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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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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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건강83%
칼럼17%
  • “좋은 약 만드는 필수 관문… 효능만큼 중요한 건 안전성 확보”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자들은 투약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출시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약 효능보다 안전성이다.” 최근 국내 비만 관련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신약 개발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임상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약은 환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임상이라는 과정이 꼭 들어가지만 임상에 대한 오해들이 많아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과 함께 비만 등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임상도 1, 2, 3상 목적 각각 달라임상시험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임상시험에 대해 오해나 억측은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1상, 2상, 3상 등으로 구분되는 임상시험은 단계별로 시험의 대상과 목적이 다르게 적용된다. 1상 임상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10∼8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2상 임상시험은 적합한 약의 용법이나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가 대상이 된다. 100∼30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1, 2년 정도 기간이 걸린다. 또 대규모 인원 참여가 요구되는 3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 즉 기존 약보다 뛰어난지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의료소비자에게 도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규모 임상이 진행되는 만큼 비용이 꽤 들어가는 과정이다. 실패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300명에서 수천 명 참여 인원을 목표로 3∼5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신약 사용 승인에 도달할 수 있는 성공 확률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며 33%, 29%, 9%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과 26억 달러(약 3조46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3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이다.만성질환자 임상 참여 여전히 아쉬워만성질환에 있어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로 평균수명이 증가해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정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오래 살지만 10년 이상 골골거리며 산다는 이야기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임상시험으로 좋은 약이 많이 나올수록 건강한 생명 연장에 기여해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임상시험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은 세계 5위인 데 반해 임상 참여율은 3.2%(19위)로 저조하다. 강 교수는 “비만 등 모든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처방은 완전하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이 임상시험을 승인할 때 안전하지 않은 약은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출시될 수 없다”면서 “연구자들 역시 부작용이나 이상 사례가 발생하면 충분히 정부 및 참여자에게 보고하고 부작용이 위중한 경우에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한번 약을 복용하면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먹거나 주사 처방 등 복약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하면 기존 만성질환보다 더 나은 효능과 안전성의 약들이 출시될 수 있고 만성질환자들도 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절반 정도만 긍정적인 평가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4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국민 19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56.5% 응답자만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의 90%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염려된다’고 답했고, 65%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62%는 ‘참여자에 대한 보호와 혜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선 90%가 ‘신약 개발 및 의학 발전에 기여한다’고 답했으며 89%는 ‘희귀질환과 난치병 환자에게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전부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위한 연구도 실시간으로 등록 가능하다. 어려운 임상시험 용어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하 센터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질수록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향상돼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신종플루 등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큰 질병에 마주하게 되면 제때 돈을 주고도 약을 구할 수 없거나 약을 구하려 할 때 너무 큰 비용을 줘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좋은 약을 개발하고 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위급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는 시스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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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장 된 지금도 직접 진료… 환자 포기 않는 신념 지켜와” [슬기로운 원장생활]

    서울 노원구에 자리한 노원을지대병원은 ‘병원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을지재단의 설립 이념을 바탕으로 1995년부터 29년째 한자리를 지켜왔다. 총 540병상을 갖추고 32개 진료과와 로봇수술센터, 뇌졸중센터, 당뇨센터, 족부족관절센터, 모자보건센터 등 전문진료센터를 갖춘 을지대의료원의 모병원이다. 이곳에 밤낮으로 진료와 수술, 각종 회의까지 주재하며 13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이끄는 리더, 유탁근 병원장(사진)이 있다. 대한전립선학회 회장을 지내고, 올해 초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1000례 달성 등 전립선암 명의이자 6년째 병원을 이끌고 있는 유 원장을 만나 슬기로운 원장생활에 대한 비결을 물었다. ―노원을지대병원 개원 멤버로서 병원장까지 하게 된 비결은. “당시 전문의, 회사로 따지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처음부터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다 보니 서로가 눈길만 딱 봐도 아는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원장 생활도 특별히 뭔가를 더 하기보다는 평소처럼 하다 보니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던데. “평소 어디 가서 부탁하는 건 잘못하지만 ‘저 정도는 풀어드릴 수 있겠네’ 하는 곳에서 서로 간 갈등을 해소한다든지 그런 부분은 잘했던 것 같다. 그래도 늘 부족하다. 원장직만 맡으면서 직원들의 소리를 더 많이 듣고 해결해야 하는데 환자 진료하고 수술하다 보면 시간을 많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 많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다던데 하루 일과는. “아침 7시면 병원에 출근한다. 월, 화, 수는 보통 7시 반부터 회의가 있고 그 외에도 오후회의, 안건회의, 결재 일정이 있다. 나머지 시간은 주로 외래와 수술로 환자 진료하며 시간을 보낸다. 틈틈이 면담 시간도 갖는다.” ―병원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끝까지 환자 진료를 놓지 않는 이유는. “임상의사는 당연히 환자 진료하는 게 제일 큰 책무다. 예전에 저를 가르쳤던 은사님들이 한양대에서 세 분이나 원장님을 하셨다. 그분들이 저의 스승이면서 또 원장직에서도 스승이신데 모두 다 원장직을 하면서 진료를 거의 그대로 하셨다. 특히 한 스승님께서 제가 원장이 되니 ‘환자를 놓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하셨다. 그게 제 철학하고도 맞았다.” ―올해 초 비뇨의학과 로봇수술 1000례를 돌파했다. “메인 집도는 주로 했지만 혼자 이뤄낸 결실은 아니다. 곁에서 같이 도와준 교수들과 스태프들이 있다. 국내에 로봇수술이 도입될 때 제가 50세를 앞두고 있던 때다. 나이의 한계를 넘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로봇수술을 배웠다. 특히 전립선(샘)암은 로봇수술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매우 효과가 좋아 결과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병원의 대표적인 진료과를 소개해 달라. “족부족관절정형외과는 국내 족부에서 한동안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뇌졸중 원스톱 치료 시스템이 갖춰진 뇌졸중센터, 로봇수술센터, 당뇨센터 등 전문진료센터가 잘 구비돼 있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권용순 교수팀이 불임과 관련된 자궁선근증 치료를 잘해서 전국적으로 많은 환자분이 오고 있다. 올해 기준 자궁선근증 수술 건수도 2000례를 돌파했다.” ―의사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세 가지 부탁이 있다. 첫째는 ‘겸손하고 환자에게 친절하라’는 당부다. 환자, 보호자의 입장이 되면 의사, 간호사들의 한마디가 중요하고 진료의 전체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 절대적으로 환자와 보호자에게 친절해야 한다. 두 번째는 ‘도전정신을 가지고 더 발전하라’다. 사실 의사는 험한 직업이다. 환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잘했을 땐 칭찬을 받지만 조금이라도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을 땐 고초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꾸 수동적으로 되고 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위해서는 조금씩 도전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물론 의사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노하우와 지식은 겸비해야 한다. 마지막 부탁은 ‘자기 술기에 대해 자만하지 말자’는 것.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어떤 진료에 대해서 ‘스스로 만족해, 이만하면 됐어’라는 생각을 가질 때 꼭 문제가 생겼다.” ―앞으로의 병원 운영이나 계획이 있다면. “병원 발전을 위해 당연히 경영적인 측면에서 성장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매달 진료과장 회의를 통해 각 과의 실적을 공유하고 있다. 경쟁을 부추기기 위함이 아니고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선순환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 병원으로서 지역 주민들이 많이 앓는 만성질환 치료에 힘썼지만 이젠 뇌 질환, 암 등 중증질환 발병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증질환을 치료하지 않으면 병원이 존립하는 게 의미가 없다. 훌륭한 의료진이 포진된 만큼 중증질환도 잘 치료하는 병원으로 거듭 발전하려고 힘쓰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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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마약중독자 처벌만 있고 치료는 갈 곳 없다

