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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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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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4-07~2024-05-07
건강87%
칼럼13%
  • “노인 15%가 변실금… 섬유소 많이 먹고 물 자주 마셔야”

    ‘속옷에 변을 묻히거나 화장실까지 가다가 못 참고 실수한다면….’ 노인 100명 중 15명은 경험하는 변실금의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증상을 본인이 직접 겪으면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어디에 말도 못 꺼내는 경우가 많다. 급기야 남몰래 기저귀를 차거나 불안한 마음에 수시로 화장실을 드나들게 된다. 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인 이두석 대항병원 원장(사진)은 “변실금은 아주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들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는 병”이라며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비용도 많이 쓰는데 의외로 쉬운 방법들이 있으니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를 만나 변실금의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실제 변실금 인구가 어느 정도인가. “내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이 된다. 노인 인구 기준으로 보면 잠재적인 변실금 인구가 150만 명은 될 거다. 변실금은 여성이 남자보다 4배나 많다. 여성 호르몬 영향 때문이다. 이제는 노인 인구도 많아지고 있으니 떳떳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변실금은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변실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는 가만히 있는데 나도 모르게 변이 나오는 것이다. 그게 설사 변일 수도 있고 가스가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덩어리 변이 나올 수가 있다. 덩어리 변이 나올수록 점점 악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변이 마려운데 화장실까지 가기 전에 변을 싸는 것이다. 그걸 ‘긴박변’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배변 뒤 변실금이라고 해서 변을 다 보고 나와 몇 걸음 걸어가는데 변이 똑 떨어지는 것이다. 잔변이 있다 나오는 것이다. 세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변실금이 왜 생기는 건가. “변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약물적인 것도 있고 정신적인 것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항문을 조이는 근육인 괄약근의 문제다. 괄약근이 약해지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또 괄약근 위에 있는 직장의 감각이 약간 이상해지면 나도 모르게 변실금이 생길 수 있다. 여성 호르몬의 감소로 항문 주변의 근육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배변 장애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치료할 수 있나. “변실금이 생길 때 사용하는 치료 약물이 섬유소이다. 섬유소는 주변에 있는 변들을 모아서 배출해 준다. 즉, 잔변을 줄여 주는 것이다. 잔변만 다 배출해 줘도 변실금이 좋아진다. 물론 변실금의 심한 정도에 따라서 그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이미 항문 괄약근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변이 묽을 때 변실금이 심해진다. 그래서 응급으로 지사제를 쓰기도 한다. 변이 묽을 때는 지사제를 써서 변을 굳게 만들기도 하고 지사제 자체가 항문 괄약근의 힘을 좀 올려준다. 이렇게 섬유소와 지사제만 쓰더라도 10명 중 8명은 해결이 된다. 평소 잔변감이 계속 들 경우 뜨거운 물에 좌욕하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요즘 많이 출시된 전자기파, 전기 자극으로 하는 기구는 도움이 되나. “이들 의료기기는 괄약근에 자극을 줘서 근육을 수축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괄약근에 엘라스틴, 콜라겐이 떨어져 약해진 상태가 된다. 거기에 자극을 준다는 의미인데 그걸로 효과를 보는 분들도 있고, 못 보는 분들도 있다. 사용해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치료제다. 치료제를 통해서 환자 대부분은 굉장히 좋아진다. 병원에서 상담받고 올바른 처방전을 꼭 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심할 때는 수술을 고려한다. 요즘 수술의 경우, 복강경 내시경을 통해 약해진 주위 근육을 강화시키는 인공막을 넣어주는 것인데 이를 통해서도 효과를 70∼80% 볼 수 있다.” ―변실금 예방을 위한 올바른 생활 습관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변을 보는 것이 우선이다. 묽은 변은 변실금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 즉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음주, 밀가루 음식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쾌변을 하지 못하고 잔변이 남아 있으면 변실금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잔변을 줄여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섬유소가 풍부한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가지면서 하루 1L 이상의 물 섭취를 하고 하루 1시간 이상 걷기를 생활화한다. 변을 보고 나서 비데의 세정 기능을 사용하거나 관장을 하는 것도 잔변을 없앨 수 있다. 케겔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 골반을 강화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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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의 치료’ 양성자-중입자 치료… 암 환자 삶 바꿔놓을 수 있을까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라는 주제로 최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제78회 암 정복 포럼이 열렸다. 양성자와 중입자는 꿈의 암 치료기라고 불리는 암 치료 방사선 기기들이다. 이들은 수소, 탄소이온 등의 입자를 이용하기 때문에 입자방사선 치료라고도 불린다. 수소를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를 ‘양성자 치료’,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 입자방서선 치료를 일반적으로 ‘중입자 치료’라고 부른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입자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치료 효과 향상은 물론이고 정상 장기에 대한 피폭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들 치료는 아직 임상 연구 및 개발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한다. 임상 근거에 기반해 적응증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양성자 등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국립암센터 차세대입자방사선치료 연구사업 김학수 사업기술연구팀장은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입자방사선 치료는 3∼9㎜의 작은 빔이 종양 부위에 정확하게 들어가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면서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품질 검증 연구와 입자방사선 치료의 비용 대비 효과 분석,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입자방사선 치료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많이 해입자방사선 치료는 1946년 로버트 윌슨 하버드의대 교수가 양성자 치료를 처음 도입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에선 1993년 탄소 입자를 이용한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다. 2021년 기준 양성자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27만8727명, 탄소 입자를 이용한 중입자 치료는 4만1544명이다. 이외에도 헬륨을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도 2054건, 소립자(Pion)를 이용한 입자방사선 치료도 1100건이 시도됐다. 양성자 치료 기기는 미국이 54대로 가장 많고, 중입자 치료 기기는 일본이 7대로 가장 많다. 국내 양성자 치료 기기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중입자 치료 기기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동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에서 중립자 의료 기기가 건설 중이며 2027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입자방사선 치료 기기가 크기는 작아지고, 고선량을 빠르게 전달하고,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선 이미 입자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양성자 치료, 간암-폐암-전립샘암 순으로 많이 시행양성자 치료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인 양성자를 가속해 암 치료에 활용하는 치료법이다. 양성자 치료에는 양성자가 가진 물리학적 성질인 ‘브래그 피크’, 즉 양성자가 인체를 투과하면서 양성자가 갖는 에너지 정도에 따라 특정 깊이에 있는 암 조직이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현상이다. 목표한 암 조직에 최대한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니 정상 세포엔 손상이 거의 없다. 양성자 치료엔 방사선 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이유다. 대한암학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는 총 5만4035명, 이 중에 10%에 해당하는 5398명이 양성자 치료를 받았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양성자 치료센터장은 “간암, 소아암, 두경부암, 식도암 등 상부 위장관암에서 활발하게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치료를 많이 받는 암 분야는 전립샘(전립선)암(13%), 소아암(12%), 간암(25%), 폐암(14%), 척추종양(5%), 뇌종양(3%), 부인암(4%), 유방암(2%) 등의 순이다”면서 “다만 전립샘암은 보험 적용이 되지 못해 양성자 치료 환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의 경우 보험 수가는 1000만∼2000만 원 정도로 높지만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 비용의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비뇨기암과 유방암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중입자 치료, 전립샘암부터 시작해세브란스병원은 4월 국내 처음으로 전립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암 정복 포럼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으면서도 효과가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활용,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중입자 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가량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센터장도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근거 기반 연구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양성자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현재는 전립샘암만 대상이지만 치료실을 2개 더 오픈하는 내년엔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초기 암 환자가 대상이다. 특히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같은 희소암의 치료는 물론 특히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폐암, 간암 등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치료 기간 및 과정은 질병에 따라서 다양하다. 한 번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러 번에 걸쳐서 치료를 한다. 전립선암의 경우에는 12회 정도로 치료가 필요하며 대부분의 암이 4∼16회 치료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립샘암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5000만∼5500만 원의 비용을 전부 부담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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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앱으로 간병인 찾고 요양원도 후기 보고 고르세요”[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이에 노인 돌봄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간병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돌봄 노인 인구는 450만 명.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수혜를 받는 인구는 90만 명에 불과하다. 이 중 50만 명은 하루에 3∼4시간 정도만 돌봄 혜택을 받는다. 간병인 수요는 늘어만 가는데 간병인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찾기 어렵다. 이에 개개인에게 맞춤 간병인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만들어 노인 돌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케어닥의 박재병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최근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국내 최초로 50+ 세대를 위해 제정한 상인 ‘제6회 라이나 50+어워즈 창의혁신상’을 받았다.―‘케어닥’은 어떤 회사인가? “만 5년 된 스타트업 헬스케어 중개 플랫폼 회사다. 부모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찾을 때 좋은 시설을 어떻게 찾을까에 대한 고민 해결을 돕기 위해 요양 시설 찾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요양원 등 시설에 들어가거나 병원에서 입원 시 간병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간병인 중개 서비스도 하고 있다. 퇴원했을 때도 계속 돌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해서 홈 케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토털 돌봄 서비스 회사다.”―실버케어 사업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할머니의 치매 간병을 오래 했고 이어 아버지도 중풍에 걸려서 중풍 간병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간병이 한 가정에 큰 부담이자 이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전 국민도 똑같이 겪는 문제일 테니 이런 분들을 위해 기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다.”―다양한 실버사업 중 요양 시설 찾기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짜장면을 배달 앱으로 시켜 먹는 시대다. 별점이 4점이냐 4.5점이냐, 또는 음식값이 1000원 차이로 평가받는 시대다. 부모를 몇 년간 모시기 위해 수백만 원을 매달 내는 시설에 대한 이러한 정보는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정보를 달라고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에 찾아가기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을 설득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한 스타트업으로 시작을 했다.”―‘케어코디’라는 간병인 중개 서비스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 “간병인, 요양보호사가 돌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보호자들에겐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분들을 홀대하거나 하대하면 결국 우리 부모한테 돌아가게 돼 있다. 그래서 인식을 바꿔야 ‘나의 부모님도 더 대우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간병인, 요양보호사라는 호칭보다는 ‘케어 코디네이터’, 즉 케어 전반을 케어하는 사람이라는 인식 개선 차원에서 ‘케어 코디’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간병 영역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직업군이 아니다 보니 개선이 많이 필요하다.”―노인 돌봄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보호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간병 요양이 필요하지만 자녀가 직접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에 간병 타이밍이 늦어진다. 부모는 돌봄이 필요한 단계인데 내가 할까, 형제들이 할까 하다가 부모의 회복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노인들의 회복에 적절한 골든타임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마지막으로 간병을 준비하는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병 요양을 생각할 때 공부를 미리 하는 게 당황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미리 부모에 대한 질환, 간병 및 요양 제도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케어닥 같은 다양한 플랫폼도 찾아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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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없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한국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없다. 1시간 이내엔 응급 환자가 조치된다.” 18일 기자가 방문한 일본 도쿄 시부야구 일본적십자사 병원. 하야시 무네히로 응급의학과 센터장은 한국의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 이곳 응급실은 연간 1만 명 이상의 경증, 중증 응급 환자들이 몰려드는 3차 응급의료센터다. 일본은 환자를 중증 응급 정도에 따라 분류해 중증 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대응하는 ‘응급 트리아지(Triage·환자 분류)’가 잘 정립되어 있다. 응급환자는 응급 트리아지에 따라 1차(경증 환자), 2차(입원 진료가 필요한 환자), 3차(중증 응급 환자)로 분류한다. 1차에 해당되는 환자는 지역의 당번 의원급 응급실 등으로 이송된다. 2차는 입원실이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 3차는 대학병원급의 구명구급센터로 이송된다. 일본적십자사 같은 공공 의료기관은 3차 구명구급센터이지만 경증과 중증 환자를 함께 보기도 한다. 하야시 센터장에게 “정말 1시간 이내에 조치가 되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태블릿PC를 꺼내더니 화면 상황판에 적십자병원 주변 병원들을 클릭하고 응급질환과 관련된 과를 클릭했다. 그러자 환자 상태에 맞는 실시간 입원이 가능한 병상과 의료진 상황이 나타났다. 한국처럼 의사나 119 구급대원이 일일이 각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면서 병원 상황이나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구급차 안에서도 구급대원들이 의료진과 긴밀하게 연락하고 태블릿 상황판을 통해 병원 수용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확인한다. 그 덕에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최대한 확보한다. 이러한 빠른 조치 때문에 일본에서는 통상적으로 40∼50분이면 환자 이송이 마무리된다. 과거에 일본도 한국처럼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대적인 이슈가 됐다. 2008년 당시 도쿄의 한 중소병원에서 만삭의 임신부가 분만 중 의식이 저하되어서 이송하려고 도쿄 시내 대학병원 8곳에 연락을 했으나 받아주지 않아서 사망한 것이다. 취약한 응급의료체계가 사망 사고로 이어지자 일본 응급의학회에선 대대적인 성명서를 냈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응급의료의 재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일본은 초기 캐나다의 응급의료체계(CTAS) 등을 벤치마킹하면서 필수의료인 일본응급의료체계(JTAS)를 잘 구축했다”면서 “즉 응급환자 이송과 배후 진료 체계를 확립했고 지금은 어떤 환자도 놓치지 않고 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해당되는 3차 구명구급센터의 경우 환자가 임의로 갈 수 없고 반드시 1차 또는 2차 응급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한 의사의 소개서(진료의뢰서)가 있어야만 갈 수 있다. 또 가장 인상적인 것은 3차 구명구급센터로 중증 응급 환자의 이송 요청 시 ‘무조건 수락’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증 환자의 응급실 과잉 사용을 막기 위해 일본은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에 올 때는 7만 원가량의 사용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한다. 한국은 주취자도 응급실에 거리낌없이 들어올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의식이 없는 주취자’만 응급실 입실이 가능하다. 일본 보건당국과 관련 학회는 응급실 이용에 대한 국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실 이용에 대한 홍보와 인식 개선에 주력했다. 국민들의 적극 협조 없이는 경증 환자들의 응급실 사용이 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근에도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로 70대 환자가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결국 숨졌다.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가까운 대학병원급을 시작으로 병원 12곳을 수소문했지만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는 등 이유로 수술을 거부당했다. 결국 사고 현장에서 100km 떨어진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사고 발생 138분이 지난 뒤였고 환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언제까지 구급차 뺑뺑이가 계속될 것인가? 응급의료기관은 책임감을 갖고 환자를 수용하고, 119 구급대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의료 지도하에 환자 중증도를 분류해서 실시간으로 이용 가능한 응급의료기관을 찾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해 보인다. 학회와 정부는 ‘응급실은 정말 생명과 관련된 응급 환자들만 이용하는 곳’이라는 대국민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 보건 당국은 이러한 응급 시스템이 잘 구축될 수 있도록 피나는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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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중독 주의… 구토-설사 후엔 반드시 수분 보충을

