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과 자산 대물림이 심화되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커지며 ‘개천에서 나는 용’이 나오기 힘들어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방에서 태어나 소득 하위 50%에 속하는 사람이 계속 지방에 남아 살면 하위 50%로 남는 비율이 80.9%로 높아졌다.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함께 한국노동패널을 분석한 결과 세대 간의 경제력 대물림이 최근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보다 자산에서, 과거보다 최근 세대에서 대물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자료사진. 뉴스1
연구진은 비슷한 연령을 소득과 자산 순으로 줄 세운 소득백분위 기울기를 활용해 계층 이동 가능성을 분석했다. 기울기가 1이면 부모의 소득과 자산이 완전히 자녀에게 전달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분석 결과 1971~1980년생인 자녀는 소득과 자산백분위 기울기가 각각 0.11, 0.28로, 전체 연령대 평균(0.25, 0.38)보다 낮았다. 이들은 비교적 계층을 이동하기 수월하다는 뜻이다. 반면 1981~1990년생 자녀는 소득과 자산백분위가 각각 0.32, 0.42로 대물림이 심화하면서 계층 이동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지역 간 격차가 더해졌다. 한국노동패널에 따르면 한국 성인 인구의 절반가량은 자신이 태어난 시도에 계속 머문다. 지방의 소득 하위 50%인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지방에서 계속 살면 소득 하위 50%에 머무는 비율은 50대의 경우 58.9%였지만 30대는 80.9%로 급등했다. 상위 25%까지 계층이동에 성공한 비율은 50대가 12.9%였지만 30대는 4.3%로 낮아졌다.
실제로 출신 대학에 따른 소득 차이는 세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50대는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든 소득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들을 소득수준별로 세웠을 때 수도권 졸업자든 비수도권 졸업자든 100명 중 상위 37~40등 구간에 있었다.
반면 30대에서는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지방에서 태어난 30대는 수도권 대학을 졸업하면 100명 중 39등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방 대학을 졸업하면 52등 수준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정민수 지역경제조사팀장은 “거점도시 대학의 경쟁력이 약하고 비수도권 전반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적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과거에는 제조업 중심의 양질의 일자리가 비수도권에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식산업 위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유인이 충분하다고 봤다. 수도권 출생은 잔류하고 지방 출생은 수도권으로 이주해야 소득과 자산을 늘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수도권 집중이 양극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한은은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을 통해 지방 저소득층 학생이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진학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 대학의 교육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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