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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해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여 60억 원에 가까운 비트코인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피해자가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지갑의 일종의 암호인 ‘니모닉 코드’를 몰래 빼내 범행을 저질렀다.2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1월 23일 피해자의 가상자산 지갑 복구암호문을 몰래 빼낸 후 비트코인을 가로챈 일당 4명을 정보통신망법위반 등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에게 접근해 “가상자산 지갑의 복구암호문을 알려주면 더 안전한 지갑으로 옮겨주겠다”고 속였다. 복구암호문은 ‘니모닉(Mnemonic) 코드’[라고 불리는 것으로, 가상자산 지갑을 만들면 자동 생성되는 12개에서 24개의 영어 단어 조합으로 구성된다. 이 코드만 알고 있으면 비트코인 등 지갑 안의 자산을 다른 기기에서 복원할 수 있다. 일당은 피해자가 불러주는 암호문을 녹음한 뒤 약 1년 뒤 암호문을 이용해 피해자의 지갑에서 자신들의 지갑으로 비트코인 45개(당시 24억 원 상당, 현재 59억 원 상당)을 불법 복구했다. 일당은 태국 암시장에서 해당 비트코인 중 20개를 바트화(THB)로 환전했다.경찰은 블록체인 분석기법을 이용해 약 10개월간 범인들의 가상자산 세탁 과정을 추적해 피의자를 특정했다. 일당 4명 중 2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나머지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이 가로챈 비트코인 45개 중 24개는 피해자에게 반환됐다. 경찰은 “나머지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철저히 추적해 전량 몰수 및 추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가상자산 지갑은 복구암호문이 유출되면 누구든 다른 기기에서 비트코인을 복원할 수 있다”며 “암호는 종이 혹은 철제판에 기록해 오프라인에 보관하고 절대 누구에게도 알려주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권오섭 엘앤피코스메틱 회장(사진)이 모교인 고려대 개교 120주년을 맞아 30억 원을 기부했다. 24일 고려대는 전날 권 회장이 고려대에 30억 원을 쾌척했으며 누적 기부 금액은 약 251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부금은 세종캠퍼스 학생회관 건립기금, 고려대 의료원 발전기금, 교우들을 위한 발전기금으로 각각 10억 원씩 쓰인다. 권 회장은 고려대 지질학과 78학번으로 2009년 엘앤피코스메틱을 창립하고 2012년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권 회장은 2016년 11월에도 120억 원의 건립기금을 쾌척해 ‘메디힐 지구환경관’을 세웠다. 2023년 8월에는 의학발전기금으로 50억 원을 기탁해 안암병원 신관 대강당이 ‘메디힐 홀’로 명명됐다. 권 회장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늘 마음을 써왔다”며 앞으로도 모교의 인재 양성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흉기로 60대 여성을 살해하고, 40대 마트 여성 직원을 다치게 한 30대 남성의 구속 여부가 24일 중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판사 최기원)은 이날 오전 10시 반 살인 혐의를 받는 이 남성에 대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심사에 출석한 남성은 검은 모자에 흰 마스크를 썼다. 그는 “사과 안 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내민 채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누구에게 죄송하냐”는 질문에는 “피해자분께요”라고 답했다. 반면, “자진 신고를 왜 하셨나”,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 등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앞서 22일 오후 6시 20분경 남성은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마트 인근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며 112에 자진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12에 “마트에서 사람 두 명을 찔렀다”, “위치 추적을 해보시면 안되겠냐”고 태연하게 말하던 남성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붙잡혔다. 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남성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영장 심사는 심사 시작 44분 만인 오전 11시 14분경 마무리되었다. 경찰은 남성의 정확한 범행 동기와 계획 여부, 정신 병력 등을 조사 중이다. 남성의 구속 여부는 심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늘 중 결정될 예정이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태연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은 전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여성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변을 당했다. 남성은 범행 직전 마트에 진열된 소주 1L가량을 마신 뒤, 진열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포장을 뜯어 피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차례 공격으로 60대 여성이 쓰러지자 주변 시민이 말리려 했으나, 남성은 다시 수차례 추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마트 내 과자 더미 사이에 놓아두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했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걸어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 돼요?”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에서 “누가요?”라고 묻자 “제가요 방금”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취지로 말한 뒤 흡연을 하다가 경찰에 제압당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는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 남성은 범행 전까지 인근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범행 당시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40대 마트 직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는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 23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묻지 마 범죄’에 불안을 호소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주민 김모 씨(44)는 “2년 전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65)도 “장 보러 자주 가는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 사람이 변을 당했다니 남 일이 아닌 듯해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 앞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당시 35세)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처음 보는 6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에 대해 경찰이 23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성은 범행 직후 태연히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자진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23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남성은 전날 미아역 인근 한 마트에서 일면식 없는 60대 여성과 40대 여성 마트 직원 등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 중 60대 여성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변을 당했다.