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이지훈 동아일보 문화부 이지훈 기자 공유하기 easyhoon@donga.com

연극, 뮤지컬, 무용 등 공연업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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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 차차차’ 따뜻한 여장부 여화정, 재소자들 피아노 교사로 뮤지컬 컴백독특한 이름을 지닌 배우 이봉련(41·사진). ‘이정은’이란 본명을 두고 배우가 되기 전부터 그가 지은 활동명이다. 본명과 가명의 느낌처럼 이봉련은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한편으론 생경한 느낌을 풍기는 묘한 배우다.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2021년)에선 씩씩하지만 따뜻한 동네 여장부 여화정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년)에선 임신했다고 퇴사 권고 받은 미스 김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지만, 그는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17년 차 배우다. 이봉련이 5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복귀한다.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21일 개막한 뮤지컬 ‘포미니츠’를 통해서다. ‘포미니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피아니스트 크뤼거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재소자 제니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주인공 크뤼거 역을 맡았다. 2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크뤼거는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인간적으로 끌리는 인물”이라며 “전쟁을 겪은 인물이 누군가의 재능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했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영화 위주로 연기 활동을 벌인 그가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돌아온 건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뮤지컬로 데뷔해서 그런지 어머니는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 마음을 알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우리 엄마, 객석에 꼭 모셔야겠다’ 마음먹었죠.” 이봉련은 그간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2012년)에선 고등학생 연기를, 뮤지컬 ‘빨래’에선 주인 할매로 열연하며 다양한 연령대를 그려냈다. 경상도 사투리는 물론이고 전라도 사투리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연극 ‘만주전선’을 보고 그를 영화 ‘옥자’(2017년)에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은 이봉련을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기도 했다. 비중의 크기에 상관없이 언제나 충분히 좋은 역할을 맡고 있어 행복하다는 그는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쌈빡하게’ 잘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8월 14일까지, 전석 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9 03:00
이봉련이 누구야?…얼굴보면 ‘아!’하는 배우이봉련(41)은 독특한 이름보다 얼굴이 익숙한 배우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생경하고,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tvN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선 씩씩하지만 따뜻한 동네 여장부 여화정을,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선 임신했다고 퇴사 권고 받은 미스 김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나온 그가 실은 2005년 뮤지컬로 데뷔해 꾸준히 무대에 선 17년차 배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1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포미니츠’에서 그는 크뤼거 역을 맡았다. ‘포미니츠’는 2차 세계대전 이후 60여 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피아니스트 크뤼거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재소자 제니의 우정을 다룬 작품. 동명의 영화는 제57회 독일 아카데미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7일 인터뷰에서 그는 “크뤼거는 배우 입장에서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인간적으로 끌리는 인물”라고 전했다. “2022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감정과 감각을 잘 모르잖아요. 전쟁을 겪은 인물이 누군가의 재능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가슴을 뜨겁게 했어요. 영웅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도 아닌 보통의 인간이잖아요.” 뮤지컬로 데뷔했지만 주로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에서의 활동 이력이 더 많다. 그런 그가 뮤지컬 무대로의 복귀를 결심하자 가장 좋아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어머니였다. “저의 데뷔 무대가 뮤지컬이었잖아요. 그래선지 어머니는 제가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세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우리 엄마, 객석에 꼭 모셔야겠다’ 마음 먹었죠.” 이봉련의 이력은 화려하다. 영화 19편, 드라마 10편, 연극 19편, 뮤지컬 4편…. 전 장르서 골고루 활약해온 그에게 대표작은 뭘까. 27일 인터뷰에서 그는 “개인적인 성과보다 관객들에게 많이 기억되고 사랑 받았던 게 대표작이었으면 좋겠다”며 “연기는 관객이나 시청자가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간 맡은 배역은 연령과 출신 지역도 다양하다. 뮤지컬 ‘빨래’의 주인할매부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에선 고등학생까지 10대와 70대를 아우른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직접 공연장을 찾아 연극 ‘만주전선’을 보고 그를 영화 ‘옥자’에 캐스팅한 봉준호 감독은 이봉련을 가장 주목하는 연극배우로 꼽기도 했다. “연습은 정말 많이 합니다. 특히 제게 낯선 배역이나 잘 모르는 지역의 사투리는 더 많이 했어요. 배우는 연습할 기간이 주어지면 그걸 무조건 해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 인물이 그런 사람인 걸 믿게 해야 되니까요. 배우로서 사명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가집니다.” 무대에선 주로 주인공인 그가 영화, 드라마에선 주로 비중이 크지 않는 조연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선 “충분히 좋은 역할을 맡고 있다”며 웃었다. “전 무대 연기로 시작했으니 무대에선 주인공을 하지만 드라마, 영화에선 단역을 하기도 하죠. 만약 주인공만 하고 싶은 열망에 집중하면 배우는 아마 많이 힘들 거예요. 제가 맡은 역할을 ‘쌈빡하게’ 잘 해내고 싶을 뿐입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8 11:30