    “‘출구 없는 미로’ 마약! 시작은 곧 파멸입니다.” 경찰청과 마약퇴치운동본부 등에서 올 초부터 시작한 마약 예방 ‘NO EXIT’ 캠페인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단 한 번만 투약해도 헤어 나오기 어려운 특성을 ‘출구 없는 미로’로 표현했다. 필자도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과장의 지명을 받아 이번 캠페인에 동참했다. 물론 지명받지 않아도 누구나 자발적으로 인증사진을 찍고 후속 주자를 지명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다. 연말까지 진행되는 NO EXIT 캠페인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시작으로 마약 범죄의 심각성 때문에 시작됐다. 그런데 최근 유명 연예인과 가수들의 마약 투여 의혹들이 연일 쏟아지면서 ‘NO EXIT’ 캠페인이 무색해졌다. 우리나라의 마약사범 수가 2015년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고, 2022년 1만7402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사이, 필로폰, 코카인 등 심각한 마약이 다량 압수되는가 하면, 중독성이 강화된 신종 대마도 사회적 이슈가 됐다. 어디 국내뿐인가. 동남아시아, 특히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태국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대마초 재배 및 판매를 합법화하면서 관광객도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태국에서는 심지어 음식의 맛을 높이기 위해 대마초를 넣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그런 식당에 갔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대마를 섭취하거나 흡연하는 것은 해당 국가에선 합법적인 행위라도 속인주의에 따라 한국에서 처벌된다. 또 일상생활 중 흔히 처방되고 복용하고 있는 다양한 중독성 의약품도 그 처방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프로포폴 처방을 위해 의료기관 2곳 이상을 방문한 사람 수는 2019년 48만8000명에서 2022년 67만6000명으로 4년 사이 18만8000명이 늘었다. 더구나 몇 달 전엔 한 환자에게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한 혐의로 현직 의사가 처음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구속된 의사는 펜타닐 패치를 한 환자에게 무려 4000회 넘게 불법 처방했다. 환자는 병원 16곳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이를 되파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상식적인 처방으로 인해 의사가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겠지만, 의사들이 앞으로 마약류 처방을 꺼려 꼭 처방받아야 하는 환자들조차 제대로 처방받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통증학회 관계자는 “통증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환자들에겐 의료용 진통제가 필요한데 지금은 처방했다가 처벌받을지도 모르는 상황 때문에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이 학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환자에게 초점을 맞춰 의료용 마약성 진통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숨통을 터주고 있긴 하다. 더 큰 문제도 있다. 범죄적 측면에서 마약중독이 됐든, 의료적 측면에서 사용하다가 중독이 됐든 간에 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현재 마땅치 않다. 이들은 치료, 예방, 단속, 처벌의 전 과정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지만 치료 기관도 적절한 치료제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에 마약류 중독자 지정 치료보호 전문기관 총 21곳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문의가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대한통증학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은 무늬만 운영 중이다. 현황을 조사해 보면 서울 시내에는 실제로 운영되는 곳이 없다”면서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인천 참사랑병원, 경남 국립부곡병원만 운영되고 나머지는 중독전문의를 구하지 못해서 명단에 이름만 올라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마약류 사범의 재범률도 높다. 국내 마약사범에 대한 형사처벌 체계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실형선고율이 높은 재범의 경우 수형 생활로 인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처벌만 있고 치료는 없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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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력 훔치는 침묵의 도둑 ‘녹내장’… 걸리면 술 끊어야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시신경 이상으로 점점 시야가 좁아지며 실명에 이르는 대표적인 질환이 있다. 녹내장이다. 녹내장을 ‘시력을 훔치는 침묵의 도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재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안압하강제를 점안해 질병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수준이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는 “녹내장의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2020년 기준으로 녹내장 환자는 전 세계에 76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2040년에는 1억118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2021년 기준 국내에서만 녹내장 환자 수는 107만여 명이나 된다. 김 교수와 순천향대 부천병원 안과 이시형 교수의 도움말로 녹내장 건강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안압 상승과 고도 근시에서 잘 생겨녹내장 주요 위험 요인은 안압 상승이다. 눈에는 방수라는 액체가 끊임없이 생성되고 섬유주라는 구조물을 통해 유출되며 눈의 일정 안압을 유지한다. 어떤 강한 압력으로 시신경이 눌려 점점 손상되고, 방수 유출에 문제가 생기면 안압이 오르고 녹내장으로 진행된다. 이 교수는 “보통 정상 안압은 10∼20mmHg이지만, 사람에 따라 25mmHg의 압력도 문제없는 사람이 있고, 15mmHg의 압력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것을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정상안압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은 고도 근시다. 정상 안구 길이는 22∼24mm인데, 고도 근시는 안구 길이가 29∼30mm로 길어지며 망막 두께가 얇아지고, 시신경 모양에도 변형이 생겨 녹내장성 손상에 취약해진다. 그 외 40세 이상의 나이, 녹내장 가족력, 혈액 순환 장애, 고혈압, 당뇨병 등이 녹내장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녹내장 의심 시 눈 검사를 통해 파악일단 초기 증상이 없는 만큼 만 40세 이상은 1년에 한 번씩 꾸준히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녹내장을 앓는 가족이 있거나 과거 눈 외상, 근시, 당뇨병 등이 있었다면 그전부터 주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 혈액 순환을 개선하며 시신경을 보호해 녹내장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효율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치료방법은 안약 점안이다. 안약 효과가 작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레이저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만약 레이저 치료로도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녹내장 수술의 종류는 크게 섬유주 절제술과 방수유출장치 삽입술 등이 있다. 섬유주 절제술은 칼로 안구 결막을 절개한 뒤 방수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고, 결막으로 다시 덮어 물주머니를 만드는 수술이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눈에 얇은 관을 넣어 몸통 뒤쪽으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수술이다. 최근에는 결막을 절개하지 않고 눈 안쪽으로 진입해 얇은 관을 삽입하는 최소침습 녹내장 수술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녹내장 금주 유산소 운동이 필수안과 전문의들도 아직 녹내장이 처음에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녹내장으로 인한 심각한 시력 손실과 실명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다. 무엇보다 알코올 섭취를 피해야 된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진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금주를 결심한 환자들은 녹내장 진단 후 음주를 지속한 환자들에 비해 실명 발생 위험도가 약 37% 낮았다. 김 교수는 “녹내장 진단 후에는 과다한 음주뿐만 아니라 소량의 음주도 실명 위험을 유의하게 높였다”면서 “예를 들어, 녹내장 진단 후 술을 끊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과량 음주자(주 105g 이상)는 실명 위험이 약 1.78배 증가했고 소량 음주자의 경우에도 약 1.52배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녹내장을 진단받거나,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항산화 효과가 있는 야채·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고, 금연도 필요하다”면서 “안압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유산소 운동을 중점적으로 해주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는 걷기, 자전거, 등산, 수영, 줄넘기 등이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꾸리’와 같이 고개를 숙이는 자세나 특정 요가 자세는 안압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수면 시 엎드린 자세 역시 안압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만일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도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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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의료원 이끈 ‘이대동대문병원’ 116년의 역사 돌아본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까지 116년간 이화의료원의 발전을 이끌었던 이대동대문병원의 역사가 이대서울병원 내 역사관에서 다시 태어났다. 이화의료원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서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오픈식을 개최했다. 이대동대문병원은 서울 종로구에서 1892년부터 2008년까지 운영됐다. 이후 이화의료원은 2008년 동대문병원 부지 매각대금을 마중물로 삼아 이대서울병원 부지를 매입했다. 이대서울병원에 ‘이대동대문병원 라운지’를 만든 이유다. 이대동대문병원 역사라운지 조성은 2019년 이대서울병원 개원 당시 보구녀관(한국여성을 위한 최초의 진료소)을 복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공간을 찾은 의료원 구성원들은 이화의료원의 설립 정신과 가치에 눈을 떴다. 이대서울병원 마당 한쪽에 세운 119㎡(36평)의 전통 기와집 보구녀관은 병원 가족들과 의대생들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유경하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의료기관은 다양한 직군이 근무하는 공간으로, 서로 다른 생각과 개성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핵심 가치가 필요하다”며 “‘섬김과 나눔’이라는 이화의 설립 정신과 이를 이어간 이대동대문병원의 기록을 현실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887년 보구녀관에서 시작한 136년 이화의료원 역사 중 이대동대문병원이 존재한 기간은 116년에 달한다. 구한말 더 낮고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윌리엄 스크랜턴은 1892년 서울 동대문에 보구녀관의 분원인 볼드윈 진료소를 설립했다. 이것이 바로 이화의료원 동대문 시대의 시작이자 이대동대문병원의 탄생이다. 이후 환자가 많아지자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동대문부인병원)을 새롭게 지었고 1913년 보구녀관을 완전히 통합해 개원했다. 릴리언 해리스 기념병원은 1915년 12월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 분만 사업을 시작했다. 병원에서 해산 문화를 정착시켜 수많은 산모와 신생아의 사망률을 낮췄으며, 당시 만연하던 난임 문제까지 해결했다. 광복 이후 1946년 동대문부인병원은 한국 최초로 문교부에서 종합대학 승인을 받은 이화여대 부속 동대문병원이 됐다. 이대동대문병원은 116년간 최초와 최고의 기록을 여럿 썼지만 2008년 이대목동병원과 통합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이화의료원은 이대동대문병원을 다시 의료현장 중심에 부활시켰다. 이대서울병원 지하 1층에 위치한 동대문역사라운지는 248㎡(75평) 규모로, 전시장에 들어오면 이대동대문병원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화의료원은 개관 첫 기획 전시로 ‘W.F.M.S.,한국 초기의 여의사들에게 길을 비추다’를 준비했다. 미국 감리교 해외여선교회(W.F.M.S.)의 도움으로 보구녀관부터 경성의학전문학교, 동경여자의학전문학교 등에서 학업을 마치고 여의사가 돼 동대문부인병원에서 근무한 의료인 22명의 각종 기록을 전시한다. 유 원장은 “근·현대 한국 여성 의료의 핵심이었던 동대문병원에서 근무했던 선구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이화의료원뿐”이라며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의료의 본질 가치인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헌신한 이들의 정신을 느끼길 바란다”고 밝혔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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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뇌하수체졸중’을 아시나요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에 생기는 혈관성 질환들이 늘고 있다. 뇌에 ‘뇌졸중(뇌중풍)’이 있다면, 뇌하수체에는 ‘뇌하수체졸중’이 있다. 