남성은 범행 직전 마트에 진열된 소주 1L가량을 마신 뒤, 진열대에 있던 칼을 집어 들고 포장을 뜯어 피해자들에게 휘둘렀다. 한 차례 공격으로 60대 여성이 쓰러지자 주변 시민이 말리려 했으나, 남성은 다시 수차례 추가로 흉기를 휘둘렀다. 범행 직후에는 흉기를 마트 내 과자 더미 사이에 놓아두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했다.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범인이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담배를 피우며 통화하는 모습이 찍혔다.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에 걸어 “여기 위치추적 해보시면 안돼요?”, “마트에서 사람을 두 명 찔렀는데요”라고 말했다. 112에서 “누가요?”라고 묻자 “제가요 방금”이라고도 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게’라는 취지로 말한 뒤 흡연을 하다가 경찰에 제압당했다.경찰은 이 남성의 정신병력을 확인 중이다. 남성은 체포 과정에서는 “의사가 나를 해치려 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겁이 나서 다른 사람을 해쳤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마약 등 약물 검사를 의뢰할 방침이다.이 남성은 범행 전까지 인근 정형외과에서 손가락 골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범행 당시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그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은 40대 마트 직원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는 영업을 일시 중단했다.23일 사건 현장 인근에서 만난 주민들은 ‘묻지 마 범죄’에 불안을 호소했다. 매일 출퇴근길에 이곳을 지난다는 주민 김모 씨(44)는 “2년 전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주민 박모 씨(65)도 “장 보러 자주 가는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가 변을 당했다니 남 일이 아닌 듯해 가슴이 철렁했다”고 했다.앞서 2023년 7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조선(당시 35세)이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같은 해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최원종(당시 22세)이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한 뒤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북구 지하철 4호선 미아역 인근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여성이 숨졌다. 가해 남성은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22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서울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 중년 여성 2명에게 칼을 휘둘러 한 명을 살해한 남성을 체포해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 관계자는 “오후 6시 20분에 ‘환자복 입은 사람이 (여성을) 찔러서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대와 함께 출동했다”라며 “현장에 출동해 보니 피해 여성 한 명의 출혈이 심각한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칼에 찔린 60대 여성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40대 여성은 경상을 입었다. 가해 남성은 범행 직후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됐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들과 모르는 사이였다고 경찰에 밝혔다. 범행 직전 마트에 있던 칼을 집어든 후 포장지를 뜯어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마트 인근 정형외과 입원 환자였으며, 술에 취한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 2023년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도 당시 22세였던 최원종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하고 행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졌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의 한 마트에서 흉기를 휘두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22일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 20분경 서울 미아역 인근 마트에서 중년 여성 2명에게 칼을 휘두르고, 그중 한 명을 찌른 30대 남성을 체포해 살인 혐의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피해자는 60대와 40대 여성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 관계자는 “오후 6시 20분에 여성이 칼에 찔렸다는 신고를 받고 구급대와 함께 출동했다”라며 “현장에 출동해 보니 피해 여성 1명의 출혈이 심각한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칼에 찔린 60대 여성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했다. 40대 여성은 경상을 입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다.가해 남성은 범행 직후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남성은 별다른 저항없이 체포되었고 범행 당시 환자복을 입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해 남성을 상대로 피해자와의 관계를 비롯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2023년 8월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서도 당시 22세였던 최원종이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행인 5명을 들이받고,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9명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졌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초등학교 일대에서 유괴 시도가 있다고 해 무척 놀랐어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너무 많다 보니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이라도 깔아줘야 덜 불안합니다.”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현정 씨(47)는 자녀들에게 최근 모바일로 등하굣길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추적 앱을 깔아줬다. 박 씨는 “직장에 다니다 보니 낮에는 아이들을 일일이 돌볼 수 없어 불안할 때가 많다”며 “위치추적 앱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어린이 호신용품도 구매할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서울 강남권 초등학교 인근에서 납치 미수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두 사건 모두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종결 처리했지만 “아이 혼자 학교 보내기 무섭다”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많다. 