“절제된 한국 전통춤-깊고 깊은 소리, 핀란드에도 ‘영혼의 회오리’ 붑니다”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처음 손잡은 외국 안무가가 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통춤 부토와 합기도, 중국의 경극까지 섭렵한 핀란드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57)이다. 동서양의 춤을 마스터한 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은 2014년 시작됐다. 무용극 ‘회오리’는 한국 무용수들과 함께 그가 만든 첫 한국 무용 작품. 한국 초연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24일 한국에서의 두 번째 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그를 최근 만났다. “한국 춤의 절제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무용수들은 내면엔 힘을 가득 채운 채로 춤을 추죠. 가만히 서 있는데도 힘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힘을 폭발시킬 때도 있고 우아하게 표현할 때도 있습니다.” 그가 붙인 작품명 ‘회오리’는 자연 현상에서 따왔다. 핀란드에서 온 그가 한국 무용수를 처음 만났을 당시 뜨거운 공기가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회오리 같았다고 회고했다. “혼돈과 충돌 이후에 새로움이 태어나듯 완벽한 새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회오리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회오리’의 주제는 자연주의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로 숲과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 대자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춤에 자연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즐긴다. “인간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죠. ‘회오리’에서도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상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나무를 표현했습니다. 전 팔과 손가락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로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회오리’는 춤만큼 음악도 아름답다. 가야금과 해금, 피리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한다. “한국 전통 악기에서 나오는 매우 깊고 심오한 소리를 너무 사랑합니다. 소리꾼의 소리는 마치 고대에서 온 여성의 울부짖음과도 같았어요. 무의식에 잠긴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소리!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도 회오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오리’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선정돼 핀란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단순히 한국의 무용 작품이 핀란드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할 통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4 03:00
핀란드 안무 거장이 빚어낸 오묘한 한국춤…“절제미에 감명”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1962년 창단 이래 처음 손잡은 외국 안무가가 있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뿐 아니라 일본의 전통춤 부토와 합기도, 중국의 경극까지 섭렵한 핀란드의 대표 안무가 테로 사리넨(57)이다. 동·서양의 춤을 마스터한 그와 국립무용단의 만남은 2014년에 시작됐다. 무용극 ‘회오리(Vortex)’는 한국 전통춤과 한국 무용수를 재료로 그가 지어낸 첫 작품. 그가 안무한 춤을 보고 있으면 특정 국적과 인종, 젠더가 연상되지 않는다. 이 오묘한 무용극은 한국 초연 이후 2015년 프랑스 칸 댄스 페스티벌, 2019년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24일 한국 재연을 앞두고 3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그를 최근 만났다. “한국 춤의 ‘절제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무용수들은 내면엔 힘을 가득 채운 채로 춤을 추죠. 가만히 서 있는데도 그 힘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춤에 따라 그 힘을 폭발시킬 때도 있고 우아하게 표현해낼 때도 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저는 본능적으로 한국 무용수들과 연결돼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가 작명(作名)한 작품명 ‘회오리’는 자연 현상에서 따왔다. 핀란드 출신의 그와 한국 무용수들과의 첫 만남은 뜨거운 공기가 찬 공기를 만나 생기는 회오리 같았다고 회고했다. “혼돈과 충돌 이후에 새로움이 태어나듯 완벽하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이곳(한국)에 온 것만으로도 회오리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요.” 무용극 ‘회오리’의 큰 주제는 자연주의다. 핀란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주로 큰 숲과 바다 근처에서 살았다. 대자연의 영향을 받은 그는 춤에 자연의 철학을 접목하는 작업을 즐긴다. ‘회오리’엔 나무를 모티브 삼은 춤도 있다. 하체의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상체는 마치 바람이 나부끼는 기다란 헝겊처럼 휘날린다. 손끝의 움직임도 화려하다. “인간은 마치 나무처럼 땅에 뿌리를 내린 상태에서 위로 올라가려고 하죠. 그 모습을 춤으로 표현하려 했습니다. 전 팔과 손가락에 영혼이 담겼다고 생각해요. 손가락을 활용한 안무로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춤만큼 음악도 아름답다. 가야금과 해금, 피리에 맞춰 소리꾼이 소리를 부른다. 음악감독은 어어부프로젝트 출신의 ‘이날치’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가 맡았다. “가야금, 피리, 해금에서 나오는 매우 깊고 심오한 소리를 너무 사랑합니다. 소리꾼이 부르는 소리는 마치 고대에서 온 여성의 울부짖음과도 같았어요. 무의식에 잠긴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소리! 한국의 전통음악에서도 회오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용극 ‘회오리’는 9월 핀란드 헬싱키 댄스하우스(Dance House Helsinki)의 첫 해외 초청작으로 선정돼 핀란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그가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한 작품을 모국(母國)에서 처음 선보이게 된 것. “단순히 한국의 무용 작품이 핀란드에 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국경과 경계를 넘어 한국과 핀란드를 연결할 통로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24~2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3 11:26
