렸다. 맨눈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기 화재를 가정했지만, 드론이 50m 상공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는 불이 난 지점이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표시된다. 윤 주무관은 “산불 감시 드론을 이용하면 화재 지점이 1m 이내까지 정확히 표시될 뿐 아니라 드론이 쉴 새 없이 경고음을 울리며 장소를 알리기 때문에 경보와 진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드론 활용하면 산불 진화 ‘골든타임’에 도움” 봄철을 맞아 산불 위험이 늘어나며 산림청이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경계’로 올리고 특별 감시에 돌입하는 등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강원 영월군 운학리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40여 명과 헬기 등 장비 20여 대가 투입됐지만 약 2000㎡가 소실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3년)간 산림 피해 면적 100만 ㎡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지속된 대형산불 32건 중 14건(43.8%)이 4월에 발생했다. 초기 진화를 위해 드론을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이유다. 성남시가 2022년 산불 감시용 열화상 드론 2대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서울 광진구와 노원구, 강원 동해시 등도 드론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16일 동해시 소속 드론운영관 김춘희 씨(44)는 신흥동의 한 야산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동해시는 약 1000만 원을 들여 56배 확대 기능을 탑재한 열화상 드론 1대를 구매했다. 김 씨는 이를 이용해 인근 논밭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김 씨는 “봄에는 한 해 농사 준비를 위해 농업 부산물을 무단으로 태우다가 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인재(人災)를 예방하기 위해 논밭 화재를 초기에 잡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산불 감시와 예방에 드론을 활용하는 건 신속한 초기 대응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산불 신고 접수부터 소방헬기가 진화하기까지 ‘골든타임’은 통상 50분으로 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사가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이 부는 상황을 가정해 산불 확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불이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며 182.9ha가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 261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반면 드론 등으로 초기 대응에 성공해 1시간 안에 불길을 잡으면 소실 면적은 29.8ha로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축구장 218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신고 접수 후 초동 대응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던 2017년 강릉·삼척 산불은 나흘간 1017ha를 태우며 약 600억 원의 피해를 남긴 바 있다.● 美선 ‘맞불 화염탄’ 드론도 운영 산림청은 산불을 감지하는 걸 넘어 초기 진화까지 할 수 있는 ‘소방드론’도 2021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드론이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2022년 경북 울진군 산불 등 대형 산불 현장에 실전 투입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가 상공에 뜨지 못하는 야간 진화 현장이나 잔불 정리 작업에서 효과가 크다”고 했다. 연간 5만∼6만 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맞불 화염탄’을 발사하는 드론도 활용하고 있다. 네브래스카주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드론은 탁구공 크기의 화염탄 450개를 싣고 비행하다가 산불이 번질 것으로 예측되는 길목에 뿌린다. 미리 주변을 태워버려 불의 전진을 막는 방법으로, 미국 산림청 등이 활용 중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이 커지면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불을 일으키는 비산화(飛散火) 현상 때문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라며 “초기 화재를 감지하고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 진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동해=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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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性상품화 일조 말라” “여성票 구걸”… 남녀 갈등으로 번진 ‘성인 페스티벌’

    일본 성인물(AV) 배우들이 나올 예정이었던 성인 페스티벌이 논란 끝에 지방자치단체의 불허로 무산됐다. 온라인에선 행사 무산을 두고 2030세대의 남녀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온라인 성인 플랫폼 업체는 일본 성인물 배우와 사진을 찍고 란제리 패션쇼 등을 관람하는 행사를 20, 21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한 전시장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성 상품화”라며 반발하고 수원시가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장소를 경기 파주시로 변경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막아내겠다”며 직접 나서자 주최 측은 서울 잠원한강공원 선상주점 등을 빌려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금지 공문을 보내고 임대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선상주점 측에 경고하면서 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온라인에선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남성과 여성의 반응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남성은 댓글에서 “남자들에겐 법과 원칙을 지키라고 하면서, 여성단체들이 감성으로 떼쓰는 것은 다 받아준다”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비례 2번으로 4·10총선에서 당선된 천하람 변호사도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성인 행사를) 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다가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는 지자체의 무리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선 “정치인들이 여성 표만 구걸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면 한 여성은 댓글에서 “성인 배우 행사에 남자들이 참여하는 것 자체가 성 상품화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AV 행사 개최가 남성 권리 존중인지요’라는 글을 통해 “다시 이런 행사가 개최된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유튜브를 통해 “여성들이 주로 본다고 언급된 (성인) 공연들은 민간 공간에서 이뤄진다. ‘왜 남성은? 여성은?’ 이렇게 비교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행사 장소가 공공 공간일 때는 법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는 성별 간 차이를 들여다보지 않고 차별과 혐오의 단순화된 대결 구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슈를 정쟁화하면서 남녀 갈등을 일으키는 행위가 지양돼야 균형 잡힌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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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들이 실험대상이냐”… 수험생들 혼란