실제 13세 미만 아동 유괴범죄는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 유괴 미수, 혐의 없음에도 “불안하다”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초등학교 측은 ‘유괴 의심 사례가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16일 오후 6시 20분경 학교 인근에서 남성 2명이 2학년 남학생에게 “음료수 사줄까”라며 접근했고 학생이 “괜찮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차도 가까이에서 놀고 있는 학생에게 ‘위험하다’고 제지를 한 것”이라며 “숨이 차 헐떡이길래 ‘음료수 사줄까’ 하고 물어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2명을 귀가 조치했다.16일엔 강남구 개포동에서도 하교 중이던 초등학생이 노인으로부터 위해를 당할 뻔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30분경 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남성이 “내 것”이라며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가방 끈을 잡았고, 학생이 뿌리치고 도망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한 결과 범죄 행위로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아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그럼에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두 학교는 이미 가정통신문을 통해 유괴 의심 사례가 있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항상 아이 안전이 불안한데, 통신문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혐의가 없어도 걱정된다는 분위기다. 아동 대상 범죄는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유괴 및 성폭력 범죄는 2019년 1514건에서 2023년 1704건으로 최근 4년간 13% 늘었다. 특히 유괴 범죄는 2019년 138건에서 2023년 204건으로 48%(66건) 증가했다.● 호신용품 사주는 학부모들어린 자녀들에게 각종 호신·안전용품을 사주는 학부모들도 급증하고 있다. 초등학교 2·4학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 씨(40)는 “대전의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초등학생을 살해하는 사건까지 벌어진 후 자녀들에게 직접 안심벨을 사줬다”며 “자녀의 같은 반 친구 중에서도 어린이 호신용품을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후추 스프레이나 삼단봉 등 성인들이 들고 다닐 법한 호신용품을 소지하고 있는 초등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아동 범죄를 예방하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학교뿐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일단 학교 주변 순찰 인력을 늘리는 게 순서”라면서도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유괴 상황 시 어린이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이를 돈으로 치환해 생각하는 유괴 범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등에 대해 충분히 교육해 사회 전반의 규범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서울 한복판에서 시위가 있다는 걸 알고는 ‘어떤 모습일까’ 기대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경찰에 놀랐지만, 신나는 노래들이 나와서 오히려 즐겁네요.”4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브라이언 씨(51)는 집회 현장을 연신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이렇게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지난 4개월간 도심에서의 대규모 집회는 일상이었다. 이러한 계엄-탄핵 국면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해외여행객 입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크투어리즘’(역사적 장소나 재해 현장 등을 둘러보는 여행)’의 대상이 됐다고 분석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된 ‘K-민주주의’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환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계엄, 탄핵으로 추락한 국가 이미지를 캠페인 등을 통해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동기간 대비 해외여행객 약 19% 증가7일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해외여행객 입국자 수는 113만8408명으로, 전년 동월(103만244명) 대비 10.5%(10만8164명) 늘어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구속됐던 1월에는 111만7243명의 해외여행객이 한국에 입국했다. 이는 지난해 1월(88만881명)보다 23만6362명 늘어난 수치다. 계엄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해 12월(127만863명)도 2023년 12월(103만6625명)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12월에서 2월까지의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이번 계엄 국면에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9%의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수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8, 2019년 동기간 관광객 수와 유사한 수치다. 국가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해외여행객이 늘어난 배경에는 ‘다크투어리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크투어리즘이란 재난 등 역사적 비극이 발생한 현장을 방문하는 관광으로 ‘역사 교훈 여행’이라고도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있던 4일 안국역 일대에는 집회 현장을 카메라로 찍거나 손에 피켓을 든 외국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일본인 관광객 카나미 씨(26)는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정신없다는 얘길 들었지만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행가이드 중에는 집회 현장을 관광 코스로 홍보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K-민주주의’ 관심…원화 가치 떨어진 영향도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SNS를 통해 공유되는 집회 현장을 보고 ‘한국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고 봤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K-민주주의’에 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며 “오히려 축제 같은 집회 등이 SNS로 공유되며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SNS상에는 한국의 집회 문화를 ‘축제 같다’며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이 관광객 유입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치적 혼란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정욱 모두의관광연구소 공동대표는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서울 체류 비용과 관광 상품 가격이 저렴해진 게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계엄 사태 전인 지난해 10월 말 13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전문가 “국가 이미지 제고에 힘써야” 전문가들은 비록 해외여행객 입국이 늘었더라도 계엄-탄핵으로 인해 추락한 국가 이미지 회복에 더 힘써야 한다고 입 모았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국가기관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 정서를 일으키는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우리나라 경제나 관광 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려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임재혁 기자 heok@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생아 사진과 함께 ‘낙상시키고 싶다’는 취지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아동학대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생아의 경우 아동학대를 증명하기 어렵고 학대 피해는 큰 만큼 CCTV 설치 등 예방 시스템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지난달 28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속 간호사가 신생아를 자신의 배 위에 앉힌 사진과 함께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이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어 “낙상 마렵다(시키고 싶다)” “몇 시냐. 