공연이란 공연은 다 다오… 2.5배 커진 ‘LG아트센터 서울’22년간의 역삼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새 둥지를 튼 ‘LG아트센터 서울’이 내부를 처음 공개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의 새 이름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은 무대 면적이 기존 공연장의 2.5배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및 공항철도 마곡나루역과 연결된다. 10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확장된 시설을 기반으로 수준 높은 공연예술 콘텐츠를 제공하겠다”며 “예술과 건축, 자연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가 설계한 LG아트센터 서울은 4년 6개월에 걸쳐 공사비 2556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를 활용해 단정한 분위기를 풍기고 내부는 15도가량 비대칭적으로 기울어진 벽면이 부드럽게 감싼다. 안도는 “로비와 아트리움, 통로 등 개성을 가진 각각의 공간이 신선한 자극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극장(1103석)만 있었던 과거와 달리 다목적 공연장 ‘LG시그니처홀’(1335석)과 가변형 블랙박스 공연장 ‘U+스테이지’(365석)를 운영한다. LG시그니처홀의 무대는 가로 20m, 세로 32.5m로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와 비슷하며 오케스트라 피트엔 연주자 120명이 들어갈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대 크기 때문에 못 할 공연은 없게 됐다”는 평이 나온다. U+스테이지는 17개로 분리된 객석을 변형, 조립할 수 있는 블랙박스 공연장으로 다양한 형태의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 LG시그니처홀엔 잔향(소리가 생성된 후 계속되는 소리)을 조절하는 시설을 도입해 클래식 공연부터 확성이 필요한 콘서트, 뮤지컬까지 장르별로 음향 조건을 맞출 수 있다. U+스테이지엔 입체 음향을 내는 60개 스피커가 설치돼 어느 객석에서든 비슷한 음향을 들을 수 있다. 공연장 위로 항공기가 지나가도 소음이 들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모바일 발권 시스템도 도입한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시설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뒤 LG가 20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공식 개관일은 10월 13일이다. 개관식 무대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장식한다. 이어 박정현, 이날치, 이은결, 이자람, 클라라 주미 강, 선우예권 등이 선보이는 공연으로 ‘개관 페스티벌’(10월 15일∼12월 18일)을 구성했다. 이후 뮤지컬 ‘영웅’이 12월 20일 막을 올린다. 영국 현대무용가 아크람 칸, 프랑스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도이체카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도 예정돼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2 03:00
“블루맨 쇼에선 아이-어른 모두 웃음 참을 필요가 없다”파란 물감을 뒤집어쓰고 말없이 무대와 객석을 휘젓는 세계적 논버벌 퍼포먼스(비언어극) ‘블루맨’이 14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난타’하고 형형색색 물감을 튀기며 노는 블루맨들, 원초적 웃음을 자극하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난타와 행위예술, 콩트를 질서 없이 뒤섞은 듯한 이 공연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31년간 25개국에서 3500만여 명이 관람했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블루맨 그룹의 오리지널 공연에 가까운 버전이다. 무대에 오르는 3명의 블루맨 바니 하스와 조 울머, 패트릭 뉴턴을 17일 만나 블루맨 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왜 블루맨인가.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다. 논쟁이나 논란이 있는 색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악마나 위험, 초록색엔 지구, 외계인이 떠오르지 않나.”(울머) ― 블루맨 3인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 “한 명은 순진하고 한 명은 장난기 많고 한 명은 속이는 역할이다. 공통적으로 블루맨 모두 호기심이 많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호기심을 탐구하는데 이것이 코미디를 유발한다.”(하스) ― 블루맨 변신 과정이 궁금하다. “분장은 우리가 블루맨 캐릭터에 융화되는 의식이기도 하다. 눈을 제외하고 라텍스 캡과 본드로 귀와 머리카락을 갑옷처럼 덮는다. 45분 정도 걸린다.”(뉴턴) ― 공연 중반에 등장하는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 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플라스틱 배관들을 드럼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블루맨은 평범한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버리는 플라스틱(배관)을 우리는 악기로 연주한다. 플라스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연결을 표현한다. 의미 부여와 재해석은 블루맨의 중요한 정체성이다.”(뉴턴) ―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블루맨 쇼의 특징이다. 관객과 사전에 조율하는 건가. “노! 모두 랜덤(무작위)이다. 때때로 거부하는 관객도 있어서 (거부당할까 봐) 무섭기도 하다. 한 감독님은 ‘우주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지구인을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다만 양팔을 흔들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하하.”(울머) ― 어린이 관객도 많다.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우리가 가장 환영하는 리액션이다. 아이들이 웃지 말아야 하는 공연도 있지만 블루맨 쇼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하스) ― 블루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어야 한다. 배경이나 국적은 상관없다. 뉴욕에서 선발된 한 블루맨은 태국 출신의 생물학자였다.”(뉴턴) ― 그린맨, 레드맨이 생길까? “블루맨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맨이 이 쇼의 이름인 만큼! (만약 생긴다면) 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8월 7일까지, 8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1 03:00
14년만에 돌아왔다, 넌버벌 ‘파란 세 남자’파란 물감을 뒤집어쓰고 말없이 무대와 객석을 휘젓는 세계적 넌버벌 퍼포먼스 ‘블루맨’이 14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플라스틱 파이프를 ‘난타’하고 형형색색 물감을 튀기며 노는 블루맨들, 원초적 웃음을 자극하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난타와 행위예술, 콩트를 질서 없이 뒤섞은 듯한 이 공연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31년 간 전 세계 25개국 3500만여 명이 관람했다.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 사상 최고 히트작이라 평가받는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3명의 블루맨 버니 하스와 조 울머, 패트릭 뉴턴을 17일 만나 블루맨 쇼에 관한 모든 것을 캐물었다.―왜 블루맨인가.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다. 논쟁이나 논란이 있는 색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악마나 위험, 초록색엔 지구, 외계인이 떠오르지 않나.”(조)―블루맨 3인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한 명은 순진하고 한 명은 장난 끼 많고 한 명은 속이는 역할이다. 공통적으로 블루맨 모두 호기심이 많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호기심을 탐구하는데 이것이 코미디를 유발한다.”(버니)―블루맨 변신 과정이 궁금하다.“분장은 우리가 블루맨 캐릭터에 융화되는 의식이기도 하다. 눈을 제외하고 라텍스 캡과 본드로 귀와 머리카락을 갑옷처럼 덮는다. 45분 정도 걸린다.”(패트릭)―공연 중반 등장하는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플라스틱 배관들을 드럼처럼 활용하기도 한다.“블루맨은 평범한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버리는 플라스틱(배관)을 우리는 악기로 연주한다. 플라스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연결을 표현한다. 의미부여와 재해석은 블루맨의 중요한 정체성이다.