뇌졸중에 대해서는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나 뇌하수체졸중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유희준 교수는 “뇌졸중이 뇌출혈 또는 뇌경색으로 인해 뇌 조직에 손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신경학적 이상이라면 뇌하수체졸중도 같은 개념”이라며 “출혈 같은 비슷한 현상들이 뇌하수체 조직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 출혈 시 극심한 두통이 생겨뇌하수체졸중은 흔한 질환은 아니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하수체가 위치한 부위는 뼈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뇌하수체와 뼈 사이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좁은 공간 주위로 중요한 뇌신경들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뇌하수체에 출혈이나 경색이 발생하면 여유 공간이 충분치 않아 주변 조직들이 쉽게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출혈, 경색 등은 정상 뇌하수체 조직에서도 일부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체로 기존에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급격하고 극심한 두통이다. 안구통이 심하며,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상 뇌하수체 조직 자체가 압박되면서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유발한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이로 인해 무기력, 식욕 감퇴,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전해질 이상, 쇼크, 나아가 의식을 잃는 것까지 초래할 수 있다. 또 인접한 시신경이 눌려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양쪽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눈동자를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안구운동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양쪽 눈동자의 조화로운 조절이 이루어지지 못해 복시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심지어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코에서 접근하는 수술로 치료 대부분의 신체 기관은 서서히 발생하는 변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여지가 있으나 급격한 변화에는 더 쉽게 손상을 받는다. 또 급성 질환은 빨리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나 시간이 늦어질 경우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뇌하수체졸중 상황은 위에서 말한 주변의 뇌신경들의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기에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응급 상황인 것이다. 치료는 수술을 기본으로 한다. 주로 내시경을 이용해 코로 뇌하수체에 접근하는 ‘경접형동’ 접근법을 이용한다. 문제가 생긴 조직들을 제거해 출혈로 인해 높아진 압력을 낮춘다. 그리고 동반된 호르몬 불균형, 전해질 불균형 등에 대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유 교수는 “뇌하수체졸중은 치료가 늦어진다면 후유장애가 남을 수 있지만,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이미 발생한 증상들도 호전될 수 있다”며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시력 저하, 시야 변화가 나타나며 무기력이나 구역, 구토 등이 동반된다면 최대한 빠른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뇌하수체졸중 예방법뇌하수체졸중은 주로 기존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하수체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렇기에 뇌하수체 종양 자체가 너무 커지기 전에 미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하기 위해선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선행되고, 뇌하수체 선종이 발견되면 정확한 크기와 위치,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뇌하수체 MRI 촬영이 필요하다.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자라 시신경을 압박하는 정도가 되면 시야 결손,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과 관련한 증상들을 노안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제법 많은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 또 안과 검진에서 특이사항이 없다면 신경외과적 측면의 진료도 꼭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고혈압이 뇌하수체졸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평소에 혈압을 정상 범위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뇌하수체뇌의 가운데 위치한 작은 내분비샘이다. 성장호르몬, 유즙분비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등 7가지 중요한 호르몬을 총괄하면서 우리 몸의 생식과 발육, 대사에 관여한다. 그래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말단비대증, 거인증이 생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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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폰 때문에 젊은층도 눈 침침… 증상 없어도 매년 정기검진 받아야

    《백내장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40, 50대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으로 인해 눈의 피로가 증가해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시행된 백내장 수술은 70만262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부터 연평균 7.9%씩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50대 백내장 수술 환자는 9만 명이 넘었고 40대 백내장 수술 환자는 2만 명에 육박했다.》 흔히 노안과 백내장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전혀 다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혼탁해져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반면 노안은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수정체를 움직이는 섬모체근육의 힘이 떨어져 멀리, 가까이 보는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이에 백내장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오해에 대해 정태영 리뉴서울안과 원장(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학술위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백내장은 50대 이후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젊은 사람에게는 백내장이 안 생긴다고 잘못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는 40대에서도 드물지 않게 백내장 환자를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흡연, 잦은 스마트폰 사용 및 강한 자외선에 의한 눈의 이른 노화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금연하고, 젊을 때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야외활동을 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등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루테인과 같은 항산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수정체의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피레녹신 성분의 눈약은 백내장의 진행을 늦추는 예방약으로 사용된다.” ―백내장 수술은 일찍 하는 것이 좋다. “백내장 수술은 일반적으로 백내장이 기준 이상으로 있고, 이로 인한 불편감이 있을 경우 수술을 고려한다. 대개는 백내장이 생긴 뒤 눈이 침침하거나 뿌옇게 보이는 등 시력이 떨어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이고 눈부심이 심한 증상을 호소할 때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백내장은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는 있지만 없앨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백내장은 다초점렌즈가 가장 좋다. “최근 주변에서 친구들이 노안 백내장 수술을 받고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장 좋은 렌즈로 수술해 달라는 환자들이 많다. 흔히 다초점렌즈의 장점만 듣고 이것을 해 달라는 분들이 많다. 다초점렌즈는 단초점렌즈에 비해서 원거리, 중간 거리, 근거리 모두 잘 보이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야간에 빛 번짐 혹은 뿌옇게 보이는 단점도 있다. 물론 대부분 적응해서 3∼6개월이 지나면 없어지거나 줄지만 그래도 5∼10% 정도에서는 불편감이 남는다. 따라서 야간에 운전을 많이 해야 하거나 빛 번짐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은 단초점렌즈가 맞는 경우도 있다. 특히 프리미엄 단초점렌즈는 어느 정도 중간 거리도 잘 보여서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다. 또한 다초점렌즈와 단초점렌즈의 중간적인 특징을 갖는 연속 초점 렌즈 역시 빛 번짐의 단점은 줄이고 돋보기 없이 스마트폰을 볼 수 있어서 노안 교정을 원하는 분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비용도 다초점렌즈에 비교해 절반 이상 저렴한 편이다. 개인마다 수술 후 원하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가장 좋은 인공수정체는 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손보험이 있다고 무작정 비싼 렌즈를 선택하기보다는 수술 전에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나에게 맞는 렌즈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백내장 수술만 하면 뿌연 증상이 모두 사라진다. “백내장 수술을 하면 백내장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뿌연 증상은 없어진다. 하지만 수술로 인해 각막 신경이 손상되고 눈물 보호막이 씻겨 나가면 안구건조증이 발생하게 되고, 이 역시 뿌연 증상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안구건조증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인공눈물뿐만 아니라 항염증 치료제인 사이클로스포린안약, 눈물 보호막을 복원해주는 레바미피드안약, 경구용 오메가-3 등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내장 수술 후 발생하는 안구건조증은 3∼6개월간 지속될 수 있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백내장 증상이 없으면 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 “백내장은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늘어서 50대 이상에서는 50%, 60대 이상에서는 60%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고도 근시가 있는 경우에는 발생률이 더 높다. 또한 백내장은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흔하지만 백내장 위치에 따라서는 눈부심이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혹은 근시가 진행돼서 안경 도수가 자주 바뀌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과전문의에게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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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메라와 앱 연결해 모니터링… 원격-조기 진료로 건강 지킨다[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선 조기 진단을 받고 싶어도 필요한 서비스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세계에서 섬이 가장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가 그렇다. 병원 접근이 어렵고,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적어 조기 진료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 경우, 환자들은 가벼운 증상을 무시하고 방치하다가 더욱 심한 고통을 겪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에 의료기기 업체인 ㈜핵심가치의 유현민 대표는 5월 23일 남부 자카르타의 한 국립 장애 학교를 방문해 직접 개발한 헬스케어 카메라 ‘닥터클로보’로 아동들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유현민 대표를 만나 따뜻한 의료기기, 닥터클로보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닥터클로보를 소개해달라. “닥터클로보는 몸체와 렌즈 3개로 구성된 헬스케어 카메라 세트와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질병을 좀 더 쉽게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한 플랫폼 서비스다. 특히 헬스케어 카메라를 통해 △입속 사랑니부터 후두를 손쉽게 보거나 △귓속과 콧속, 피부 등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사용의 편리성과 영상 퀄리티에 중점을 둬 의료 전문의가 환부의 관리 방법, 치료 방법, 응급성 등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 닥터클로보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요양원에는 어르신들을 진료해 주시는 근처 병원의 담당 주치의가 있다. 