    긴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여름이다. 이 시기 가장 조심해야 될 질환은 바로 식중독이다. 식중독은 상한 음식을 먹은 뒤 복통, 설사, 구토 같은 급성 위장관 증세가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 상한 음식을 먹은 후 72시간 이내에 발병한다. 식중독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치료는 수액과 전해질 보충이다. 액체를 마실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경구 수분 보충 요법을 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인 치료다. 설사나 구토로 인해 탈수 현상이 매우 심하거나 의식이 흐릿해진 경우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를 이용한 수액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줘야 한다.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 병약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설사, 고열, 복통이 오래 지속되면 병원에서 전문적인 진료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과거 식중독 환자의 식사는 ‘절대적인 금식’을 원칙으로 하였으나 최근에는 수분 섭취와 함께 영양분을 공급해 손상된 장 세포가 빨리 회복되도록 하는 추세다. 설사 초기에는 쌀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조금씩 먹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급성기에는 우유나 유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변이 점차 굳어지면서 점차적으로 단백질, 지방 순으로 보충하고 정상적인 식단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식중독 예방의 지름길은 음식 선택·조리·보관 과정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다. 세균은 주로 섭씨 0∼60도에서 번식한다. 저장은 4도 이하에서, 가열은 60도 이상에서 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몇몇 세균에 의한 독소는 내열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60도 이상으로 가열해도 식중독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황색포도상구균, 바실루스균, 클로스트리듐균의 독소는 가열해도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되 가능한 한 즉시 먹는 게 좋다. 철저한 개인위생도 중요하다. 외출하거나 더러운 것을 만지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에는 손 씻기가 필수다. 또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음식을 조리해선 안 된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오염돼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식중독 사고가 빈발하는 여름에는 지하수나 약수, 우물물을 마시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수돗물과 달리 염소 소독을 안 한 상태이므로 각종 식중독균 오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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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여름에도 시린 손발… 에어컨 약하게 틀고 자주 환기를

