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강원 강릉시 옥계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서 해양경찰관 등이 불법 밀수 코카인 1700kg을 적발하고 있다. 이는 566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 단일 마약 밀반입 사건 중 최대 규모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올해 바다를 통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마약류가 국민 전체가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을 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상을 통한 마약 밀수는 1건당 규모가 커 선제적인 단속이 중요하지만, 해양경찰 내 전담 인력은 경찰, 검찰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해경이 적발해 압수한 필로폰과 대마, 코카인 등 마약류의 양은 2357㎏에 달한다. 이중 코카인이 2347㎏으로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해경이 압수한 코카인의 양은 약 1700㎏에 달한다. 코카인 1회 투약량이 통상 0.03g인 점을 감안할 때 약 5666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인 전체가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을 양인 것이다. 해경이 압수한 코카인은 2021년 35㎏에서 지난해 약 612㎏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코카인 압수량이 많이 늘어난 건 올 4월 역대 최대 규모의 코카인을 밀반입하려던 일당이 붙잡힌 영향이 크다. 한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이 강원 강릉 옥계항을 통해 코카인을 밀반입하려다 첩보를 입수한 한국 해경과 관세청에 적발됐는데, 이들이 한 번에 밀반입하려던 코카인의 양이 1700㎏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약 1700만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512㎏의 코카인을 밀반입하거나 국내에서 제조, 유통한 일당이 붙잡히기도 했다.
이처럼 해상을 통한 마약 밀수는 1건이라도 그 규모가 상당하지만, 해경에서 이를 전담할 수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해경 내 마약 수사 전담 수사관은 26명 뿐으로, 경찰 369명, 검찰 318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해경 관계자는 “국내에 유통되는 마약류 대부분이 하늘과 바다를 통해 밀반입되고 있는데, 특히 해양 밀반입은 단 한 건으로도 대규모 밀반입이 가능하다”며 “밀수하려는 양이 워낙 많아 국민 보건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압수된 마약류의 절반 이상이 해경에 의해 적발됐다는 점에서도 수사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압수된 마약류는 전체 1173㎏인데, 이중 해경이 단속한 마약류의 양이 614㎏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윤준병 의원은 “바다를 통한 마약류 밀반입의 경우 단 한 건으로도 대규모인 경우가 많다”며 “마약류는 일단 국내에 유입돼 유통, 공급이 시작되면 단속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해경의 마약 단속 인원을 대폭 늘려서라도 밀반입을 철저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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