잠 좀 자라” 등 아기를 향한 부적절한 표현을 잇달아 게시해 논란이 됐다.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며 비난이 커지자 병원 측은 5일 병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국민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모든 교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병원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점검해 재발 방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신생아의 아버지 황모 씨(37)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있었던 직후 병원 측은 개인(간호사)의 일탈로 치부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가 아동학대가 성립하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정식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병원엔 CCTV가 없어 아동학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전신 마취를 동반한 수술실에는 CCTV 설치가 의무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은 해당되지 않는다.피해 아동의 가족은 병원의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중환자실에 CCTV를 달아서 향후 이런 사건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번 사과문에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CCTV가 없으니 SNS에 올라온 것보다 더한 짓도 했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아동의 가족은 해당 간호사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간호사가 5명 이상의 신생아를 추가로 학대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신생아 중환자실에서의 아동학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0월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는 간호사가 생후 닷새 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지난해 2월에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등이 생후 19일 된 아기의 귀를 비트는 등 학대 행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병원 관계자 12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생아실 안에서 사고나 범죄가 발생했어도 의료진이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이고 수사기관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신생아 사진과 함께 ‘낙상시키고 싶다’는 취지 등의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생아 중환자실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아동학대 범죄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생아의 경우 아동학대를 증명하기 어렵고 학대 피해는 큰 만큼 CCTV 설치 등 예방 시스템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지난달 28일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속 간호사가 신생아를 자신의 배 위에 앉힌 사진과 함께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이라는 글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어 “낙상 마렵다(시키고 싶다)”, “몇 시냐. 잠 좀 자라” 등 아기를 향한 부적절한 표현을 잇달아 게시해 논란이 됐다. 영상이 일파만파 퍼지며 비난이 커지자 병원 측은 5일 병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국민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모든 교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병원 시스템과 조직문화를 점검해 재발 방지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피해 신생아의 아버지 황모 씨(37)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이 있었던 직후 병원 측은 개인(간호사)의 일탈로 치부하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가 아동학대가 성립하기 위해선 공공기관의 정식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병원엔 CCTV가 없어 아동학대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밝혔다. 현행 의료법상 전신 마취를 동반한 수술실에는 CCTV 설치가 의무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은 해당되지 않는다.피해 아동의 가족은 병원의 재발 방지 대책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병원 중환자실에 CCTV를 달아서 향후 이런 사건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번 사과문에도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CCTV가 없으니 SNS에 올라온 것보다 더한 짓도 했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 줄 수 있겠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아동의 가족은 해당 간호사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간호사가 5명 이상의 신생아를 추가로 학대한 정황을 포착했으며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신생아 중환자실에서의 아동학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10월 부산 동래구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서는 간호사가 생후 닷새 된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 지난해 2월에도 부산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등이 생후 19일 된 아기의 귀를 비트는 등 등 학대 행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 병원 관계자 12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전문가들은 신생아의 경우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학대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예방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생아실 안에서 사고나 범죄가 발생했어도 의료진이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이고 수사기관도 입증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 간호사에 대한 인성 검사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튿날인 5일, 서울 도심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환영하는 집회와 반발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탄핵 찬성 측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외쳤고,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대통령 탄핵은 사기’라고 항의했다. 이날 탄핵 찬성 측은 서울 도심에서 헌재의 탄핵 인용 소식을 자축하는 집회를 벌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비상행동)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일대에서 ‘승리의 날 범시민 대행진’을 개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집회 참여자 1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참가자들은 응원봉을 들고 춤을 추며 기쁨을 표출했다. 탬버린을 가져온 참가자도 있었다. 