(패트릭)”―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블루맨 쇼의 특징이다. 관객들과 사전에 조율하는 건가.“NO! 모두 랜덤이다. 때때로 거부하는 관객도 있어서 (거부당할까) 무섭기도 하다. 한 감독님은 ‘우주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지구인을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다만 양팔을 흔들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하하.(조)”―어린이 관객도 많다.“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우리가 가장 환영하는 리액션이다. 아이들이 웃지 말아야 하는 공연도 있지만 블루맨 쇼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버니)”―블루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일단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어야 한다. 배경이나 국적은 상관없다. 뉴욕에서 선발된 한 블루맨은 태국 출신의 생물학자였다.(패트릭)”―그린맨, 레드맨이 생길까?“블루맨 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맨이 이 쇼의 이름인 만큼! (만약 생긴다면) 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8월 7일까지, 8만~14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20 13:45
[책의 향기]강자는 멸종하고 약자는 살아남은 이유유일하게 현존한 인류 호모 사피엔스.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지만 멸종한 네안데르탈인. 두 인류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 호모 사피엔스는 몸집이 작아 힘이 약했고 네안데르탈인은 신체 조건과 생존 능력이 뛰어났다. 상대적 약자인 호모 사피엔스는 자신의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도구를 발달시켰고, 독자 생존이 어려웠기에 무리를 만들어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새로운 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았고 타인과 교류하지도 않았다. 강자였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다. 가혹한 환경에 분투하며 후천적으로 발달시킨 능력을 생존의 발판으로 삼은 게 주효했다. 흔히 자연의 원리를 이야기할 때 약육강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 생명의 역사가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싸우는 식물’ ‘전략가, 잡초’를 쓴 일본의 대표적 식물학자인 저자는 생명의 탄생에서 인간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대역전극을 일궈낸 패자들의 생존 서사를 정리했다. 지구를 지배한 강자가 멸종되고 오히려 패자들이 살아남았다는 점을 주목한 것. 저자는 약자, 잡초 등 역사 속 아웃사이더에 관심을 가져왔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대에 인류의 조상 격인 포유류는 매우 약한 존재였다. 당시 공룡과의 패권 싸움에서 진 포유류는 낮이 아닌 밤에 주로 활동했다. 적에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청각과 후각을 발달시켰다. 또 알을 지킬 힘이 없었던 포유류는 배 속에서 새끼를 키워서 낳는 ‘태생’이라는 비결도 습득했다. 결국 공룡은 멸종했고, 포유류는 살아남았다. ‘패자생존’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해낸 생물 진화의 역사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는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대중을 상대로 글쓰기를 해온 저자는 다소 어려운 과학적 지식을 많이 다루지 않고 일반인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서술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8 03:00
“15cm 하이힐 신고 춤춰본 뒤 직접 안무 짜”“한 명은 너무나 매혹적이고 한 명은 굉장히 강하죠. 나머지 한 명은 아주 재밌어요. 누가 누구인지 궁금하시죠?” 뮤지컬 ‘킹키부츠’의 오리지널 안무 및 연출가인 제리 미첼(62)은 다음 달 20일 개막하는 이번 시즌 주인공 롤라 역을 맡은 배우 강홍석 최재림 서경수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미첼은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 연출가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10일 만난 그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서로 다른 롤라를 만들고 싶다”며 “세 배우 모두 아름답지만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잘 보일 수 있게 끌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의 구두 공장을 물려받은 찰리와 유쾌한 드래그퀸(여장 남자) 롤라의 특별한 도전을 그렸다. 2013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제67회 토니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쓴 작품으로, 미첼 역시 연출상과 안무상을 받았다. 뮤지컬 ‘라카지’ ‘록키호러쇼’ ‘헤어스프레이’의 안무가로 이름을 알린 그는 40여 년간 ‘리걸리 블론드’ ‘캐치 미 이프 유 캔’ 등 브로드웨이의 히트 뮤지컬을 다수 연출했다. “한 작품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리기까진 적어도 3년이 필요해요. 그렇다 보니 모든 작품과 사랑에 빠지고 마법이 일어나길 바라게 되죠. ‘킹키부츠’는 첫 공연 때 이미 마법이 일어난 작품이에요. 저는 그때의 마법을 새로운 사람들과 재현하고 있을 뿐입니다.” 6인치(약 15cm) 높이의 하이힐을 신은 배우들이 선보이는 강렬한 춤은 모두 그가 직접 안무한 것. ‘힐 댄스’를 만들기 위해 그는 하이힐 두 켤레를 직접 구입해 신어봤다고 했다. “6인치는 춤추는 건 고사하고 걷기도 힘든 높이예요. 처음엔 균형을 잡기도 굉장히 어려웠죠. 주로 균형이 앞발에 가 있고 발가락을 오므리고 발등을 구부리는 동작인 ‘포인’도 할 수 없었어요. 춤 동작 자체가 아예 달라야 되겠더라고요. 1막 후반의 ‘트레드밀 댄싱’은 밴드 ‘오케이 고’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킹키부츠’는 춤만큼이나 음악도 흥겹다. 1980년대 팝스타 신디 로퍼가 작곡을 맡아 빠른 템포의 디스코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이 작품으로 그는 2013년 여성 최초로 토니상 작곡상을 받았다. “신(신디 로퍼의 애칭)은 듣기만 해도 춤추고 싶어지는 음악을 만들어 줍니다.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1막 마지막 곡인 ‘Everybody Say Yeah’예요. ‘yeah!’ 하는 분위기로 1막이 끝나면 중간 휴식 시간이잖아요. 흥분한 관객들이 빨리 2막으로 돌아오고 싶어지게 만드는 걸 좋아해요.” 9년 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한국에서만 다섯 번째 공연되는 ‘킹키부츠’는 지난 시즌(2020년)까지 국내 누적 관객 수 35만 명을 넘긴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수세대에 걸쳐 많은 이들이 부모의 길을 따라 살았어요. 하지만 찰리는 ‘난 그러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죠. 롤라 역시 ‘꼭 그 길로 갈 필요 없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만 해도 돼’라고 지지하죠.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는 찰리나 자신의 모습을 긍정하는 롤라에게 세계 많은 관객이 공감한 거라 생각해요. 작품에 나오는 여러 인생을 보며 관객들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킹키부츠’가 가진 또 다른 힘이 아닐까요.” 10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7만∼1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6 03:00