    정부가 내년도에 한해 의대 정원을 대학이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대 입시를 준비하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번 학기 고려대 자연계열을 휴학한 유모 씨(21)는 “더 고민해보라는 부모님 만류에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휴학 후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증원 규모가 줄어들 경우 (의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줄어드는 거라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의대를 준비하는 N수생 이모 씨는 “그동안 생각했던 의대 합격점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다 보니 모집 정원이 줄면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2000명’ 대신 ‘1500∼17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2000명 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수학, 탐구 2과목 백분위 합산 최저 합격선이 현재보다 3.9점 하락하지만 1500명만 증원되면 2.91점 하락한다. 특히 지방 거점 국립대들의 정원 증원분이 최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이들 대학 지역인재전형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다. 또 의대 정원에 따라 이공계열 합격점수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공계열 지망생도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 이달 말까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2년 연속으로 직전에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지난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을 5개월 앞두고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밝혀 9월 수능 모의평가 후에야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올해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선발 등 정부 방침으로 지난해 대학이 공고한 내년도 입학전형이 대거 바뀌게 됐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원래 이맘때면 입시설명회를 다니며 전략을 짜는데 대입 전형 시행계획이 다 바뀔 거라 설명회도 별로 없고 가도 대학별 분석 자료가 없다”며 “학생들은 정부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를 총괄하는 부총리로서 학부모들에게 송구하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최대한 입시 불안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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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재 취미’ 바둑은 인기 하락… ‘젊은 게임’ 변신한 체스는 성황

    《바둑과 체스, AI시대 엇갈린 운명바둑의 인기는 8년 전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등장한 후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반면 28년 전 AI에 최강자의 자리를 내준 체스는 여전히 미국에서 약 8000만 명이 즐길 정도로 인기다. 무엇이 바둑과 체스의 운명을 갈랐을까.“이놈이 이 기원에서 제일 고수예요.”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한 바둑 기원. 김위호 씨(72)가 아무도 없는 바둑판 맞은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고심하며 검은 돌과 흰 돌을 번갈아 바둑판 위에 올렸다. 1인기(혼자 두는 바둑)라기엔 표정이 심각했다. 약 1시간 후 김 씨가 마침내 돌을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바둑판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특수 바둑판이었다. 사람이 한 수를 두면 AI가 다음 수를 계산해 돌을 놓을 위치에 불이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가장 실력이 낮은 25급부터 프로 기사와 맞먹는 9단까지 AI의 실력을 설정할 수도 있었다. 평생 사람과 바둑을 두다가 얼마 전부터 AI 대국만 즐기고 있다는 김 씨는 “이 친구(AI)는 좀 오래 생각한다고 눈치를 안 줘서 좋다”며 웃었다. 》● ‘알파고 쇼크’ 8년, 대국-해설 수준은 높아져 2016년 3월 9일, 구글 딥마인드팀이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가 당시 전 세계 최정상이었던 이세돌 9단을 꺾은 사건은 많은 바둑인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하나의 대국이 완성되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모든 원자 수(약 10의 80제곱)보다 많아 AI가 인간의 직관을 넘어설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기보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한 AI는 자가 대국까지 반복하며 실력을 키워 오늘날엔 인간이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알파고 이후 카타고(미국)와 릴라(벨기에), 줴이(絶藝·중국) 등 강력한 바둑 AI가 등장했고 AI끼리 우위를 겨루는 세계 대회도 생겼다. 인간 기사의 바둑 수준 자체는 AI의 등장 이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바둑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목진석 9단은 “바둑 AI 등장 이후 형식적이었던 초반 포석에서 새로운 전략이 많아졌다”며 “대표팀 훈련의 70% 이상은 바둑 AI와 두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바둑협회(협회)도 바둑 AI를 탑재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배포해 선수들이 자유롭게 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국 해설과 중계의 정확도도 한 단계 높아졌다. 프로기사가 돌을 놓으면 AI가 판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준다. 복잡한 국면에서 대국자가 장고하면 해설진은 AI가 최선으로 꼽은 다음 수를 슬쩍 알려준다. 시청자가 이미 답을 아는 상태로 대국을 지켜보는 셈이다. 협회 관계자는 “바둑 AI의 등장 이후 바둑은 모든 좌표를 수학적인 확률로 풀어내는 과정으로 변했다”고 평했다.● 거듭된 ‘AI 커닝’에 흥미 식어 하지만 바둑 AI의 등장은 바둑계의 쇠퇴를 가속하기도 했다. ‘어차피 인간의 대국은 AI보다 몇 수 아래다’라는 생각 탓에 바둑인들이 흥미를 잃고 떠난다는 것이다. 남치형 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승리를 위한 답이 정해져 있다는 걸 안 순간 수학 문제처럼 정답을 찾는 과정이 된다”며 “아름다운 수를 고안해 내는 과정에서 보람을 얻던 바둑인들은 흥미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이세돌 9단도 “AI가 나온 이후로 바둑의 예술성은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AI를 악용한 부정행위까지 판치며 공식 대회의 신뢰성까지 무너뜨리고 있다. 입단 당시 국내 최연소 기록을 보유했던 김은지 9단(17)은 2020년 한 온라인 바둑 대회에서 바둑 AI를 사용하다가 적발돼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이듬해엔 도은교 초단(39)이 온라인 대회에서 바둑 AI를 사용하다가 덜미를 잡혀 1년 자격정지를 당했다. 2022년 12월 세계바둑선수권 대회에서도 상대적 열세였던 리쉬안하오 9단(29)이 신진서 9단(24)을 꺾자 중국의 같은 팀 동료였던 양딩신 9단(26)이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바둑을 즐기는 인구는 줄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국내 바둑 인구를 883만 명으로 추산했다. 8년 전 921만 명보다 40만 명가량 줄었다. 바둑 인구 대다수가 60대 이상이고 젊은 애호가의 유입은 적다. 최근 명지대의 바둑학과 폐과 결정은 국내 바둑의 몰락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1997년 개설돼 78명의 프로 기사를 배출한 이 학과는 젊은 바둑 인구가 줄면서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지난해 21억 원이던 대한바둑협회 지원 예산을 올해 전액 삭감했다. 대한바둑협회는 27일 “바둑학과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의 꿈이 짓밟히는 일이 없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해 대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체스는 젊은 유튜버 입소문 타고 중흥기 체스는 바둑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온라인 체스 플랫폼인 ‘체스닷컴’은 2022년 12월경 가입자가 1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해 집계된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2조8500억 원이다. 체스가 AI에 최정상 자리를 내준 건 1996년이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 37수 만에 패배하며 AI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알파고 쇼크’가 나오기 20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체스를 두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체스는 28년이 지난 현재 어떻게 명성을 되찾았을까. 그 비결은 ‘젊은 게임’으로 이미지를 쇄신한 점이 꼽힌다. 체스닷컴 직원 성모 씨(35)는 “2010년 체스는 ‘아저씨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슈퍼스타가 등장하고 선수들이 유튜브 등 개인 방송을 하면서 ‘젊은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덕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세계 최정상급 선수인 히카루 나카무라(40)의 유튜브 채널은 230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체스를 해설하는 레비 로즈먼(29)의 채널은 480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여성 체스 선수 알렉산드라 보테즈(29)도 마찬가지로 체스 선수인 여동생과 길거리 체스 도장 깨기, 체스 복싱(체스와 복싱을 번갈아 하는 스포츠) 등의 콘텐츠를 앞세워 구독자 150만 명을 달성했다. 체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는 AI 부정행위로 인해 실망하고 떠나지 않도록 방지 장치들을 도입한 것이다. 체스닷컴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데이터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부정행위 단속팀을 구성해 부정행위가 의심되는 경기를 심의하고, 계정 정지 등의 조처를 하고 있다. 오프라인 대회에서도 불시에 금속탐지기 검사를 실시하거나, 경기의 생방송 송출 시간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켜 실시간으로 ‘AI 훈수’를 받을 수 없게 했다. 바둑이 4대 ‘아재(아저씨)’ 취미인 바둑과 등산, 골프, 낚시 중에서 유일하게 젊은 층 인기를 되찾지 못한 건 어려운 규칙 등 높은 진입장벽 탓도 있지만, 쇄신 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명예교수는 “젊은 바둑 인구를 끌어오기 위해 해외 체스계의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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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 도전자들, 변칙수로 ‘AI 철옹성’ 뚫는다

