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NIP 체계, 단백접합백신으로 전환해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 동아일보

성인 NIP선 다당질 백신만 제공
짧은 예방 효과-보호 기간 한계
폐렴구균 항원 ‘단백질’과 결합
단백접합백신은 예방 효과 우수

폐렴은 초기 증상이 기침과 발열 등 감기와 유사해 조기 인지와 대처가 어렵고 위험 신호를 체감하기 힘들다. 특히 고령층에서 폐렴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중증으로 진행되고 환자 본인이 이후 위험성을 주변에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폐렴은 2024년 기준 암, 심장질환과 함께 국내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단독 사망 원인으로 거의 집계되지 않는 독감과 비교해서도 훨씬 치명적이다. 특히 50대 이후부터 사망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10만 명당 폐렴 사망률은 50대 5.9명에서 80대 953.5명으로 급격히 오른다. 80대엔 10명 중 1명 이상이 폐렴으로 사망할 정도다.

폐렴의 주요 원인균은 최대 69%를 차지하는 폐렴구균으로 감염 시 폐렴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등 침습성 질환을 유발해 생존 후에도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대상포진과 같이 통증이 뚜렷한 질환은 통증 자체가 위험 신호로 작용해 환자 경험이 자연스럽게 경각심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급성 통증은 주의를 강하게 끌고 위협을 인지하게 만들어 보호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폐렴은 초기 통증이 두드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질환이 빠르게 중증으로 진행돼 환자의 경험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생명에 위협이 되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위험도에 대한 인식이 실제 위험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감염병에서 위험 인식은 본인 또는 주변의 경험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체감 경험의 부족’이 인식 격차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위험 소통을 “위험에 직면한 사람들과 전문가, 당국 간의 실시간 정보·조언 교환”으로 정의한다. 이는 국민이 위험을 줄이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폐렴은 환자 경험의 사회적 공유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공중보건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 인식 형성’ 과정이 자연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

감염병에서는 위험 인식이 낮을수록 예방 접종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폐렴처럼 위험을 체감하기 어려운 질환일수록 국가가 먼저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국가예방접종(NIP)은 이러한 인식 격차를 보완해 국민에게 실제 예방 기회를 제공하는 가장 효과적인 공공 정책 수단이 된다.

고령층에서 폐렴구균 감염은 단순한 질병 부담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건강 위협이다. 이러한 질환 특성을 반영해 대한감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넓은 혈청형 범위와 우수한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능력)을 갖춘 단백접합백신(PCV)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연구에서도 PCV 기반 접종이 높은 우선순위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현행 성인 NIP에서는 1983년에 도입된 다당질 백신(PPSV23)만 제공되고 있어 예방 효과가 일정하지 않고 보호 기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다. PPSV23의 경우 면역 지속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 쉽게 말해 백신을 맞아도 시간이 지나면 몸이 폐렴구균을 잊어버리기 쉬워 보호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다시 균에 노출되면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러한 특성은 면역 반응이 약한 고령층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PCV는 폐렴구균 항원을 단백질과 결합하는 최신 방식의 백신이다. 그간 연구에서 면역 반응이 강하고 오래 지속될 뿐 아니라 혈청형 범위도 넓어 예방 효과가 우수하다는 점이 입증됐다. 단백질 결합이 일종의 ‘기억 자극 장치’ 역할을 하면서 면역이 오래가고 재접종 시 더 강하게 반응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PCV는 아직 성인 NIP에 포함되지 않아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소득 수준에 따른 접종률 차이가 발생해 예방 효과의 형평성이 저해되고 있다.

오래된 방식의 백신만 제공되는 현재 NIP 체계로는 고령층의 폐렴을 충분히 예방하기 어렵다. 더 효과적인 백신이 존재하는데도 제도적인 한계 탓에 필요한 이들이 제때 보호받지 못하는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질환’인 폐렴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로 효과가 입증된 PCV 중심의 공공 예방 정책을 확대해 어르신들이 부담 없이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헬스동아#건강#의학#폐렴 NIP 체계#단백접합백신#폐렴구균 항원#다당질 백신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