    한여름 무더위에도 손발이 차고 시리다면 수족냉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친 냉기를 느끼는 증상이다. 따뜻한 곳에서도 손발은 물론 무릎, 아랫배, 허리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냉기를 함께 느끼기도 한다. 수족냉증 환자들은 통상적으로 사계절 중 날씨가 추운 겨울에 더 힘들지만 여름도 겨울 못지않게 괴롭다. 사무실 등 건물 내 에어컨 바람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족냉증을 단순히 체질적인 문제나 노화에 따른 현상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유일한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족냉증 자체가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순환 개선제만 복용하며 방치할 때 원인 질병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수족냉증은 당뇨병, 루푸스, 말초동맥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 동반되는 증상이므로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냉방병, 손발 차가운 감각 심해져 여름철 냉방병은 수족냉증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냉방병은 의학적으로 뚜렷이 정의된 질병은 아니다. 하지만 냉방 중인 실내에서 오랜 시간 머물 때 우리 몸이 바깥 기온과 실내 냉방 사이 심한 온도 차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임상적인 증상을 지칭해 쓰이고 있다. 특히 온도 차이가 큰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평소 수족냉증이 있는 질환자들은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혈류의 변화로 인해 얼굴이나 손발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지거나 반대로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또 추위를 느끼면 열을 보충하기 위해 체내에서 열을 계속 생산하므로 피로도 쉽게 느낀다. 이 외에도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해 두통이 발생하거나 어지럽고 졸릴 수 있다. 근육이 수축되면서 근육통도 발생한다. 평소 소화기 계통이 예민한 사람들은 소화불량, 복통, 설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이라면 호르몬 영향으로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냉방병으로 인한 수족냉증 예방하려면아무리 덥더라도 에어컨 설정 온도는 외부 온도와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26∼27도일 때는 2도 낮게, 28∼29도일 때는 3도 정도 낮추는 게 좋다. 또 기온이 30도일 때는 4도, 31∼32도일 때는 5도, 그리고 33도가 넘으면 6도 정도 낮추는 것이 권장된다. 에어컨 송풍 방향은 사람이 적은 방향으로 맞추는 것이 좋다.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긴 소매의 옷을 덧입거나 양말을 신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2∼4시간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따뜻한 물을 틈틈이 마시며 손발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따뜻하게 한다. 이 외에도 혈관 수축의 원인이 되는 흡연은 절대 금하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한다. 카페인 함유 음료인 커피나 콜라, 술도 되도록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유 교수는 “특히 피임약이나 편두통약, 심장약, 혈압약 중에서 혈관 수축과 관련된 약물은 전문의와 상의 후 다른 종류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면서 “혈액 순환을 돕는 유산소 운동을 주 3∼5회 이상 30분씩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수족냉증, 다른 질환과 함께 나타나기도수족냉증은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지만 대체로 체질 탓이려니 하고 가볍게 생각한다. 수족냉증은 단독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른 질환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40세 이상 여성들이 많이 겪는 수족냉증의 원인은 임신이나 출산, 폐경 등 호르몬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위 등 외부 자극에 교감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손발에 혈액 공급이 줄어 차가운 감각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당뇨병 △혈관이 수축하면서 피부색이 창백해지는 레이노병 △흡연자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버거씨병 △만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추간판 탈출증 △말초신경염 △손목터널증후군 △갑상샘(갑상선)기능저하증이 있을 때 수족냉증이 함께 나타난다. 따라서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당화혈색소, 갑상샘 호르몬 수치, 염증 관련 수치 등을 포함한 혈액 검사뿐만 아니라 신경전도 검사, 근전도검사, 도플러 초음파 검사, 손톱 미세혈관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좋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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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복 밖으로 드러난 아토피… 스트레스로 증상 악화되기도

    최근 장마와 폭염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더운 날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특히 유독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심한(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이다. 반팔, 반바지 등 여름 교복을 입는 청소년 환자들은 얼굴, 팔, 다리 등 노출 부위 피부 병변이 심해지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 청소년 아토피 조기 치료 필요아토피피부염은 피부에 발생하는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심한 가려움증과 피부 건조증, 습진 병변을 동반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증상이 나타나면 그 부위를 긁거나 문지르게 되고 그 결과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소아기에 잠깐 나타났다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좋아지는 질환으로 생각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통계를 보면 10대 환자(10∼19세)가 전체 환자의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많다. 또 이 시기까지 아토피피부염이 이어질 경우 소아기보다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기까지 중증으로 진행돼 이후 삶의 질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청소년기 아토피피부염의 증상은 소아 때와는 차이가 있고 성인 아토피피부염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난다. 심한 가려움증과 함께 얼굴, 두피, 목, 손, 팔과 다리의 접히는 부위 등 외부로 노출되는 부위의 병변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빠르게 나타나는 시기로, 학업에 집중하고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많은 신경을 쏟으면서 사춘기를 경험한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민감해지기 쉽다. 이런 시기에 아토피피부염 증상이 심해지면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학업 성취도 저하와 함께 신체적, 감정적 스트레스 유발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므로 조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수다.● 자극을 최소화하도록 관리아토피피부염은 발병 원인이 다양한 자가면역 질환으로 예방법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주변 환경 및 생활습관에서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있으므로 이러한 요인들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흔한 요인으로 급격한 온도나 습도의 변화, 심리적 스트레스, 모직이나 나일론 의류, 세제나 비누 등이 있다. 여름철에는 땀에 의한 자극 혹은 광과민성이 있는 경우 햇빛에 노출되면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가급적 강한 햇빛을 피한다. 땀을 흘리면 즉시 목욕을 해서 땀을 제거해야 한다. 물수건으로 닦아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샤워 후에는 피부가 건조하지 않도록 보습제를 발라 관리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내에서는 에어컨을 사용해 습도는 낮게, 온도는 시원하고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주연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시기로 아토피피부염으로 인한 악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질환 증상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증상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국소 치료부터 생물학적 제제까지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할 때 국소 연고제 등으로 치료가 어려운 중증 이상의 경우 면역억제제 복용 등 전신 치료를 시행한다. 대개 청소년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국소 연고제 등으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자의 약 26%는 청소년기에 급속한 악화를 경험한다. 이 경우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로 면역억제제와 JAK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있다. 면역억제제는 전신의 면역을 포괄적으로 억제해 효과와 안전성이 떨어졌다. 다행히 최근에 개발된 JAK 억제제, 생물학적 제제는 아토피피부염 증상 유발에 관여하는 특정 염증 물질만을 표적화해 억제하므로 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다만 이러한 신약들은 약가가 비싼 경우가 대부분인데, 4월 1일부터는 일부 JAK 억제제와 생물학적 제제의 보험 급여가 중증 청소년(12세 이상)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산정특례 조건을 충족할 경우 환자는 치료비의 10% 정도만 내면 돼 치료비 부담이 줄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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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들녹지국제병원, 제주에 10월 오픈…기념행사 진행

    우리들녹지국제병원과 연계된 우리들얼라이언스는 지난달 29, 30일 양일간 제주도 우리들녹지국제병원 컨벤션홀에서 ‘2023 Wooridul Alliance STO conference JEJU’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헬스케어 산업의 글로벌 및 국내 의료기관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STO(토큰증권)의 국내 현황과 글로벌 시스템, 그리고 우리들얼라이언스의 사업 개요와 앞으로의 나아갈 길 등에 관해 폭넓은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의 주요 내용은 △이욱희 (주)디아나서울 CAO가 기조강연으로 ‘우리들얼라이언스 프로젝트 소개 △이정호 한양대 겸임교수의 ‘국내 STO 산업의 현황과 주요 이슈 △alex G, Lee 박사의 ‘글로벌 STO의 사례 발표’ △석주완 이엘그룹 대표, 최병구 미디어뱅크코리아 대표의 ‘우리들얼라이언스의 기술 제휴 협력 방안’과 해외 파트너사들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방안 및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피칭 등이다 .행사를 주최한 우리들얼라이언스의 김수경 회장은 “대한민국은 글로벌에서 의료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과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활용한 텔레-헬스케어 및 시니어들의 건강검진, 항노화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 내 주요 국가들에 ‘우리들클리닉’을 기반한 새로운 텔레-헬스케어 서비스 뿐만 아니라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의 10월 개원에 맞춘 심도 있는 진료 서비스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한편 이번 행사에는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일본, 홍콩, 싱가폴 등의 주요 파트너사가 함께 해 우리들얼라이언스 구축의 새로운 장을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번 행사에 참석한 베트남 헬스케어 투자회사인 미타 홀딩스(Mita holdings)의 응웬 민 탄 회장은 “우리들얼라이언스와 적극 협력해 베트남 내의 한-베트남간 헬스케어 협력의 기반을 다지고, 서비스의 구체적인 모델을 형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김 회장은 “우리들얼라이언스는 2024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STO(토큰증권) 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화 서비스 모델 구축에 데이터를 활용해서 아시아 내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한 확장 모델을 펼쳐나갈 것”이라며 “헬스케어 상품권 NFT를 우선적으로 발행하고, 주요 파트너사들과 함께 본격적인 헬스케어 융합형 서비스를 펼쳐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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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을 괴롭히는 ‘배변 장애’… 생활 습관만 바꿔도 80%는 완치”