    체스와 바둑 같은 마인드스포츠에선 인공지능(AI)이 인간 프로 기사의 실력을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AI의 빈틈을 공략하려는 ‘인간 도전자’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AI가 충분히 학습하지 못한 변칙수를 이용하는 등 부족한 계산 능력을 창의성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다. 2020년 미국의 체스 선수 조너선 슈워츠(47)는 경기 초반 주요 기물인 비숍을 희생하는 ‘우르소프 갬빗’ 전략을 통해 35수 만에 체스 AI ‘스톡피시 12’를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스톡피시의 추정 레이팅(체스 실력을 측정하는 단위)은 3500대로, 인간 세계 챔피언인 망누스 칼센(34)의 2830보다도 훨씬 높았다. 슈워츠의 전적은 객관적으로 절대적인 열세였지만,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AI의 실수를 끌어내 판세를 뒤집었다. 이 밖에도 세계 최고의 속기 선수로 분류되는 앤드루 탱(25)도 각자에게 경기 시간이 15초만 주어지는 ‘하이퍼 불렛’ 룰의 대국에서 스톡피시를 제압했다. 지난해 바둑에서도 이변이 나왔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FAR AI’의 켈린 펠린 연구원이 현존하는 바둑 AI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카타고를 상대로 15전 14승의 성적을 거둔 것. 펠린 연구원은 한 구석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인 뒤 그 주변을 서서히 둘러싸는 전략을 썼다. 기존 기보에 거의 없는 대국 형식이라서 카타고도 미처 학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펠린 연구원은 “우리가 발견한 카타고 공략법은 정작 인간이라면 중급 정도의 실력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는 수”라고 말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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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세계 유일 바둑학과 폐지될 때, 美 세계 최초 ‘체스학과’ 설립

    미국에선 세계 최초로 정식 ‘체스학과’가 설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선 전 세계 유일 바둑학과로 명성을 떨쳤던 명지대 바둑학과가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있는 웹스터대학은 지난해부터 교육대학원에 체스 교육 부전공 학위를 신설해 신입생을 받고 있다. 이 학과는 전문적인 체스 교육자를 양성하는 동시에 초중고교에서 받은 체스 교육이 실제 직업적인 수준으로 이어지도록 공백을 메우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 학과 수업은 체스의 역사부터 경기 전략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웹스터대 체스팀 코치를 맡았던 세계 20위 체스 선수 레꽝리엠(33)은 “대학에서 체스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정식 학과까지 신설할 수 있었던 배경엔 체스에 대한 높은 수요가 있었다. 미국체스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체스 클럽은 1300개로 가입자가 10만 명이 넘는다. 매년 공인 대회가 1만 건 이상 열린다. 미국 전체 체스 인구는 8000만 명가량으로 추산됐다. 초중고교에선 방과 후 수업과 여름 캠프 등 체스 교육이 활성화돼 있으며, 학교마다 동아리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가 많다. 웹스터대의 학장이자 체스 선수인 줄리언 슈스터는 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정신력과 논리력을 향상시키는 체스를 통해 학생들은 압박감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초등학교에 체스 수업을 의무화하는 국가들도 나오고 있다. 2011년 6세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스 수업을 정규 커리큘럼에 넣은 아르메니아를 시작으로 영국, 러시아 등에서 시행을 검토하거나 실제로 시행됐다. 지난해에는 조지아 전역 2200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체스 교육이 의무화됐다. 체스가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12년경 각 회원국에 ‘교육 시스템에 체스 수업을 도입하라’고 장려하는 조약을 발표했다. 당시 EU는 “체스는 모든 사회집단의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으로 사회 통합과 차별 퇴치, 범죄율 감소, 다양한 중독과의 싸움 등 정책적 목적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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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킬러문항 이어 ‘의대 증원’ 번복…“학생이 정부 실험대상?” 혼란