갑자기 귀에서 물이 나온다거나 콧물, 피부 욕창 등의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거동이 힘든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경우 의사가 어르신들의 평소 상황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비대면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어린이의 경우 반복적으로 감기, 비염, 피부 질환, 치아 우식 등을 앓는데 닥터클로보를 이용해서 증상을 기록하고, 집에서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주면 아이가 건강한 습관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어떻게 기획됐나. “이번 프로젝트는 장애 아동들의 치아 건강을 검진하기 위해 계획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였지만 구강 상태가 좋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이번 한 번으로 그치는 이벤트가 아니라 자카르타 지역사회에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고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뜻깊은 일이다. 닥터클로보를 개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예전부터 해외 환자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의료 체계가 너무나 쉽게 붕괴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에 대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남미의 페루, 콜롬비아, 칠레부터 아프리카, 케냐,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 환자들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략 학생이 500명 정도 되는 학교에 반마다 1, 2대의 닥터클로보가 있다면 소수의 의사 선생님만으로도 모든 아이를 원격으로 진료해 질병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업데이트된 2차 제품의 양산을 앞두고 있다. 11월부터 남미의 칠레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케냐 등 수많은 로컬 지역 시민 단체와 청년들과 함께 ‘닥터클로보’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업체와 보험회사 및 각 주정부 관계자와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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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백신으로 변이 대응을… 독감과 함께 맞아도 OK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도 괜찮을지, 최근에 코로나를 앓았는데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알쏭달쏭하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코로나 백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코로나 백신 접종 대상자는 어떻게 되나. “65세 이상 고령자, 12∼64세 면역저하자, 요양시설·병원 등 감염 취약 시설 구성원 등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 대상이다. 다음 달 1일부터는 건강한 12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행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적극 권고 대상에 만성질환자와 임신부가 빠져 있다. “적극 권고 대상은 아니지만 12∼64세 국민은 희망하는 경우 예방접종이 가능하므로 만성질환자와 임신부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고위험군’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간과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영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권고 대상인 임상적 고위험군에 만성 호흡기질환, 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만성 신경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들을 고위험군으로 포함했다. 또 임신부와 의료진을 코로나19 예방접종 권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의 목적은 감염 예방보다 중증, 입원 및 사망의 예방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다.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만성질환자와 임신부는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접종은 매우 중요하므로 가급적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최근엔 EG.5(에리스) 등 신규 변이가 등장했다는데 기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나. “기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최근 유행하는 XBB 하위 변이에 교차 면역반응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발표돼 있다. EG.5(에리스)와 BA.2.86(피롤라) 등 XBB 하위 변이도 기존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면역반응과 비슷한 수준의 면역반응이 형성된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은 최근 유행하는 주요 변이 EG.5(에리스)에도 중화항체 증가율이 10.7배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자료로 볼 때, 적어도 지금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현재 사용하는 백신으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4급 법정 감염병으로 등급이 하향됐다. 그런데도 꼭 백신을 맞아야 하나. “감염병 등급이 조정됐더라도 개인 차원에서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및 임신부 등 고위험군은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중증으로 진행되거나 합병증이 발생돼 병원 입원 또는 사망하는 위험도가 낮아지지 않았다. 따라서 고위험군은 백신을 맞아 뜻하지 않은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최근에 코로나19에 걸렸다면 적어도 3개월이 지난 뒤에 백신 접종을 받으면 된다.” ―독감 백신과 함께 맞아도 문제가 없나.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의 동시 접종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는 국내외 다수 연구를 통해서 입증됐다. 독감 백신은 오랫동안 사용한 경험으로 대다수 사람들이 국소 통증 외 부작용을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다. 코로나19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부작용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아지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을 동시 접종했을 때 각각 생긴 항체가 서로 간 백신 효과를 감소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동시 접종은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 확보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국민들이 여전히 백신 부작용에 대해 민감하다. “솔직히 이상반응이 없는 백신은 없다. 코로나19 백신도 접종 부위 통증, 발적, 부종과 같은 국소 반응 그리고 발열, 근육통, 피로감과 같은 전신 반응이 있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경험한 사람은 종종 주변 사람에게 호소한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중증 또는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던 사람은 개인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또 드러나지 않는다. 백신의 효과가 부각되지 않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 코로나19 감염 후 중증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한 사람의 다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코로나19 백신을 전혀 맞지 않거나 한 번만 맞은 경우도 많다.” ―어떻게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나. “물론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보면 정말 안타깝고, 정부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충분히 보상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코로나19 백신의 이상반응 사례와 백신 접종 후 감염, 중증, 사망 예방 효과를 비교하면 여전히 백신 접종의 이득이 크다. 특히 고위험군에서 예방접종의 편익은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령자,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및 임신부 등 각각의 고위험군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의 중증, 입원 및 사망 예방 효과를 구체적으로 발표해 국민이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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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시간에 갑자기 멍한 아이… 소아 ‘소발작’을 아시나요

    아이가 평소처럼 행동하다가 10초 이내 짧은 시간 멍하니 바라보거나 입을 오물거리고 침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소발작(결신 발작)’일 가능성이 있다. 소발작은 발작 증상이 작게 일어나서 그렇게 명명됐다. 조교운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멍하다’는 증상으로 외래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발작이 생긴 아이는 갑자기 불러도 반응이 없고 멍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또 “이때 고개를 떨어뜨리거나 입을 오물거리고 침을 흘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증상은 10초 정도 짧은 시간 내 이뤄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발작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발작이 끝나면 곧바로 발작 직전에 하던 행동이나 상황을 이어간다. 발작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방출에 의한 돌발적이고 일시적인 기능 이상이다. 전신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바르르 떠는 운동 발작과는 다르다. 근육의 힘이나 긴장도가 떨어져 쓰러지는 무긴장 발작도 운동 발작 증상이다. 따라서 발작 발생 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소발작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10만 명당 5∼50명꼴로 나타난다. 학동기(어린 학생 시기)에 발생하는 뇌전증 중에서는 10∼17%를 차지하고 있다. 발작이 이유 없이 2번 이상 생기면 ‘뇌전증’으로 볼 수 있고 반드시 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소발작은 주변인들은 물론이고 아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로 짧은 시간 나타난다”며 “단순 집중력 저하로 간과하면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야 병원을 찾아 치료가 늦어진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개 5∼10세 소아기에 나타나는 소발작은 치료 시 예후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조 교수는 “소발작을 조절하는 방법 중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것은 항경련제의 복용이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면 경련의 빈도를 낮추고 강도를 약하게 조절하는 등 증상이 완화된다”며 “소발작은 진단 후 잘 치료받아 2년 이상 발작이 없으면 약의 중단을 고려해볼 수 있는, 완치가 가능한 병”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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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장기 대기는 길고 기증자는 줄고, 그 해법은 DCD