    “매일 변을 보는데 시원하지 않거나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씨름한다면 .” 위와 같은 증상을 변비의 일종인 ‘배변 장애’라고 부른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여성의 3분의 1은 6개월 이상의 만성 변비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그중 40%는 배변 장애를 호소한다. 배변 장애는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9배 많다. 배변 장애, 변실금 전문가인 이두석 대항병원 원장(대장항문학회 상임이사)을 만나 배변 장애의 오해와 진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배변 장애는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일주일이 지나도 변이 안 나온다. 변이 너무 딱딱하다. 이런 현상을 변비라고 한다. 물론 배변 장애도 변비의 일종이다. 다만 배변 장애는 매일 변을 보지만 △변을 보는데 시원하지 않거나 △변을 봐도 잔변감(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있거나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힘을 줘도 변이 안 나오거나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 때 등 네 가지 대표 증상이 있다. 이 네 가지 증상 중 한두 가지 이상을 경험한다면 배변 장애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환자는 변을 보기 위해 자신의 배를 움켜잡고 누르거나 심지어 여자의 경우 회음부를 누르면서 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일시적으로 배변 장애가 생길 수 있나? “그렇다. 누구나 일시적으로 배변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변을 보는 시기를 놓치면 변이 딱딱해지는데 이럴 때 누구나 배변 장애가 생긴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여행 가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 못해 변비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다만 이런 경우는 사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이다. 배변 장애에 대한 약물 치료도 필요하지만 배변 장애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배변 장애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배변 장애의 원인을 알기 위해 병원에서는 배변조영술 검사를 받는다. 배변조영술을 하면 배변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을 발견하는 경우가 보통 40% 정도 된다. 일종의 노화 현상인데 여성에게 많은 이유는 여성 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다. 폐경기 이후에 엘라스틴이라든지 콜라겐 등을 지지해주는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직장이 변을 배출하기 위해서 힘을 줘야 되는데 그것을 지지하는 주변 근육들이 약해진다. 그래서 실제로 어쩔 수 없이 노화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남들한테 얘기하기도 힘드니까 본인이 혼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배변 장애의 생활 습관 교정은 어떻게 하나? “변이 딱딱할 때는 누구나 다 힘을 주게 된다. 변이 딱딱해지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 그러려면 생활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 김치, 고구마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섬유소 권장량은 25g이지만 음식만으로 하루 권장량을 채우기는 어렵다. 따로 섬유소를 복용하면 좋은데 보통 섬유소 한 포에 6g으로 두 포 정도 복용하면 부족한 섬유소 권장량을 음식과 더불어 채울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물도 1ℓ(리터) 정도는 마셔서 몸의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유산소 운동도 장운동에 도움이 된다. 최소한 하루에 1시간 정도 걷는 것을 추천한다. 잔변감이 계속 들 경우 뜨거운 물에 좌욕을 하면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을 꼭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줄이는 것이다. 오늘 변이 안 나오면 내일이면 나올 거고, 내일 안 나오면 모레엔 나온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다. 변을 억지로 누기 위해 장에 주름을 깊게 만드는 과도한 배변 활동과 힘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비데의 세정 기능은 항문괄약근을 자극해 장운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그리고 화장실에 있는 시간도 10분 내로 줄이는 습관도 필요하다. 그런 일반적인 배변 습관만 지키더라도 10명 중 8명은 좋아진다.” ―생활 습관 외에 배변 장애 치료는 어떻게 하나? “그래도 변을 잘 못 볼 때는 변을 좀 부드럽게 보는 완화제라든지 변비약을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잔변감이 들면 관장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변비약 복용 시 챙겨야 할 사항이 있다. ‘마그밀’이라는 변 완화제의 경우는 계속 복용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약국에서 사 먹는 자극성 변비약의 경우는 장기간 복용할 경우 장이 무력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와 상의를 하고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기본적으로는 섬유소, 필요하면 약으로 된 섬유소, 그리고 변이 딱딱할 때는 마그네슘 계통의 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 ―배변 장애를 수술로도 치료할 수 있나? “10명 중 2명은 약으로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이다. 이들은 수술 대상이 된다. 유럽에서는 이미 30년 전부터 배변 장애의 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을 교정하는 수술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10년 전부터 이 수술을 시행해왔다. 그만큼 안전한 수술이다. 2025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 65세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른다. 노령 인구에서 일종의 노화 현상으로 직장에 주름이 잡히는 직장중첩증, 배변 시 잔변이 생기는 공간이 되는 직장류(직장주머니)가 생기는데 이것이 배변 장애의 주원인이 되는 해부학적 이상이다. 수술은 복강경 인공막 직장전방 고정술이라는 수술인데 배변 시 직장이 처지지 않게 얇은 인공막을 넣어 지탱해 주는 수술이다. 직장류, 직장중첩증을 교정하는 수술로 보통 70∼80% 정도 배변 장애를 해결할 수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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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주사 맞는 6살 아이, 괜찮은 척하면 더 마음 아파요”[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환자 이야기]

    환자는 병을 어떻게 진단받고, 또 진단받은 질환을 어떻게 이겨나가고 있을까? 환자 입장에서 질환을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알려주는 ‘따뜻한 환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난번 폐암에 이어 두 번째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2019년 국내 환자 수 13명, 2020년 1명이 발생한 극희귀질환인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이다. 6살 이모 양은 매일 주사를 맞아가며 열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주사를 맞는 횟수만 1000번이 넘는다. 이모 양의 어머니를 직접 만났다.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CAPS)은 어떤 질환인가? “몸에 ‘인터루킨-1베타’라는 염증 유발 물질을 과도하게 생성해 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이는 출생 직후부터 발열과 온몸에 발진이 있었다. 특히 발진은 매일 일어났다가 없어졌고 이유 없는 발열이 계속 반복됐다. 처음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받은 진단은 ‘독성홍반’이었다. 그 오진으로 인해 신생아 때부터 독하다는 피부약을 몇 년 동안 복용했다. 그 후로도 낫지 않아 여러 대학병원을 다녔지만 ‘요로감염이다’ ‘불명열이다’ 등 각종 오진을 여러 번 받았고 수십 번의 피검사와 엉뚱한 약도 많이 먹었다. 약을 먹어도 40도 넘는 열과 경련, 매일 반복되는 발진, 눈의 충혈, 걸음걸이 이상이 왔다. 나아질 기미 없이 계속 나빠졌다.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바로 해열제를 먹이지 않으면 40도 넘는 고열이 나기 때문에 ‘아이가 정말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고 새벽에 한 시간마다 일어나서 체온계로 열을 재고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가 언제 아플지 몰라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결국 5살 때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아서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겨우 정확한 진단이 나왔다.” ―온몸에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병원에서 첫 진단을 받았고 이상 여부 검사를 받았을 때 뇌척수액에서 염증이 발견됐고 시신경에도 부종이 이미 있었다. 자칫 실명되거나 청각이 손상될 뻔했고 생명에도 위험이 올 뻔했다.” ―현재는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 “주사를 매일 저녁에 맞고 있다. 완치는 현재의 의술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만성 염증을 초기에 차단해 장기 여러 곳에 발생하는 손상을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맞는 주사제가 유일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지금까지 1000번 넘는 주사를 투여하면서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병을 준 것만 같아서 죄책감으로 가장 힘들다. 정말 이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삶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지금 더욱 힘든 점은 매일매일 주사를 아이의 몸에 직접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은 맞지 않는데 왜 나만 주사를 맞아야 하는지’ 물어볼 때마다 너무 속상하다. 주사를 놓을 때 우는 아이를 보고 안아주는 것 외에 해줄 수 없다는 게 힘들 뿐이다. 아이가 가끔 내가 주사를 놓을 때 눈물을 흘리면 아이는 엄마가 속상할까 봐 주사를 맞고도 괜찮은 척하면서 잘했다고 엄마를 다독여 줄 때 가장 힘들다.” ―부모로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완치가 가장 큰 목표이긴 하지만 현재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라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번씩 맞는 주사가 정말 괴롭다.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8주에 1회만 맞는 주사가 있는 데도 우리는 처방을 받을 수가 없다. 국내에선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못해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치료제가 있는 데도 사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말 부모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하루빨리 치료제가 보험이 적용돼서 경제적인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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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열질환 주의보… 두통-메스꺼움 느낄 땐 즉시 그늘로 이동을

