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 제재 가능성과 우리의 높은 대외 경제 의존도를 근거로 “우리가 북한처럼 될 수는 없지 않나”라며 자체 핵무장 주장을 “무책임한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되, 단기적으로는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지 않게 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이른바 ‘동결’ 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우선 추구하자는 취지는 이해되나, 북핵 동결론은 몇 가지 측면에서 깊은 우려를 낳는다. 가장 먼저 짚어보아야 할 것은 북한의 핵 개발 동기를 방어적 차원의 체제 보전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다. 북한 지도부는 풍요로운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의 존재 자체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한반도 전체의 공산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적대적 두 국가 관계’와 ‘영토 완정’ 주장이 이를 입증한다. 체제 위협만 걷어내면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가설은 한미 양국의 정당한 방어적 조치가 북한을 위협해 핵 개발을 초래했다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논리를 정당화할 위험도 있다.
안보 불균형도 우려된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단기 목표인 핵물질 추가 생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은 주로 미국 본토를 향한 장거리 위협 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이미 실전 배치된 대남 타격용 단·중거리 미사일과 핵무기의 위험성을 간과한 것으로, 자칫하면 우리는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하게 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으로 삼아 대북 지원을 당연한 ‘조공’처럼 간주하거나 우리 사회를 향한 사상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서해 도서 공격과 같은 국지적 재래식 도발을 감행한 뒤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 우리는 심각한 안보적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북한 비핵화가 북-미 핵 군축 회담 양상으로 변질될 경우 우리의 당사자적 지위가 약화될 수 있으며,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라는 명분 아래 주한미군 감축, 연합훈련 축소, 확장억제 완화 등이 북-미 협상 테이블에 오를 우려가 있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치밀한 다각적 전략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명시적인 ‘핵무장 불가론’보다는 상황에 따라 모든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지렛대로서 유용하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유사시에 대비한 핵 잠재력을 갖추되 이를 동맹 차원의 공동 자산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기능을 핵 공유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고, 북한의 핵 사용 시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핵 보복과 함께 북한 정권 및 체제 종말을 추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초정밀·고위력 비대칭 전력을 확충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의지를 꺾어야 하며, 완벽한 보복 능력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도 신중해야 한다.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1991년 철수한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는 국민의 안보 불안 해소와 북한의 대화 동기 유발,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 효과를 동시에 지닌다. 단기 동결론의 한계를 직시하고, 압도적 억제력을 바탕으로 한 견고한 안보 전략을 재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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