    “국내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는 연간 6만 명이 넘어요. 하지만 이들 중 장기기증자는 연간 1, 2명밖에 안 됩니다. 우리는 뇌사자만 장기기증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선진국에서 다 하는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DCD)을 이제 논의해야 합니다.” 대학병원에서 10년 넘게 간이식을 집도해 온 후배 의사가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죽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순환 정지 후 장기기증’이란 의미의 DCD는 뇌사 상태가 아닌 심장 정지 환자의 사망 이후 본인 또는 보호자의 사전 동의에 따라 장기를 적출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순환 정지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망인 심장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DCD는 사망 후 장기기증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장기기증법상 뇌사 장기기증(DBD)은 인정하고 있다. 뇌사란 심장은 뛰지만 뇌의 기능은 완전히 소실된 상태다. 뇌출혈이나 실족 사고, 물에 빠짐 등의 이유로 뇌사에 빠진 경우 본인이 생전에 동의했거나 가족이 동의하면 장기기증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시스템에선 장기이식 대기자보다 뇌사자의 장기기증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4만2276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매년 증가했다. 하지만 뇌사 기증자 수는 같은 해 9월 기준 378명으로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최저로 떨어졌다가 그나마 코로나19 상황의 호전, 뇌사 추정자 신고제 도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기준 하루에 약 6.8명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하고 있다. 수치로 따지면 연간 이식 대기 중 사망자는 2500여 명에 달한다. 외국에서는 DCD를 통해 장기를 확보해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DCD를 하면서 사망 후 기증된 장기들의 생존을 높이기 위해 기계관류장치(machine perfusion) 등을 활용하고 있다. 사망 후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바로 수술장에서 기계로 적출된 장기에 인위적으로 혈액을 순환시켜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장기 상태의 질을 높인다. 이를 통해 선진국에서는 기존 대비 2배의 장기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DCD가 도입되면 장기를 2배 이상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기증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확대하면 연간 최대 1000명의 기증자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장기기증법이 DBD는 인정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이 채택하고 있는 DCD에 대해서는 제한 또는 허용하는 문구 자체가 없어서 법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 전문가들은 DCD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장기기증은 해마다 줄고 있는데 장기이식 대기자는 해마다 급증하는 현 실태에 DCD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대한이식학회에서는 장기이식법에서 DCD를 제한하거나 허용하는 문구 자체가 없기 때문에 DCD를 허용해도 문제없다고 보고 있다. 학회 관계자는 “DCD 도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DCD를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 관련 기관들이 전향적으로 논의하고 이에 수반되는 재원 등을 위해 시범사업을 조속히 수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증자 예우뿐만 아니라 기계관류장치 및 관류액 등 비용에 대한 보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DCD가 잘 정착하려면 해결해야 될 윤리적인 문제들도 있다. DCD를 통해 좋은 장기를 받기 위해서는 환자가 수술장에서 임종을 해야 된다. 이 경우 사망자의 정의도 재해석돼야 한다. 즉 가족은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임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임종을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우리나라 관습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또 간이나 신장 기증이 우선시되는데 심장을 잘 살려내는 시스템을 먼저 효율화할 필요도 있다. 뇌사자 수에 비해 매년 심장 기증자 수는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 심장이식 전문가는 “뇌사자의 심장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심장 평가 시스템을 잘 만들면 현재보다 2배가량 심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DCD의 도입을 위한 법안 제정이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을 통해 마련되고 있다고 한다. DCD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서 준비해주길 바란다. 이진한 기자 likeday@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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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질환 예방엔 ‘이상지질혈증’ 관리가 필수

    심장질환은 지난해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다. 단일 장기별로 보면 1위다. 대표적인 심장질환은 심근경색, 협심증, 심부전, 부정맥 등이다. 일단 이 질환들이 생기면 사망 위험도 크고 응급상황을 넘기더라도 심장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그런데 심장질환의 가장 큰 위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상지질혈증’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0%로,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다. 특히 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심장이 받는 스트레스가 커져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삼성서울병원장·대한심장학회 이사장)를 만나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이상지질혈증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아니다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총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도 해당한다. 즉,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정상보다 높거나 낮은 상태를 모두 포괄한다. 고지혈증은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것은 진단하지 못하므로 이상지질혈증이 상위 개념이다. 그럼 이상지질혈증 진단은 어떻게 할까. 비교적 검사가 편리한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달리 이상지질혈증은 주사로 혈액을 뽑아낸 후 검사를 해야 진단할 수 있다. 혈액 검사 결과 dL당 △총콜레스테롤이 240mg 이상 △LDL 콜레스테롤이 160mg 이상 △중성지방이 200mg 이상 △HDL 콜레스테롤이 40mg 미만 등 4개 기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받는다. 박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진단 시 콜레스테롤 종류 3가지를 모두 고려한다. 하지만 HDL 콜레스테롤은 수치가 낮으면 위험하지만 높으면 동맥경화증 예방 효과가 있다. HDL 콜레스테롤 때문에 총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LDL 콜레스테롤이 이상지질혈증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심혈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2년마다 이상지질혈증 검사 추진이렇게 심장질환 위험을 키우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259만7552명으로, 2017년의 188만2522명 대비 약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각각 24%, 1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 증가 폭은 상당히 크다.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정부도 이상지질혈증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제2차 심뇌혈관질환 종합계획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 주요 선행 질환과 함께 이상지질혈증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특히 이번 종합계획에는 학계 전문가들이 강조해 온 국가건강검진상 이상지질혈증 검사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에서 피검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교수는 “현재 이상지질혈증은 검진 주기가 길어 검진율이 떨어지고, 질병을 발견할 기회가 더 적어진 상황”이라며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검진 주기를 현행 4년에서 2년으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지질혈증 약 복용에 부담 느끼지 말아야이상지질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당장 큰 불편함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진단을 받은 후에도 먹는 것만 조절하면 질환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은 식품 섭취가 아닌 체내 합성으로 얻어지는 양이 더 많다. 그러므로 생활 습관의 영향보다 체질적,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 약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접하고 치료를 망설이는 경우도 많다. 이상지질혈증의 대표적인 약인 스타틴을 예로 들면 약 복용 시 콜레스테롤은 조절되지만 혈당은 오히려 높아지거나 근육통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박 교수는 “약 복용을 통해 얻는 우리 몸의 이득이 혈당이 올라가서 생길 수 있는 문제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약 처방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은 마치 먼 길을 가는데 교통사고 무서워서 자동차 안 타고 며칠에 걸쳐 걸어가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교수는 “근육통의 경우에도 발생률이 100만분의 몇 명 정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면서 “이러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 다른 약을 쓰거나 주사제의 형태로 바꾸는 등의 변화를 주는 차선책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식습관 개선과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연은 필수다.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을 하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대한심장학회는 지난달 29일 세계 심장의 날을 맞아 걷기 대회를 열고,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일상 속 걷기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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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혈액암 종류만 100가지 넘어… 다양한 과와 협력해 신중하게 진단

    ‘3대 혈액암’으로 불리는 암이 있다. 바로 다발골수종, 급성백혈병, 악성림프종이다. 혈액암은 혈액, 골수 및 림프절에 영향을 미치는 악성 종양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위암이나 폐암과 같은 고형암은 암을 제거하기 위해선 수술적 치료가 중요하다. 반면 혈액암은 전신으로 연결된 혈액과 임파선에 발생하는 암이므로 수술적 치료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적다. 더구나 혈액암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혈액암 유형에 따라 100가지가 넘어 분류와 진단이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는 “혈액암의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내과 의사(혈액종양내과, 소아청소년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 다양한 과와 협력한다”면서 “혈액암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초기 치료 전략이 중요70대 이상의 고령층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다발골수종은 국내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속적으로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 질환은 골수에서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면서 생긴다. 다발골수종의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면역체계 이상, 방사선 및 화학물질 노출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뼈의 통증, 빈혈, 신장 수치 상승 및 고칼슘혈증 등이다. 다발골수종의 치료는 환자 질환 정도와 상태에 따라 다르게 시행하지만 기본적인 치료법은 전신 항암요법이다. 최근엔 신약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완치는 10% 내외로 낮다. 김 교수는 “치료가 진행될수록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증가해 치료 약제에 대한 반응 지속 기간이 짧아지게 되므로 처음부터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해 그 효과를 최대한 긴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이 어렵고 치료 약제에 따라 전신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약제 선택과 용량 및 투약 일정 조정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한 급성백혈병급성백혈병은 혈액 세포들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분화 단계에서 암세포로 변해 증식하면서 생긴 병이다. 백혈병은 질환의 진행 속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분류한다. 또 암세포 변화가 주로 일어난 곳이 골수구 쪽이면 골수구성 백혈병, 림프구 쪽이면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구분한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가장 흔한 형태의 백혈병으로 주 발생 연령은 60대 이상이다. 반면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 유기용매, 화학물질, 방사선 노출 등을 백혈병 발생과 관련지을 수는 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급성백혈병의 증상은 발열, 출혈, 체중 감소, 뼈의 통증, 잇몸 비대, 간 비대, 비장 비대 등이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경우 오심, 구토, 경련 및 뇌신경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성백혈병의 치료는 항암화학요법이 근간이 된다. 대부분 1차 항암화학요법 이후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이 추가로 시행된다. 급성백혈병은 발생하는 세포가 골수성인지, 림프구성인지에 따라 투여되는 항암제의 종류 및 일정 등이 다르다. 김 교수는 “급성백혈병 역시 완치율이 35∼40%에 불과하다. 