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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정부의 논의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환자들은 효과적인 치료를 기다리다 기회를 놓칠 수 있다.”(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17일 개혁신당 이주영 국회의원과 대한암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선 암 환자 260만 명인 시대, 65세 이상 국민 6명 중 1명이 암 환자인 상황을 고려해 생명과 직결된 혁신 신약을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최신 항암제 트렌드인 병용요법 급여와 관련된 제도적 한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항암제 병용요법이란 두 개 이상의 항암치료제를 함께 투여해 치료 효과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완치 가능성까지 높이는 치료법이다. 현재 개발되거나 허가되는 항암신약 10개 중 7, 8개는 항암제 병용요법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 기자는 이처럼 혁신적으로 암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암 치료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를 대처하는 정부 방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내내 불편했다. 암 치료는 1차 치료제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효과가 떨어지면 2, 3차 치료제로 순차적으로 치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무래도 1차 치료제는 부작용이 많지만 보험급여로 인해 비용이 저렴한 항암화학요법이 대다수를 이룬다. 2, 3차로 갈수록 효과가 뛰어난 고가의 항암제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효과가 좋은 고가 항암제를 사용하면 나중엔 사용할 항암제가 없다는 게 정부 논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병용요법의 보험급여가 저조한 이유와 관련해 정부 측은 “치료 초기 단계에서 신약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1차에 좋은 약제들을 다 쓰게 되면 2차에서는 기존 항암화학요법을 써야 하고, 3차에는 급여되는 약이 없다”고 했다. 이에 현장에 있던 의료진과 환자단체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순차적 치료의 가장 큰 맹점은 모든 환자가 다음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중증 항암치료제는 대부분 전이성인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다. 예를 들어 전이성 요로상피암(방광암) 환자의 약 50%는 2차 치료제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중간에 암이 진행되거나 사망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자인 김인호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임상의 입장에서는 초기에 좋은 약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다음 단계를 위해 앞에 좋은 약제를 안 쓴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임상시험은 이를 다 감안해서 통계학적 분석을 한다”면서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며, 치료 차수(1차, 2차, 3차)를 유지하기 위해 현존하는 최선의 병용요법을 제한하는 것은 환자 생존의 관점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령 전이성 방광암 등 요로상피암 환자가 내원했을 때 파드셉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하면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생존 기간을 2배 이상 연장한다는 획기적인 데이터가 발표됐지만,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그림의 떡인 셈이다. 고가의 치료비로 자녀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해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도 많다. 이 의원도 “현재 국내 급여 기준으로는 임상적으로 유용한 병용요법 치료제를 초기에 사용할 수 없어 환자들의 불만이 크다.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인 만큼 초기 치료에서 환자들에게 보다 유연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며 “환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 방향이 개선되기를 희망해 본다”고 말했다. 이날 병용요법과 관련한 가장 큰 화두로 기존 건강보험 혜택을 받던 항암제에 신약을 병용하면 두 치료제 모두 비급여로 전환되는 문제, 서로 다른 제약사의 신약 병용요법을 급여화하기 위한 절차가 미비한 문제가 주로 거론됐다. 최근 10년간 국내에는 70건 정도의 항암제 병용요법이 허가됐으나 제약사가 상이한 신약 병용요법은 대부분 비급여인 상황이다. 해외는 이미 병용요법 급여 적용을 위한 제약사 간 협의를 허용하는 등 유연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영국은 ‘안전지대(Safe Harbor)’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약사 간 가격 협상을 허용하고, 벨기에는 정부와 제3자 기관이 개입하는 다자간 협상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항암 병용요법의 급여 적용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는 보다 현실적이고 유연한 급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3월 20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통풍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통풍의 날’이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등 조직에 침착하는 질환이다. 침착된 결정은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통풍을 한자로 뜻을 풀어 보면 아플 통(痛)에 바람 풍(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인 셈이다.● 음주-배달음식에 통풍환자 연령대 낮아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통풍 환자는 2018년 약 43만 명에서 2022년 약 51만 명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환자 연령대에도 변화가 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50대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020년부터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또 20대와 30대 비율도 증가했다. 통풍 환자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지영 분당제생병원 류마티스내과장은 “통풍은 음식물 대사에서 나오는 찌꺼기 물질인 푸린이 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요산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돼 생기는 질환”이라며 “정상적일 때 요산은 소변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통풍 환자는 장애가 발생해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몸에 과도하게 축적된 요산이 결정체로 변해 관절에 쌓이면서 염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하이볼과 칵테일 등 혼합술은 알코올뿐만 아니라 탄산, 과당을 함께 함유해 혈중 요산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이 늘고 보디 프로필 등을 촬영하기 위해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통풍 발병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채 과장은 “통풍 환자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젊은층의 알코올 섭취가 증가했고 치킨 등 푸린 함량이 높은 배달 음식을 자주 먹는 등 통풍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통풍 환자 엄지발가락 염증 많아통풍은 대부분 급성 발작을 보이며 시작되는데, 엄지발가락에 염증이 나타날 때가 가장 많고 팔꿈치와 발목, 무릎 관절도 자주 아프다. 통풍은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채 과장은 “통풍이 고요산혈증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급성 통풍이 발생했을 때는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 유의해야 한다”며 “급성 통풍의 원인은 요산 농도를 증가시키는 이뇨제 등 약물과 음주, 세포독성 항암치료, 과식, 과도한 다이어트, 요산강하제 사용 등이다”라고 말했다. 통풍은 대사성 질환으로 대사증후군과 함께 나타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과 병행해서 치료해야 하고 음주, 과식, 과당 음료 섭취 등도 조절해야 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또 통풍 증상을 일부 보인다면 류머티즘내과 전문의를 만나 상담하고 치료법을 찾는 게 좋다.● ‘통풍의 원인’ 요산 줄이는 3가지 방법통풍에 걸리지 않도록 요산을 줄이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푸린 함량이 많은 식품을 덜 먹어야 한다. 육류 내장, 진한 고깃국물, 등푸른생선, 생선, 닭고기, 조개류, 콩 등 단백질 식품들은 대부분 푸린 함량이 높다. 육류 등은 꼭 필요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통풍이 우려된다면 적절히 섭취량을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 둘째,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으로 요산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통풍 예방에 효과가 있다. 과당이 포함된 주스나 음료는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요산 배설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셋째,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통풍의 원인 중 하나로 과체중은 관절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 다만 급격한 체중 감량은 오히려 혈중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으므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감량하는 게 좋다. 다른 성인병과 대사증후군을 포함해 통합적인 건강관리를 권장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3월 20일은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통풍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통풍의 날’이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등 조직에 침착하는 질환이다. 통풍을 한자로 뜻을 풀어 보면 아플 통(痛)에 바람 풍(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의미이다. 침착된 결정은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 음주-배달음식 등에 통풍환자 연령대 낮아져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통풍 환자는 2018년 약 43만 명에서 2022년 약 51만 명으로 20%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환자 연령대에도 변화가 컸다. 2018년과 2019년에는 50대 비율이 가장 높았으나 2020년부터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또 20대와 30대 비율도 증가했다. 통풍 환자의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채지영 분당제생병원 류마티스내과장은 “통풍은 음식물 대사에서 나오는 찌꺼기 물질인 퓨린이 대사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요산이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돼 생기는 질환”이라며 “정상적일 때 요산은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통풍 환자는 장애가 발생해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고 몸에 과도하게 축적된 요산이 결정체로 변해 관절에 쌓이면서 염증이 발생한다”고 말했다.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하이볼과 칵테일 등 혼합술은 알코올뿐만 아니라 탄산, 과당을 함께 함유해 혈중 요산 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비만,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이 늘고 바디 프로필 등을 촬영하기 위해 무리하게 체중 감량을 하는 사례가 늘면서 통풍 발병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채 과장은 “통풍 환자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젊은층의 알코올 섭취가 증가했고 치킨 등 퓨린 함량이 높은 배달 음식을 자주 먹는 등 통풍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통풍 환자 엄지 발가락 염증 많아 통풍은 대부분 급성 발작을 보이며 시작되는데, 엄지발가락에 염증이 나타날 때가 가장 많고 팔꿈치와 발목, 무릎 관절에도 자주 아프다. 통풍은 혈액검사를 통해 혈중 요산 수치를 확인하고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채 과장은 “통풍이 고요산혈증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급성 통풍이 발생했을 때는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 유의해야 한다”며 “급성 통풍의 원인은 요산 농도를 증가시키는 이뇨제 등 약물과 음주, 세포독성 항암치료, 과식, 과도한 다이어트, 요산강하제 사용 등이다”고 말했다.통풍은 대사성 질환으로 대사증후군과 함께 나타난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과 병행해서 치료해야 하고 음주, 과식, 과당 음료 섭취 등도 조절해야 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또 통풍 증상을 보인다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법을 찾는 게 좋다.