무대에 오른 한 연사는 “어제 ‘파면’이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터뜨렸다”며 “이 기쁜 날 여러분과 함께함에 감사하다”며 울먹거렸다. 같은 시간 촛불행동 또한 ‘내란세력 완전 청산’ ‘민주정부 건설하자’는 구호를 외치며 숭례문 로터리 인근에서 5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 규모의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러분이 애국자다. 여러분이 안 계셨다면 이뤄낼 수 없는 승리였다”고 말하자 참가자 일동은 환호했다. 집회 주최 측은 ‘파면 축하 떡볶이’를 준비해 집회 참여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광화문 광장에 집결했다. 이날 오전 11시경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 ‘사기 탄핵’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결집했다. 이들은 우비를 입고 ‘국민 저항권 발동’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헌재의 결정을 비판했다. 앞서 전 목사 측은 4일 헌재 선고 직후 “부당한 판결에 맞서 시민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 재판관들을 비난했다. 집회 무대에 오른 한 연사가 헌재 재판관들에 대해 “법관 이전에 인간이 먼저 돼야 했다”며 “죽을 때까지 저주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자 집회 참여자들이 함성을 질렀다. 전광판에는 “이재명, 한동훈과 헌재 8적은 대대손손 천멸자손”이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이날 오후 3시 20분경 무대에 등장한 전 목사는 “헌재의 결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헌재의 권위보다 국민저항권의 권위가 더 높다. 앞으로 헌재는 국민저항권으로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집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해 사죄 인사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4시 기준 1만 8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서울 광화문 외 지역에서는 비교적 침울한 분위기가 지속됐다. 이날 오전 11시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는 한산했다. 12.3 계엄 사태 이후 꾸준히 관저 앞을 지켜온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종적을 감췄고, 집회 또한 열리지 않았다. 전날 집회에 사용된 전광판 트럭만이 전원이 꺼진 채 길 변에 주차되어 있을 뿐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이어 온 세이브코리아 측 또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5일 여의도에서 예정된 집회를 취소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튿날인 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은 평화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매일 집회가 벌어졌던 안국역 일대는 시위대 없이 한산했고, 헌재 정문 앞에 빼곡히 놓여있던 수백 개의 화환 또한 자취를 감췄다. 5일 오후 2시경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헌재 건물을 둘러싼 경찰 버스 차벽은 그대로 있었지만, 도보 통행은 제한 없이 가능했다. 헌재 건너편 인도와 교동초등학교 인근에서 ‘탄핵 기각’을 외치던 시위대는 보이지 않았다. 매일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던 수운회관 앞 2개 차로 또한 늘 자리 잡고 있었던 트럭과 가설무대도 철거돼 교통 상황이 원활했다. 헌재 정문 앞에 줄지어 놓여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또한 모두 수거됐다. 종로구청 측은 이날 오전 5시경부터 화환에 대한 수거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헌재 주변 상인들은 ‘드디어 일상을 되찾았다’며 미소 지었다. 헌재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김모 씨는 “한동안 소란이 지속되며 작년 동기에 비해 매출이 40%가량 줄었다”며 “이제는 원상복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수운회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48)는 “매일 집회가 벌어지며 단골 손님이 끊기기도 했다”며 “차분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도란도란 대화하던 카페 본래의 분위기가 서서히 회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국역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 또한 한층 여유로운 표정을 보였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과, 주말을 맞아 경복궁 일대로 구경을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헌재 인근에서 만난 손주훈 씨(21)는 “한동안 이 일대를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주변 소품 가게들을 맘 놓고 구경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2시경 헌재 공보관실을 통해 “탄핵 심판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되도록 충실한 보도를 해주신 언론인들, 헌재의 안전을 보장해 주신 경찰 기동대 대원들께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전했다. 경찰은 탄핵 심판 초기부터 재판관들에 대한 신변 경호를 지원하고, 선고 당일 헌재 인근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등 안전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안덕원 씨(62)는 “4월 초에 예약돼 있던 경복궁과 안국역 일대 관광이 100%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관광객들이 서둘러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안 씨는 “주로 남미, 라틴계 관광객이 ‘격해지는 시위대 모습이 무섭다’고 예약을 취소했다”며 “지금까지 본 손해액만 약 1000만∼2000만 원가량”이라고 했다. 탄핵 찬반 시위가 격화되자 서울 종로구 헌재 일대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은 ‘시위 포비아(시위 공포증)’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폭력 사태와 집회 소음을 피해 지인 집이나 호텔로 쫓기듯 거처를 옮겼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헌재 주변 지역의 단체 가이드 예약을 취소하는 등 발길을 끊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유진 씨(48)는 “탄핵 선고일이 발표된 날 이후로 안국역 일대 투어 예약이 평소보다 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안국역 인근에서 시위대가 관광객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시비를 거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1일에도 안국역 3번 출구 앞에서 대통령 지지자가 주변을 지나던 중국인 관광객 10여 명에게 “No China, Stop the steal”이라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여행 가이드가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며 말렸다. 종로구를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종로구의 외국인 방문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84만2846명에서 올해 2월 기준 51만8983명으로 32만3863명 감소했다. 헌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시위가 폭력으로 번질 것을 가장 우려한다. 종로구 익선동에서 자취하는 이모 씨(23)는 “선고 전날과 당일은 신촌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낼 예정”이라며 “혹시 모를 유혈사태에 괜히 엮이지 않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역 인근에 사는 정모 씨(25)는 “거의 매일 정치 성향을 묻거나 욕설을 퍼붓는 시위대를 마주쳐 무서웠다”며 “부모님과 다른 지역에 있는 호텔 장기 투숙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거처를 옮기지 못하는 주민들은 시위대를 피해 멀리 돌아서 가기도 했다. 