최근 유전자 변이에 따른 표적치료제가 기존 항암 치료에 추가되는 등 치료 환경이 일부 개선됐지만 아직 치료제 선택과 관련해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치료 환경 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혈액암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보유한 ‘악성림프종’혈액암 중 가장 많은 환자 수를 보유한 악성림프종은 혈액세포의 하나인 ‘림프구’가 종양으로 변화돼 발생한 암이다. 주로 림프구들이 모여 있는 림프절에서 발병하나 림프절이 아닌 조직에도 생길 수 있다. 악성림프종의 발생 원인도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특정 림프종의 경우 바이러스 감염과 연관성이 크다. 특히 위에 발생하는 악성림프종 중 일부는 헬리코박터와 같은 세균 감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또한 만성 염증이나 발암 물질과의 접촉을 발병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악성림프종의 증상은 림프종의 종류에 따라 상이하다. 침범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며 목이나 신체 일부분에 종괴를 형성하면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소화기계에 침범하면 장폐색, 출혈, 천공 등이 발생한다. 악성림프종 치료는 림프종의 악성도와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백혈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기본이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경우 표적치료제인 리툭시맙과 항암치료제 병용 치료가 표준 치료로 권고된다. 방사선 치료나 자가조혈모세포이식 요법이 추가로 고려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신약 개발 및 치료법의 향상으로 혈액암의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T-세포 림프종과 같은 일부 림프종은 신약 개발이 더딘 상태로 재발률이 높고 장기 생존율이 낮아 앞선 두 혈액암과 마찬가지로 치료 환경 개선의 여지는 남아 있다. 김 교수는 “무엇보다 생존율 향상이 입증된 여러 신약의 보험급여화 과정이 가능한 빠르게 진행돼야 환자들이 새로운 약제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국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 역시 혈액암에 대한 연구에 많은 관심과 적극적 참여로 동참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치료 약제의 개발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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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악성 종양도 한눈에… 3D영상 보며 수술[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기기와 같은 의료 영상 기술은 진단뿐만 아니라 수술 전 환자의 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수술 과정에서의 안전을 확보한다. 우리나라의 CT, MRI 장비 보유 수준은 2022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각각 40.6대, 34.2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그러나 이처럼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의료 영상 기술에도 단점은 있다. 입체적인 환자의 몸속을 2D 단면 이미지로만 보니 의사 개인의 경험과 통찰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이나 유방암과 같은 복잡한 병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의료 스타트업 스키아는 이를 해결하고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수술용 솔루션을 개발했다. CT, MRI를 통해 획득한 이미지 정보를 3D로 재구성하고 AR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신체 위에 투영시켜 정확하게 보여준다. 바이오·의료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스키아의 이종명 대표와 이대목동병원 외과 이준우 교수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키아는 무슨 뜻인가? “스키아는 그리스어로 ‘그림자’를 의미한다. 우리말 ‘투영(投影)’ 역시 그림자를 상징하는 ‘영(影)’ 자를 사용하는데 이는 우리가 개발한 ‘수술용 AR 솔루션’의 본질을 담고 있다. CT 영상을 투영하듯이 환자 몸 위에 정확하게 구현해 의료진의 수술을 돕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의미로는 환자의 피부 정보를 활용해 AR로 구현하는 ‘SKIN AR’을 줄여서 SKIA라고 부르고 있다.” (이 대표) ―어떻게 만들게 됐나? “스키아를 만들기 전에 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2016년 롯데월드 어드벤처에 가상현실(VR)과 AR을 결합한 호러 게임 체험장을 만든 적이 있다. 이 체험장에 평소 알고 지내던 이 교수를 초대했는데 직접 게임을 체험해 보더니 이를 의료 기술에 활용하면 좋겠다는 뜻밖의 인사이트를 줬다. AR을 활용해 수술할 때 병변의 위치 정보를 정확하게 환자 몸에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이 대표) “직접 체험해 본 만큼 AR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의료용으로 사용하던 AR이나 위치 로컬라이징 기술은 해상도가 낮아 품질이 좋지 않았다. 이 정도 기술력이라면 의료용으로 활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솔루션 개발을 제안했다.”(이 교수) ―수술용 AR 솔루션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인가? “수술용 AR 솔루션은 크게 ‘Processor’와 ‘App’으로 구성돼 있다. Processor는 병원에서 촬영된 CT, MRI 정보를 3D 정보로 모델링하고 전처리하는 소프트웨어다. Processor를 통해 구현된 3D 영상 정보는 라이다 센서가 장착된 스키아의 태블릿으로 전송되는데 이 태블릿이 App이다. App으로 환자 몸을 5초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스캔하면 몸 위에 3D 영상을 투영할 수 있다. 환자 몸에 바로 붙이듯이 3D 정보를 투영하기 때문에 병변, 혈관 등 수술에 필요한 주요 부분들을 육안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이 대표) ―의사 입장에서 스키아의 장점은? “외과 수술을 진행할 때 의사들은 초음파나 CT, MRI, C-ARM 같은 방법을 동원해 절개 및 절제 수술에 도움을 받는다. 기존 2D 의료 영상들은 단면의 모양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사 개인의 감이나 경험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서 의료 서비스의 질에 있어 차이가 났다. 가령, 유방암 수술의 경우 악성 종양의 모양이 복잡하기 때문에 정상 조직을 보존하면서 정확하게 암 조직을 제거하기가 매우 어렵다. 의료 선진국에 속하는 미국이나 독일만 하더라도 유방암 절제술 이후 재수술을 하는 비율이 10% 이상이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25%나 된다. 환자를 위해서라도 정확한 수술을 돕는 스키아의 기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 교수)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의 비전은 수술실 내의 모든 기기와 스키아의 기술을 연동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술 로봇과 같은 다양한 의료 장비가 개발될 텐데 이것들을 스키아의 인체 인식 기술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갖는 곳이 많다. 현재 센서 제조업체인 스트럭처와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 중이다.”(이 대표)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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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소아청소년 심장 환자 수술의사 국내 33명뿐, 2035년엔 17명만 남아”

    경북 안동에 사는 14세 김모 군은 최근 저녁에 극심한 가슴 통증을 느꼈다. 지역 병원을 찾았으나 소아과 의사도, 소아심장 전문의도 없었다. 병원 3, 4곳을 전전하다가 결국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서울의 큰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진단명은 심장 부정맥의 일종인 ‘상심실성빈맥’. 응급치료만 받으면 위급 상황을 넘길 수 있는 질병이지만 거주지 근처에 전문의가 없어 생명이 위험할 뻔했다. 소아청소년 심장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의사가 2035년에는 우리나라에 111명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가슴을 열고 심장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단 17명만 남게 될 것으로 나타나 필수의료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대한소아심장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심장혈관흉부외과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올해 33명이지만 2035년엔 17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의사 연령, 은퇴, 신규 지원자 등을 토대로 추계했다. 심장 질환을 검사하고 비(非)수술적 치료를 하는 소아청소년과 소아심장 전문의(내과)도 올해 129명에서 2035년 94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두 소아(0∼9세), 청소년(10∼19세)을 주로 진료한다. 국내 소아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는 소아가 연 5000명, 청소년이 연 1만여 명이다. 2021년에는 각각 5454명, 1만1861명이었다. 학회 관계자는 “미국 보스턴 소아병원은 소아심장 교수만 100명, 필라델피아 소아병원은 80명”이라고 말했다.소아청소년 심장수술의사 평균 52세 고령화… 지원율은 3.3%뿐 소청심장 수술의사 33명과로-소송 위험에 소청과 지원 기피30, 40대 전문의 줄고 50, 60대 늘어은퇴자 늘며 진료-수술 공백 심각생후 2주인 지은이(가명)의 엄마는 제주에 살았다. 그는 지은이를 출산하기 전 제주의 한 병원에서 받은 산전 초음파에서 태중에 있는 지은이의 심장 심실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주에는 지은이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없었다. 그는 서울로 올라와 대형 종합병원에 입원한 끝에 지은이를 출산했다.● 의사 부족에 서울 월세 살며 치료지은이는 이뇨제를 복용하면서 퇴원했지만, 본격적인 수술을 받으려면 1, 2개월을 대기해야 했다. 제주의 집에서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가려면 온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응급 상황이 생기기라도 하면 제주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가족들은 결국 서울에서 병원 근처에 ‘월세’를 얻어 수술을 받을 때까지 버티기로 했다. 대한소아심장학회에 따르면 현재 진단 및 비수술 치료를 담당하는 소아심장 전문의(내과)는 129명, 수술을 맡은 소아심장외과 전문의는 33명이다. 소아 청소년 심장질환 환자는 1만7315명(2021년 기준). 소아심장 전문의 1명당 매년 새 환자 107명을 돌보는 셈이다. 학회는 “심장질환은 수술 후에도 계속 치료해야 해 환자가 매년 누적된다”며 “더구나 실제 소아심장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의사들도 많다. 제대로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의는 7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원자’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전공의 지원율을 보면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모집 인원은 143명인데, 4명(2.8%)이 지원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30명 중 1명(3.3%)이 지원했다. 기존 의사들은 고령화되고 있다. 2011년 소아심장외과 전문의 평균 연령은 48세였지만 올해는 52세로 높아졌다. 김기범 학회 정책이사는 “30, 40대 전문의는 급격히 감소하고 50, 60대가 늘었다”며 “은퇴 의사도 증가하면서 의료 현장의 진료, 수술 공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로-소송 위험… 소아심장 기피하는 의사들학회가 최근 소속 소아심장 전문의 1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5%는 “일주일에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는 응답자의 55%가 “주 91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답할 정도로 업무량이 과도했다. 또 70%가 의료분쟁소송 경험도 있다고 했다. 이에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다시 선택한다면 같은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과도한 업무량과 각종 의료 소송 등으로 대부분 ‘번아웃(탈진)’ 상태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라며 “소아 청소년 환자들에 대한 의료 수가 인상, 이들의 진료 및 수술 과정에서의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또 종합병원급 의료 기관에서 소아심장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한 충분한 수의 전문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혹은 권역별 소아심장센터 지정을 통해 지역 의료를 활성화시켜 의료 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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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 잔칫상 즐긴 뒤 악화된 ‘치질’… 환절기엔 더 주의를