●요산을 줄이는 세가지 방법통풍에 걸리지 않도록 요산을 줄이는 방법에는 크게 3가지가 있다. 첫째, 퓨린 함량이 많은 식품을 덜 먹어야 한다. 육류 내장, 진한 고기국물, 등푸른생선, 생선, 닭고기, 조개류, 콩 등 단백질 식품들은 대부분 퓨린 함량이 높다. 인체를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지만 통풍이 우려된다면 적절히 조절하는 게 필요하다.둘째,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야 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으로 요산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통풍 예방에 효과가 있다. 과당이 포함된 주스나 음료는 혈중 요산 농도를 높일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알코올은 요산 배설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셋째,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통풍의 인 중 하나로 과체중은 관절 악화에 영향을 끼친다. 다만 급격한 체중 감량은 오히려 혈중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으므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점진적으로 감량하는 게 좋다. 다른 성인병과 대사증후군을 포함해 통합적인 건강관리를 권장한다.〈통풍 환자 생활 수칙 〉⓵ 통풍은 만성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⓶ 요산저하제는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⓷ 혈중 요산농도는 6mg/dL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등 4대 성인병 관리가 중요하다.⓹ 음주 과식 과당음료 등 생활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제공: 대한류마티스학회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강 건강을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노년기에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흡인성 폐렴과 같은 심각한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치과의사가 양로원이나 환자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구강 관리를 해 주는 방문치과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구강 돌봄 사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을 만나 방문치과 진료의 국내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일본처럼 요양원에 치과의사가 직접 찾아와 구강 관리를 해 주는 경우가 있나.“현재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체계적으로 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돼 있지는 않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단체가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제도는 부족하다. 반면 일본은 이미 30여 년 전부터 방문치과가 정착돼 있으며 치과의사가 양로원이나 환자의 자택을 방문해 정기적으로 구강 관리를 해 주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러한 제도가 절실하다.”―일본에서 방문치과가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유는.“일본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들의 구강 건강이 전반적인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했다. 특히 치매, 흡인성 폐렴과 같은 질환이 구강 건강과 관련이 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 지원과 재정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방문치과는 일본 전역에서 활성화돼 있으며 의료보험을 통해 비용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한국에서 여전히 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치과의사들이 병원을 비우고 방문 진료를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며 이에 대한 수가(진료비 책정) 보상도 부족하다. 또한 한국에서는 방문치과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아직 낮고 이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도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방문치과 진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가.“첫째, 건강보험이나 장기요양보험에서 방문치과 진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방문치과 서비스를 위한 치과 인력 양성 및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노인 요양시설과 치과 병·의원이 협력할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방문치과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홍보와 캠페인도 필요하다.”―방문치과가 활성화되면 노인들의 건강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구강 건강이 유지되면 음식물을 제대로 씹을 수 있어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또한 구강 내 세균이 원인이 되는 흡인성 폐렴 같은 질환을 줄일 수 있다. 의치(틀니) 조정 등을 통해 삶의 질이 향상되며 발음이 좋아지고 대인관계도 개선될 수 있다.”―일본의 경우 방문치과 진료 시 환자들이 비용 부담을 크게 느끼지는 않나.“일본에서는 건강보험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방문치과 진료의 상당 부분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 부담이 크지 않아 많은 노인이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지원이 마련된다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방문치과 진료가 단순한 치과 치료를 넘어서 중요한 이유는.“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 직결된다. 치아를 상실하거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영양 섭취가 어렵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각종 만성질환 위험이 커진다. 또 치주질환이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어 구강 관리는 단순한 치과 치료를 넘어 삶의 질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적인 요소다.”―한국에서도 방문치과 진료를 조속히 도입하고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한국 역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인 구강 건강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일본이 30년 전부터 방문치과를 시행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만큼 한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스마일재단은 방문치과 진료 활성화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스마일재단은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과 치료를 받기 힘든 분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특히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진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방문치과 진료 활성화를 위한 연구와 정책 제안도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한국 국민들에게 방문치과 진료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방문치과 진료는 단순히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건강한 노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빠르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누구나 나이가 들어도 건강한 치아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시고 필요성을 널리 알려주시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일본은 30년 전부터 ‘방문치과’ 운영이 활성화돼 있다. 방문치과는 치과의원에 직접 통원하는 것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치과의사가 집이나 요양시설, 병원 등을 방문해 진료를 실시하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방문치과가 운영된다. 이에 일본은 어떻게 방문치과가 운영되고 있는지 일본방문치과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모리구치 겐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방문치과를 통해 어떤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치과 치료뿐만이 아니라 예방적인 구강 케어나 구강 기능의 유지·재활까지 폭넓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고령자가 많다 보니 방문 치과가 필요 불가결한 의료 서비스로서 확립되고 있다.” ―방문치과를 이용하는 주요 환자는….“방문치과를 이용하는 주요 환자는 이동이 어려워 치과에 통원이 어려운 노인, 중증장애를 가진 환자, 치매환자, 뇌중풍(뇌졸중) 등으로 신체활동이 제한된 환자들이다. 이들은 정기적인 구강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치과에 다니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방문치과가 적절한 구강 관리를 받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환자 만족도는….“방문치과 진료를 받은 환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단순히 치과 치료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돌봄과 지도를 통해 구강 건강이 개선되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간병인이나 간병 시설의 직원으로부터도 방문치과 진료를 받음으로써 환자의 건강 상태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목소리가 많이 전해지고 있다.” ―진료비 부담은 어느 정도인가.“방문치과 진료 비용의 대부분이 건강보험과 개호 보험으로 커버되고 있다. 환자는 자기 부담액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이 제도 덕분에 많은 환자가 지속적인 구강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 방문치과를 도입한다면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하나.“방문치과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먼저 제도적인 지원이다. 방문치과의 보급을 위해선 건강보험이나 개호보험과의 제휴를 강화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 인력의 체계적인 교육이다. 방문치과 진료는 일반 치과 치료와 달리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충분한 교육과 실전 경험을 쌓은 전문 인재의 육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방문치과의 메디컬 인터뷰나 의과적인 기초 지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요양시설이나 가족과의 연계이다. 환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구강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요양시설이나 가족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균형 있게 다듬을 때 방문치과의 정착과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방문치과와 관련해서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방문치과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이다. 일본에서도 방문치과의 도입으로 많은 환자가 구강 건강을 되찾아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됐다. 한국에서도 방문치과의 도입으로 더 많은 분이 건강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치과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제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에 따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치매(인지기능 장애)다. 치매는 여러 분야의 인지 영역에서 확인되는 기능의 감퇴가 나타나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인 능력이 저하되는데 65세 이후 가장 감소폭이 큰 것이 바로 인지능력이다. 65∼69세에 80% 이상이었던 인지능력은 85∼89세에 50%로 감소하며 신체적인 활동 능력보다 더 떨어지기 시작한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의 변화는 전전두엽, 해마의 부피 감소와 함께 인지기능의 저하로 관찰되며 이는 알츠하이머병 및 알츠하이머병 관련 치매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전체 치매의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조직인 해마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력 저하로 증상이 시작된다.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65세 이상)을 넘겼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는 105만2977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20년 84만91명에서 4년 만에 21만 명 넘게 증가한 수치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인 셈이다. 