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GTX역 우리 구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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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SRT 삼성역 요구
국토부 “경제성 낮다” 난색
성동구 “GTX 왕십리역 신설을”
기본계획 발표 앞두고 유치전

“남북평화 시대가 오면 삼성역은 지방과 북한(원산)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거점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지난달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삼성역 수서발 고속철도(SRT) 정차’를 주장하며 청와대, 국회, 국무총리실 등에 보낸 서한에 적힌 말이다. 이미 삼성역은 지하철 2·9호선이 있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2개(A, C)와 위례∼신사선 등이 들어올 예정이지만 추가로 SRT 정차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신규 수요 부족, 낮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삼성역 고속철도 정차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강남구는 “근시안적 정책결정의 전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성동구도 GTX-C노선의 왕십리역 신설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성동구는 자체적으로 왕십리역 정차를 위한 타당성 연구용역에 착수하고 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꾸려 23만2000명의 서명을 받아 국토부에 전달했다. 약 2.6km 거리의 청량리역에 이미 GTX-C노선이 정차할 예정이어서 “신규 수요도 부족하고 정차 역이 많아지면 열차 운행 속도도 느려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성동구는 “왕십리역이 서울 도심권 접근을 위한 최적의 환승역”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GTX-C노선 기본계획 발표를 앞두고 서울 일부 자치구들의 ‘고속철도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국토부 결정을 앞두고 각 자치구는 구청장 명의의 공개서한을 청와대, 국회 등에 보내기도 하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소관 부서인 국토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2018년 말 국토부가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해 GTX-C노선 정거장 10개를 정했지만 일부 자치구들이 추가 정차나 역사 신설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고속철도 노선 유치를 요구하는 몇몇 자치구의 주장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이 주장하는 역사는 이미 다수의 고속철도, 지하철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신규 수요가 크지 않고 경제성이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지방 선거를 2년 앞둔 일부 자치구청장들이 구정 성과로 홍보할 수 있고 지역 주민의 지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비, 역사 간 거리, 열차의 운행 속도, 신규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역사 신설과 고속철도 정차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광역급행열차의 핵심이 ‘고속급행’인 만큼 표정속도(정차 역 사이 열차의 평균 속도)를 시속 100km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역 간격이 중요한데 GTX-C노선이 고속급행열차가 되려면 역간 거리가 6∼7km는 되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다수의 철도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역과 3km 이내에 청량리역이 위치한 왕십리역은 이번 기본 계획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고속급행열차임에도 정차 역이 많아 속도를 내지 못하면 이용자 입장에선 ‘완행열차’를 탄 것이나 다름없다”며 “자치구 요구를 다 들어주느라 역을 많이 신설하면 고속급행열차를 만들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서울시#고속철도#gtx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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