    변비나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치질의 첫 번째 원인이지만 치질은 식습관 및 생활 습관과도 연관이 있다. 이번처럼 긴 추석 연휴 동안 전이나 갈비찜,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소화가 잘 안 돼 변비와 설사를 유발하기 쉽다. 변비는 자체로 치질에 좋지 않고, 설사는 그 안에 포함된 소화액이 항문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김민성 노원을지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질은 전 국민의 60∼7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라며 “평소에 치질을 앓고 있던 사람이라면 추석 기간 기름진 음식과 술, 그리고 장시간 운전과 환절기가 겹치면서 치질 증상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문 질환 환자의 70% 치핵, 날씨에 민감항문의 대표적인 3대 질환은 치핵, 치루, 치열이다. 이를 통틀어 치질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보통 치질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중 치핵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치핵은 그 증상에 따라 4기로 나뉜다. 1기는 치핵이 항문 안에서만 돌출이 되어 변을 볼 때 어쩌다 한 번씩 피가 화장지에 묻거나 변에 묻어 나오는 경우다. 2기는 변을 볼 때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배변이 끝나면 저절로 들어간다. 3기는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며 4기는 배변 후에도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다. 치핵은 날씨에 민감하다. 찬 바람이 불면 급증하는 치질 환자는 대체로 치핵 환자들이다. 치핵은 항문의 혈관에 생기는 질병의 일종인데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 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몸을 움츠리기 쉬워 운동량이 적어지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다. 김 교수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1기와 2기의 경우 온수 좌욕 및 연고 등으로 보존적 치료를 통해 수술 없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치핵 덩어리가 크고 배변 후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이상의 경우는 수술을 통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악성 암 유발할 수 있는 치루, 조기 치료 중요양성 항문 질환의 70%를 차지하는 치핵과 달리 치루와 치열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치루는 항문 점막에 균이 침범해 농양이 생기고 터진 후 생긴 것이 대부분이다. 나중엔 항문 안쪽과 바깥쪽 피부 사이 통로가 생기고 항문 주위로 고름이 나오며, 항문 주위의 불편함을 유발한다. 평소에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도 추석 연휴 시기 과로나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에 염증이 생겨 항문이 아프다가 곪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 어려워지고, 드물기는 하지만 치루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인해 배변 시 항문 입구가 찢어지는 현상이다. 배변 시 나타나는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특징이다.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오게 된다. 치열은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다. 급성 치열은 변비를 개선하고 좌욕을 자주 하는 등 생활 속 노력만으로도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급성 치열을 그대로 방치해 같은 부위가 반복적으로 찢어지면 내부에 궤양이 생기는 만성 치열로 발전할 수 있다. 이때는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변비 예방하고 규칙적 운동으로 치질 예방해야치질은 유전적 요소, 변비, 설사,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습관, 섬유질 섭취가 적고 알코올 섭취가 많은 식생활, 과로, 임신 등의 원인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유전적 요소도 있지만 대부분이 생활 습관과 관련이 있는 질병인 만큼 생활 속에서 예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섬유질이 많은 채소류 섭취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좋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과 술은 피해야 된다. 변의를 참는 것은 변비의 원인이 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변비로 인해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다가 치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배변을 위해 장시간 힘을 준다거나 휴대전화나 책을 보며 변기에 오래 앉아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복압이 상승해 치질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므로 삼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소에 규칙적인 운동도 체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여 치질을 예방하는 데 좋지만 골프, 유도 등의 운동은 하체에 힘을 주어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치질 환자는 피해야 한다. 또 치질이 악화하기 쉬운 환절기에는 항문 혈관의 혈액 순환을 위해 하루 2, 3회 좌욕을 하고, 장시간 앉아 있지 말고 자세를 자주 바꿔주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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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 연휴 전 미리 체크! 약국 및 병원정보 찾기 앱 서비스

    곧 최대 명절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여느 때보다 길다. 그런데 이 시기에 응급 상황이 발생한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혹시라도 체하거나 열이 날 경우 익숙지 않은 동네에서 약국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추석 연휴 기간 핸드폰에 설치하면 응급 상황에 도움이 되는 앱들을 알아봤다.가장 최근에 나온 앱으로 약국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팜팜(palm pharm)’이 눈길을 끈다. 전국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약국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팜팜의 약국 찾기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위치 기반 주변 약국의 운영시간(명절 연휴, 심야, 24시 약국) 및 취급 상품(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정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근처 약국에서 어떤 제품을 취급하는지 집에서 앱으로 쉽게 확인 가능하다. 취급 상품 확인 및 복약 관리도 가능 대한약사회에서 운영하는 ‘휴일지킴이약국(pharm114)’은 웹으로만 서비스하지만 휴일 약국, 심야 약국에 대한 정보와 판매 의약품을 알아보기에 편리하다.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에 대한 설명이 있어 급하게 문의할 곳이 마땅치 않을 때 활용하면 좋다. 전문의약품에 대한 상세 정보도 제공해, 평소 복용 중인 처방약의 부작용이 의심되거나 복용법에 관한 지침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이 외에도 명절에 갑자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병원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는 앱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은 실시간 진료가 가능한 병원 정보를 알려주며, ‘굿닥’과 ‘똑닥’은 진료 예약과 관련된 정보를 모아놓아 연휴 기간 병원을 찾아야 할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닥터나우’, ‘나만의닥터’ 등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관련 앱은 초진 환자 대상으로는 서비스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잘 확인하고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린 자녀가 열이 날 경우에는 ‘열나요’라는 앱이 유용하다. 열이 났을 때의 대처법과 안전한 해열제 복용 방법 등을 제시해준다. 체중과 나이에 따른 적정 복용량을 가이드해주고, 집에 있는 응급 해열제에 대한 정보도 알려준다. 영유아는 체온 조절을 위해 수분 섭취가 중요하므로 수분 섭취량 계산 등의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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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12억 배상에 내몰린 산부인과 의사

    최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은 늦장 대처로 신생아에게 뇌성마비 장애를 입혔다고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과거에도 이러한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이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 10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한 개인 의사에게 내린 것이다. 의료계는 이번 건을 분만 인프라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는 상징적인 판결로 보고 있다. 법원 판결대로 해당 의사가 신생아 관찰과 진료에 소홀했을 수 있다. 다만 분만이라는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내재한 위험성이 있다. 산모나 태아의 사망 혹은 신생아 뇌성마비 등 환자가 원치 않던 나쁜 결과가 일정 비율로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뇌성마비는 아무리 의료가 발전하더라도 뇌의 비정상적인 발달이나 성장하는 뇌의 손상 등으로 발생할 수 있어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신생아의 뇌성마비는 출생아 1000명당 2명꼴로 발생하고 있다. 전체의 20%는 원인을 알 수 없고 출생 전 원인도 관여하기 때문에 항상 의료사고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은 질환이다. 뇌성마비와 관련된 산과 소송은 다른 과에 비해 가혹할 만큼 부담이 된다. 소송이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소송 기간도 길어 의사뿐만 아니라 환자의 보호자들도 고통이 심하다. 성원준 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 따르면 평균 의료사고 해결 기간은 1435일(3.9년)로, 최소 276일에서 최대 12년이 걸렸다. 특히 뇌성마비의 경우 의사는 긴 소송과 진료 마비 또 이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환자 측도 처음 겪는 의료 소송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아이의 돌봄, 돌봄 비용, 이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시달린다. 원고의 평균 청구액은 2억3000만 원이며, 평균 배상액은 약 7000만 원에 달했다. 성 교수는 “의료진의 분만 관련 소송에 대한 부담은 분만 인프라 붕괴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며 “분만 관련 소송의 증가는 의료진뿐만 아니라 산모와 향후 출산을 원하는 국민 모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과 영역의 높은 의료 소송 빈도와 의료 배상액은 산과 전문의들의 진료 행위를 위축시키고, 아직 전문의 취득을 하지 않은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향후 진로에도 영향을 준다. 분만을 담당하는 산과 전문의 수를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로 분만이 가능한 산과 병원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분만 가능 산부인과는 2004년에 1311곳에 달했지만, 2021년엔 481곳에 불과하다. 약 3분의 1로 줄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에 105곳이 분만 의료기관이 없는 분만 취약지로 분류될 정도다. 의사들의 지원자도 반토막이 났다. 2004년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은 259명이었지만 2020년엔 124명에 불과했다.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가 자주 생기는 분만에 의한 문제에 있어서는 외국처럼 의료사고 보상 비용을 전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이 유일하다”고 말한다. 물론 현재에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3조에 의해 분만 사고(산모 사망, 태아와 신생아 사망, 신생아 뇌성마비 등)의 경우 3000만 원의 범위에서 보상한다고 되어 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이번처럼 소송으로 가면 10억 원 이상을 받을 수도 있는 현실에서 3000만 원을 수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제도”라며 “일본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일본은 3억 원 정도의 액수를 보상한다. 우리나라도 보상 액수를 대폭 증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와 관련한 국회 심포지엄을 통해 학회에선 △안전한 분만을 위한 의료사고 공적 보상제도 도입 △산과 관련 수가 현실화 △산부인과 전공의, 산과 전임교수 지원제도 도입 △고위험 분만 관련 수가 현실화 △정부, 지자체, 기관의 분만실 운영 의지 의무화를 개선안으로 제안했다. 산모의 분만 뺑뺑이는 앞으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15년 전 산모가 아이를 출산하려다 뇌출혈이 생겼지만 이를 받아줄 전문의가 없어서 뺑뺑이를 돌다가 결국 사망한 일이 있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산부인과 등의 지원에 큰 힘을 쏟았던 일을 꼭 기억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 국내에선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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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도인지장애,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 일반인의 10배”

