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시술소 꾸려 의사 행세…에토미데이트 불법 판매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1일 17시 42분


‘제2 프로포폴’ 전신만취제 에토미데이트
국내 유통·투약한 17명 입건·10명 구속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가 에토미데이트 판매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물품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가 에토미데이트 판매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물품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세련된 인테리어의 피부 클리닉에 한 여성이 들어선다. 안내 직원에게 5만 원권 다발을 건네자 잠시 후 의사 가운을 입은 남성이 나타나 주사기에 든 하얀 액체를 여성의 팔에 주입한다. 주사를 맞고 일어나려던 여성은 그대로 바닥에 픽 쓰러진다. 또 다른 여성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경련을 일으키다 급기야 휴지통에 입을 대고 연신 구토를 쏟아낸다. 전신 마취제 ‘에토미데이트’를 불법으로 투약하는 불법 시술소의 폐쇄회로(CC)TV에 담긴 모습이다. 흰 가운을 입은 남성은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였다.

● ‘떴다방 시술소’에 ‘출장 주사’까지

11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처럼 에토미데이트를 국내에 불법 유통한 조직폭력배 등 17명을 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이 중 1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에토미데이트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마취제로, 무분별하게 주사하면 근육 이상이나 의식 불명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액상담배에 섞어 피우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돼 이른바 ‘좀비 담배’의 원료로도 꼽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유통한 에토미데이트 앰플 총 3만1600개는 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베트남에 수출할 물량 등을 몰래 빼돌린 것이었다. 이 대표는 개당 3870원인 앰플을 조직폭력배 등에게 1만~2만5000원에 넘겼고, 이는 다시 3만~3만5000원에 소매업자 12명에게 넘어갔다.

‘실장님’이라고 불린 한 소매업자는 청담동에 피부과 클리닉을 연상케하는 간판과 인테리어를 갖춘 뒤 의사 행세를 하며 1회당 20만 원을 받고 에토미데이트를 투여했다. 보안 메신저로만 예약을 받아 단속을 피했다. 또 다른 업자는 투약 장소 노출을 막기 위해 삼성동 일대 아파트나 빌라를 단기 임대해 ‘떴다방’식으로 운영하며 전용 차량으로 고객을 픽업했다. 이 일당은 주거지에 방문하는 ‘출장 주사’ 서비스까지 운영했다. 최근 연예인 불법 수액 주사로 논란이 된 ‘주사 이모’와 비슷한 형태다.

고객은 주로 수면 장애를 겪는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한 시술소에서 19시간 연속으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뒤 의식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제발 한 방만 더 놔달라”며 양손을 빌어 애원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해 1월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총 4억2300만 원에 달하는 범죄 수익에 대해서도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아냈다.

● 마약류 적발 1년 새 17% 증가

에토미테이트는 강한 부작용과 의존성 때문에 오용 가능성이 지적됐지만 그간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마약류가 아니면 구입과 조제, 투약 전반에 대한 감시가 느슨하고, 특히 수출할 땐 도매상이 수출 보고를 완료하면 실제 선적했는지 여부까지는 추적하기 어려웠다. 불법 매수자에게도 100만 원 이하 과태료의 솜방망이 처분만 부과됐다.

실제 청담동에 피부 클리닉을 차린 일당은 가짜 의사와 간호조무사, 운전기사를 모집하면서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가 아니어서 적발돼도 중하게 처벌받지 않는다”고 설득해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달 13일부터 에토미데이트를 마약류로 지정해 유통 전 과정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찰은 관세청, 식약처 등과 함께 이 같은 신종 마약류를 특별 단속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을 유통하거나 투약해 적발된 인원은 2024년 1만326명에서 1만896명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압수량도 381kg에서 448kg로 17.6% 증가했다.

#에토미데이트#불법 시술소#조직폭력배#피부 클리닉#마약류 지정#약사법 위반#출장 주사#마약류 단속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