    폭염에 탈진을 넘어 급기야 실신까지 이르는 온열질환자들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287명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았다. 사망자도 2명이나 발생했다. 더위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온열 질환은 열탈진(일사병)과 열사병이다. 열탈진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도 사이로 상승되면서 탈수 현상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심박동이 빨라지고 어지럼증, 두통, 구역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그늘진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열사병은 열탈진보다 더 위험하고 증상도 심각하다. 과도한 고온에 노출될 수 있는 작업공간, 운동공간 등에서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높은 체온 상태가 유지되면 열사병이 생긴다.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경련 등이 나타난다. 사람은 외부 온도의 변화에 대응해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폭염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계속할 경우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땀을 흘리는 등 생리적 반응으로 열을 발산시켜 체온을 조절한다. 하지만 이런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온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온열질환이 발생한다. 고혈압, 심장병, 당뇨나 혈액투석 등을 받는 만성질환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홀몸노인 등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일단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로 이동하고 △수시로 물과 이온음료를 마시고 △탈의를 통해 온도를 낮추고 △피부에는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중요하다.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신체 활동량 강도가 높은 작업이나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그늘에서 틈틈이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 노원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김덕호 교수는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 라디오나 TV의 무더위 관련 기상 상황을 항상 주시해야 한다”며 “폭염으로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면 바로 그늘로 가서 쉬고, 증상이 낫지 않는 응급상황 땐 즉각 119에 신고해 응급실로 와야 한다”고 당부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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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의도 전공 포기 ‘일반의’로 재취업… 2년제 ‘임상전문의’ 도입해야”

    전문의는 일반의와 달리 4, 5년간 수련의(인턴)·전공의(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병원에 남아 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1, 2년 이상 전임의(펠로)로도 봉직해야 한다. 이처럼 대학병원에 남으려면 의대 졸업 이후에도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반면 일반의는 6년 과정의 의대만 졸업하거나 인턴 1년만 하면 된다. 10년 전만 해도 일반의는 ‘진짜 의사’로 보지 않아 재수를 해서라도 전공의 과정을 밟곤 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사라졌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일반의로 피부나 미용, 비만 같은 비보험 진료 위주로 개원하면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전문의보다 수입이 낫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보험, 미용 분야가 업무 강도는 낮은 데다 고수익이 보장되면서 의대 졸업생뿐만 아니라 전문의 중에서도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의로 ‘재취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보험 미용시술 위주의 연구를 하는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는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회원이 5000명에서 1만 명으로 늘었다. 이 중 70%가 피부과가 아닌 다른 과목 전문의였다. 앞으로 전문의 수가 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의가 줄어들면 대형병원에 남아 응급실과 수술실을 지키는 의사가 부족해진다.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가 된다. 일반의로 개원하면 피부과, 성형외과처럼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보험 진료를 주로 하므로 환자가 지출하는 의료비도 늘어난다. 적정한 규모의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으면 이처럼 의료시장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인턴 1년+레지던트 3, 4년’의 수련 체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의 인턴 과정을 삭제하고, 그 대신 모든 의대 졸업생이 2년제 ‘임상전문의’ 과정을 거치며 수련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상전문의’들도 2년간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거치기 때문에 현행 일반의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은 채로 일선 의료현장에 나올 수 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여기에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세부 전공 전문의가 되기 위해선 2년 동안 추가 수련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부 과목 전문의가 되는 데 드는 기간도 기존 5년에서 4년으로 줄어든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임상전문의 제도는 현재 의사 수 부족도 해결할 수 있고, 병원과 전공의 양측 모두 찬성하고 있는 것”이라며 “임상전문의 양성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에 더해 전공의 수련 과정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게 하는 ‘국가책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병원들이 인턴, 레지던트의 인건비를 전액 자부담하다 보니 이들을 ‘교육 대상’이 아닌 ‘노동력’으로 보고 수련, 교육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가가 인건비를 지원하면 전공의들이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핵심 능력을 쌓을 수 있다는 게 대전협의 주장이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해 의료 교육 과정의 개편과 질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은 “우리 정부는 의사의 양성 과정보다는 민간 의대에서 양성된 의사들의 관리와 활용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공공성이 요구되는 의료를 위해 민간의 의사양성 과정에 대한 정부 및 사회의 투자와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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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신의료기술평가제는 이중규제… 혁신의료기기 걸림돌