    나이가 들고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 우리 몸 여러 곳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질병에 대한 걱정도 늘어난다. 암, 뇌중풍(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60대 이상으로 접어들면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하는 질환이 치매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치매 환자 수는 89만 명.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질환을 겪고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도 2016년 196만 명에서 2021년 254만 명으로 늘었다.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 의대 신경과 양영순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를 만나 치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알아봤다. ●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한 원인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금 전 일도 금세 잊어버리는 증상을 떠올린다. 기억력과 인지 능력 등 뇌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질환 전체를 치매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은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다. 양 교수는 “보통 치매는 인지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일생생활이 어려운 정도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증후군’과 같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알츠하이머는 이러한 뇌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치매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즉, 치매는 원인과 관계없이 인지 기능 저하가 심해져 혼자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이 알츠하이머다. 기억력을 중심으로 서서히 인지 기능이 나빠져 4, 5년 뒤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악화된다.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광범위하게 쌓여 뇌세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경도인지장애 10∼15% 치매로 진행 최근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층에서도 기억력 감퇴 등 인지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주차 위치나 현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던 에피소드는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됐다. 깜빡깜빡하는 정도의 건망증도 과연 치매의 증상일까? 흔히 알려진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기준으로 인지 능력 질환의 단계를 정리하면, 먼저 ‘치매’라고 부르기 전 두 가지 단계가 있다. 건망증과 가장 가까운 증상은 학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주관적 인지장애에 가깝다. 증상을 보이는 개인은 ‘기억력이 떨어졌다’ ‘깜빡깜빡 증상이 잦아졌다’고 느끼지만 인지능력 검사 등에서는 정상 수준의 뇌기능을 보이는 상태다. 다음 단계는 경도인지장애다. 경도인지장애는 뇌기능 검사에서 정상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기능 저하를 나타내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데,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다시 초기, 중기, 말기 등 3단계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 이름 대기 장애 등을 보이며 중기에는 심한 기억력 장애, 계산력 저하, 언어장애로 치매 여부를 주변과 본인이 모두 알 수 있다. 말기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신약으로 치료가 가능한가? 최근 한 제약사에서 치매 신약을 개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가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약물로,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한 뇌 손상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다. 하지만 중증 치매가 아닌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가 대상이며 높은 약 가격으로 인해 치매 치료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치매라는 증상은 발병 이후보다 사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다른 약물로는 인지기능 개선제가 흔히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이 약은 신경계통에 있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보충해 뇌와 신경세포 대사에서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약물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에게 무분별하게 처방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약가 정책에 따라 급여가 조정돼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 급여 조정이 확정되면 환자 부담률이 8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은행잎 추출물 등 혈액순환 개선제도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약물로 쓰이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 효과와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 보호 효과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작용한다.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을 늘려줘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을 제공할 수 있어 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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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혈인이 존경받는 사회로… 표창 등 사회적 예우 강화하겠다”

    매일 새벽 3시에 기상해서 병원에 출근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돌아보며 밤새 일어난 일을 먼저 챙긴다. 최근 취임한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하루다. 매주 수요일 오전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직접 진료도 하고 있다. 이곳 병원에서 매일 8시에 출발해 적십자로 향하는 일과가 새로 추가됐다. 대한병원협회장을 지낸 김철수 회장은 의사들의 네트워크도 누구보다 넓다. 이러한 인맥은 적십자 기부금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적십자사 회장이 된 지 1개월도 안 된 시기에 벌써 하림 등 기업에서 10억 원의 적십자 기부금을 모았다. 병원 쪽에서도 2000만 원 넘게 기부금 확보를 이어오고 있다. 기부금은 인도주의 사업의 재원이 된다. 기부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이렇게 받은 기부금은 국내 재난 현장과 해외의 재난 현장의 지원금으로 나가는 소중한 국가 자산이 된다. 그는 최근에 적십자사 회장으로 처음으로 국립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어려운 이웃과 고난에 처한 이재민을 위해 든든한 희망의 등불이 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김 회장을 10일 적십자사에서 만났다. ―어떤 일에 중심을 둘 생각인가. “코로나19 시기 기부, 헌혈, 봉사 등 인도주의 활동이 축소된 부분이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정상으로 회복하고, 더 나아가 코로나 이전 적십자가 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핵심 역량을 강화해 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이곳에 취임해서 조직에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고 느꼈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사람만 20만 명이 넘는다. 자원봉사를 하더라도 신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기반 확충과 혈액사업 활성화 및 남북 인도주의 현안 해결 방안 모색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저출산 등으로 헌혈자가 갈수록 줄고 있다. “단 한 번의 헌혈도 남을 위해 큰일을 하는 것이다. 헌혈자가 참 고마운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 그런데 헌혈하는 사람에 대해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예우하는 제도가 없다. 헌혈하는 사람을 존경받는 사람으로 사회가 인정해 줘야 된다. 이를 위해 헌혈 관련해서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통령 표창, 총리상 등 각종 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헌혈자를 위한 공공기관 주차 시설 이용 시 주차 감면 혜택, 공공전시관 방문 시 무료 입장 등 다방면으로 고려 중이다. 헌혈의집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헌혈의집을 확충하고, 헌혈의집 시설 개선과 노후 버스 교체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헌혈자의 만족도를 높이도록 하겠다.” ―환경 문제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국제적인 재난, 즉 홍수, 태풍, 지진 등은 현재 환경 문제가 다 연결돼 있다. 기후 위기의 가장 큰 적은 탄소배출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적십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를 설치해서 지속적인 기후 위기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2016년에 국제적십자사연맹(IFRC)과 협력해 아시아태평양재난복원력센터(APDRC)를 설립했다. 아태지역 38개국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다양한 활동, 예를 들어 이들 나라와 협력해 지역사회의 기후 위기와 재난 대응 교육, 각국 적십자사와의 경험 공유, 학계와 정책 입안자들과의 네트워킹 세미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 문제는 유치원 때부터 교육이 들어가야 한다. 제2의 새마을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제2의 환경운동을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도 꾸려 나가겠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재난 지원 활동에도 중요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 남서쪽에서 발생한 지진 피해 이재민 긴급 구호를 위해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1억5000만 원을 긴급 지원했다. 또 여진으로 지진 피해가 확산되면서 증가하는 인도적 수요에 따라 20억 원 규모의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위기 희생자와 피란민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2월 28일부터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실시했고 현재까지 총 300억 원의 성금이 답지됐다. 이외에도 올해 초부터 무력 충돌로 큰 피해를 입은 수단에 인도적인 지원(5억8000만 원)을 했다.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튀르키예, 시리아에도 2월 7일부터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통해 현재까지 399억 원을 모금했다. 지난달 8일 대형 산불이 발생한 하와이에도 산불 피해 지원(1억3000만원)을 이어갔다. 국민들의 인도주의적이고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컸다. 우리도 수혜를 받던 국가에서 어려운 나라를 돕는 선진국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적십자 수장이자 의사로서 건강의 비결은. “의사로서 건강의 비결은 특별한 방법이 없다. 그냥 하루에 적어도 1만 보 이상은 걷는다. 남들이 좋은 영양제 많이 챙겨 먹는 것 아니냐고 의심을 하는데 사실 영양제는 종합비타민 한 알 챙겨 먹는 게 다다. 평소에 소식하고 채소류 많이 챙겨 먹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고기를 섭취한다.” ―국민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십자운동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시는 수많은 적십자 가족이 있다. 20만여 명의 봉사원과 청소년적십자(RCY) 단원, 300만 명의 헌혈자, 500만 명의 후원자가 있기에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이 지속될 수 있었다. 적십자를 이해해 주시고 함께해주시는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기부 봉사 등 모든 활동은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재난구호와 사회봉사, RCY, 안전교육, 혈액 수급 등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활성화해서 국민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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