“허난설헌의 아픈 삶 떠올리며 몸으로 표현”5년 전 국립발레단이 초연한 창작 발레 ‘허난설헌―수월경화(水月鏡花)’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수석무용수 박슬기와 나란히 비운의 시인 허난설헌 역에 발탁된 드미솔리스트(주연과 군무를 병행하는 무용수)가 있다. 최근 국립발레단 주요 작품에서 연달아 주역으로 발탁된 조연재(27)다.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밝은 역할, 매혹적인 역할, 이별의 상실감을 표현한 역할을 두루 해봤는데 허난설헌이 가장 힘들다”며 “작품이 그녀의 시를 소재로 만든 ‘이미지 발레’라 추상적인 안무가 많은데,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8, 29일 공연하는 ‘허난설헌…’은 국립발레단 단원 강효형(솔리스트)의 안무작으로 조선시대 여성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시 ‘감우(感遇)’와 ‘몽유광상산(夢遊廣桑山)’을 55분짜리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느낀 대로 노래한다’는 뜻의 ‘감우’를 통해 허난설헌이 행복했던 시절을 표현하고,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말년은 ‘꿈 속 광상산에서 노닐다’는 뜻의 시 ‘몽유광상산’으로 풀어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나인 허난설헌은 천재 시인이었지만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괴로워하다 27세에 요절했다. “효형 언니는 허난설헌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허난설헌이 되길 원해요. 자식도 잃고 남편과도 사이가 안 좋은 상황에서 꿈도 펼치지 못한 채 이른 나이에 죽은 허난설헌이 얼마나 괴롭고 아픈 삶을 살다 갔을까 머릿속으로 계속 떠올리고 있어요.” 201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조연재는 입단 4년의 짧은 경력에도 수석무용수들과 나란히 주요 작품에서 주연으로 잇따라 발탁돼 활약 중이다. 입단한 해에 ‘호두까기 인형’의 마리 역으로 주역 데뷔를 한 후 ‘해적’의 메도라,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비앙카, ‘주얼스’의 파 드 트루아 역 등 주요 작품의 주역을 연달아 꿰찼다. 11일 폐막한 ‘고집쟁이 딸’에서도 주인공 리즈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고집쟁이 딸’에서 리본을 갖고 파트너와 사랑의 춤을 추는 ‘리본 파드되’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행히 큰 실수는 안 했는데 나중에 모니터링해 보니 리본 모양이 완벽하진 않았어요. 제게 주어진 공연 회차가 단 한 번뿐이라 더욱 아쉬웠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를 ‘색깔 없는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것 같아요. 어떤 색깔의 역할이든 제가 맞출 수 있을 거라 기대해 주시는 거죠. 저 역시 무용수로서 그런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000∼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5 03:00
“느린 허밍만으로 춤추게 하는 음악 고민했죠”배우, 화가, 음악인….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백현진(50·사진)의 이력은 화려하다. 출발은 유명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의 예술감독 장영규와 1997년 결성한 어어부프로젝트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어부프로젝트의 음악은 영화감독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88년)엔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음악뿐만 아니다. 백현진은 영화 ‘브로커’(2022년)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2020년) ‘북촌방향’(2011년)에서 조연급 배우로 출연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한 그는 간간이 화가로서의 이력도 이어가고 있다.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이쯤 되면 본업이 뭔지 헷갈릴 정도인 그가 이번엔 무용극에 도전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S시어터에서 30일 개막해 다음 달 3일까지 공연하는 ‘은미와 영규와 현진’을 통해서다. 제목에 담겼듯이 안은미, 장영규와 함께한다. 세종문화회관에서 8일 만난 백현진은 “목소리가 독특해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타박을 듣곤 했는데 이번 공연에선 특이한 목소리를 하나의 악기로 활용해 허밍으로 음악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가사 없이 굉장히 느린 허밍만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안은미 씨가 짠 구조에 각자가 생각해 온 것들을 즉흥적으로 펼쳐 놓을 예정입니다.” 개성 강한 세 사람의 합동 무대는 이번이 두 번째다. 2003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인 안은미의 독무 공연 ‘플리즈(Please·제발)’에서 처음 합을 맞췄다. “이번 공연도 19년 전 그때처럼 즉흥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당시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벌써 20년 가까이 흘렀어요. 요즘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힙하게 받아들일지, 여전히 충격적으로 여길지 반응이 궁금해요.” 전석 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4 03:00
음악·미술에 연기까지…이 남자 본업이 대체 뭐야?본업이 대체 뭔지 모르겠는 한 남자가 있다. 전방위 예술가로 불리는 백현진(50)의 이력은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의 장영규와의 듀엣 ‘어어부프로젝트’(1997~)에서 시작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어어부…’의 음악들은 지금은 거장이 된 영화감독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2002년)과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1998년)엔 그들의 음악이 깔려 있다.하지만 영화 ‘브로커’ ‘북촌방향’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에서 백현진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를 배우로 아는 경우가 많다. “주로 ‘한 없이 후진 남자’를 맡았다”고 말하는 그는 최근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선 잘나가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한물 간 시사평론가 김성남을 연기했다. 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그는 “연기는 품앗이 다니듯 드문드문 했던 지라, 몸에 연기를 바짝 붙여놔야 (나중에) 편하겠다 싶어 작년과 올해에는 작품을 꽤 많이 했다”며 “평소 혼자 일하는 사람이 스태프만 100명 넘는 현장에서 일하려니 굉장히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실제 백현진은 주로 혼자 일해 왔다. 연남동 작업실에서 혼자 소리를 만들고 혼자 그림을 그린다. 홍익대 조소과를 중퇴하고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온 그는 2017년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리움미술관 전시에 출품할 그림을 작업 중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 작업을 하고 산다는 건,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최대한 삭제하고 자기 안의 호기심을 탐구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거죠. 이렇게 살려면 수많은 운이 따라야 된다고 봐요.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대신 저는 대출, 부동산, 주식은 근처에도 안 가요. 결혼을 안 했고 애도 없으니 돈 벌어서 저축 좀만 하고 다 써버려요.” 