    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은 3년 연속 대외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등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4월 투자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 규제 합리화 등을 위한 과제를 총망라한 의료기기 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전(全)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국내 바이오 디지털헬스 분야 신생 기업을 발굴해 기술 개발→제품화→임상→인허가→사업화까지 전 주기 통합지원을 최근 약속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을 통해 의료산업의 부가가치와 성장 그리고 고용 증대, 나아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지난해 5월 6일자 칼럼 ‘도전 가로막는 의료기술평가제도’를 통해 지적한 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개선안에 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의료기기 관련 기술 가운데 기존에 없는 신기술로 판단되는 경우, 식약처 허가 외에도 한국보건의료원(NECA)의 신의료기술평가라는 추가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종의 이중 규제다. 연세의료원이 3월 중성자 치료를 시작하려고 했지만 신의료기술평가를 완료하지 못해 결국 평가가 마무리된 4월부터 중성자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다. 이미 일본에서는 1만5000명 이상이 중성자 치료를 통해 암치료를 했고 한 해 4000명이 치료를 받을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지만 말이다. 문제는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에서 신기술의 시장 진입이 늦춰지거나 좌절될 수도 있을뿐더러 최악의 경우 개발자가 아예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제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증명하려면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론이 속히 제시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내용은 막연하고 아직 특별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향후 제도 개선을 심도 있게 논의 중”이라고만 했다. 우리는 과거와 달리 여러 의료기술 분야에서 독자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체외진단, 인공지능, 로봇수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 해외 각국의 기술을 받아들이거나 답습하기 바쁘던 시기가 아니란 것이다. 신의료기술평가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신기술 평가에 신중할수록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확률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과도하게 벽이 높을 필요가 있을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 신의료기술평가의 경우 우리나라만 평가 중인 기술의 시장 진입 기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해외에서는 보통 신기술이 등장하면 일단 시장 진입 후에 평가를 진행한다. 시장 진입 전에 신의료기술평가에 회부할지는 선택 사항이다.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만 신의료기술평가를 꼭 시장 진입 전에 시행하게 한다.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를 통해 검토 중인 기술이라도 부분적으로 시장에서 쓰이고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우리와 건강보험 시스템이 유사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만의 경우도 신의료기술평가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일본은 아예 후평가 시스템이 정착되어 우선 시장에서 쓸 수 있게 하고 수년 후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한다. 물론 우리 정부도 산업계의 문제 제기를 인지하고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혁신의료기술 별도 평가트랙’이라 해서 인공지능, 3D프린팅, 로봇 등 미래 유망 혁신의료기술에 한해 근거가 부족해도 잠재가치가 인정되면 조건부로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또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는 요건을 충족한 경우 신의료기술평가를 2년간 유예하고 의료현장에서 먼저 쓸 수 있게 하고 있다. ‘제한적 의료기술 평가제도’의 경우도 부분적인 시장 진입은 물론이고 국고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업계는 긍정적 변화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기술 가운데 위에 언급된 제도의 혜택을 받는 기술은 극히 일부에 머무는 가운데 제도의 개수는 늘어나고 복잡성만 커진다는 데 있다. 현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안에서는 기존에 없는 혁신을 의료기기 분야에서 시도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하면서 규제와 산업 발전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절실해 보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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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1번의 항암치료… “다시 링에 올라 폐암과 싸울 겁니다”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 가면 환자보다는 병에 대한 정보를 많이 듣는다. 환자 입장에서는 투병 과정에 대한 안내나 환자에 대한 지지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여기 낯선 병과 당당히 맞선 환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을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질환들을 이해하고 질환을 극복하려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우리 사회가 어떤 도움과 지원을 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폐암은 갑상샘암에 이어 국내 발생 2위인 암이다. 사망률도 가장 높다. 6년간 무려 111번의 항암제를 맞으면서 폐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건주 한국폐암환우회장이다. 그는 2001년에 위암 3기 진단을 받고 위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고 2016년에 폐암 4기를 진단받아 23년간 투병 중이다. ―현재 폐암 투병 중인데 어떤 상태인가. “2016년 심한 기침으로 감기인 줄 알고 호흡기 내과를 찾았다가 폐 선암 4기로 진단받았다. 2022년 12월까지 111차례의 항암치료를 받았고 장협착 등 부작용으로 대장 절제 수술도 받았다. 여러 번 어려운 고비도 넘겼다. 지금은 오랜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약해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쉬고 있다. 다시 링에 오르기 위한 준비운동 중이라고 생각한다.” ―폐암 진단받았을 때 솔직한 심정은 어땠나. “위암과 폐암을 겪으면서 남들과 같이 좌절과 분노, 자포자기 그리고 순종의 과정을 똑같이 겪어 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겸손해지고 주어진 삶의 의미를 느꼈다. 주어진 삶이 소중하기에 가족과 이웃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 폐암 투병은 장기전이다. 가족이나 보호자, 의료진을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튼튼한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혼자의 의지나 노력만으로는 어려울 때가 많다. 가족이나 의료진의 유대관계는 절대적이다.” ―투병 중 가장 힘들었던 점, 반대로 가장 위로가 되었던 점은…. “힘들었을 때는 환우를 잃을 때다. 가까이 지내면서 상담해 오던 환우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한동안 마음이 힘들다. 어차피 저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터이니까. 위로를 받을 때는 비록 제가 상담하는 환우에게 큰 도움도 드리지 못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게 될 때다. 제가 더 감사하고, 삶의 의지를 다시 다지게 된다.” ―폐암 환우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어쩌다 폐암 환자가 되었는데, 당시 폐암에 대해서 아는 게 전혀 없었다. 동료 환우들이나 의료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치료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위의 사정들을 알게 됐다. 나와 같은 환우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싶어 환우회를 만들게 됐다. 이곳에서 환우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서로 돕는 친구와 같은 관계를 이어 나가려 하고 있다. 환우회에선 ‘새 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환우들과 쉽게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암 경험자로서, 상담 교육을 받은 분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이 환우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치료 과정에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는 정서 안정 프로그램이다. 치료 과정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는 상담 전화도 운영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우분은…. “지난해 대한암협회가 진행하는 희귀폐암 ‘MR. K’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희귀폐암 환우인데 초등학생, 중학생 딸아이를 둔 한 엄마였다. 희귀폐암 4기로 진단받았는데, 다행히 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MET 유전자 변이여서, 임상시험에 참여해 치료받을 수 있었다. 치료가 잘 끝난 덕분에 딸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보고 있다. 검사 방법의 발전으로 암을 세분하여 구분할 수 있게 됐고 이 과정에서 알게 되는 희귀폐암은, 말 그대로 환자 수가 1∼5% 정도로 적다. 그만큼 정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제의 선택은 정말 중요하다. 임상시험에서 맞는 약을 찾게 된 것도 기적이다. ―앞으로 환우회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환자 중심의 의료 시스템 수립이다. 신약의 신속 등재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 의료 행정을 환자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처리해 주면 좋겠다.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행정 처리한다고 삶을 이어갈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있다. ‘사후 약방문’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필요한 약은 서둘러서 쓰도록 조치해 주고 제약회사와의 조건 협상은 계속하면 되는데,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며 환자로서 너무나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물론 한두 명 실무자 선에서는 해결이 될 수가 없는 걸 알기에 서글프기도 하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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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에 의존하던 인공와우, 국내 상용화 도전한다[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인공와우는 보청기로도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고도 난청일 때 이식하는 의료기기다. 워낙 고도의 기술이라 아직까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서도 인공와우를 만드는 회사가 탄생했다. 민규식 대표(사진)의 ‘토닥’이다. 민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에서도 근무했다. 민 대표는 최근 라이나전성기재단에서 국내 최초로 50+세대를 위해 제정한 상인 ‘라이나50+어워즈’ 제6회 창의혁신상을 받았다.―‘토닥’은 어떤 회사인가. “이식형 전자 의료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그중에 인공와우를 첫 번째로 사업화하는 중이다. 난청 때문에 고생하시고 실의에 빠진 분들에게 뭔가 토닥토닥해 줄 수 있는 회사는 만들어보자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토닥’으로 지었다.”―우리가 흔히 아는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어떻게 다른가. “보청기는 소리가 잘 안 들리는 사람에게 외부에서 소리를 증폭해 더 큰 소리를 귀에 넣어줬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기기다. 인공와우는 아무리 소리를 크게 넣어줘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분들에게 달팽이관에 직접 신경 전극을 수술로 삽입을 한다. 신경 전극에 전기 자극을 해서 뇌가 그 전기 자극을 소리로 느끼게 만드는 첨단 의료기기다.”―토닥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와우는 어떤 기술인가. “인공와우가 개발된 지는 사실 40년이나 됐다. 청각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표준적인 치료 방법의 하나다. 전 세계에 1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이 장치 덕분에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인공와우들은 수작업으로 달팽이관 전극(채널)을 만든다. 우리는 이 장치의 달팽이관 전극을 수작업이 아니라 대량 생산 공정으로 만드는 최초 회사다. 그 덕분에 많은 자극 채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유명한 회사들의 채널이 12∼22개이지만 우리는 32개 채널을 가지고 있다. 낮은 음역부터 높은 음역까지 채널 수가 많으면 소리를 자세히 듣는 데 도움이 된다.”―현재 어디까지 개발됐나. “현재 개발된 인공와우를 공인 시험 기관에서 시험을 하는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많은 난청인이 국내에서 개발된 인공와우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인공와우는 현재 한쪽 기기당 2000만 원이다. 이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앞으로 ‘토닥’의 목표가 있다면. “인공와우를 사용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나 나아가 인공와우를 사용해도 난청을 고치지 못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우리는 인공와우 개발 기업이이지만 인공와우만 가지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청각장애인 커뮤니티를 위해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 또 인공와우 기술은 우리 몸에 전기로 자극하는 의료기기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되거나 전기 자극을 통해 통증을 없애기 위한 척수 자극기로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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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단점 뚜렷한 전립샘비대증 수술법… 꼼꼼하게 따져 선택하세요

    최근 전립샘비대증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비대증을 제거하는 치료법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커진 전립샘을 칼이나 레이저 등을 이용해 제거하는 경요도전립샘절제술(TURP)부터 비대 부위를 묶거나 레이저 또는 가느다란 고압의 물을 쏘아 비대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법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 전립샘비대증 환자의 20∼30%는 약물로 치료가 되지 않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정호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전립샘비대증 수술은 전립샘비대증 약을 복용하더라도 약효가 없고 증상의 개선이 보이지 않는 경우, 비대증으로 인한 혈뇨 또는 요로감염이 지속될 경우, 방광 내 결석이 동반돼 있는 경우 등에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이사의 도움말로 각 수술법의 장단점을 자세히 알아봤다. 전통적인 기존 수술인 경요도전립샘절제술특별한 절개 없이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전립샘비대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법이다. 내시경적 수술이 처음 시작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병원에서 시행된다. 하반신마취 또는 전신마취를 통해 수술을 받는다. 내시경을 통해 조직을 절제할 수 있는 절제 루프가 부착돼 있는 절제경을 요도를 통해 삽입한 후 제거한다. 하지만 전립샘비대 부위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부위엔 혈관들이 많이 있는 부위여서 출혈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서다. 따라서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에게 받는 것이 유리하다.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가 내는 비용은 70만∼120만 원 정도로 다른 수술에 비해 저렴하다. 조직을 떼어내는 수술이기 때문에 암 여부 등의 조직검사를 동시에 받을 수 있다.비대한 부위를 넓혀주는 전립샘결찰술(유로리프트) 전립샘결찰술은 커진 전림샘을 내시경을 통해 특수 결찰사(실)로 묶어 좁아진 소변 길을 넓혀주는 최소침습적 시술법이다. 국소마취로도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심장 질환 등 마취가 부담스러운 경우에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이 수술법 역시 비대 부위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수술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크기가 매우 큰 전립샘비대증 환자이거나 이로 인해 요관이 막히는 증상이 있는 경우엔 이 수술은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립샘 부위를 절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검사는 불가능하지만 역행성 사정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역행성 사정이란 사정을 하는 느낌은 있는데 실제 외부로 정액이 나오지 않는 현상이다. 의학적으로 특별한 문제는 없다. 이 시술은 국내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내는 비용이 400만∼2000만 원으로 높지만 실손보험 혜택은 있다.레이저를 활용해 부작용 최소화한 홀렙 수술홀렙 수술은 비대해진 전립샘을 홀뮴 레이저로 통째로 분리, 몸 밖으로 제거하는 내시경 수술법이다. 하반신마취 또는 전신마취하에 홀뮴 레이저를 이용하므로 출혈이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빨라 100g 이상(정상은 15∼20g)의 거대한 전립샘비대증 환자에서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홀뮴 레이저의 침투 깊이가 평균 0.4㎜이므로 열이 조직의 표층에만 작용해 즉각적인 지혈이 되고 주위 조직으로 열이 확산되지 않아 기존 수술에 비해 조직 손상이 덜 하다. 이로 인해 입원 기간도 단축된다. 미국과 유럽의 비뇨기과학회 진료 지침에도 홀렙 수술은 전립샘비대증의 매우 효과적인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적출된 비대 조직에 대한 조직검사가 가능하며 의료보험 적용이 돼 130만∼160만 원 정도 본인 부담금이 나온다. 단, 전립샘 비대 부위가 거의 완벽히 제거되면서 역행성 사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압의 물로 비대증 부위를 제거하는 신개념 워터젯 로봇 수술202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행한 신의료 기술 평가에서 수술의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 국내 사용이 승인돼 사용되고 있다. 고수압 분사를 이용해 열에너지 발생 없이 마이크로 단위로 제거하기 때문에 정교한 절제가 가능하다. 초음파를 확인해 정확한 절제 부위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 요실금, 역행성 사정, 발기부전 등의 발생 비율이 현저히 낮은 장점이 있다. 하반신 마취하에 진행되며 소요 시간이 7∼15분으로 매우 짧아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900만∼1000만 원 발생한다. 이 수술도 전립선결찰술처럼 실손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에 외국처럼 홀렙 수술과 워터젯 수술이 전립선 수술 방법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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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위 응급실’ 닥터헬기, 중증환자 살리는 생명줄