    정부가 내년도에 한해 의대 정원을 대학이 일정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히면서 의대를 준비하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빠졌다. 특히 지방 거점 국립대들의 정원 증원분이 최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 대학 지역인재전형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다. 정부의 증원 발표 이후 의대 준비를 시작한 N수생도 충격이다. 이번 학기 고려대 자연계열을 휴학하고 반수 중인 유모 씨(21)는 “좀 더 고민해보라는 부모님 만류에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휴학한 뒤 재수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증원 규모가 줄어들 경우 (의대에) 들어갈 가능성도 줄어드는 거라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의대를 준비하는 N수생 이모 씨는 “그 동안 생각했던 의대 합격점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적이 최상위권은 아니다 보니 모집 정원이 줄면 합격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정부는 이번 조치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이 ‘2000명’이 아니라 ‘1500~1700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2000명이 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수학, 탐구 2과목 백분위 합산 최저 합격선이 현재보다 3.9점 하락하지만, 1500명만 증원되면 2.91점 하락한다. 2000명 증원시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열 합격생의 78.5%가 의대 합격권에 진입할 수 있지만 1500명으로 줄면 이 비율이 67.7%로 떨어진다.의대 정원은 의대를 준비하는 수험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대 정원 규모에 따라 이공계열 합격점수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공계열을 지망하는 수험생도 내년도 의대 정원이 확정되는 이달 말까지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2년 연속으로 입시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한 불만도 높다. 지난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킬러(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을 밝혀 9월 수능 모의평가 후에야 출제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올해는 의대 증원과 무전공 선발 등 정부 방침으로 지난해 대학이 공고한 내년도 입학전형이 대거 바뀌게 됐다. 고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원래 이맘때면 입시설명회를 다니며 전략을 짜는데 대입전형 시행계획이 다 바뀔 거라 설명회도 별로 없고 가도 대학별 분석 자료가 없다”며 “학생들은 정부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이날 브리핑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를 총괄하는 총리로서 학부모들에게 송구하다”며 “이번 조치를 통해 최대한 입시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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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폰 거꾸로 들고 여학생 따라가 몰카…경찰, 사흘 잠복해 검거

    스마트폰을 거꾸로 든 채 여학생을 뒤따라가던 40대 남성이 불법촬영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출근하던 경찰이 해당 남성을 수상히 여기고 사흘간 탐문한 결과였다.16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기동순찰대 소속 신민혁 경장은 9일 고양시 덕양구에서 차를 몰고 출근하다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거꾸로 든 채 여학생을 뒤따라가는 장면을 목격했다. 수상하다고 판단한 신 경장은 차를 세우고 남성을 뒤쫓았으나 남성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대신 신 경장은 주변 상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남성의 범죄 혐의를 확인했다. 또 이 남성이 타고 온 차량 번호를 확인해 40대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했다. 신 경장은 10일에도 동료들과 주변 현장을 수색했으나 용의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1일에는 오전 비번인데도 오전 6시경부터 나와 용의자의 주소지와 범행 현장을 탐문했고, 마침내 시동이 걸려있는 용의자의 차량을 발견했다. 용의자는 신 경장의 눈앞에서 내려 지나가는 여학생을 뒤따라갔고, 신 경장과 동료들은 남성을 추적해 격투 끝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경찰에 따르면 이 40대 남성의 휴대전화에서는 불법 영상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남성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신 경장이 소속된 경기북부경찰청 기동순찰대는 2월 출범해 3월 말까지 중요 수배자 220여 건 검거, 형사 사건 40여 건을 처리한 바 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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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살인 용의자, 범행전 ‘목졸라 실신’ 검색

    경기 파주시 호텔 살인 사건의 용의자들이 피해 여성 2명을 유인하기 약 15시간 전에 ‘목 졸라 실신시키는 방법’ 등을 검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 여성으로 속여 지인으로부터 수백만 원을 뜯어내려 한 의혹도 받고 있다. 15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용의자인 20대 남성 A 씨는 8일 오전 3시경 휴대전화로 ‘백초크’ ‘기절’ 등을 검색했다. 백초크는 목을 졸라서 상대방을 실신시키는 격투기 기술을 뜻한다. 애초에 피해 여성들을 제압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 등은 케이블타이와 청테이프도 미리 준비했다. A 씨 등은 8일 호텔에 먼저 입실한 뒤 피해 여성 2명을 객실로 유인했다. 지인이었던 여성 B 씨에겐 “가상화폐로 돈을 많이 벌었으니 놀자”라며, 다른 여성 C 씨에게는 보안 메신저에 구인 글을 올려서 각각 유인했다. B 씨는 같은 날 오후 6시경, C 씨는 오후 9시경 객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경찰이 C 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보니, 8일 오후 10시경 평소 반말로 대화하던 친구에게 ‘오빠’라고 부르며 “600만∼700만 원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 나타났다. C 씨가 호텔에 도착한 지 약 50분 만이었다. 경찰은 A 씨 등이 C 씨를 만나자마자 제압한 뒤 C 씨를 사칭해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9일 새벽 고양시의 한 PC방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사이트 접속 기록 등을 파악 중이다. A 씨 등 남성 2명은 10일 오전 10시경 B 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호텔 객실로 찾아오자 건물 밖으로 투신해 숨졌다. B 씨와 C 씨는 객실에서 손목이 묶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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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4명 사망’ 사건 男 2명, 계획살인-시신 훼손 정황