종로구 내자동에서 5년째 거주 중인 이모 씨(35)는 “직장이 광화문이라 선뜻 다른 곳으로 대피해 있기 어렵다”며 “(난동 등이) 걱정되지만, 최대한 시위대를 마주치지 않는 쪽으로 30∼40분 돌아서 출퇴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안덕원 씨(62)는 “4월 초에 예약돼 있던 경복궁과 안국역 일대 관광이 100%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겠다고 발표하자 관광객들이 서둘러 일정을 취소한 것이다. 안 씨는 “주로 남미, 라틴계 관광객이 ‘격해지는 시위대 모습이 무섭다’고 예약을 취소했다”며 “지금까지 본 손해액만 약 1000만∼2000만 원가량”이라고 했다.탄핵 찬반 시위가 격화되자 서울 종로구 헌재 일대 주민과 외국인 관광객은 ‘시위 포비아(시위 공포증)’를 호소했다. 주민들은 혹시 모를 폭력 사태와 집회 소음을 피해 지인 집이나 호텔로 쫓기듯 거처를 옮겼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헌재 주변 지역의 단체 가이드 예약을 취소하는 등 발길을 끊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정유진 씨(48)는 “탄핵 선고일이 발표된 날 이후로 안국역 일대 투어 예약이 평소보다 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최근 안국역 인근에서 시위대가 관광객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시비를 거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1일에도 안국역 3번 출구 앞에서 대통령 지지자가 주변을 지나던 중국인 관광객 10여 명에게 “No China, Stop the steal”이라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여행 가이드가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며 말렸다. 종로구를 찾는 관광객도 줄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종로구의 외국인 방문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84만2846명에서 올해 2월 기준 51만8983명으로 32만3863명 감소했다.헌재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시위가 폭력으로 번질 것을 가장 우려한다. 종로구 익선동에서 자취하는 이모 씨(23)는 “선고 전날과 당일은 신촌에 사는 친구 집에서 지낼 예정”이라며 “혹시 모를 유혈사태에 괜히 엮이지 않기 위해 나름의 대책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안국역 인근에 사는 정모 씨(25)는 “거의 매일 정치 성향을 묻거나 욕설을 퍼붓는 시위대를 마주쳐 무서웠다”며 “부모님과 다른 지역에 있는 호텔 장기 투숙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거처를 옮기지 못하는 주민들은 시위대를 피해 멀리 돌아서 가기도 했다. 종로구 내자동에서 5년째 거주 중인 이모 씨(35)는 “직장이 광화문이라 선뜻 다른 곳으로 대피해 있기 어렵다”며 “(난동 등이) 걱정되지만, 최대한 시위대를 마주치지 않는 쪽으로 30∼40분 돌아서 출퇴근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났지만, 지나가던 택배기사가 타는 냄새를 맡고 발 빠르게 주민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막았다. 서대문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낮 12시 29분경 홍제동 한 다세대주택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불이 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불을 처음 목격한 사람은 40대 택배기사 최기원 씨였다. 최 씨는 옆 건물에 배달을 왔다가 스티로폼이 타는 듯한 냄새를 맡고, 건물 안을 살피다가 보일러실 문틈으로 불꽃과 연기를 확인했다. 그는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려 주민 4명을 직접 대피시키고 주택에 있던 소화기로 초기 진화도 도왔다. 출동한 소방 당국은 화재를 완전히 진압한 뒤 가스를 차단했다. 최 씨의 빠른 대처 덕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 바쁜 업무 중 화재 진압에 나선 이유를 묻자 최 씨는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이 동네에는 어르신이 많은 걸 알기에 빨리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광주과학기술원(GIST) 졸업생인 강지승 박사(28·1997년생·사진)가 고려대 역사상 최연소 교수로 임용됐다. GIST는 의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강 박사가 올해 3월 1일 고려대 보건환경융합과학부 조교수로 임용됐다고 31일 밝혔다. 강 박사는 GIST 화학과를 2019년 2월 졸업한 뒤 GIST 의생명공학과 석박사학위 통합과정에 진학해 김태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4년 6개월 만인 2023년 8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대 의대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의료 빅데이터 및 뇌신경과학 연구를 수행했다. 강 박사는 의료 빅데이터 연구 및 뇌신경과학 연구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와 의료 빅데이터를 융합한 ‘중개 뇌과학’ 연구를 해왔고, 최근 3년간 영국의학회지(BMJ)와 네이처의 자매지 등 세계적으로 귄위 있는 학술지에 논문을 70편 이상 발표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연기를 많이 마시는 바람에 목이 아프고 기침이 계속 나요. 산불이 꺼져도 한동안 고통이 계속될 것 같아요.” 28일 경북 영양군 군민회관의 산불 이재민 대피소. KF94(보건용) 마스크를 쓴 김무한 씨(69)는 가슴을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했다. 석보면 요원리에 사는 김 씨 부부는 이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자욱한 연기와 탄내 탓에 대피소로 돌아왔다. 주불이 진화됐단 소식을 들은 후 김 씨 부부는 “이젠 병원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21일부터 이어진 역대급 산불로 경북 전역에 퍼진 ‘산불발(發) 연기’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이 급증했다. 8일 만에 주불이 꺼졌지만, 연기와 미세먼지가 여전하고 장시간 연기를 맡은 주민들이 상당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 지원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에 담긴 초미세먼지, WHO 기준 32배 산불 연기를 연일 맡은 이재민들은 “가슴 통증과 두통 등이 수일째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2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 대피소에서 만난 이기원 씨(66)는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후유증이 있다”며 “밖으로만 나가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목도 매캐해지고 머리가 아주 아프다”고 말했다. 영덕군 지품면 주민 권모 씨(80)도 “목이 계속 칼칼하고 목에 가시 같은 게 걸린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연신 기침을 했다. 실제 경북 지역 일대는 산불 연기로 가득 차 연일 미세먼지 농도가 급증했다. 연기 속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초미세먼지(PM 2.5)도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산불 제대로 알기’ 등의 자료에 따르면 연기에 담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인 연평균 ㎥당 5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1일 평균 ㎥당 15μg의 32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불 연기에는 발암성 물질로 천식을 유발하는 벤젠과 포름알데히드 등도 들어 있다. 산림 당국 관계자는 “산불 연기 속 유해물질에 노출돼 질식하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므로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 27일 밤부터 단비가 내렸지만 공기 질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다. 28일 오후 한때 영덕, 영양,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0∼53μg으로 나타나는 등 연일 ‘나쁨’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산림 당국이 경북 산불의 주불 진화를 선언했던 오후 5시경에도 청송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45μg으로 ‘나쁨’ 상태였다. 