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향후 5년간 연평균 668명씩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정부와 싸울 힘이 없다”며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년 전보다 증원 규모가 대폭 줄어 투쟁 명분이 약해진 데다, 더 이상 학업과 수련을 포기하기에는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한 대응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한성존 대전협 회장은 “내부에서 현 상황에 대해 좀더 지켜보자는 의견이 나와 공식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2년 전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발표한 직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즉각 집단 사직과 휴학으로 맞선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2년간 전공의와 의대생만 희생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필수과 전공의 임모 씨는 “많은 전공의가 ‘나가도 달라지는 건 없다. 빨리 전문의 따서 개원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 지방 국립대의 의대생은 “이미 1년 반을 허비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시 투쟁하는 것보다는 유급당하지 않고 의사 면허를 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의대 증원이 10~15년간 지역에서 의무 복무해야 하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를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반발을 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의 대학병원 4년 차 레지던트는 “2년간 환자를 두고 떠났다는 비판이 힘들었고 경제적 부담도 컸다”며 “이 정도 증원에 다시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젊은 의대 교수들은 학교에 남을지, 일찍 개원가로 뛰어들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필수과 교수는 “의대 증원과 신설로 교수 이동이 많아질 것 같다”며 “개원과 비교해서 좋은 조건을 따라 움직이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반면 시민·환자단체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증원 규모를 지나치게 줄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국민중심의료개혁 연대회의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의료 개혁의 해법이 아니라 국가적 위기 대응 과제를 정치적 보신주의로 축소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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