    경기 파주시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남성 2명이 범행 도구를 미리 마련하고 여성들을 유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한 여성 2명의 시신을 훼손하려고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1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남성 2명은 8일 오후 4시경 여행용 가방을 들고 처음 이 호텔 21층 객실에 들어갔다. 이어 9일에도 주차장과 객실 앞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이들이 여성들의 손목과 목을 묶는 데 사용한 케이블타이를 들고 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건 현장에서 CCTV에 포착된 것보다 훨씬 많은 케이블타이와 피해자들의 입을 막은 청테이프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경찰은 남성들이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성 2명 중 침대 위에서 발견된 여성의 오른팔에는 길이 9cm, 깊이 3cm의 상흔이 있었다. 과학수사대는 여성이 사망한 뒤 남성들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방 안에서 발견된 칼 2자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칼들은 호텔 내에 원래 비치돼 있었으며, 범행 현장에선 침대 옆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육안상 혈흔이 남아있진 않았다. 경찰은 숨진 여성들의 휴대전화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10일 오전 투신한 남성 2명이 범행 직후 호텔방을 오가면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밖으로 가지고 나간 뒤 버리고 돌아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숨진 여성 중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여성 1명은 남성 1명과 2,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8일 텔레그램에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올렸고, 다른 여성 한 명이 연락해 만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성들은 친구 사이로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지인들에 따르면 이 중 한 남성은 짧게는 3개월가량 시공업체에서 일하는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으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남성들이 피해자들을 목 졸라 살해한 뒤 객실 밖으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의정부=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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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4명 사망’ 계획 살인·시신 훼손 정황…“男, 케이블타이 준비”

    경기 파주시 호텔에서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남성 2명이 범행 도구를 미리 마련하고 여성들을 유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살해한 여성 2명의 시신을 훼손하려고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12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남성 2명은 8일 오후 4시경 캐리어 가방을 들고 처음 이 호텔 21층 객실에 들어갔다. 이어 9일에도 주차장과 객실 앞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이들이 여성들의 손목과 목을 묶는 데 사용한 케이블타이를 들고 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건 현장에서 CCTV에 포착된 것보다 훨씬 많은 케이블타이와 피해자들의 입을 막은 청테이프 등이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경찰은 남성들이 미리 범행 도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경찰 조사 결과 숨진 여성 2명 중 침대 위에서 발견된 여성의 오른팔에는 길이 9cm, 깊이 3cm의 상흔이 있었다. 과학수사대는 여성이 사망한 뒤 남성들이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방 안에서 발견된 칼 2자루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 의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칼들은 호텔 내에 원래 비치돼있었으며, 범행 현장에선 침대 옆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육안상 혈흔이 남아있진 않았다.경찰은 숨진 여성들의 휴대전화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10일 오전 투신한 남성 2명이 범행 직후 호텔방을 오가면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밖으로 가지고 나간 뒤 버리고 돌아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숨진 여성 중 고양시에 거주하는 여성 1명은 남성 1명과 2, 3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8일 텔레그램에 아르바이트 구인 글을 올렸고, 다른 여성 한 명이 연락해 만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남성들은 친구 사이로 전과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복수의 지인들에 따르면 이중 한 남성은 짧게는 3개월 가량 시공업체에서 일하는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으며,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남성들이 피해자들을 목 졸라 살해한 뒤 객실 밖으로 투신한 것으로 보고 범행 동기 등을 파악하고 있다.의정부=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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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성인 강제수색 어려운 경찰… “호텔 나갔다” 거짓말에 발길 돌려