중앙치매센터는 국내 치매 환자가 2030년에는 142만 명, 2050년에는 거의 31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치매는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것은 물론 많은 가정에 큰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질환이다. 나아가 최근 ‘간병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들의 빈도도 눈에 띄게 늘어남에 따라 더 이상 치매는 개인과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노년층의 인지 저하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은 없다. 이 때문에 조기 발견과 예방이 최선인데 최근 주목할 만한 연구가 발표됐다. 멀티비타민의 꾸준한 섭취가 노년층의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는 연구다. 하버드의대 및 웨이크포레스트대, 브리검여성병원에서 공동 진행한 ‘코코아 추출물과 멀티비타민의 효능’ 연구는 세계 최초로 대규모의 과학적인 실험 설계를 통해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의 인지기능 보호에 대한 잠재력을 입증한 연구다. 코코아 추출물은 인지능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연구진은 코코아 추출물이 노인의 건강에 어떠한 이점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COSMOS’ 연구를 진행한 것인데 여기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구에서는 코코아 추출물과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이 실험군으로 선정됐는데 막상 연구를 진행해 보니 코코아 추출물이 아닌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이 노인의 인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것. COSMOS 하위 세 가지 연구인 △COSMOS-Mind △COSMOS-Web △COSMOS-Clinic을 통해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 섭취를 통한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확인됐다. COSMOS-Mind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 2262명에게 매일 미국 센트룸 실버 멀티비타민을 섭취하도록 한 후 3년간 매년 한 번씩 전화로 인지능력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섭취한 노인은 일화 기억 능력(발생한 사건을 처리하고 저장하며 회상하는 능력)과 실행 기능이 개선됐으며 인지 노화 속도도 60%까지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연구에서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의 인지적 이점은 심혈관 질환이 있는 노인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심혈관 질환자가 섭취하는 약물이 영양소와 상호작용을 통해 대사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데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섭취함으로써 체내 영양이 개선돼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 것으로 연구진은 밝혔다. COSMOS-Web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 3562명에게 미국 센트룸 실버 멀티비타민을 매일 섭취하도록 했고 1년에 한 번씩 3년 동안 컴퓨터 기반 평가로 인지기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3년간 섭취한 경우 첫해에 즉각적인 기억, 회상 능력이 현저하게 향상됐고 그 효과는 평균 3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COSMOS-Clinic 연구도 65세 이상 노인 573명에게 매일 미국 센트룸 실버 멀티비타민을 섭취하게 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대면 인터뷰를 통해 신체 심리 평가를 진행했고 2년 후 재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인지능력을 확인했다. 그 결과 2년간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섭취한 사람은 대뇌의 일화 기억과 관련된 노화를 4.8년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의 세 가지 연구에 대한 통합 분석인 COSMOS-Meta를 통해서는 매일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65세 이상 노인의 전반적인 인지기능과 기억력에 도움이 되며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년 늦출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아직까지 치매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은 없는 상황에서 해당 연구는 노인이 인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인지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것이다. 가족 및 친구와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의미 있는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사고 능력을 유지하고 인지 저하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다. 인지 예비 능력을 개발하면 노화의 영향을 더 잘 견딜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 흥미를 주고 자극이 되는 활동이나 학습, 사회적인 상호작용은 인지 예비 능력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운동도 중요한 요소다. 신체 활동은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고 기억 능력을 개선하며 노화와 관련된 인지 저하를 예방하기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고품질의 식단은 인지 장애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 섭취가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춰줄 수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 역시 고른 영양 섭취가 노인에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식사량이 줄고 고른 영양을 갖춘 고품질의 식단을 매 끼니 챙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건강한 식단 유지가 어렵다면 실버 전용 멀티비타민을 통해 미량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4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련 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매년 3월 한국 등 70여 개 세계수면학회 회원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최근 한국인의 수면 시간, 수면 부족에 따른 위험성 등 다양한 수면 통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수면장애는 신체, 정신, 인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공공의 보건 문제이며 정부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수면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평균 수면 시간 7시간에도 못 미쳐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부족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성인의 경우 최소 7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 한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오후 11시 3분 잠자리에 들며 오전 6시 6분 일어났다. 수면의 질이나 양과 관련해서 만족하는 비율은 전 세계 평균의 75% 수준이었다. 매일 숙면하는 비율이 7%에 불과해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낮았다. 생리적으로 취침 시간은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가장 좋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복수 응답)은 ‘심리적 스트레스’(62.5%)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이었다.● 수면 부족, 불안장애-우울증 악화시켜 수면 부족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 위험이 3배 증가하고 비만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심장동맥질환 위험이 48% 증가하고 뇌중풍(뇌졸중) 위험은 15% 올라간다.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주의력이 저하되고 기억력을 감소시키며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유병률도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4.5%, 여성은 3.2%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의미다. 수면 부족은 사회와 경제에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임직원들의 생산성은 50% 이상 감소하고 의료비 지출과 병가가 늘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다. 실제 미국은 수면 부족으로 연간 4110억 달러(약 5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과 영국도 각각 1380억 달러(약 200조 원)와 500억 달러(약 72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도 연간 약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 높아져야 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소와 학교에서 수면 건강 교육을 늘리고 기업들도 수면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교대근무자와 핵심 노동자의 수면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수면장애 치료제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 수면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며 취침하기 전에는 스마트폰과 TV 시청을 줄이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수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사용하거나 파도 소리, 계곡물 소리 등을 틀어 놓아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것도 권장된다. 신 회장은 “수면 부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라며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건강하게 숙면할 때 삶의 질이 향상되고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4일은 세계수면학회가 수면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련 질환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정한 ‘세계 수면의 날’이다. 매년 3월 한국 등 70여개 세계수면학회 회원국에서 기념 행사가 열린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최근 한국인의 수면 시간, 수면부족에 따른 위험성 등 다양한 수면 통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신원철 대한수면연구학회장(강동경희대 신경과 교수)는 “수면장애는 신체, 정신, 인지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공공의 보건 문제이며 정부의 건강 관리 차원에서 수면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 7시간에도 못 미쳐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년 한국인의 수면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8% 부족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성인의 경우 최소 7시간 이상은 잠을 자야 한다. 만성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이다.평균적으로 오후 11시 3분 잠 자리에 들며 오전 6시 6분 일어났다. 수면의 질이나 양과 관련해서 만족하는 비율은 전세계 평균의 75% 수준이었다. 매일 숙면하는 비율이 7%에 불과해 대부분 수면의 질이 낮았다. 생리적으로 취침 시간은 오후 10시에서 11시 사이가 가장 좋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인(복수 응답)은 ‘심리적 스트레스’(62.5%) 비율이 가장 높았고 신체적 피로(49.8%), 불완전한 신진대사(29.7%), 소음(19.4%) 등이었다.● 수면 부족, 불안장애-우울증 악화시켜수면 부족은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즉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 위험이 3배 증가하고 비만과 당뇨병 위험이 높아진다. 6시간 이하로 잠을 자면 심장동맥질환 위험이 48% 증가하고 뇌중풍(뇌졸중) 위험은 15% 올라간다.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주의력 저하, 기억력을 감소시키며 불안 장애와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수면 중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유병률도 한국 성인 남성의 경우 4.5%, 여성은 3.2%로 나타났다. 수면의 질이 매우 좋지 않다는 의미다.수면 부족은 사회와 경제에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임직원들의 생산성은 50% 이상 감소하고 의료비 지출과 병가가 늘어 기업에 막대한 부담을 지운다. 실제 미국은 수면 부족으로 연간 4110억 달러(약 597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2.28%에 달하는 규모다. 