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므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지난해 4월 4일 오전 11시 22분경 파면했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비상계엄은 ‘망국적 패악’에 대해 국민들이 감시와 견제를 해달라는 호소였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2월 19일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 행위였다고 헌재 파면 선고를 재확인했다. 여기에 헌재에서 판단하지 않았던 내란죄 여부에 대해서도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내란 행위”라고 판단하며 쐐기를 박았다.
● 헌재 파면 321일 만에 법원도 “국헌문란 폭동”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2심 공판에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6.3.5. 중앙지방법원 제공헌재가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고, 1심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를 인정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국회에 대한 군 투입이었다. 앞서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국회로의 군 투입을 지시하는 한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등에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으니 인원(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해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국헌문란’ 목적을 갖고 그 수단으로 계엄을 선포했으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판단했다. 국회로의 군 투입을 토대로 내란죄의 핵심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과 폭동을 모두 인정한 것.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사실 역시 군인들의 법정 증언을 토대로 인정했다. 앞서 1월 재판에선 계엄 당일 국회에 투입된 군인이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본관 문 걸어 잠그고 (계엄 해제) 의결하려고 하고 있다. 문짝 부숴서라도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하는 육성 무전 대화가 재생되기도 했다. 이같은 지시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게 헌재와 법원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은 재판 과정에서 “허위 조작”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모두 부인해왔다. 그는 1심 결심 공판에서 90분간 이어진 최후진술을 통해 “내란몰이라는 목표로 수사가 아닌 조작과 왜곡을 하고 있다. 공소장은 망상과 소설일 뿐”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파면 이후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비상계엄으로 인해 초래된 막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 사과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고 별다른 사정없이 재판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헌재·법원 모두 “계엄 선포 실체적 요건 위반”
윤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심판 변론 과정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 내내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거대 야당의 탄핵과 예산 삭감으로 인한 국가비상사태였다. 이를 국민에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앞에서 ‘계엄 반대’ 피켓을 든 시민에 대해선 “체제 전복 세력이 비상계엄을 불가피하게 유도하고 탄핵과 내란몰이를 기획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황당한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와 1심 재판부 모두 계엄 선포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대로) 국회의 권한 행사가 부당하더라도 평상시 권력 행사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긴급권의 행사를 정당화할 수 없다”며 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법적 정당성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이른바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은 존재할 수 없다”며 “실질적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고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고 헌재 결정을 재확인했다.
탄핵소추 사유 중 하나였던 포고령 발령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이 금방 해제될 것이라 포고령이 시행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헌재는 “정당 활동의 자유를 비롯해 국민의 기본권까지 모두 침해했다”고 판단했고, 1심 재판부도 “포고령이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야간통행금지 조항을 삭제할 필요가 없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내란특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또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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