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아동 年 2500명…“멘토없이 홀로서기 막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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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만18세 되면 보호시설 퇴소… 자립 돕는 시스템 크게 부족
“험한 세상에 다시 버려진 느낌”… 전문가 “사회적응 교육 늘려야”

대학 4학년인 A 씨(23·여)는 내년 2월을 생각할 때마다 걱정이 크다.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고 있는 A 씨는 대학을 졸업하면 지금 지내고 있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아동복지법상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보호시설을 떠나야 한다. A 씨처럼 대학에 다니거나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에서 교육 및 훈련을 받고 있는 동안엔 보호기간이 연장된다. A 씨는 “이제는 자립할 나이가 됐다는 생각도 들지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험한 사회로 떠밀리는 듯한 기분”이라며 “주변엔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없어 두렵기도 하다”고 했다.

A 씨처럼 양육시설 등에서 지내다 보호기간이 끝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료 아동’은 해마다 2500명 안팎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들에게 300만∼500만 원의 자립정착금을 지원한다. 또 보호종료 후 3년 동안은 매달 30만 원의 자립수당을 준다. 지난해까지는 2년이던 자립수당 지원기간이 올 들어 3년으로 확대됐다. 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들의 전세 임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완전히 자립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보호종료를 앞둔 B 씨(19·여)는 “취업 준비를 위해 디자인 학원을 다니려고 하는데 월 30만 원으로는 학원비를 내기에도 부족하다”고 했다. 보호기간이 종료되는 시기는 대개 2월인데 임대주택 입주 시기는 5, 6월이어서 서너 달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도 해결이 쉽지 않다. 보호종료 청년이 자립해야 하는 시기가 민법상 성인인 만 19세가 되기 전이어서 이들이 각종 법률 계약 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시설에서 퇴소한 아동 4명 중 1명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설 퇴소 6개월 이내에 기초수급자가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이 4년 전 보호종료 아동들의 주거 실태를 조사했는데 10명 중 6명가량은 월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호종료 아동들의 자립을 위해서는 수당 확대 등도 필요하지만 멘토링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심형래 관장은 “자립지원 전담 요원 배치와 관련한 규정이 강제조항이 아니고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요원 1명이 많을 때는 300명가량 되는 아이들을 담당한다”며 “아이들의 자립 준비를 제대로 도와주려면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양육시설에 자립지원 전담 요원(사회복지사)이 있지만 이들이 맡아야 하는 아이들이 많아 제대로 돕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8년 아동자립지원 통계에 따르면 양육시설과 그룹홈 등 840곳의 자립전담 요원은 262명에 불과하다. 보호종료로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을 떠난 이들은 무기력감이나 심리적인 위축, 정신건강 문제 등을 겪기도 한다.

박동진 한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보호종료 청년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상담해주고 교육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전남혁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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