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감옥살이중 숨진 뒤에야 ‘아내 살해’ 누명 벗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1일 18시 04분


진도 저수지 ‘보험금 살인’ 무기수, 재심서 무죄

2003년 전남 진도군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일명 ‘보험금 살인’ 사고 현장의 모습. 뉴스1
2003년 전남 진도군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일명 ‘보험금 살인’ 사고 현장의 모습. 뉴스1
2003년 8억 원대 보험금을 노려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복역 중 숨진 남편에게 21년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이 남성은 2024년 4월 재심을 앞두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지원장 김성흠)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2005년 9월 무기징역이 확정된 고 장동오 씨(사망 당시 66세)에 대한 재심에서 이날 무죄를 선고했다.

장 씨는 2003년 7월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에서 트럭을 운전하다 고의로 추락 사고를 내 당시 조수석에 탑승했던 아내 A 씨(사망 당시 45세)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장 씨가 아내 앞으로 가입한 9억3000만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장 씨는 ‘단순 사고’를 주장했다. 장 씨는 대법원을 거쳐 2005년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복역했다.

법원은 이후 장 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불법 수사를 인정하며 2024년 1월 재심을 결정했다. 법원은 원심이 장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근거가 된 트럭 등 핵심 증거들이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수집된 증거이기 때문이 위법하다고 봤다. 장 씨는 재심을 위해 해남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급성백혈병이 발견돼 치료를 받다 같은 해 4월 사망했다.

피고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해당 사건의 재심은 장 씨의 사망 후 ‘궐석 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재심 과정에서 장 씨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아내 앞으로 다수의 생명, 상해 보험을 가입한 점을 주목했다. 보험금 미납으로 보험 해지가 우려되자 수면제를 먹인 뒤 화물차를 저수지로 추락시키고 홀로 빠져나왔다며 ‘살인 사건’으로 판단한 것이다.

반면 장 씨를 변호해온 박준영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섣부른 선입견이 중첩돼 ‘졸음 교통사고’가 살인 사건으로 오판됐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과 검찰이 주장하는 방어흔이 119구조대의 심폐소생술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기반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공학·법의학·약리학 모두 과학적 오류를 저질렀다는 게 박 변호사의 주장이었다.

박 변호사는 보험금에 대해서는 “대부분 납입금을 환급받는 저축성이었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함께 적극적으로 가입했고, 보험금 수령자가 피해자로 된 보험도 다수였다”며 “피고인이 서민이니까, 잘 살지 못하니까 남들이 20만 원씩 2개만 가입하면 됐던 보험을 1만 원짜리로 여러 개 들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심 재판부는 “피해자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고, 사고 지점에는 바윗돌이 잡초 속에 숨어 있어 검찰 말대로 피고인이 돌을 무의식적으로 피해 살인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어 “순간적인 무의식, 반 무의식 상황에서도 차량을 어느 정도 왼쪽으로 조향할 수 있고 졸음운전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보인다. 교차로 부근에서 고의로 왼쪽으로 운전대를 움직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검찰이 주장한 범행 동기인 보험금 가입 사실이나 어려운 경제적 형편은 인정되나, 그러한 동기가 있다고 해서 고의 사고로 살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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