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안치실 오래 있게해 미안”…청년노동자 이선호씨 59일만에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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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1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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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시민장에서 아버지 이재훈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1.6.19/뉴스1 © News1
19일 오전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시민장에서 아버지 이재훈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21.6.19/뉴스1 © News1
평택항 산업현장에서 아르바이트 도중 불의의 사고로 숨진 청년노동자 고 이선호씨(23)가 19일 영면에 들었다. 지난 4월22일 이씨가 세상을 떠난지 59일만이다.

‘고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9일 오전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장으로 이씨의 장례를 거행했다.

장례식은 사고 이후 진상규명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늦어졌다. 유족과 원청업체 동방 측은 지난 16일 장례절차 등에 합의했다.

장례식에는 유족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김미숙 대표 등 노동계 관계자들이 나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 심상정·배진교·강은미·장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참석했다.

아들 영정에 국화 꽃을 올린 이재훈씨는 “잘가라”는 말을 반복하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이씨의 어머니도 함께 울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이선호님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항만의 노동자들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우리가 더 빨리 깨닫고 관심을 가졌다면 그들은 우리와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여영국 대표는 “아버지 휴대폰에 저장된 당신의 이름 ‘삶의 희망’은 지우라 하시고 떠나시는 것인가, 사랑하는 아버지와 이별이 싫어서 59일을 버티신 것인가”라며 “300kg 쇳덩이는 스물셋 청춘을 덮치고 (아버지의) ‘삶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 그렇게 스물셋 청년이 또 우리 곁을 떠났다”고 애도했다.

그간 빈소를 지켜온 친구들도 이씨에게 ‘안녕’을 고했다.

19일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4월 평택항 작업 중 숨진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2021.6.19/뉴스1 © News1
19일 경기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에서 지난 4월 평택항 작업 중 숨진 청년 노동자 故 이선호 씨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2021.6.19/뉴스1 © News1
한 친구는 추모사를 통해 “차가운 안치실에서 오래 머물게 해 정말 미안하다”며 “선호가 행복하고 좋은 꿈만 안고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고 이 땅에 더는 이런 비극이 없었으면 한다”며 울먹였다.

아버지 이재훈씨는 “제 아이는 비록 23년 살다 갔지만 이 사회와 세상에 많은 숙제를 주고 떠난 것 같아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이의 죽음이 잘못된 법령을 고치는 초석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다시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호가 떠나고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도 있었지만, 2개월 동안 이름도 알지 못하던 분들이 내 일처럼 나서서 도와주셨다. 오늘 이 자리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조문객에게 큰절을 했다.

평택항 컨테이너 검역소 하청업체 알바생이던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오후 오후 4시10분쯤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kg에 달하는 FRC 날개에 깔려 숨졌다.

경찰은 이씨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원청업체 동방 관계자 등 5명을 입건했으며, 이중 과실 책임이 큰 지게차 운전자 A씨를 구속했다.

(평택=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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