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반성’ 조주빈…100장의 반성문 양형에 영향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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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3일 0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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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공유방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주빈(25)이 현재까지 약 100장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반성문 제출이 감경·감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역효과를 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자백, 피해자와의 합의가 우선되지 않은 채, 반성문만 제출하는 것은 양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달 29일을 기준으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현우)에 약 98장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조씨는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후, 재판부에 매일 반성문을 제출해왔다.

◆피해구제·자백 없이 반성문 제출…법조계 “아무런 의미 없어”

조주빈 사건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확정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인 점을 고려한다면, 조주빈의 반성문은 무용지물이라는 관측이 많다.

조주빈은 새 양형기준에서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 제작·배포,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의 혐의를 받는다. 또한 아동·청소년 피해자가 8명에 달하고, 죄질이 불량해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 적용되는 ‘다수범’에 해당된다.

양형위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범죄의 최대 형량이 징역 29년3개월까지로 대폭 강화했다. 양형기준은 효력이 발생한 후 공소가 제기된 범죄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 조주빈은 새 양형기준의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강화된 양형기준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 근무하는 A 판사는 “조주빈 사건의 경우에는 조씨가 새로운 양형기준에 맞춰 유포된 성착취물을 회수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을 한 후 반성문을 제출했다면 이를 고려해야 겠지만, 법원에만 잘 보이려고 반성문을 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조씨가 반성문을 100장 냈다고 해서, 반성문을 5장 제출한 다른 피고인보다 깊이 반성한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방 지역에 근무한는 B 검사도 “조씨가 대부분의 범죄에 대해 자백한 것을 비춰본다면, 수사기관에서 증거조사를 덜 해도 되고 사건 처리가 수월해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피해자의 엄벌탄원서 등이 구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주빈의 반성문이 형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도소 나가서 햄버거 먹고싶다” “억울하다”…역효과 나기도

조씨가 재판부에 어떤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반성문 제출이 되려 역효과를 낸다는 의견도 있다. 반성문에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거나, 자신이 쓰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다.

서울지역에 근무하는 C 판사는 “재판장을 찬양하는 화려한 미사여구만 늘어놓거나, 심지어는 법관의 얼굴을 만화로 그려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며 “‘교도소에서 나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 ‘아침 식사로 된장국이 나왔는데, 어머니가 해준 밥이 생각나서 집에 가고싶다’는 내용이 담긴 반성문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겉으로 읽었을 때는 반성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피해자를 탓하거나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만 쓰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반성문은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했어도, 피고인이 반성을 안했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4월 ‘박사방 공범’ 공익근무요원 강모씨가 ‘범죄와 무관한 가족과 지인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내자, 재판부는 “이런 반성문은 안내는 게 낫다. 생각을 좀 더 하고 쓰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성범죄 33% 반성·뉘우치면 감형…“양형 이유에 반성문 반영하기도”

다만 조씨가 새 양형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고,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한 상황에서 반성문이 양형에 일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선고된 성범죄 관련 하급심 판결 중 법원 종합법률정보에 등록된 137건의 양형기준을 분석한 결과 3분의1 수준인 48건이 ‘피고인의 반성과 뉘우침’을 감형 요소로 삼기도 했다.

재경지법의 D 판사는 “피고인이 자신의 어려운 성장과정, 피해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 등을 진솔하게 기재하는 경우, 이를 판결문에 녹여서 쓰기도 한다”며 “부모님, 배우자, 직장동료가 탄원서를 제출했다면, 주변사람들의 협조로 사회에 교화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편”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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