평범하지 않은 삶만큼이나 그는 독특한 목소리를 가졌다. 한때 “그런 목소리로 어떻게 연기를 하냐”는 타박도 들을 정도였다. 30일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독무(獨舞) 공연 ‘은미와 영규와 현진’에서 그의 특이한 목소리는 악기로 변신할 예정이다. “굉장히 느린 ‘허밍’으로 사람을 춤추게 하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고 있어요. 저렇게 축축 처지고 느려 터졌는데도 댄스곡이 될 수 있나 싶은 거요. 가사는 최대한 안 넣을 거예요.” 백현진, 장영규 그리고 안은미는 그야말로 자기 색깔대로 사는 예술가들. 별난 세 사람의 합동 무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플리즈(Please·제발)’. 그때도 안은미의 독무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도 그때처럼 즉흥적인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안은미 씨가 짠 구조에 각자가 생각해온 것들을 무대에서 펼쳐놓는 방식이요. 당시만 해도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벌써 20년이 흘렀잖아요. 요즘 사람들은 힙하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여전히 충격적으로 여길지 조금 궁금하긴 합니다.” 7월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전석 5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3 10:17
5년 넘게 공들인 ‘토이스토리’ 스핀오프… 버즈의 사연은?영화 ‘토이스토리’의 우주비행사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영화다. 버즈와 그의 정예부대 요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구출하는 여정을 그렸다.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버즈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번스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픽사의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영화는 여러 도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로만 연기하기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그는 “버즈와 캡틴 아메리카는 꽤 닮은 캐릭터다.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갖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인데 실제 내 모습과 비슷하다”며 웃었다. 영화 ‘토르’ ‘조조 래빗’의 감독을 맡았고 배우로도 활동하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주는 정예 요원 ‘모’를 연기했다. 그는 “사회에서 거부당한 캐릭터들이 서로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여정이 참 아름답다”며 “각각의 개성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모습이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고 했다. 우주 배경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신작은 작업기간만 5년 6개월이 걸렸다. 광활한 우주공간과 각종 장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을 취재하며 공을 들였다. 게린 서스맨 프로듀서는 “캐릭터들이 입는 우주복의 디테일을 포착하며 작업했는데 처음 시도하는 과정이 많아 신선했다”며 “컴퓨터그래픽보다 세트나 소품을 많이 활용해 실물이 주는 특유의 따스함과 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영화 ‘스타워즈’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신작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앵거스 매클레인 감독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 SF 장르를 기념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지만 특정 작품을 오마주했다기보다 그 영화들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다. 친숙함에서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관객들에게는 ‘버즈 라이트이어’만의 새로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10 03:00
“책임감 넘치는 버즈, 캡틴 아메리카와 닮지 않았나요?”토이스토리의 우주비행사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 온다.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스토리 시리즈의 첫 번째 스핀오프 영화로 남모를 사연이 있는 버즈와 그의 정예 부대 요원들이 미지의 행성에 고립된 인류를 구출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 장난감 캐릭터 ‘버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히어로 영화다.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주인공 버즈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는 “스토리텔링의 대가 픽사의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며 “영화는 여러 도구를 활용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목소리로만 연기했기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캡틴 아메리카 역으로 유명한 그는 “버즈와 캡틴 아메리카는 꽤 닮은 캐릭터”라며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토대로 주변 사람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인데, 실제 제 모습과도 비슷하다”며 웃었다. 영화 ‘토르’ ‘조조 래빗’의 감독이자 배우로도 활동하는 타이카 와이티티는 엉뚱한 행동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정예 부대 요원 ‘모’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그는 “작품에서 사회에서 거부당한 캐릭터들이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여정이 참 아름답다”며 “각각의 개성이 퍼즐처럼 맞춰지며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면이 우리 모두에게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장편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는 작업 기간만 5년 6개월에 달했다. 제작진은 광활한 우주 공간과 각종 장비를 현실감 있게 구현하려고 미 우주항공국(NASA)을 취재하는 등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게린 서스맨 프로듀서는 “우주 공간에서 공기가 손으로 만져진다는 느낌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심혈을 기울였다”며 “CG보다는 실제 세트나 소품을 많이 활용해서 실물이 주는 특유의 따스함과 촉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르는 우주를 모험한다는 설정의 SF. 제작진은 영화 ‘스타워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발견 혹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은 “‘스타워즈’ ‘스타트렉’ 등의 SF 장르 영화를 기념하고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지만, 특정 작품을 오마주했다기보다 그런 영화들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작품”이라며 “앞선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친숙함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는데, 관객들에게는 ‘버즈 라이트이어’ 만의 새로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9 10:10