일본과 영국도 각각 1380억 달러(약 200조 원)와 500억 달러(약 72조 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한국도 연간 약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 높아져야전문가들은 수면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소와 학교에서 수면 건강 교육을 늘리고 기업들도 수면 건강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교대근무자와 핵심 노동자의 수면 실태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수면장애 치료제와 수면무호흡증 치료 기기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다.수면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규칙적인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기상하며 취침하기 전에는 스마트폰과 TV 시청을 줄이는 게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 수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암막 커튼을 사용하거나 파도소리, 계곡 물소리 등을 틀어 놓아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명상이나 요가를 하는 것도 권장된다. 신 회장은 “수면 부족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건강 문제”라며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건강하게 숙면할 때 삶의 질이 향상되고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초등학생의 스마트 기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등학생들이 교육이나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나온 대책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4만9317명 중 22만1029명(17.7%)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서 의원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스마트 기기 및 SNS 중독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해 해결 방안 등이 논의됐다.● 청소년 인터넷 이용시간 3년 새 1.8배 증가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8시간(479.6분)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8배 증가했다. 초등학교 4∼6학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 동안 인터넷을 사용했다. 2019년 2시간 40분에서 크게 늘었다. 인터넷 이용시간 증가는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메신저를 수시로 이용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97.4%), 포털 사이트(97.3%), 메신저(95.8%)를 많이 이용한다”며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메신저 이용량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2019년과 비교할 때 10%포인트가 상승했고 이용률 순위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이용량이 증가한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게임(24.3%), 미디어(17.4%), 메신저(10.3%), SNS(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 뇌 계속 발달, 과도한 게임은 악영향”뇌는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20대에도 계속 발달한다. 후두엽(시각정보처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전두엽(고차원 사고, 자기 조절)으로 확산된다. 전두엽은 25세까지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자기 조절이나 충동 조절, 계획적 사고 능력 등이 완전하게 성숙되지 않는다. 또 청소년기는 도파민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또래 집단에서 자신들의 의견 등이 수용되는 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원하는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는 중독에 매우 취약한 시기다. 게임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에 취약한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장)도 “스마트폰 중독은 종종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과 학습, 기억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져스마트폰 중독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필요하다.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적절히 규제하고 기업이 윤리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방안도 필요하다. 게임업체와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 온라인 플랫폼 등은 청소년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막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금 등을 통해 후원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 심리적인 취약성을 이용해 보상심리를 자극하거나 청소년들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등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등 건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2021년 10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이른바 ‘소쿠리(바구니)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쿠리 캠페인은 오후 11시엔 무조건 집에 있는 소쿠리 안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집어넣고 그 다음 날까지 절대 꺼내지 말자는 취지다. 신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가 모여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초등학생의 스마트 기기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등학생들이 교육이나 긴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어 나온 대책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24만9317명 중 22만1029명(17.7%)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서 의원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이미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소년 스마트 기기 및 SNS 중독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려 청소년의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과 관련해 해결 방안 등이 논의됐다.● 청소년 인터넷 이용시간 3년 새 1.8배 증가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8시간(479.6분)으로 2019년과 비교했을 때 1.8배 증가했다. 초등학교 4~6학년은 하루 평균 5시간 40분 동안 인터넷을 사용했다. 2019년 2시간 40분에서 크게 늘었다. 인터넷 이용시간 증가는 청소년들의 일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메신저를 수시로 이용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다.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97.4%), 포털 사이트(97.3%), 메신저(95.8%)를 많이 이용한다”며 “특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메신저 이용량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이용률은 2019년과 비교할 때 10%포인트가 상승했고 이용률 순위 1위에 올랐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거치며 더 심각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청소년을 대상으로 최근 1년간 이용량이 증가한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게임(24.3%), 미디어(17.4%), 메신저(10.3%), SNS(8.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 뇌 계속 발달, 과도한 게임은 악영향”뇌는 청소년기는 물론이고 성인이 된 20대에도 계속 발달한다. 후두엽(시각정보처리)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전두엽(고차원 사고, 자기 조절)으로 확산된다. 전두엽은 25세까지 계속 발달하기 때문에 청소년기에는 자기 조절이나 충동 조절, 계획적 사고 능력 등이 완전하게 성숙되지 않는다. 또 청소년기는 도파민 활동이 증가하는 시기로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또래 집단에서 자신들의 의견 등이 수용되는 게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또래 집단에서 원하는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는 중독에 매우 취약한 시기다. 게임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부정적 정서에 취약한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수면연구학회장)도 “스마트폰 중독은 종종 수면 부족으로 이어진다”며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과 학습, 기억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삶의 만족도가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삶의 질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중독, 성인이 된 뒤에도 이어져스마트폰 중독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필요하다. 건강한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적절히 규제하고 기업이 윤리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방안도 필요하다. 게임업체와 스마트 기기 제조업체, 온라인 플랫폼 등은 청소년들의 스마트 기기 중독을 막을 수 있도록 사회적 기금 등을 통해 후원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청소년기 심리적인 취약성을 이용해 보상심리를 자극하거나 청소년들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수집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콘텐츠를 노출시키는 등 청소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며 “청소년의 미디어 사용을 모니터링하는 등 건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2021년 10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이른바 ‘소쿠리(바구니) 캠페인’을 진행했다. 소쿠리 캠페인은 오후 11시엔 무조건 집에 있는 소쿠리 안에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기기를 집어넣고 그 다음 날까지 절대 꺼내지 말자는 취지다. 신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작은 실천이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그 변화가 모여 우리 사회의 정신 건강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12월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층 비율이 늘면서 건강 관리와 예방의학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 독감이 급증하면서 고령층에겐 예방접종이 중요해졌다. 65세 이상은 독감에 감염되면 폐렴, 심혈관질환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입원과 사망이 급격히 증가하는 고위험군이다. 독감으로 기저질환이 악화되거나 중증 합병증이 동반될 경우 입원 기간이 최대 8배까지 길어질 수 있다. 독감에 걸린 고령층이 입원하는 사례가 늘면 의료 시스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백신 접종은 이런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일반적인 독감 백신만으로 고령층의 면역 방어력을 충분히 높이기는 어렵다. 표준용량불활화독감백신(기존 독감 백신)은 건강한 젊은층에게는 효과적이지만 고령층에서는 면역반응이 약해 효과가 떨어진다. 젊은층은 독감 백신 예방 효과가 70∼90%에 달하지만 65세 이상은 17∼53%에 불과하다. 또 백신 접종률만을 높이는 것으로는 고령층의 독감 위험을 충분하게 줄이기는 쉽지 않다. 2023∼2024년 기준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82.5%로 높다. 하지만 2020년 독감 관련 사망자의 88% 이상이 60세 이상에서 발생했고 이 가운데 84.6%는 입원 중 숨졌다. 대한감염학회는 ‘2023 성인예방접종 권고안’에서 65세 이상에게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은 면역반응을 강화해 더 높은 항체를 생성하고 지속적인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독감 백신보다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한 대표적인 백신이다. 특히 ‘에플루엘다테트라’는 대한감염학회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권고하는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 중 유일하게 비교 임상시험에서 기존 독감 백신보다 우수한 예방 효능을 입증했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 주요 국가들도 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존 독감 백신보다는 고용량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KAMJ)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도서관에서 ‘초고령사회, 국가필수예방접종 바람직한 방향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개된 ‘고령자 국가예방접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서 반드시 추가해야 할 항목에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이 포함됐다. 