    14일 낮 12시10분에 응급 의료 전용 헬기인 ‘닥터헬기’ 2대가 4년 만에 서울광장 하늘을 날아오른다. 닥터헬기는 의사가 탑승해서 위급한 환자를 현장에서 바로 살리게 하는 하늘의 응급실이다. 이에 국내 닥터헬기를 책임지는 국립중앙의료원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만나 닥터헬기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닥터헬기에 대해 자세한 소개를 해 달라. “닥터헬기는 이름 그대로 닥터(의사)가 타는 헬기다. 교통 취약 지역이나 중증 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의 항공 이송을 전담하는 헬리콥터다. 소방 헬기, 해양 헬기 등도 응급 환자를 이송할 수 있지만 닥터헬기는 응급 의학전문의와 간호사 또는 구조사로 구성된 2명의 숙련된 의료진이 탑승한다. 헬기 내에 전문 의료 장비, 약품 등이 탑재돼 있어 현장에서부터 최종 치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전문 응급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응급실이 환자에게 간다’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 때문에 닥터헬기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몇 대가 운영되고 있나. “닥터헬기는 2011년 인천, 전남을 시작으로 2013년 강원, 경북, 2016년 충남, 전북, 2019년 경기, 그리고 작년 제주도까지 총 8대가 운영되고 있다. 닥터헬기는 요청이 있을 때 의료진을 태우고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지역 거점 병원에 배치하고 있다. 2011년 75명을 시작으로 2014년 1000명, 2017년 5000명 등 매년 실적이 증가해 2020년도에는 1만 번째 환자를 이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닥터헬기를 먼저 시작한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아직 운영 대수가 많이 부족하다. 항공 이송의 사각지대가 존재하지 않도록 닥터헬기 확대 배치가 필요하다.” ―주로 어떠한 환자들이 이송되나? “닥터헬기는 치료 시간이 곧 생명과 직결되는 중증 외상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3대 중증 응급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들 환자의 골든타임은 중증 외상 1시간, 심근경색 2시간, 허혈성 뇌졸중 3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닥터헬기도 2022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송한 환자의 39.5%가 중증 외상이었으며 뇌혈관 질환 16.1%, 심혈관질환 10.5% 등 3대 중증 응급 환자 비율이 66.1%를 차지한다. 응급 의료 취약 지역이나 대형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에서의 닥터헬기는 중증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최후의 생명선이다.” ―국민들에게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닥터헬기가 필요하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지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많이 있다. 그리고 아무 곳이나 착륙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와 닥터헬기가 만나는 지점을 지역마다 정해 놓았는데 이곳을 ‘인계점’이라고 한다. 이런 인계점들을 국민들이 잘 모르거나 일종의 기피 시설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은 하면서 막상 내가 살고 있는 주변에 이런 시설들이 생기는 걸 원치 않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닥터헬기가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걸 많이 알리도록 노력하겠다. 이번에 개최되는 서울헬스쇼도 그런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앞으로도 주민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홍보해 닥터헬기 소리가 소음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마지막으로 닥터헬기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기상의 제한을 많이 받는다.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출동할 수 없는 상황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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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옴’은 집단생활서 자주 발생… 요양원 등 의료인력 관심-대응 중요

    대한피부과학회는 8일 제21회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고령화로 인해 위험한 감염 질환으로 다시 떠오른 ‘옴’의 퇴치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벌였다. 그동안 학회는 피부건강의 날을 맞아 피부암, 대상포진, 여드름, 두드러기, 백반증, 무좀 등 다양한 피부 질환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 왔다. 그런데 왜 피부과 의사들이 ‘옴’ 퇴치에 앞장서고 있을까? 대한피부과학회 김유찬 회장(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을 만나서 들어봤다. ― ‘옴’은 어떤 질환인가? “옴은 전염성 피부 질환으로 심한 가려움증이 특징인 피부 기생충 감염 질환이다. 주로 옴진드기에 감염된 사람과 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옷이나 침구류 등을 통해 전염될 수도 있다. 요양 시설 등 집단생활 시설에서 자주 발생하나 누구든 감염될 수 있다. 증상은 심한 전신 가려움증이 발생하며, 특히 밤에 심해진다. 주로 손가락 사이, 손목, 겨드랑이, 가슴, 허리, 엉덩이, 성기 등 접히는 부위에 잘 발생한다. 가려운 부위에 붉은 발진이나 수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이 떨어진 사람에게서는 치료가 어렵고 전염력이 높은 딱지옴도 생길 수 있다. 옴이 의심되는 경우 피부를 긁어서 현미경으로 확인한다. 확진 된 경우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방법은 옴 치료제를 목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도포하며 8∼14시간 후 씻어 낸다. 한 집안 가족들은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치료한다.” ― 학회가 특히 옴 퇴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학회가 ‘피부 질환으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란 고민 끝에 옴 퇴치 사업을 시행하게 됐다. 많은 피부 질환 중 옴 질환을 선택한 이유는 옴이 가려움이 심한 피부 질환 중 하나로 감염된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며 걸리는 대상이 주로 취약 계층이자 집단생활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많은 노인들이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요양 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이 점점 많아지는 이 시기에 미리 옴을 퇴치한다면 많은 국민의 노후에 옴 감염에 대한 걱정을 덜어 주리라 생각한다. 또 대부분의 피부 질환은 아무리 노력해도 발생을 막기 어렵지만 옴은 피부과 의사들이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옴의 발생을 현저히 줄여 퇴치 수준까지 이룰 수 있다.” ―옴 퇴치 국민건강사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달라. “현재 많은 피부과학회 회원이 옴 퇴치 국민건강사업 TFT에 흔쾌히 자원해 주고 있다. 이들은 프로토콜 개발과 원활한 치료제 공급의 토대 위에 홈페이지, 유튜브 영상 등의 정보 교육 플랫폼과 협력 진료 시스템을 구축했다. 모두 자발적인 봉사를 하고 있다. 실제로 2월 9일 대한요양병원협회와 상호 업무 협약을 체결했고 피부건강의 날에 대국민 홍보를 통해 옴 확산 방지 및 지속적 관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요양 시설에서 감염이 흔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매년 4만 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데 최근 고령화 및 노인 인구 증가와 함께 집단 요양 시설의 장기간 거주로 옴의 집단 감염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다. 옴 발생이 증가하는 요인에는 노인 요양 시설의 증가, 옴에 대한 교육과 인식 부족, 잠행 옴 등으로 인한 진단의 어려움 등이 있다. 옴은 감염된 사람과 직접 신체 접촉이나 오염된 옷 또는 침구, 수건 등과 접촉할 때도 옮는다. 특히 옴은 감염된 사람과 포괄적, 친밀한 개인적 접촉을 통해서 확산된다. 군대나 요양원과 같이 공동 주거 생활을 하는 경우 또는 병원에서 잘 발생하며 가족 구성원이 함께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다. 옴은 감염된 사람이 무증상 잠복기 동안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 요양원 등 장기 요양 시설에서 옴이 의심되는 경우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적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간호사, 간병인 등의 의료 인력이 옴의 추가 감염을 줄이기 위해 옴 증상에 대해 숙지하고 옴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이 사업은 국가에서 해야 하는 일인데. “옴 퇴치 캠페인은 1월부터 시작했다. 마침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졌다. 그러면 더 감염되기가 쉽다. 우리가 이 취지를 질병관리청에 알렸더니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학회 비용으로 옴 퇴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정부에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질병청에선 학회의 옴 퇴치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치료하는 것을 적극 지원해주기로 했다.” ―올해 옴 퇴치 사업 외에 국민들의 피부 건강을 위해 추가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피부과학회에서는 대한피부과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대한피부과학회 산하 15개 학회 소속 전문의와 함께하는 피부 전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총 128개의 동영상이 제작됐고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한 매년 경찰청과 함께 소년원 등 보호감호 대상인을 상대로 문신을 지워주는 ‘사랑의 지우개’ 사업을, 군인을 대상으로 문신을 지워주는 ‘힐링지우개’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의 앞으로 활동 계획을 말해 달라. “학회는 이번 회기 중 옴 퇴치 대국민사업 이외 연수 교육 강화 및 전공의 수련 체계화, 디지털박물관 개관, 학회 사무실 이전 등 4가지 주요 신사업을 시행했다. 학회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피부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위해 지금 시행하고 있는 사업 중에서도 특히 연수 교육 강화 및 전공의 수련 체계화를 통해 피부과 의사의 진료 실력을 향상하고 더 수준 높은 피부 질환 진료에 힘쓸 예정이다. 또 옴 퇴치 사업의 경우는 옴이 우리나라에서 거의 사라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먼 훗날 옴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를 기념하며 회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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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요람에서 무덤까지, 빠져있는 초중고 건강관리