이날 안동과 청송 지역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당 500μg을 웃돌기도 했다.● 먼 마을까지 확산된 연기… “마스크 꼭 써야” 산불 연기는 산불이 발생한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산불이 나지 않은 마을이나 먼 도시까지 확산된다.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거주하는 김은희 씨(54)는 “화재 피해가 심한 석보면과는 20km나 떨어져 있는데도 우리 동네 전체가 연기로 뿌옇게 덮여 있는 상태”라며 “집 안에만 있어도 탄내가 너무 심하게 나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산불로 인한 극초미세먼지(PM 1.0)는 주거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3월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 발생 후 강릉 시내의 대기오염 물질 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극초미세먼지 농도는 ㎥당 35.7μg으로 산불 발생 직전보다 50% 높았으며 ㎥당 최대 234.5μg까지 측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불이 꺼졌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만큼 KF94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큰불이 잡혔더라도 외출 시 KF94 방역 마스크를 써야 안전하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이재민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적극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전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연기를 들이마셨을 경우 물을 자주 섭취하고 검은 가래를 뱉어내는 등 먼지가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영양=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영덕=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2030 여성들 “나도 공주 사진 찍을래”다 큰 성인들이 공주 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는다. 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선 이 같은 ‘공주 사진관’이 유행이다. 왜 이들은 공주 드레스를 입기 시작했을까. 어린 시절 본 공주 만화에 대한 향수일까. 그 이유를 알아봤다.최근 2030 여성들 사이에서 공주나 요정 콘셉트로 화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주가 나오는 만화 영화는 이미 졸업했을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사진을 촬영하는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한 포즈를 취하는 동안 취업난 같은 삶의 무게와 잠시나마 단절된다. “오늘만큼은 공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에요.” 전문가들은 ‘지금 이 순간’의 특별함을 중시하는 2030의 성향, 어린 시절 만화 영화에서 본 공주에 대한 로망, 현실이 힘들수록 더 강렬하게 낭만의 세계를 꿈꾸게 되는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대인 기자가 직접 사진관을 방문해 카메라 앞에 서 봤다.》최근 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드를 구경하다가 신데렐라 드레스를 입고 꽃밭에 앉아 있는 그의 사진을 마주했다. 조금 뒤에는 다른 고등학교 동창의 SNS에서 요정 원피스를 입고 요술봉을 든 그의 사진을 발견했다. 2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만 있는 줄 알았던 친구, 지인들은 공주가 된 사진 속에서 행복한 표정이었다. 사진관 몇 곳에 전화를 돌렸더니 “최근 이런 촬영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부쩍 늘어났다. 이에 맞춰 촬영 상품을 계속 개발 중”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전 서구에서 공주 콘셉트 촬영 사진관을 운영하는 이건범 씨(40)는 “한 달에 40∼50건 정도 예약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말 촬영 일정은 이미 몇 개월 치 예약이 모두 꽉 찬 상태다. 서울 중구에서 비슷한 콘셉트 사진관을 운영하는 20대 장모 씨는 “요즘은 공주 콘셉트 사진관 예약이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특히 공주와 요정을 모티브로 한 콘셉트들이 가장 인기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여성들의 최근 트렌드와 심리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도 촬영을 예약했다. ● 설문 작성 뒤 촬영… ‘내 모습’에 처음 몰입24일 오전 10시 서울 동대문구의 사진관에 도착했다. 우선 첫 번째 단계는 설문지 작성이었다. 설문지에는 ‘싱그러운, 우아한, 몽환적인, 화려한’ 등 여러 키워드 중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 촬영 분위기는 조용하길 원하는지 혹은 신나길 원하는지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질문들이 가득했다. 기자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질문들 앞에서 잠시 고민했다. 특히 왼쪽 얼굴과 오른쪽 얼굴 중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하기가 유난히 어려웠다. 돌이켜보니 아침마다 눈코 뜰 새 없이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 일상에서 정작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에 답변을 적기 전에 앞에 있는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왼쪽과 오른쪽이 다른 것 같긴 한데 어느 쪽이 나은지는 고르기가 어려웠다. ‘잘 모르겠어요’라고 적힌 박스에 체크를 했다. 그다음에는 화려한 조명이 달린 화장대 앞으로 옮겨 앉았다. 연예인, 모델이나 앉을 법한 자리에 앉는 순간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앞섰다.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부드럽고도 섬세한 손길로 기자의 얼굴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눈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나 봤던 길고 화려한 속눈썹이 붙었고, 그 주변에는 반짝이는 글리터가 칠해졌다. 쓱쓱 붓질 몇 번 뒤에는 밋밋했던 얼굴이 벚꽃 같은 분홍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다음은 머리치장이었다. 머리카락에 풍성한 웨이브를 넣고 마지막에는 볼에 나비 모양 스티커까지 붙였다. 한 시간 반이 걸린 ‘헤메(헤어+메이크업) 대장정’이 끝나자 거울 속에 보이는 사람이 나 자신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기분이었다. 발끝까지 오는 긴 분홍색 드레스까지 입은 뒤에는 소원했던 대로 ‘공주’로 변해 있었다. 출근 걱정과 일상의 고민들, 머리를 아프게 했던 걱정거리들이 잠시나마 잊혔고, 눈에 보이는 내 모습에 몰입할 수 있었다. ● 성인 된 뒤 처음으로 칭찬받는 경험본격적인 촬영을 위해 들어간 스튜디오는 주변 벽이 새하얀 색이었고 장미, 수국 등 꽃장식이 여기저기에 화려했다.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화원’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분무기와 선풍기도 동원됐다. 각각 비와 바람을 연출하기 위한 장치였다. 촬영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허리를 좀 더 펴면 좋겠어요”, “창문에 손가락을 대고 아련한 표정을 지어보세요”.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의 주문은 쏟아지는데 어떻게 해야 내 표정이 아련하게 보이는지. 적당히 눈을 가늘게 뜨면 되는 건지. 정신이 없었고 몸도 잘 따라주지 않았다. 평소에 취미로 운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자세를 취하며 버틸 때마다 여기저기 뻐근했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힘들겠지만, 찍히는 사람도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갈수록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는지 사진작가는 “지금 표정 딱 좋아요!” “너무 예뻐요!” 