    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서 20대 여성 2명이 목 졸려 숨지고 남성 2명이 투신해 사망한 가운데, 경찰이 투신 사건 약 30분 전 해당 객실을 찾았지만 “(여자가) 나갔다”는 남자의 말을 듣고 안에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사건 전날 실종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섰지만 폐쇄회로(CC)TV 영상이 확보되지 않아 약 13시간 동안 추적이 중단된 사실도 확인됐다. 적극적인 실종자 수색을 위한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CCTV 못 구해 13시간 추적 중단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9일 오후 4시 40분경 20대 여성 A 씨의 가족이 고양경찰서에 찾아갔다. A 씨가 8일 오후 5시경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선 후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사팀은 9일 오후 6시경 A 씨의 아파트를 방문해 CCTV 기록을 요청했지만 관리사무소 담당 직원이 퇴근해서 확보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성인 실종은 범죄 혐의가 뚜렷하지 않으면 ‘가출’로 분류돼 관리사무소 등 민간의 협조를 강제할 수 없다. 수사팀은 10일 오전 7시에 관리사무소를 다시 찾아 CCTV를 확인했고, A 씨가 탑승한 택시를 추적해 그가 8일 파주시의 한 호텔로 향한 사실을 파악했다. 추적이 약 13시간 지연된 것. A 씨 등 여성 2명은 10일 해당 호텔 객실 안에서 손목과 목이 케이블타이로 묶인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수사팀이 CCTV를 처음 요청했던 시간에 여성들이 살아 있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 투신 30분 전 객실 찾았지만 돌아나와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1차 부검 결과 A 씨 등 여성 2명의 사망 원인은 목 졸림으로 추정된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A 씨 등이 살해당했다고 보고, 함께 투숙했다가 투신해 숨진 B 씨 등 남성 2명이 그 과정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남성들이 투신하기 전 경찰이 그들을 연행해 진상을 조사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수사팀은 실종된 A 씨를 추적한 끝에 10일 오전 10시경 이들이 묵고 있던 호텔의 21층 객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B 씨가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내민 채 “(A 씨가) 고양시의 한 상점가에 나갔다”고 답하자 방 안을 확인하지 않고 1층 프런트로 내려왔다. A 씨가 실제로 호텔 밖으로 나갔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10시 35분경 B 씨 등 남성 2명은 객실 밖으로 투신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실제로 고양시의 상점가에서 끊긴 상태였기 때문에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객실 등에 강제로 진입하려면 범죄 행위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등 ‘긴급 상황’이어야 하는데, 당시로선 이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실종자 수색 법안, 폐기될 처지 이에 따라 당시 수사팀이 ‘긴급 상황’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했거나 강력한 실종자 수색 매뉴얼이 있었다면 사건 결과가 달랐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자를 수색할 때 강제 진입이나 CCTV 협조 요구를 명확히 규정한 ‘실종성인의 소재 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2022년 2월 국회에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폐원하면 이 법안도 자동 폐기된다. 경찰이 남성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한 결과 숨진 남성 중 1명과 여성 중 1명은 지난해부터 알던 사이였다. 다른 여성과의 관계는 파악되지 않았다. 남성 중 1명이 8일 오후 3시경 보안 메신저에 구인 공고를 올렸는데, 해당 여성이 이를 보고 찾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해당 공고는 단순 아르바이트로, 성범죄와 연관성은 없었다고 한다. 객실 안에서도 성범죄나 마약류 투약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B 씨 등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할 방침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파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파주=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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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호텔서 20대 남녀 4명 숨진채 발견, 여성 2명 손 묶여… 남성은 추락사 추정

    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 머무르던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객실 안에서 발견된 여성 2명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10일 파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5분경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 정문 앞 큰길 쪽 인도에 남성 2명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투숙하던 최상층(21층) 객실 테라스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남성들이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건 직후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등산복을 입은 거구의 남성 2명이 푸른 천으로 덮여 있었고 주위로 피가 흥건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투숙하던 객실 안에서는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들은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상태였다. 경찰은 숨진 남성들이 여성 2명의 사망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객실 안에선 빈 소주병 4개가 발견됐다. 다만 주사기 등 마약류를 사용한 흔적이나 성관계의 물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음주나 마약류 사용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시신을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1차 부검 결과는 7일 내로 경찰에 전달되며, 정밀 결과는 약 한 달 뒤에 나온다. 숨진 4명은 8일부터 이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2명이 먼저 입실하고 여성 2명은 약 1시간 간격으로 따라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 2명은 지인 관계였지만, 숨진 여성들과 무슨 관계였는지는 파악 중이다. 남성 중 1명은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여성 중 1명은 갓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예약한 객실은 평일은 10만 원대, 주말에는 25만 원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으로, 바비큐 장비 등이 갖춰진 테라스에는 약 1.5m 높이의 유리 난간이 설치돼 있다. 이들은 21층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호텔 폐쇄회로(CC)TV와 고인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하는 등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투약이나 동반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파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파주=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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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 호텔서 남녀 4명 사망…여성 2명은 객실서 손 묶인 채 발견

    경기 파주시의 한 호텔에 머무르던 20대 남녀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객실 안에서 발견된 여성 2명이 살해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10일 파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5분경 파주시 야당동의 한 호텔 정문 앞 큰길 쪽 인도에 남성 2명이 쓰러져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은 투숙하던 최상층(21층) 객실 테라스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남성들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건 직후 현장을 목격한 한 시민은 “등산복을 입은 거구의 남성 2명이 푸른 천으로 덮여있었고 주위로 피가 흥건했다”고 전했다.이들이 투숙하던 객실 안에서는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여성들은 케이블타이로 손목이 묶인 상태였다. 경찰은 숨진 남성들이 여성 2명의 사망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객실 안에선 빈 소주병 4개가 발견됐다. 다만 주사기 등 마약류를 사용한 흔적이나 성관계의 물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음주나 마약류 사용 여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시신을 모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을 의뢰했다. 1차 부검 결과는 7일 내로 경찰에 전달되며, 정밀 결과는 약 한 달 뒤에 나온다. 숨진 4명은 8일부터 이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2명이 먼저 입실하고 여성 2명은 약 1시간 간격으로 따라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 2명은 지인 관계였지만, 숨진 여성들과 무슨 관계였는지는 파악 중이다. 남성 중 1명은 특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왔고, 여성 중 1명은 갓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예약한 객실은 평일은 10만 원대, 주말에는 25만 원대로 이용할 수 있는 방으로, 바비큐 장비 등이 갖춰진 테라스에는 약 1.5m 높이의 유리 난간이 설치돼있다. 이들은 21층 투숙객만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호텔 폐쇄회로(CC)TV와 고인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포렌식하는 등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류 투약이나 동반 자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파주=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파주=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 20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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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양심고백’ 짜깁기 영상 만든 50대 입건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조작한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유포한 사람은 현재 조국혁신당 부산지부에서 활동하는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으로 꾸며 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만들어 지난해 11월경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50대 남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해당 남성에게 당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을 위해 일하고 있지만 어느 정당에 소속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간담회 이후 한 언론이 ‘해당 남성은 조국혁신당 소속’이라고 보도하자 조국혁신당은 8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해당 남성이) 영상을 만든 것은 지난해 11월로,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기 전”이라며 “(영상 제작은 정당 활동과 무관한데) 경찰이 총선에 임박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46초 분량인 영상은 2022년 2월경 대선 후보였던 윤 대통령의 TV 후보 방송 연설을 짜깁기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다”고 말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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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포대 뒷산 하얀 나목… 벌거벗긴 ‘산불의 아픔’