정부가 진행한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 연구에서도 65세 이상 고면역원성 4가 독감 백신이 상위권에 배정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는 NIP에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기존 독감 백신만 무료 접종하고 있다. 기존 독감 백신만으로는 고령층에 충분한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령자 국가예방접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백신 접종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효능·효과’(70.1%)와 ‘안전성’(66.3%)을 꼽았다. 고용량 독감 백신처럼 고령층에 보다 효과적인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은 단순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아니다. 예방접종 등 의료 분야에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에게 효과적인 백신을 보편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고령층을 위한 백신 정책은 독감으로 인한 사망과 합병증, 입원 등 의료 부담을 줄이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장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요즘 일교차가 크다.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체온을 조절하느라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쉽게 깨지고 야외 활동이 적어 비타민D 합성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면역력이 저하되면 감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관절 류머티즘(류머티스 관절염) 등 면역 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류머티스 질환은 흔히 관절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사실 관절 질환 이외에 다른 전신 염증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오해를 차훈석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과 같은 학회 홍승재 보험이사(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Q 류머티스는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인가.“아니다. 류머티스 질환 중 류머티스 관절염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어 관절에만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류머티스 질환은 150개가 넘는 많은 질환들을 포함한다. 염증이 주로 근골격계를 침범하나 전신의 다른 장기에도 침범할 수 있다. 대부분 면역계통 이상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강직척추염, 통풍 등이 대표적인 류머티스 질환으로 알려져 있고 상대적으로 생소한 전신홍반 루푸스, 혈관염, 베체트병, 전신경화증 등도 모두 류머티스 질환에 속한다.”Q 혈액검사에서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이면 류머티스 질환인가.“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을 진단할 때 혈액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류머티스 인자는 류머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의 진단에 널리 사용되는 검사 항목이다. 하지만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류머티스 질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부가 류머티스 질환으로 진단될 뿐이다. 류머티스 인자는 면역 글로불린의 일종으로 몸이 자신의 조직을 공격할 때 만들어지는 항체다. 즉, 류머티스 인자가 높게 나왔다는 것은 몸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류머티스 질환 이외에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있거나 감염, 노화 등에 따라서도 류머티스 인자가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류머티스 인자는 류머티스 질환 진단의 보조적인 수단일 뿐 단독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따라서 류머티스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류머티스 전문가에 의한 다양한 검사 결과와 임상 증상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Q 류머티스 질환이 생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가.“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은 다양한 장기에 염증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하면 신체 장애가 생기거나 숨질 수 있다. 특히 전신홍반 루푸스와 같은 류머티스 질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모든 기관, 장기를 침범할 수 있어서 가볍게는 피부의 발진이나 관절염 등으로 나타나지만 뇌, 심장, 폐, 콩팥, 혈액 등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증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가를 찾아 조기에 진단을 받아야 한다.”Q 류머티스 질환 중 하나인 통풍은 음주와는 큰 관련이 없나.“아니다. 술은 몸을 산성화시키고 요산 침착이 잘되게 해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소변을 많이 배출하는 이뇨 작용이 생기고 요산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걸 막는다. 술을 많이 마시면 통풍이 잘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술이 통풍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돼 혼란스러워하는 환자들이 많다. 논문이 발표돼도 보다 정밀한 확인과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논문 발표만으로 너무 맹신해서는 안 된다. 다만 술도 종류가 많고 성분 및 도수 등에 따라 통풍과 관련된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세심하게 분석해야 한다. 현재 와인은 통풍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통풍 환자가 술을 마셔야 한다면 와인 한 잔 정도는 질환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과음과 폭음은 피해야 한다.”Q 류머티스 질환은 유전되는가.“아니다. 류머티스 질환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유전적인 소인이 있어도 반드시 류머티스 질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유전적인 요인이 없어도 류머티스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통풍에 대한 유전자 가계도 조사가 많이 진행됐고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통풍이 잘 걸린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 논문 역시 좀 더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류머티스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경각심을 갖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류머티스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수는 400만 명 이상이었다. 정신질환 진료 환자 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번아웃증후군, 공황장애, 조현병 등 각종 크고 작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각 지역에서 정신건강을 위한 센터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 송파구민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이중선 서울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장(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는 어떤 곳인가.“2005년 5월에 설립된 서울 송파구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건강한 정신, 행복한 송파’를 미션으로 구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건강한 삶을 위해 정신건강 증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정신과적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과 맞춤형 사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도움을 드리고 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이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를 위탁 운영 중이다.” ―요즘 정신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많다. “정신질환은 흔히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다양한 스트레스, 사회적 압박,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신과적 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이 많다. 그렇지만 정신질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안타깝게도 주변의 시선 혹은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에 가는 것을 불편해 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정신질환을 숨기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가족과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함께 치료해 나가야 한다.” ―센터가 정신질환과 관련해 도움을 주는 곳인가. “그렇다. 센터를 찾아 주신 분들을 만나서 상담을 하고 그분들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안내해 드리고 있다. 이곳엔 회복지원팀, 정신건강증진팀, 자살예방 및 위기개입팀 등이 있다. 각 팀에서 센터를 찾아주시는 송파구민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제일 먼저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센터를 찾아오시기 전에 전화 예약이 필요하다. 송파구정신건강복지센터에는 총 4곳의 상담실이 있다. 이곳에서 센터를 찾아주신 송파구민들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 전문 요원의 심층 상담이 준비돼 있다.” ―팀별로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 달라. “회복지원팀에서는 정신질환자의 정신과적 증상 관리 및 일상생활을 지원한다. 중증정신질환자의 전반적 기능을 향상시키고 일상생활 기술 영위를 위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가족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 및 정신질환자에 대한 이해와 가족들의 소진 예방을 위해 가족교육을 실시한다. 그리고 취약계층 회원에게 집중적인 치료를 유도해 재발을 예방하고 지속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신건강증진팀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전문 요원의 심층 상담, 중독예방사업,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교육 등 다양한 증진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살예방 및 위기대응팀에서는 정신과적 증상 평가를 위한 응급 출동과 자살 위기 지원, 자살유족지원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센터에 없는 특별한 사업이 있다. “바로 ‘인생정원’ 사업이다. 특화사업팀에서는 공동체 정원을 통해 지속가능한 정신장애인 사회통합 모형 개발을 위해 인생정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인생정원 사업은 2024년 아산사회복지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조현병으로 치료받고 있는 지역주민과 송파구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이 함께 공동체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송파구청 공원녹지과, 송파구 보건소 등 지역사회 기관과 협력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활성화에 필요한 정부 지원 정책을 알려달라.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활성화를 위해 세 가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경찰·소방·응급의료기관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공공병원을 연계해 위기 대응과 지속적 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센터 공간 기준을 마련하고 위탁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등 인력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을 통해 종사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셋째, 종사자의 소진 예방과 복지를 위해 연 1회 심리상담 의무 휴가를 도입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국내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는 올해 말까지 치매 환자를 108만 명으로 전망했으며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까지 포함하면 관련 환자가 236만 명으로 추산된다. 가장 많은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전체 치매 환자의 약 70%를 차지한다. 알츠하이머병은 독성 단백질(아밀로이드 베타·타우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서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언어와 행동 장애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최근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신약 ‘레켐비’가 국내에서 처방되기 시작했다. 