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이 공유공간, 폐철길이 숲길로… “우리 동네가 확 달라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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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혁신, 공간복지] <7> ‘2020 공간복지 大賞’ 수상 지자체

《동아일보와 채널A가 공동 주최한 ‘2020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 수상 지방자치단체 중 최우수상을 받은 △부산 서구 △경북 포항시와 우수상을 받은 △경기 오산시 △전남 순천시 △대전 서구의 사례를 소개한다. 심사위원들은 부산 서구와 포항시가 각각 빈집과 낙후된 철로를 주민 친화시설로 탈바꿈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시민 학습공간을 조성한 오산시와 공간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 순천시, 도심 속 숲 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대전 서구도 좋은 공간복지 사례로 꼽혔다.》

최우수상 부산 서구… 서구 빈집 리모델링해 주민친목 공간으로 활용



‘빈집, 내일을 꿈꾸다’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부산 서구 아미·초장동 전경. 부산 서구 제공
‘빈집, 내일을 꿈꾸다’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부산 서구 아미·초장동 전경. 부산 서구 제공
부산 서구는 2015년부터 ‘빈집, 내일을 꿈꾸다’라는 슬로건으로 아미·초장동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아미·초장동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의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던 고지대였다. 6·25전쟁 당시에는 피란민이 공동묘지 위에 움집을 짓고 살아 비석마을로 불렸다. 1960년대는 항만 노동자 등이 몰려 콩나물시루 같았다. 노후·무허가 주택이 95.5%인 데다 2, 3평 남짓한 집에는 화장실이 없었다. 1990년 이후에는 마을이 쇠퇴하면서 빈집이 늘어났다.

서구는 마을을 변신시키기 위해 2015년 사업구상 공모전, 2016년 활성계획 수립, 2017년부터 연차별 공간복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빈집을 비우고 골목 빨래방과 샤워실을 만들었다. 젊은 어머니들로 구성된 공동체 ‘아미맘스’는 빈집을 ‘청춘헤어숍’등으로 꾸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설 운영은 주민협의회가 맡았다.

또 리모델링한 빈집 2채를 공유 공간인 주민 전용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문화예술인이 입주해 글쓰기와 마을 시집 발간 등 문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반딧불이’ 사업도 벌였다. 최근에는 80여 년간 마을을 지키다 폐가가 된 ‘아미동 돌집’을 주민 경제활동 공간으로 복원하기도 했다.

공한수 서구청장은 “공간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들과 힘을 합해 활기차고 매력 넘치는 마을, 평생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 경북 포항시… 버려진 철로, 시민의견 따라 공원으로 새단장


경북 포항시 철길숲을 찾은 시민들이 폐철길과 나무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 철길숲을 찾은 시민들이 폐철길과 나무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포항시 제공
“골칫거리였던 폐철길이 이제 포항의 자랑이 됐습니다. 세금이 아깝지 않네요.”

경북 포항시 철길숲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요즘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 효자역과 북구 용흥동 옛 포항역을 잇는 철길숲은 폐철길을 활용해 숲과 산책로 등을 조성한 공원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곳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2015년 4월 용흥동에 있던 포항역이 고속철도(KTX) 역사인 흥해읍으로 옮기면서 동해남부선 도심 구간이 폐선됐다. 연장 4.3km 길이의 폐철길이 순식간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포항시는 시민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섰다. 40여 차례 주민의견 수렴회를 거치면서 2015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258억 원을 들여 폐철길을 나무, 꽃으로 된 조형물과 산책로 및 자전거길로 채운 도시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5월 개장한 철길숲은 평일 이용객 3만6000여 명, 주말 방문객 5만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각종 음악회를 비롯해 전시회와 걷기대회가 열리는 려 포항 대표 문화체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철길숲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철길숲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문화가 생겨나 시민들의 생활방식도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상 경기 오산시… 주민 학습공간 무료 대여



경기 오산시 오산동의 한 꽃집에서는 주민 4명이 일주일에 두 번씩 강사에게 꽃꽂이와 식물 재배를 배운다. 초평동의 한 커피숍에서는 주민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고, 오산 소리울 도서관 2층 연습실에는 방과 후 학생들이 피아노를 배운다. 꽃꽂이를 배운 김민희 씨(40·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 근처 꽃집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배우니 자존감도 높아지고 주민들과도 친해져 좋다”고 말했다.