    지난해 4월 11일 화마(火魔)가 휩쓸고 간 강원 강릉시 경포대 뒷산. 이달 2일 기자가 찾은 이곳엔 불에 타 잘려 나간 나무가 드문드문 있고 그을린 수풀이 새싹을 틔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 한복판에 새하얀 나목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이 소나무도 화재 당시 고사해 푸른 잎과 튼튼한 껍질은 잃고 말았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번개처럼 구불구불한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인근 주민은 “멀리서 보면 조형물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지난해 산불이 떠올라 경각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소나무의 주인은 평소 자신이 아끼던 나무가 화재로 고사하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썩지 않도록 껍질을 모두 벗기고 화학약품으로 보존 처리했다. 가지가 꺾이거나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도 설치했다. 한 주민은 “(해당 나무 주인이)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가끔 찾아왔는데, 산불 이후론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뿌리를 내린 나무의 형태 그대로 보존 처리한 드문 사례”라고 했다. 황원중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벤 나무는 방부 처리를 하면 야외에서도 최소 10년 이상은 보존된다. 다만 (경포대 뒷산) 소나무는 보존 기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명의 사상자를 내고 인근 건물 260여 채와 379ha(산림 179ha)를 잿더미로 만든 강릉시 화재가 발생한 지 곧 1년이 된다. 봄은 숲엔 ‘잔인한 계절’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4∼2023년 전국 산불 5668건 중 3192건(56.3%)이 3∼5월 봄철에 일어났다. 건조한 날씨 탓도 있지만, 대다수는 인재(人災)였다. 입산자·담뱃불·성묘객 등 실화가 43%로 가장 많았고, 농산부산물·쓰레기 소각 등이 25%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도 전국에서 73건의 산불이 났다. 지난달 31일 강원 평창군에서 생활 쓰레기를 태우다 번진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했고, 같은 달 22일 충남 보령시에서도 축사 쓰레기 소각에서 비롯된 산불을 끄느라 진화 헬기 4대를 투입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매년 4월은 양간지풍 등 국지성 강풍으로 산불이 대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산불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지난달부터 아차산에 드론을 띄워 제트엔진 소음과 맞먹는 최고 130dB(데시벨)의 안내음으로 등산객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경북도는 안동시 맑은누리파크타워에서 산불 모습을 담은 사진 50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절차를 지키지 않고 논·밭이나 쓰레기 등을 태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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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컵뚜껑-각휴지-화분 교묘한 ‘변형 몰카’… 해외직구 느는데 단속법은 10년째 맴맴

    《컵뚜껑에도… 활개 치는 몰카화분이나 각휴지, 커피컵 뚜껑까지. 일상 속 물건 속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변형 카메라를 해외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4·10총선 사전투표소에 변형 카메라가 설치되는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몰카(불법 카메라) 사러 누가 여기로 와요. 인터넷에서 직구(직접 구매)하지.” 1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을 파는 유모 씨(67)의 말대로 매장엔 다른 물건으로 위장한 변형 카메라가 없었다. 다른 점포 사장 윤모 씨(58)도 “정부가 계도를 많이 해서 여기선 (변형 카메라를) 잘 안 판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취재팀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니 변형 카메라가 수십 종 나타났다. 유튜버 한모 씨(49·구속)가 4·10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소 등 41곳에 설치한 것처럼 충전기 어댑터로 꾸민 카메라도 2만∼4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정부가 국내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계도에 집중하는 사이, 해외 사이트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변형 카메라를 직구할 수 있게 된 것.● ‘3일 안에 무료 배송’… 해외 사이트서 ‘몰카’ 직구 변형 카메라를 파는 해외 사이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국의 한 사이트는 화분, 각휴지, 램프 등으로 위장한 변형 카메라를 50종 넘게 홍보하고 있었다. 커피컵 뚜껑에 변형 카메라를 설치한 제품의 가격은 276유로(약 40만 원) 상당이었다. 이 쇼핑몰은 “한국은 3일 만에 배송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불법 카메라 탐지업자들은 변형 카메라를 구하는 경로가 해외 직구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탐지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 씨(55)는 “과거에는 국립전파연구원 인증을 받은, 펜이나 손목시계 등으로 위장한 카메라가 많았는데 최근엔 해외에서 들어오는 미인증 변형 카메라가 90% 이상”이라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 씨가 사용한) 충전기 어댑터형 카메라는 오히려 찾기 쉬운 편”이라며 “사무용품이 많은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찾으려면 정말 모든 물건을 의심해야 해서 어렵다”고 했다. 변형 카메라 수입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초소형 특수카메라’ 품목 분류를 신설한 2022년엔 약 7465kg에 해당하는 변형 카메라가 수입됐다. 금액으론 242만2000달러(약 32억 원) 규모다. 지난해에는 약 299만 달러(약 40억 원) 상당의 변형 카메라 1만2818kg이 국내에 수입됐다. 올해 1분기(1∼3월) 수입량은 4832kg으로,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보다 수입량이 많아지게 된다. 카메라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이를 악용한 범죄도 성범죄에 그치지 않고 있다. 1일 대전지법은 2022년 7월경 대전 중구의 한 기원에서 내기 바둑을 두며 단춧구멍 형태의 변형 카메라를 통해 훈수를 받는 방식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일당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엔 아파트 복도 천장에 화재감지기 형태의 변형 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금품을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변형 카메라 관리법, 또 국회서 폐기 우려 변형 카메라의 제조와 수입, 구매 등 이력을 관리하고 미등록 변형 카메라를 취급하면 처벌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2015년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총 4건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메라 관련 기술이 자동차,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산업계의 우려 때문이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카메라 관련 기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변형 카메라가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매매 이력의 관리를 강화하는 등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변형 카메라를 판매한 업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결정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50대 남성이 수건걸이 등으로 위장한 카메라로 미성년자를 불법 촬영하자 피해자 측이 해당 카메라를 판매한 사이트 아마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아마존 측은 “판매자가 사용 목적은 미처 예상할 수 없다”며 소송 각하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잠재적 위험성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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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지 곽, 커피컵으로 위장한 카메라…높은 접근성에도 단속법안 아직