레켐비는 원인 물질에 직접 작용하는 치료제로 기존 약물과는 전혀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어 치매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레켐비를 처방하고 있는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 이태규 원장과 최선아 원장을 만나 치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레켐비는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약인가. 이태규 원장=“치매는 정상적으로 인지하던 사람이 기억력 등 대뇌 인지 기능이 서서히 저하돼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병적 상태다. 질병이라기보다 그런 상태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용어다.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뇌중풍(뇌졸중), 뇌종양, 뇌수두증 등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인데 갑자기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건망증 등 치매 전조증에 대한 여러 의심 증세를 경험하면서 병원을 찾는다.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진된 초기 환자에게 레켐비를 처방할 수 있다.” ―레켐비는 어느 정도로 효과가 입증이 됐나. 이 원장=“뇌에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가 쌓여 신경세포를 서서히 죽이는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일반 노인의 10∼15%가 아밀로이드 양성이며 이렇게 쌓인 아밀로이드가 10∼15년 정도 지나면 경도인지장애를 포함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레켐비는 이렇게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첫 번째 약으로 202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다. 기존 증상 완화 위주의 치료에서 나아가 근본적으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치매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국내 첫 허가된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질병 진행 속도를 대조군보다 27% 정도 지연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최선아 원장=“레켐비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승인돼 사용 중이다. 1996년 도네페질이라는 증상 완화 치매약이 개발된 뒤 20년 이상 실제적 치매 신약이 없었다. 2023년 FDA가 레켐비를 승인하며 지난해 12월부터 국내에서 처방됐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확진된 50∼90세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898명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진행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임상치매척도(CDR-SB) 점수에서 레켐비군은 1.21점으로 대조군 1.66점에 비해 낮았다. CDR-SB 점수는 높을수록 증상이 더 나쁜 것으로 27% 정도 진행 속도를 지연시킨 것이다. 또한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에서 아밀로이드 침착이 위약군에 비해 레켐비군에서 80% 이상 현저히 감소됐다.” ―레켐비는 어떻게 투여하나. 최 원장=“18개월 동안 2주마다 레켐비 주사를 한 시간가량 투여한다. 이태규뇌리신경과의원의 차이점이라면 슈퍼브레인이라는 인지중재 치료를 레켐비 주사와 함께 처방한다는 점이다. 레켐비로 치료하는 동안 환자의 뇌신경을 자극하고 운동하게 만들고 치매 예방 식단을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기 인지 저하 환자에게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노력이다. 주사의 회차를 거듭하는 동안 기본적으로 1차(첫 투약), 5차, 7차, 14차, 26회 차 투약 전에 부작용 발생을 확인하기 위한 4차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다. 이외에 치료 중 치료 효과 및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 및 추가적 뇌 MRI 촬영을 해 환자 개인별로 다양하게 검사할 수 있다.” ―인지중재 치료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 이 원장=“인지중재 치료는 기억력, 주의력, 정보처리 능력, 추론 및 문제해결 능력 등의 인지 영역을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하며 기억 및 인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는 뇌기능 개선 프로그램이다. 슈퍼브레인이라는 인지중재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태블릿 PC를 통해 치료사가 환자에게 뇌기능 개선을 위한 게임 형식의 뇌훈련을 하고 이를 과제로도 부여해 집에서 복습하게 한다. 치매 예방 식단인 마인드 식단을 훈련하고 동영상을 통해 집에서 훈련하게 하며 실천까지 피드백을 주고 확인한다. 또 치매 예방 훈련 중 중요한 운동에 대해 강조하고 실천을 독려하며 동영상을 보며 매일 일정한 시간에 따라 하도록 한다. 슈퍼브레인 프로그램은 15회에 걸쳐 진행되며 환자 의지에 따라 더 연장하거나 환경에 따라 회차를 조절하기로 한다. 인지중재치료 프로그램은 환자에게 실제적으로 기억력을 항진시킬 수 있는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모든 환자가 치매 예방을 위해 실천하면 좋은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 최 원장=“연구에 따르면 레켐비 주사를 처방해도 치매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본원에서는 치매 치료의 또 다른 축인 인지중재 치료를 레켐비 주사 치료와 병행한다. 치매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진행 속도를 더 늦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 달에 두 번, 한 번에 한 시간 동안 맞는 레켐비 주사 요법이 인지중재 치료와 정확히 치료 빈도와 시간(1시간)이 맞아 동시에 실시하면 치료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장기간 한 달에 병원 두 번 오는 번거로움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동시 병행 치료(레켐비+인지중재)를 하는 국내 병원은 거의 없다.” ―레켐비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기도 한다. 최 원장=“맞다. 효과만큼 레켐비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임상 연구에서 레켐비는 뇌부종을 동반한 ARIA-E 발생률이 12.6%, 뇌출혈을 동반한 ARIA-H 발생률은 17.3%였다. ARIA란 뇌 MRI에서 레켐비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뇌영상 이상 소견인데 혈관성 뇌부종인 ARIA-E와 뇌 표면에 출혈을 보일 수 있는 ARIA-H가 있다. ARIA를 보이는 사람 대부분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에서 두통, 혼돈, 어지러움, 흐린 시야, 오심(속이 울렁거림),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주입 관련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다. 임상 연구에 따르면 약 26%에서 주입 관련 반응인 피부 발진, 발열, 근육통, 오한, 전신 통증, 몸떨림, 구토, 저혈압, 고혈압, 산소포화도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24시간 이내 증상이 사라진다. 부작용이 생길 확률보다는 생기지 않을 확률이 훨씬 많기 때문에 대상 선정부터 엄격한 기준으로 점검하고 준비한다면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약물 효과는 최대로 기대할 수 있다.” ―레켐비 치료 비용도 궁금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나. 최 원장=“아직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뇌 안에 아밀로이드가 있는지 검사하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비용이 100만 원 내외, 레켐비 주사 치료 비용과 전후 MRI 검사 비용 등이 연간 3000만 원 내외로 추정된다.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치료비가 증가하며 레켐비는 한 달에 2회 정맥주사를 18개월간 꾸준히 맞아야 한다.” ―다른 치매 신약이 미국에서 출시됐다. 최 원장=“2024년 7월 FDA의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이다. 레켐비와 마찬가지로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씻어내고 알츠하이머병 진행 속도를 늦춘다. 이 주사제는 한 달에 1회 맞기에 레켐비보다 병원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으나 ARIA가 조금 더 생기는 경향이 있고 아직 국내에 승인되지 않았다. 조금 더 기다려야 처방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환자에게 조언을 해달라. 이 원장=“초기에 치료할수록 그만큼 경제적 부담과 질환 악화를 덜 수 있다. 또 열심히 노력해 치매 진행을 늦출 수 있다면 미래에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했을 때 또 다른 치료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치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지 말고 사전검사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고 진단해 의료진과 함께 노력한다면 치매를 예방하고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2주 동안 몸무게 10%를 줄이는 ‘몸짱 프로젝트’에 도전한 중년 남성 5명이 지난달 24일 한자리에 모여 실천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은 매일 7000보 걷기, 계단 30층 오르기, 5분 서킷운동 4세트(400m 3분에 달리기-스쾃 12회-팔굽혀펴기 12회-스프린트 복근 운동 15회-데드리프트 12회)를 실천했다. 참가자들은 실천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서로 격려했다. 이들이 운동하는 모습과 방법은 유튜브 채널 ‘톡투건강TV’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평균 몸무게 4∼5kg 줄고 근골격량 늘어중년 5명은 한 달 동안 평균 4∼5kg(체중의 약 7%)을 감량했다. 프로젝트 주치의인 최호천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스포츠의학) 교수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의 성적”이라며 “체지방만 줄고 근골격량이 유지되거나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중장년의 다이어트는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지방을 줄여야 한다. 하루 500kCal 정도의 에너지 적자를 만들어 2주 동안 몸무게 1kg을 줄이는 게 목표다. 식사에서 하루 300kCal 정도 덜 먹고 운동 등으로 200kCal를 더 소모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배고픔을 느끼는 ‘헝거 사인’은 오히려 기회다. 배가 고프다고 생각될 때부터 몸에 축적된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바로 음식을 먹지 않고 30분 정도 공복을 유지하면 지방 연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벼운 운동도 병행한다면 지방이 더 많이 연소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새로운 목표, 근육량을 늘리자몸짱 프로젝트 초기 4주는 체중 감량과 운동 습관에 집중했다. 앞으로 남은 8주는 근육량 증가를 목표로 훈련해야 한다. 중년 이후에는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점차 감소하는 ‘근감소증’이 진행된다. 이는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이 나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고 단백질 대사율이 바뀌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하체와 엉덩이, 등, 가슴 등 대근육을 중심으로 주 4회 이상 운동하는 게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몸짱 프로젝트에서 조교 역할을 담당하는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평소 하지 않던 근력운동을 하면 다음 날 근육통이 심해져 움직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운동을 쉬기보다는 다른 부위의 운동을 하거나 유산소 서킷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도 “운동 후 생기는 근육통은 근섬유 미세손상과 대사 노폐물이 쌓여 발생하는 증상이므로 오히려 지속적으로 운동하면 혈류량이 증가해 회복이 빨라지고 이때 근육이 성장하게 된다”며 “근육이나 관절 주변 손상일 경우 운동 직후나 운동을 할 때 발생하고 날카롭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심할 때는 휴식을 취한다. 다만 통증이 이어지면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근육 감소를 줄이기 위한 단백질 공급 근육 감소를 줄이기 위해 단백질 음료를 마시고 닭가슴살을 먹고 있지만 중년도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일반적인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1g 정도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있다면 1.2∼1.5g까지 늘려 근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다만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고 남는 단백질은 지방산으로 전환돼 내장지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년 이후에는 20대와 30대처럼 무조건 많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파우더나 음료형 단백질은 중장년층에서 당 조절 기능 저하로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할 수 있다. 