오산시가 운영 중인 징검다리교실은 카페 업주나 교회,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기관의 대표가 여유 시간에 주민들에게 무료로 공간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주민들이 오산시 교육포털 ‘오늘e’ 플랫폼을 통해 예약해서 대관하는 방식이다.

오산시는 원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노래, 전통공예 등 항목별로 400여 명의 학습 코디네이터를 매칭시켜 준다. 양문영 오산시 평생학습운영팀장은 “징검다리교실은 시민 모두가 집 앞 10분 거리에 위치한 유휴공간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배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오산시민 4만1824명이 공간 235곳에서 총 6226회의 징검다리교실을 이용했다.

올해는 징검다리교실 프로그램을 가상현실(VR)로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해 장애인 등 시민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이 사업은 ‘2020년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 교육 공식 프로젝트’로 인증받았다. 오산시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 징검다리교실 공간을 100여 곳 더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담팀도 운영하고 있다. 곽상욱 오산시장은 “지속 가능한 지역의 학습공간을 만들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상 전남 순천시… 옛 청사를 시민공간으로 재생



전남 순천시는 50여 년 된 옛 승주군청 건물을 시민 참여형 생활문화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순천시는 2018년 6월부터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인 생활문화센터 ‘영동1번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하 1층에는 음악연습실이, 지상 1층에는 사무실과 전시실이 있다. 2층은 청년센터, 3층은 동아리실과 녹음실 등이 있다. 그동안 시민 1만5000명이 생활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 70개에 참여했다. 전시실과 동아리실 등을 이용한 시민은 9만여 명에 달한다.

지번이 순천시 영동1번지인 해당 건물은 조선시대 순천부읍성의 관아터다. 현재 순천시에 편입된 옛 승주군청 건물로 1978년 준공됐다. 이후 민간기업이 군청 건물을 매입했다가 안전등급 D등급을 받은 이후 사실상 버려졌다.

순천시는 2014년 이 건물을 다시 매입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군청 건물의 존치 여부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3년 동안 30여 차례 대화와 토론을 통해 옛 도심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설과 젊은이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재생시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1년여 동안 군청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영동1번지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영동1번지의 성공 비결은 역사적 재생, 접근 편리성 등이 꼽힌다.

허석 순천시장은 “영동1번지는 주민과 상인의 상생협력, 기성세대와 청년층의 세대융합 공간이 됐다”며 “영동1번지 덕분에 원도심 인구가 늘고 주변에 문화가 살아있는 옥리단길이 형성되는 등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상 대전 서구… 13.1㎞ 황톳길, 도심 속 ‘쉼터’



“아파트 숲 사이사이로 연결된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상쾌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대전 서구 월평동 누리아파트에 사는 조미정 씨(54)는 운동 마니아다. 하지만 올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체육시설에 가는 대신 야외 걷기로 전환했다.

조 씨는 거주하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둔산지구 일대에 조성된 완충녹지 황톳길을 매일 한 시간 정도 맨발로 걷는다. 대전 서구가 둔산 일대에 조성한 황톳길이 큰 호응을 받고 있다. 둔산지구는 1990년대 초 진행된 대전 최대 규모의 택지개발구역이다.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해 대전시청, 법조청사 등 행정기관이 입주해 있고, 주변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2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민 중 80%가 아파트에 산다.

서구는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해 아파트 주변 완충녹지를 ‘눈으로만 보는 녹지’가 아닌 ‘활용하는 녹지’로 변신시켜 주민 복지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3년부터 지금까지 둔산동, 월평동, 만년동 일대 녹지 7개 구간에 총 연장 13.1km의 황톳길을 조성했다. 코스마다 소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제각각의 장점을 활용해 자신만의 산책 코스를 정하기도 한다.

장종태 서구청장은 “황톳길이 도심권 내에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마치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간으로 조성해 주민들과 함께 앞으로도 명품 녹지로 가꾸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오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2020 대한민국 공간복지 대상#부산 서구#경북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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