남경주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팔순까지 배우할 것”배우 남경주(59)는 후배 뮤지컬 배우들이 앞다퉈 꼽는 ‘롤 모델’이다. 서울시립가무단 뮤지컬 ‘포기와 베스’(1984년)로 데뷔한 그는 38년간 꾸준히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다. 작품당 여러 시즌을 거쳐 수백 회 공연은 기본이고 주요 작품 출연 명단에 쉼 없이 이름을 올렸다. 2011년 국내 초연 이후 올해 네 번째 시즌을 맞은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도 마찬가지다. 남경주는 초연부터 댄 역을 맡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3일 만난 그는 “초연부터 11년, 세 번째 시즌부터도 7년 만인데 그동안 제가 헛산 게 아니구나 싶었다”며 “그사이 학생 가르치는 선생도 되고 논문 쓰느라 고생도 하고, 특히 어렸던 딸아이 나이가 (극 중 딸인) 나탈리와 비슷해졌다”며 웃었다. ‘넥스트…’는 정신 질환을 앓는 다이애나(박칼린 최정원)와 그녀의 남편 댄, 딸 나탈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200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그해 토니상 3관왕을 휩쓸고 2010년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까지 수상했다. “‘넥스트…’는 어느 시대에 갖다 놔도 될 정도로 보편적인 고전이에요. ‘만약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상상하면 아내와 딸이 생각나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배우에겐 굉장한 성취감을 안겨주는 공연입니다.” 토니상 음악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음악이 뛰어나다. 남경주는 2막 후반부 다이애나와 나탈리가 부르는 ‘아마도(Maybe)’를 최고의 넘버로 꼽았다. “‘평범 같은 건 안 바라.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가사가 너무 좋지 않나요? 특별한 걸 추구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가족에겐 평범 그 주변만 되어도 행복할 것 같은 거죠. 둘이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제가 무대 뒤에서 쉬고 있을 때인데, 듣고 있으면 ‘참 좋다’란 생각이 들어요.” 남경주의 또 다른 직업은 교수다. 2014년부터 교단에 선 그는 4년 전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전임교원에 임용돼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장 존경받는 연기다. 그러니까 결국 여러분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말하곤 하죠. 웃는 게 자연스럽고 감정 표현도 솔직한 사람요. 저도 오랫동안 그런 연기를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뀌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40년에 달하는 무대 이력을 가졌지만, 그는 여전히 도전을 꿈꾼다. 어느 장르에서든 빛을 발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배우에겐 정년이 없으니 팔순까지도 할 수 있잖아요. 드라마, 영화도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기 관리를 잘해야죠. 나이 드니까 젊었을 때보다 체력이 힘들 때도 있지만 꾹 참고 운동하러 가요. 막걸리, 맥주 한잔도 ‘너 내일 운동 각오해라’ 그런 마음으로 마십니다. 하하.” 7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 5만∼11만 원.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9 03:00
노포서 소주잔 기울이던 종로 낙원동에 ‘송해길’황해도 재령 출신의 실향민 송해에겐 전국 곳곳에 제2의 고향이 있다. 서울 종로구 낙원동을 거점으로 활동해온 고인은 이곳에 ‘연예인 상록회’를 열고 수십 년간 원로 연예인들의 마당발 역할을 해왔다. 유족 측은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별세 전날인 7일에도 혼자 상록회 사무실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오셨다”고 전했다. 수년 전만 해도 이곳을 지나다 보면 허름한 노포에 앉아 시민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는 고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종로문화원은 2016년 종로 육의전 빌딩에서 낙원상가 앞까지 240m 구간을 ‘송해길’로 지정했다. 한때 고인은 종로의 명예파출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구 달성군도 인연이 있다. 고인은 대구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할 당시 부인 석옥이 여사(1934∼2018)와 만나 결혼했다. 실향민인 고인은 부인의 고향인 달성군 옥포읍 옥연지를 찾아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1983년엔 옥연지가 보이는 산기슭에 자신의 묏자리를 마련했고, 2018년 작고한 석 여사는 이곳에 안장됐다. 부부가 함께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부인 곁에 영면할 예정이다. 달성군에는 ‘송해공원’과 ‘송해기념관’도 있다. 2016년 조성한 송해공원엔 고인의 흉상과 산책로, 쉼터가 있다. 지난해 12월 건립된 송해기념관에는 고인의 60여 년 방송 활동과 관련된 물품과 영상물 등 432점이 전시돼 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9 03:00
모두들 파란만장하잖아… 인생 드라마, 모두가 주인공“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선, 새로운 장르.”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집필할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 가지 요소다. 많은 히트작을 보유한 스타 작가지만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인 만큼 익숙함을 버리고 그동안 가보지 않았던 길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12일 종영을 앞둔 ‘우리들의…’는 5일 방송된 18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2.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4월 9일 첫 방송 시청률도 7.3%나 됐다. ‘우리들의…’에서 26년 차 작가 노희경이 보여준 새로운 시도를 들여다봤다. 제주 푸릉마을에 사는 여러 인물의 삶을 그린 ‘우리들의…’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하지만 노희경이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보여준 익숙한 옴니버스는 아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조연들의 서사가 곁가지를 치는 방식이 아닌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한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인물이 다른 에피소드에선 이웃, 친구, 가족으로 등장하는 방식으로 연속성을 보완했다. 게다가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등 스타 배우가 총출동해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는’ 드라마가 됐다는 평가다. 노희경은 올해 4월 제작발표회에서 “우리 삶은 여러 사람이 다 각자 주인공인데 왜 드라마 속에서는 (주인공)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지 불편했다”며 “‘몰입도 높은 단막극의 장점과 매회 궁금증을 가지고 전개되는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어떻게 하면 섞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장애인 배역을 장애인이 맡은 것도 남다르다. 영옥(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영희와 5일장에서 일하는 농인 별이는 각각 다운증후군 장애인 정은혜와 농인 배우 이소별이 연기했다. 