    “몰카(불법 카메라) 사러 누가 여기로 와요. 알리(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에서 직구(직접 구매)하지.”1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내 한 전자제품 판매장. 1980년대부터 이곳에서 장사했다는 유모 씨(67)가 이렇게 말했다. 상가 내부엔 ‘몰래카메라’ 등이 적힌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진열해둔 매장은 찾기 어려웠다. 다른 점포 사장 윤모 씨(58)도 “정부가 계도를 많이 해서 여기선 (변형 카메라를) 잘 안 판다”라며 “인터넷에서 사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이날 취재팀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에서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니 변형 카메라가 수십 종 팔리고 있었다. 유튜버 한모 씨(49·구속)가 4·10 총선을 앞두고 사전투표소 등 41곳에 설치한 것처럼 충전기 어댑터로 꾸민 카메라도 2만~4만 원이면 살 수 있었다. 정부가 국내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계도에 집중하는 사이, 해외 사이트에서는 클릭 몇 번이면 변형 카메라를 직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3일 안에 무료배송’… 해외 사이트서 ‘몰카’ 직구변형 카메라를 파는 해외 사이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국 한 사이트는 향수와 디스펜서, 화분, 휴지곽 등으로 위장한 변형 카메라를 50종 넘게 홍보하고 있었다. 커피컵 뚜껑에 변형 카메라를 설치해 16GB(기가바이트)의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는 한 제품은 276유로(한화 약 40만 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이 쇼핑몰은 “한국은 3일 만에 배송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불법 카메라 탐지업자들은 변형 카메라를 구하는 경로가 해외 직구 사이트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탐지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 씨(55)는 “과거엔 정부 인증을 받은, 펜이나 손목시계 등으로 위장한 카메라가 많았는데 최근엔 해외에서 들어오는 미인증 변형 카메라가 90% 이상”이라고 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한 씨가 사용한) 충전기 어댑터형 카메라는 오히려 찾기 쉬운 편”이라며 “사무용품이 많은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찾으려면 정말 모든 물건을 의심해야 해서 어렵다”고 했다.변형 카메라 수입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초소형 카메라’ 품목 분류를 신설한 2022년엔 약 7465kg에 해당하는 변형 카메라가 수입됐다. 금액으론 242만2000달러(약 32억 원) 규모다. 지난해에는 약 299만 달러(약 40억 원) 상당의 변형 카메라 1만2818kg이 국내에 수입됐다. 올해 1분기(1~3월) 수입량은 4832kg으로, 이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보다 수입량이 많아지게 된다.● 변형 카메라 관리법, 또 국회서 폐기 우려변형 카메라의 제조와 수입, 구매 등 이력을 관리하고 미등록 변형 카메라를 취급하면 처벌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2015년 19대 국회 때 처음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와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총 4건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카메라 관련 기술이 자동차, 의료,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산업계 우려 때문이었다. 변형 카메라는 범죄에 악용될 위험이 큰 만큼 매매 이력 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선 변형 카메라를 판매한 업체의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법원 결정도 나오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50대 남성이 수건걸이 등으로 위장한 카메라로 미성년자를 불법촬영하자 피해자 측이 해당 카메라를 판매한 사이트 아마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아마존 측은 “판매자가 사용목적은 미처 예상할 수 없다”며 소송 각하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잠재적 위험성을 미리 알았을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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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종 동작 부구청장, 지하철 철로서 숨진채 발견

    자해 후 병원 치료를 받다가 실종됐던 서울 동작구 부구청장이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 구로경찰서와 소방당국은 31일 오전 7시 39분경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 차량기지 인근 철로에서 숨진 동작구 부구청장 A 씨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28일 병가를 내고 한 차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구조됐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하지만 입원 중이던 31일 새벽 병원을 몰래 빠져나갔다. A 씨의 보호자는 그가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A 씨 수색에 나섰지만, 그는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유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동료 직원 등을 상대로 업무와의 관련성 등도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행정고시 35회 출신으로 서울시 재정분석담당관과 문화전략기획반장 등 다양한 직책을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서울의 다른 자치구 부구청장 직무를 6년가량 수행했고, 이후 약 1년 7개월간 현 직무를 수행해 현재 서울 시내에서 부구청장을 지내는 인물 중 가장 오래 근무한 것으로 꼽혀 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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