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VI’ 급여 기준 80세… 79세는 치료비 18배 더 내 [홍은심 기자와 읽는 메디컬 그라운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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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막 석회화로 혈관 좁아지는 병…환자 4만7676명, 70대부터 급증
80세 이상은 시술 비용 5% 부담…70대 50% 내도 2700만 원 달해
“기준 75세로 낮추는 논의 필요”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치료에 있어 치료 방식의 우열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선택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
“어머니는 전신마취 수술보다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AVI)이 더 안전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치료 방향은 이미 정해졌는데 비용 때문에 급여 적용 시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70대 후반 환자인 어머니를 둔 보호자는 이렇게 말했다. 고혈압과 폐 기능 저하를 동반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의료진은 수술적 대동맥판막 치환술(SAVR)보다 TAVI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현실의 선택지는 달랐다. 아직 80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는 ‘대기’ 상태에 놓였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로 판막이 석회화되면서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출구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70대부터 발병률이 급증한다.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1만4058명에서 2024년 4만7676명으로 14년 만에 3.4배 늘었다.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은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다. 그럼에도 현행 급여 기준은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치료 접근성을 제약하고 있다.
치료 방법은 두 가지다. 가슴을 열어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SAVR)과 카테터를 통해 인공판막을 삽입하는 시술(TAVI)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두 치료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 임상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며 TAVI가 70대 환자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65∼80세 환자의 87.5%가 TAVI로 치료받고 유럽 역시 70세 이상에서 TAVI를 권고한다.
국내 임상 근거도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4300여 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70세 이상 환자에서 수술과 TAVI 간 30일 사망률과 5년 중기 사망률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즉 치료 성적의 차이가 핵심 쟁점은 아니다.
국내 환자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비용’이다. 현행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TAVI를 80세 이상 또는 수술 고위험군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80세 이상 환자는 시술 비용의 5%만 부담하지만 70대 환자는 수술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치료 재료와 행위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그 결과 70대 환자의 TAVI 본인 부담금은 약 2700만 원으로 수술 부담금 150만 원보다 18배 높다.
고영국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수술과 TAVI를 비교한 여러 임상 연구에서 치료 성적의 차이는 거의 없다”며 “문제는 의학이 아니라 제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은 오랜 기간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아 왔고 비용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흉부외과를 중심으로는 ‘굳이 더 비싼 시술을 선택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고 교수는 “TAVI의 비용 부담은 재정의 문제일 뿐 치료의 적절성을 가르는 의학적 기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70대 중반부터는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 해부학적 구조, 치료 이후의 관리 측면에서 수술보다 TAVI가 더 유리한 환자도 적지 않다”며 “그럼에도 비용 때문에 최선의 치료를 미루는 지금의 구조는 건강보험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 방식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적어도 나이 기준을 75세까지는 낮추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기간 정부가 ‘학회 간 이견’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동안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왔다. 이제 치료 방식의 우열을 따지는 논쟁을 넘어 환자 중심에서 합리적인 치료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책의 기준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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