국내 미니시리즈에서 주·조연급 배역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도, 장애인이 직접 연기한 것도 처음이다. 노희경은 1년 넘게 정은혜와 소통하며 대본을 집필했다고 한다. 정은혜와 호흡을 맞춘 한지민은 “은혜 배우의 어머니께서 노희경 작가님께 ‘어떻게 제 마음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처럼 글을 써주셨나요’라고 하신 말씀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고 했다. 소재와 표현 방식도 눈길을 끈다. 고3 동갑내기 커플이 주인공인 ‘영주와 현’ 편에서 청소년 임신 문제를 다뤘다. 우울증 환자 선아(신민아)가 주인공인 에피소드에선 온몸에 땀이 맺히고 도시의 불빛이 꺼지며 시간이 단숨에 지나가는 방식의 연출을 통해 우울증 환자의 심리와 감정을 세밀히 표현해냈다. ‘괸당’(이웃끼리 친인척처럼 지내는 문화)에 매료돼 제주를 배경으로 선택한 노희경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사도 제주 방언으로 썼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노희경은 당대 이슈를 다룰 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삽화처럼 그리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동시에 색다른 시도를 통해 작품 세계를 한층 더 확장했다”고 말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7 03:00
[책의 향기]미술사 속 거장들이 마침내 닿은 경지“그림을 그리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작년 가을에 나는 마당의 낙엽과 함께 캔버스 6개를 불태웠다. 희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일이다. 그래도 나는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기 전에는, 적어도 표현하려고 시도하기 전에는 죽고 싶지 않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가 사망하기 2년 전 쓴 글이다. 노년에 백내장 진단을 받은 모네는 점점 흐려지는 시야를 붙잡으며 집요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모네는 삶의 막바지에 걸작으로 칭송받는 정원 시리즈 ‘그랑 데코라시옹’ ‘일본식 다리’ ‘장미’를 완성한다. 특히 모네가 78세부터 86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식 다리’ 연작은 말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식 다리는 그의 후기 작품에 여러 번 등장했지만, 말년의 작품에서 각각 다른 조명, 구도, 색채조합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모네가 사계절뿐만 아니라 하루 동안의 시간, 날씨의 변화까지 작품에 담아낸 것. 모네가 말년에 스스로 고백한 대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하게 된 셈이다. 미술사에 방점을 찍은 위대한 화가들은 죽기 전까지 손에서 붓을 놓지 않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미술계에선 주요 화가들의 말기 작품을 두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거나 폄하해왔다. 노년의 화가를 재능이 꽃을 피웠던 정점의 시기를 지나 내리막길을 걷는 사람으로 여긴 탓이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화가들의 말기 작품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와 평가가 더해진 전시와 간행물이 꾸준히 나왔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라파엘로,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파블로 피카소…. 저자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화가 30명의 마지막 생애에 주목한다. 그들의 마지막 창작 활동을 나이와 질환이라는 잣대로 해석하는 게 잘못됐다며 “말기 작품이야말로 작가가 속해 있는 사회로부터 몸부림쳐 얻은 자유로움”이라고 주장한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4 03:00
“선악 혼재 송강호, 영화 ‘브로커’ 출발점”“자상한 미소를 머금은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다가 이내 팔아버리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선악이 혼재된 송강호, 그게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죠.” 배우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칸 영화제 폐막식 이후 국내 첫 행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브로커’ 제작의 원천이 된 결정적 인물로 배우 송강호를 꼽았다. 31일 서울 용산CGV에서 취재진과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란 주제와 함께 송강호가 등장하는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며 “영화 ‘브로커’의 출발은 송강호 그 자체였다”고 강조했다. ‘브로커’는 교회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버린 소영(이지은)과 아기를 팔려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의 여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비춘 영화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치 없는 생명이 어디에 있을까’란 메시지는 한국,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주제”라며 “효율을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에 전달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로커’ 제작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의 영아 유기 시설을 오랜 기간 취재했다는 고레에다 감독은 “보육시설에서 성장한 분들은 줄곧 ‘내가 태어나길 잘한 것인가’란 의문을 품고 살아갔다”며 “그들이 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불안을 안고 사는 책임이 어머니에게만 전가되는 게 옳은 걸까, 나를 포함한 사회와 어른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했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브로커’는 한국어 대사와 한국의 풍경, 한국인 배우를 스크린에 담아낸 첫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현장에서 송강호가 그날 편집본을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많이 줬다”며 “촬영 시작부터 끝까지 송강호가 도와준 덕분에 불안을 극복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처음부터 배우들에게 많은 피드백을 주면 본인에게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를 했다”며 “편집본을 보고 말씀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흔쾌히 ‘얼마든지 바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하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간 영화 ‘박쥐’ ‘밀양’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심사위원상 등을 받을 때마다 곁을 지켰던 배우다. 7번 도전 끝에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씨가 그간 이뤄냈던 성과”라며 “솔직히 제 영화로 받아서 송구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송강호는 “호명됐을 때 꿈인가 생시인가 싶은 패닉 상태가 몇 초간 이어졌다”면서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다”며 웃었다.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2022-06-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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