연신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 애썼다. 옆에 있는 촬영 스태프들도 마치 돌사진 찍는 아기 어르듯 칭찬 세례를 쏟아냈고, 그 덕분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에는 로봇처럼 삐걱대던 자세도 점차 자연스럽게 변했다. ‘잘하고 있는 걸까’ 스스로 의문이 들 때마다 귓가에는 “잘하고 있어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목소리로 나를 칭찬해 주는 것은 일상에선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누구나 한때는 칭찬받는 존재들이었다. 뒤집기만 해도, 숟가락 들기만 해도, 걷기만 해도’라는 글귀를 예전에 어렴풋이 본 적이 있었다. 사람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점점 자랄수록 칭찬받을 일은 줄어들고 질책이나 꾸지람을 받는 상황은 늘어난다. 이 사진관에서는 잠시나마 어릴 적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젊은 여성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얼굴은 왼쪽보다 오른쪽이 낫다는 사실을 24년 만에 처음 알았다.● 2030女 “어린 시절 로망 실현, 자신감 되찾아” 촬영을 마치고 보정 작업을 거쳐 인화된 사진을 들고 스튜디오를 나서는 순간 기자는 동화 속에서 현실로 복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오늘의 특별한 경험 덕분에 왠지 모르게 일상에서도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2030 여성들도 기자처럼 촬영을 통해 비슷한 기분과 느낌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스튜디오에서 ‘숲속의 요정’ 콘셉트로 사진을 촬영했다는 직장인 임수정 씨(35)는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나에게는 ‘로망’을 실현하는 기회였다”며 “10만 원 선의 비용이 조금 부담이었지만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즐기며 살자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에 사는 대학원생 전모 씨(25)도 얼마 전 공주 콘셉트로 촬영했다. 전 씨는 “어른이 된 후 마치 사회의 부품처럼 기능하며 살다 보니, 무엇을 해도 예쁨을 받고 주목을 받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졌다”며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생긴 지금, 어린 시절 동경했던 공주로 거듭나며 어린 시절의 긍지와 자신감을 되찾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험과 체험, 자기 표현을 중시하는 현세대의 특성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진의 기능과 목적성을 중시하는 윗세대와 달리, 체험을 중시하는 현 2030세대는 사진 찍는 경험과 개성적 표현 자체를 가치 있게 여긴다”며 “일상에서는 입기 어려운 옷을 직접 골라 입고, 촬영하는 과정에서 사진작가에게 칭찬을 받아 자존감이 올라가는 즐거움이 젊은이들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밀레니얼+Z)세대는 본인만의 명확한 취향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 콘셉트를 선택할 수 있는 공주 사진 촬영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노스탤지어(향수)’가 경험, 소비로 표출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나 동경했던 공주 이미지 등에 대한 기억은 굉장히 강하게 남고,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가 소비로 표현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어른이 되어 독립적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 어릴 적 좋아했던 공주나 요정 캐릭터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는 행위를 하는 것만으로 소비자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전문가 “탈코르셋의 다변화, 다양한 여성성 표현” 전문가들은 공주 콘셉트의 유행이 역설적으로 여성의 주체성 표현이 다양해지는 과정이라고도 분석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여성들 사이에서 억지로 꾸미지 않는 ‘탈코르셋’이 자주적인 여성의 표상으로 떠올랐고, 그것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통했다”며 “근래에는 여성의 주체성, 그리고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이 다변화되며 ‘과할 정도로’ 꾸미는 공주 콘셉트 또한 당당한 여성의 표상으로 해석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코르셋이란 보정 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는다는 뜻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말자는 사회적 운동을 말한다. 1980년대 일본에서는 저항 문화의 일환으로 얼굴을 검게 태닝하고 눈 주변을 하얗거나 검게 칠하는 ‘갸루(ギャル)’ 화장이 등장해 일본 여성들 사이에 유행했다. 이처럼 여성의 주체성이나 개성, 욕구를 표현하는 방식은 갈수록 다양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어릴 적 갖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안 사셨던 장난감, 이젠 제 월급으로 삽니다.” 직장인 이동하 씨(27)는 로봇 프라모델을 모은다. 2007년 초등학생 시절 애니메이션에서 본 ‘트랜스포머 1’ 속 캐릭터를 지난해 영화관에서 재회한 뒤 다시 푹 빠졌다. 이 씨는 “그때는 부모님께 졸라 겨우 하나씩 샀다”며 “이젠 열심히 일해서 번 월급으로 ‘내돈내산’ 한다”고 뿌듯하게 웃었다. 이렇듯 2030세대의 ‘노스탤지어(nostalgia·향수)’는 공주 콘셉트 촬영과 같은 ‘경험’에서 그치지 않고 ‘실물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2030세대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난감이나 굿즈 등을 소비하며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20, 30대 젊은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캐치! 티니핑’ 열풍도 이런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4∼6세 아동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 ‘어른이(어른+어린이)’들도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캐치! 티니핑에는 똑똑핑, 화나핑, 하츄핑, 포실핑 등 다양한 모습과 능력을 가진 요정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그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어린아이들 중에서는 티니핑 인형이나 완구를 모으길 좋아하는 경우도 많아 부모들 사이에서는 ‘파산핑’으로도 불렸다. 너무 많은 완구를 사주다 보니 지갑이 가벼워졌다는 뜻이다. 지난해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을 이 티니핑 캐릭터에 빗대어 ‘OO핑’이라고 지칭하는 현상이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절약하는 소비 습관을 자랑하는 이는 스스로를 ‘절약핑’으로, 반대로 사고 싶은 명품을 사거나 한 경우에는 ‘탕진핑’ 등으로 부르는 식이다.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야근핑’ ‘출장핑’ ‘피곤핑’ 등도 있다. 덩달아 캐릭터 상품(굿즈) 인기도 높아졌다. 지난해 8월에는 한 커피 프랜차이즈가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해 캐치! 티니핑의 피규어를 판매하기 시작했고 출시 후 첫 주말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 시절 동경했던 귀여운 이미지가 소비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형숙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현 2030의 경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귀여운 상품들을 구매하고 이에 애정을 투여해 정서적 즐거움을 얻고자 한다”며 “사물에 애착을 투영하고자 하는 심리가 강해지기에 이러한 소비 트렌드 역시 오래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