그 대신 정제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최 교수는 “중년 이후 단백질 보충제 선택은 단순히 많이 섭취하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건강한 근육 유지와 혈당 관리를 위해 적절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중년 이후에는 식사하면서 단백질량의 90%를 섭취하고 나머지 10% 정도만 건강기능식품 등을 통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게 이상적이다. 또 연령대에 따라 단백질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20, 30대는 대부분의 단백질 음식을 섭취해도 괜찮지만 40대 이후에는 성인병을 고려해 적색육보다 백색육이나 생선, 해산물, 식물성 단백질, 유청 단백질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 근육은 최종적으로 식탁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두부, 콩 요리 등 식물성 단백질과 우유, 치즈 등 유청 단백질은 꼭 포함시켜야 한다. 최 교수는 “중년 몸짱 프로젝트는 단순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을 위한 도전”이라며 “근육을 유지하고 체지방을 줄이는 습관을 지속하면 건강한 노후와 활력 넘치는 일상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건강한 노후를 위해 국가필수예방접종(NIP)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예방접종은 가장 비용 효과적이며 중요한 감염병 예방 수단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수많은 질병에 대처할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물론 치료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까지 낮출 수 있다. 또 불필요한 고통을 막아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현재 NIP 사업 대부분은 영유아와 어린이에게 집중돼 있다. 19종의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 중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등 단 2종뿐이다. 현재 임시 국가접종으로 지원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까지 포함해도 3종에 그친다. 국가에서 고령자에게 권장하는 백신인 대상포진,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B형간염 등은 개인이 알아서 접종해야 한다. 고령자에 대한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최근 고령자에게 필요한 예방접종 중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11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상포진 예방 대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도 정부와 학계,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고령층에서의 대상포진 위험성을 지적하며 국가필수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은 50세 이상을 중심으로 매년 70만 명 이상이 걸리며 치료한 뒤에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삶의 질과 연관된 질병 부담이 높다. 필자 어머니도 얼굴에 퍼진 대상포진으로 10년째 후유증이 이어졌다. 고령층이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때 대상포진이 퍼지면 심혈관계 합병증 가능성까지 높아진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과 영국, 호주 등 19개 국가는 국가필수예방접종이나 국가 지원 프로그램 사업을 통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기 성남시 가평군, 강원 춘천시 강릉시, 경남 통영시 등이 지자체 지원 사업으로 무료 접종을 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과 유전자 재조합 백신 등 두 가지다. 생백신은 1회 접종이고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7, 8년 뒤 예방 효과가 사라져 면역 저하자에게는 접종이 어렵다. 그런데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2회 접종으로 10년 이상 예방 효과가 유지되며 기저질환자와 면역 저하자에게 접종할 수도 있어 보다 선호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에 대상포진 생백신 공급을 중단했고 영국과 호주는 2023년부터 NIP 사업에서 생백신을 제외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지자체들이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백신을 주로 지원한다. 올해 기준 대상포진 백신을 지원하는 약 200개 지자체 중 140개 지자체가 생백신을 지원하고 있다. 12개 지자체가 사백신을 단독 사용하고 있으며 28개 지자체는 2가지 종류의 백신을 모두 사용하거나 사용할 계획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자체 예산에 따라 지원 조건이나 대상도 달라져 의료 불평등도 우려된다. 국가적 사업을 시행할 때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사업을 해야 하지만 예산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다 많은 사람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NIP 사업을 모두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부 비용을 건강보험 재정으로 할당할 수도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처럼 지원 대상별 지원 비율을 조정하거나 정부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정부 지원 예방접종에서 매년 높은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고령층 백신 지원은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고 건강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비용 대비 효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보건당국은 특히 고민해볼 문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암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후 지난해까지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갑상샘(감상선)암으로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2월 4일 국제 암억제 연합이 제정한 ‘세계 암의 날(World Cancer Day)’을 맞아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을 만났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인 양 원장은 위암 권위자로 서울대 암병원장과 대한암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양 원장에게 암 생존율 변화와 예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Q 암센터가 최근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2022년 신규 암 발생자는 28만2047명으로 2021년과 비교할 때 154명 줄었다.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샘암이며 이어 대장암, 폐암, 유방암, 위암, 전립샘(전립선)암 등의 순이었다. 기대수명(남자 79.9세, 여자 85.6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의 경우 5명 중 2명, 여자는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Q 향후 암 발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암은 압도적인 사망원인 1위의 질환이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 암은 대표적인 노화 질환이므로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암 발생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문제다. 음주, 비만 등도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이며 특히 흡연은 ‘만병의 근원’이다.”Q 국내 암환자 생존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암환자 5년 상대생존율은 72.9%다. 2001∼2005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생존율(54.2%)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2022년 기준 암 진단 후 5년 초과 생존한 환자는 전체 암 유병자의 61.3%(158만7013명)로 전년 대비 1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위암의 경우 위암 발생 대비 사망은 △한국 0.24 △일본 0.26 △중국 0.68로 동아시아에서 국내 암환자의 생존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또 위암과 대장암의 검진 수검률은 △위암 75.2% △대장암 72%로 주요국 중 매우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Q 위암과 대장암에서 생존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해서 조기 발견의 힘이다. 암 진단은 4가지로 구분되는데 암이 발생한 장기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를 ‘국한’이라고 하고 주변 장기나 인접 조직, 림프샘을 침범했을 경우 ‘국소진행’으로 보며 멀리 떨어진 부위까지 퍼졌을 경우 ‘원격전이’라고 한다. 국내 환자들에게 암을 진단했을 때 암환자 50.9%가 ‘국한’로 진단됐고 ‘국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은 92.1%에 달했다. ‘국한’ 진단을 받으면 갑상샘암의 경우 사실상 일반인과 생존율이 같았으며 유방암 생존율 99.1%, 신장암 98.1%, 위암 97.4% 등이었다. 반면 폐암(79.8%)이나 간암(62.3%), 췌장암(46.6%)의 생존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국내 암환자 5명 중 1명은 여전히 ‘원격전이’에서 진단된다. 암은 정말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Q 암 예방을 위한 좋은 생활습관은…. “암은 검진만큼 중요한 게 예방이다. 가족력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가족력보다는 생활습관이 더 중요하다. 국립암센터는 국민들이 지켜야 할 ‘암 예방 수칙 10가지’를 제정했다. 특히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 지난해 위 내시경을 하지 않았다면 새해를 맞아 새 마음으로 꼭 하기를 권장한다. 2년마다 위 내시경을 하면 위암 조기발견율이 80%에 달하고 매년 실시하면 99%가 조기 발견된다. 국가건강검진이 없는 격년에는 개인 비용으로 반드시 위 내시경을 하기를 권장한다.”Q 향후 국립암센터가 연구 및 진료에서 집중할 분야는…. “앞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이 중요하다. 유전자 분석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유전적 프로필에 맞는 치료법을 제공하고 면역세포 치료, 표적 치료 등 최신 치료 방법을 더욱 발전시키는 게 목표다. 또 전국 병원들이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첨단세포처리실’을 만들었다. 첨단세포처리실은 CAR-T 세포 치료제의 원료 물질을 처리하고 병원들에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기존 치료법에서 효과가 없었던 환자들에게도 새 희망을 주게 된다. 또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후속 관리와 재발 방지 전략도 강화한다. 암 치료 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재발 가능성을 줄이고 생존자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생존자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과 심리적 지원, 직업 복귀를 위한 공공의료사업 등을 추진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암 치료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암 치료제는 1세대인 화학 항암제부터 시작해 2세대 표적 항암제, 3세대 면역 항암제로 발전했는데 최근에는 4세대인 면역세포 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면역세포 치료제는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거나 면역 반응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면역세포인 T세포를 이용하는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CAR-T 치료제는 혈액암 치료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 반면 폐암, 유방암, 간암 등 고형암 치료에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엔 대안으로 종양침윤림프구(TIL) 치료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TIL은 종양 조직에 들어가 있는 림프구를 의미한다. TIL을 직접 채취한 뒤 외부에서 림프구 속 면역 T세포를 활성화하는 촉진제를 사용해 배양한다. 이렇게 배양된 TIL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면 종양 세포만 공격하는 치료제로 변신하는 것이다. 여러 암세포 항원에 동시에 반응할 수 있어 다양한 변이를 가진 고형암 치료에 효과적이다. 국내 최초로 TIL 치료제 임상을 진행 중인 이희진 네오젠TC 대표를 만나 TIL 치료제의 특징과 전망에 대해 알아봤다. ―기존 고형암 치료제와 비교할 때 어떤 효과가 있나. “TIL 치료제는 암세포에 침투한 환자 자신의 T세포를 활용해 고형암 맞춤형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환자 맞춤형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장점이 있다.” ―CAR-T 치료와 다른 점은. “CAR-T 치료는 혈액에 돌아다니는 T세포를 활용한 것이라 주로 혈액암 치료에서 좋은 효과를 보인다. 