    우리나라 생애주기별 국가검진을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다. 영유아 검진, 학교 밖 청소년 건강진단,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건강검진 등을 책임지고 담당하는 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다. 하지만 초중고교 학생 건강검진만 유일하게 교육부 소관으로 돼 있다. 즉, 건보공단에서 만 5세까지의 영유아와 19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그 사이 만 6세부터 18세까지의 아동, 청소년은 제외돼 있다. 이들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교장 선생님의 주도하에 초등 1,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건보공단은 전 세계서 유일하게 국민의 건강 데이터를 축적하고 생애주기별로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태어나서 자라고 성인이 될 때까지 말 그대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건강보험을 통해 받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본인이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또 건강검진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을 앱이나 인터넷을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학생 건강검진은 쏙 빠져 있다. 더욱이 학생 건강검진의 결과는 학교에서 수기(종이 문서)로 관리되고 있으며 나이스에는 검진 여부와 검진기관명만 기록된다. 이러한 건강 기록은 학생들이 졸업 뒤 5년이 지나면 자동 폐기돼 건강 관련 자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건강검진 체계를 통합 구축해 연속적이고 효율성 있게 국민 건강관리를 한다고 하기엔 구멍이 숭숭 나 있는 셈이다. 아이들이 대부분 건강하니 건강검진이 그렇게 중요할까 하는 시각도 있지만 요즘 비만, 당뇨병 등 성인병뿐만 아니라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질환도 급증하는 추세다. 아이들의 건강검진 비용도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해마다 학교에서는 1만 원이 안 되는 돈에 맞춰 아이들의 건강검진 병원을 찾느라고 진땀을 뺀다. 매년 학교장이 지정한 병원 두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게 돼 있는데 비현실적인 비용이 책정되다 보니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일괄적으로 일정 기간 내에 서둘러 받아야 하는 형식적인 건강검진에 대한 부모들의 불만도 많다. 연중 학생이나 학부모가 편안한 날에 원하는 병원에서 검진받을 수 있기를 부모들은 원한다. 집 근처 가까운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항상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지난해 정부는 이러한 학생 건강검진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생애주기 국가검진에 학생 건강검진을 통합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법부터 바꿔야 하는데 이 또한 부처별 이견이 많아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 건강관리 관련 일을 26년 동안 맡아서 해온 한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건강 문제다. 법 개정이 힘들면 조금씩 양보해 교육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관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최근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학생 건강검진 제도 개선 추진단을 발족해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동안 학교장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했던 학생 건강검진을 향후엔 시범사업을 거쳐 학생이나 학부모가 원하는 검진 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리고 검진 결과는 건보공단의 건강관리포털시스템을 통해 영유아부터 성인기에 걸쳐 통합한 건강관리 체계가 될 수 있도록 개선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학생 건강검진이 형식적인 검진이 아니라 정말 꼭 필요한 검진이 될 수 있도록 검진 항목을 제대로 설계하고 비현실적인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생들의 건강검진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해 보건당국이 통일성 있는 아이들 건강검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직 언제 시행할지 구체화된 것이 없고 복지부와 교육부가 합의할 내용도 많다. 전 세계 유일한 생애주기 통합관리 시스템이 나올 수 있도록 두 부처가 노력해주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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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기기를 제2의 반도체로”… 혁신기업 발굴해 글로벌 시장 선점

    바이오·디지털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전 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단은 최근 ‘2023년 성과 보고회’를 열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의료기기 기업들을 선정해 발표했다. 사업단은 2020∼2025년 총 1조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속적으로 바이오·디지털헬스 분야 신생기업을 키워내겠다는 계획이다. 김법민 사업단장은 “기술개발→제품화→임상→인허가→사업화까지 전 주기 통합지원을 통해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리딩 제품이 나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계 최초 제품의 의료기기치아 촬영 및 보철 관련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이마고웍스, 오디에스, 바텍은 환자의 치아와 잇몸을 비롯한 구강 내부 구조를 2차원(2D)이 아닌 3차원(3D)으로 촬영하는 스캐너를 개발하고 있다. 또 디지털 치과 보철물 제작 과정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디자인 시간을 기존보다 10분의 1로 줄여 생산성을 4배 이상 향상시켰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AI와 클라우드 기반 환자 맞춤형 치과 통합 솔루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항공대산학협력단은 레이저가 진동으로 바뀌는 ‘광음향’을 이용해 우리 손과 발에 있는 말초혈관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진단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대신 앞으로는 광음향을 이용해 당뇨 환자 등의 말초혈관의 막힘 유무를 쉽고 간단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동 대량 분자진단장비를 세계에서 처음 개발한 바이오니아는 통상 4시간 이상 걸리던 에이즈, B형 간염 및 C형 간염 등 검체 검사 시간을 60% 이상 단축했다. 기존 진단장비의 4분의 1 크기인 것도 장점이다. ●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의료기기손가락 부위가 절단돼 의수를 착용해야 되는 환자를 위해 로봇 의수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만드로㈜도 이번에 선정됐다. 로봇 의수의 핵심 부품인 초소형 모터와 감속기, 컨트롤러의 구동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외국에선 의수를 착용하려면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지만 만드로㈜가 만들고 있는 손가락 의수의 경우 비용이 10분의 1 정도다. 수입 의수는 가격이 비싸 국내 보급률이 0.1%에 머물고 있다. 해당 제품이 생산되면 환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MRI 영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에어스메디컬은 1시간가량 걸리는 MRI 검사 시간을 최대 10분의 1로 줄이면서 촬영 품질도 개선했다. 환자들의 대기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가천대산학협력단은 뇌종양(두경부) 환자의 방사선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두경부암 환자로부터 얻은 암조직으로 배양한 암 덩어리(오가노이드)에 방사선 치료를 해보고 그 반응을 측정한다. 방사선 치료의 효과는 환자마다 제각각인데 진단키트를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방사선 치료를, 그렇지 않으면 수술을 선택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의료기기 국산화에 앞장선 의료기기 내시경에는 신체에 들어가는 스코프가 달려 있다. 이것이 굵고 딱딱하면 경성, 유연하게 휘면 연성이다. 연성 내시경은 환자의 통증을 크게 줄여주지만, 경성 내시경에 비해 화질이 좋지 못하다. 이번에 연성 내시경의 화질까지 개선한 기업이 메디인테크다. 2025년까지 AI와 전동화 기술을 적용한 내시경을 개발해 세계 내시경 시장을 독점한 일본 제품에 도전장을 낸다. 설치 공간, 도입 비용을 줄이면서도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고해상도 다목적 PET 시스템을 개발한 브라이토닉스이미징도 PET 국산화에 도전한다. 다목적 PET 시스템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같은 노인성 질환을 조기 진단하고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인 ‘이오패치’를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미국 글로벌 기업 메드트로닉에 인수돼 화제가 됐다. 배나 팔뚝 등 몸에 패치를 부착하면 주기적으로 혈당을 측정한 뒤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여한다. 이오패치는 사업단이 2020년 하반기 임상시험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다. 한국 의료기기로는 처음 미국식품의약국(FDA)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다. 휴대용 심폐순환보조장치(에크모) 상용화에 기여한 삼성서울병원, 강원대, 인성메디칼, 시지바이오 팀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으로 인해 폐가 망가진 환자들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크모 국산화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들은 K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2월 정부는 2021년 86억 달러 수준이었던 의료기기 수출액을 2027년까지 160억 달러로 늘려 세계 5위 수출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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