반면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가 암항원, 종양항원, 신생항원 등 여러 가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어 CAR-T세포가 암세포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TIL 치료제는 종양에서 직접 림프구를 채취하기 때문에 종양에 존재하는 다양한 항원에 반응할 수 있어 암세포의 변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고형암 치료에 적합하다.” ―TIL 치료제 연구와 관련해 국내서 네오젠TC가 독보적인 이유는. “TIL 치료제 연구는 허들이 높다. 우선 환자별로 종양의 종류와 림프구(TIL) 수가 다르기 때문에 상용화되려면 어떤 조직에서도 치료가 가능한 공정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조직을 활용한 실험이 필요한데 환자의 종양에서 직접 채취해야 해 샘플 확보가 어렵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병리과에 소속돼 있다 보니 병원과 환자들의 협조로 충분한 샘플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네오젠TC가 TIL 치료제 연구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기술의 개발 단계는. “국내 최초로 폐암과 유방암 대상 임상시험 진행 단계에 있으며 올해 말까지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1상 이후에는 유효성과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이전보다 큰 규모로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누적 투자와 성과는. “시리즈 A에서 150억 원, 시리즈 B에서 96억 원을 유치해 약 2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TIL 치료제가 고형암에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의 바이오·헬스 분야 37개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TIL 치료제 제조를 위한 두 가지 플랫폼 기술이 있다. 신생항원을 정밀하게 선별·발굴하는 ‘NeoFIT’과 유전자 변형 기술로 T세포의 치료 효능을 높이는 ‘NeoBTS’다. 두 플랫폼을 고도화해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료진은 ‘우리의 사명은 당신의 생명입니다’를 모토로 삼고 24시간 365일 외상환자를 진료하고 예방 가능 사망률을 0%에 가깝도록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달 15일 만난 장성욱 단국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충남권역외상센터장)는 최근 의료계가 힘든 상황에서도 중증외상 환자들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단국대병원은 중부권 대표 대학병원으로 천안에 위치하고 있다. 1994년 개원한 뒤 중부권 의료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충남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이다. 암, 심뇌혈관질환, 응급 및 중증 환자 등 고난도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동시에 지역암센터,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닥터헬기 운영 등 공공의료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2011년 도입된 닥터헬기는 현재까지 2000회 정도 출동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 최근엔 초정밀 방사선 암 치료기를 비롯해 국내에 처음 도입된 방사선 뇌수술 장비 ‘ZAP-X’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로봇수술 장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등을 통해 환자 중심 맞춤 치료에도 앞장서고 있다. 장 교수와 함께 단국대병원이 내세우는 권역외상센터 의료 시스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 선진국보다 훨씬 낮아 2014년 11월 국내에서 세 번째로 개원한 단국대병원 충남권역외상센터는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및 대량 출혈 등이 동반된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한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초기 처치를 포함한 소생술, 응급시술, 수술 및 중환자 치료 등을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시설, 장비 및 인력 등을 갖추고 있다. 장 교수는 “무엇보다 외상 환자의 예방 가능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역할들도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구급대원의 현장 처치 교육과 올바른 전 처치 후 환자를 이송하는 시스템 등도 책임을 진다”며 “이뿐만 아니라 중증외상 환자의 유기적인 치료를 위해 병원 간 이송 및 재활 치료까지 외상 전 분야에 걸쳐 행정기관, 소방기관, 지역 거점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 지속적인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외상 분야 연구, 외상 통계 및 각종 데이터 관리 감독 등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상센터에 도착하는 환자들은 중중질환이 의심되거나 중증외상 환자가 대부분인데 원인은 교통사고, 추락, 산업재해, 가정 내 사고 등 다양하다. 산업체가 많은 지역적인 특성상 추락사고나 기계 끼임, 절단 등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환자도 많다. 중증외상 환자가 내원하면 외상 전담 외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교수가 외상팀을 구성해 원내 상주하고 중증외상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충남권역외상센터는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을 선진국 수준인 10%보다 훨씬 낮은 5% 이내까지 줄였다. 장 교수는 “앞으로 외상 사망률을 더 낮추기 위해서는 충청도의 지역적 특색에 맞춘 외상 전문 시스템뿐만 아니라 지역자치단체 등을 포함한 행정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며 “외상 전담 인력이나 재원 확보 등의 노력과 유기적인 운영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응급진료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혈관중재술 및 수술을 환자가 이동하지 않고 응급실에서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인 하이브리드 응급실 시스템을 빨리 도입해 의료의 질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절개 않고 출혈 막는 ‘레보아’ 국내 첫 도입단국대병원은 2016년 대동맥 내 풍선폐쇄소생술인 ‘레보아’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레보아는 복부나 골반 부위에 사고로 출혈이 발생했을 때 혈관 내로 의료용 풍선을 삽입해 대동맥을 막아 출혈을 멈추게 하는 응급 시술법이다. 마치 팔이나 다리 등에 출혈이 발생했을 때 압박하거나 다친 부위의 위쪽을 의료용 지혈대로 묶어 출혈을 줄이는 원리와 같다. 기존엔 개흉술을 통해 대동맥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대동맥 하부의 출혈을 줄이는 방법이 있었지만 시간과의 싸움에서 늘 한계가 존재했다. 장 교수는 “최근 혈관 내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비압박성 몸통 출혈 환자에게 출혈을 줄이고 환자의 소생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레보아가 주목을 받고 있다”며 “레보아는 대량 출혈 환자에게 대퇴동맥을 통해 대동맥 안에 풍선 카테터를 삽입한 뒤 풍선을 확장해 대동맥 내 혈류를 차단하는 시술법으로 기존 방법에 비해 덜 침습적이고 시술이 간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복강이나 골반으로 가는 출혈을 줄이고 나머지 혈액은 대뇌와 심장으로 더 많이 갈 수 있도록 해서 환자가 안정적인 상태에서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2019년 태반 이상으로 응급 분만을 하고 대량 출혈로 140여 개의 수혈이 필요했던 고위험 산모에게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보아를 적용해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게 퇴원할 수가 있었다”고 했다. 단국대병원은 현재 국내에서 레보아 치료를 가장 많이 하고 있으며 레보아 치료 활성화를 위해 학회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제약 업계가 떠들썩했다. 국산 항암제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렉라자는 임상을 통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대상의 1세대 표적항암제와 비교할 때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렉라자 연구개발에 참여한 안병철 국립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개발 과정 등에 대해 들어봤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어떤 암인가.“폐암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이다. 암세포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 소(小) 자를 써서 소세포폐암이라고 하고 작지 않으면 아닐 비(非)를 써서 비소세포폐암이라고 한다.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은 치료 방법과 약제가 다르다. 전체 폐암의 80∼85% 정도가 비소세포폐암이다. 많은 폐암 환자가 비소세포폐암에 해당되기 때문에 치료 수요도 높다. 또 비소세포폐암은 어떤 돌연변이가 나타나느냐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돌연변이가 나타난 폐암은 해당 변이를 타깃하는 표적항암제로 치료한다. 즉 돌연변이가 없다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다. 비소세포폐암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중에서 가장 흔한 게 바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라고 하는 EGFR 돌연변이다. EGFR 변이는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서 더 자주 발생한다. 렉라자는 EGFR 변이가 나타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한 표적항암제다. 다른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게는 처방할 수 없다.”―렉라자는 국내 신약이라 동양인이나 한국인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많을 것 같다.“그렇다. 렉라자 개발 당시 연구 대상 환자로 한국인이 많이 포함됐다. 물론 연구에는 다른 아시아인이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글로벌 환자 전체를 분석했을 때나 한국인만 따로 분석했을 때나 모두 결과가 일관되게 좋았다. 항암제 임상시험의 주요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이라는 게 있다. 질병이 진행하지 않고 환자가 생존하는 기간을 말한다. 즉 PFS가 길수록 약효가 좋다는 뜻이다. 렉라자 임상에서 글로벌 환자 전체를 두고 봤을 때 PFS가 20.6개월이었고 대조군이었던 1세대 표적항암제 투여군에서는 9.7개월이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다. 한국인 환자만 따로 분류했을 때도 PFS가 20.8개월로 일관됐다. 이런 데이터를 고려할 때 렉라자는 아시아인, 특히 한국인에게도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렉라자는 뇌 전이에도 효과가 있다.“폐암은 전이가 잦은 암이다. 특히 뇌로 전이되면 치료 이후 예후가 급격히 안 좋아질 수 있다. 이런 뇌전이 폐암을 치료할 때 약의 뇌혈관장벽(BBB) 투과율이 관건인데 기존에 쓰였던 1, 2세대 항암제들은 BBB 투과율이 낮아 뇌전이 환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렉라자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3세대 표적항암제는 BBB 투과율이 높다. 실제 임상에서 렉라자는 중추신경계로 전이된 환자에게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뇌전이 환자에게 1세대 표적항암제인 게피티닙이나 엘로티닙을 썼을 때는 PFS가 8.4개월에 그쳤는데 렉라자를 쓰니 28.2개월로 길어졌다. 거의 3배 차이다.” ―암 환자의 공통적인 불안은 치료 부작용이다.“흔히 항암제 부작용이라고 하면 고전적인 항암 요법인 세포독성 항암제의 부작용처럼 머리카락이 다 빠지거나 심하게 토하는 등 심각한 증상을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렉라자 등 3세대 표적항암제처럼 좋은 약이 많이 출시돼 부작용이 경미하거나 관리가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 렉라자도 부작용이 있다. 손발이 저린 증상이 나타나는데 어떤 환자는 신발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다고 한다. 만약 이런 증상이 나타나 불편한 경우 담당 의사와 상의해 보조 약제를 추가하거나 렉라자 용량을 줄여 복용할 수 있다.” ―렉라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월 3알 기준 30만 원 정도다. 만약 월 2알로 줄이면 20만 원 정도 부담한다. 표적항암제가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을 때는 월 500만∼600만 원 정도였다.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는 5%만 부담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정말 중요하다.” ―렉라자는 어떤 요법으로도 활용되는가.“렉라자 개발에 참여한 의료진으로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본다. 환자를 진료하고 신약이 출시됐을 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노력이 모아져 FDA 허가까지 받았다. 렉라자 단독 요법뿐만 아니라 렉라자와 ‘아미반타맙’이라는 약을 병용하는 요법도 최근 국내에서 허가됐다. 이 밖에도 방사선 요법을 더하는 옵션도 허가될 것이다. 다른 약제를 병용하는 요법도 임상시험 중이다. 치료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암에 걸렸다고 해도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를 만나서 열심히 노력하면 치료될 수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과거 대부분 복제약만 판매했다. 렉라자의 개발과 탄생을 보면서 다른 제약사도 신약 개발에 더 활발히 참여하기를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