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가 인천의 상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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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립박물관 ‘…사이다’ 展
개화기에 처음 들여온 사이다… 1905년 인천 공장서 처음 생산
‘별표 사이다’로 큰 사랑 받아… 최근 “속 시원하다” 의미로 사용
사이다의 유래-문화 등 소개

인천시립박물관 2층에서 열리는 ‘인천의 스타, 사이다’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각종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전시회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시립박물관 2층에서 열리는 ‘인천의 스타, 사이다’ 전시회를 찾은 시민들이 각종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이전시회는 10월 4일까지 계속된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컵의 일본식 발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1960년대 코미디언 서영춘이 불렀던 이 노래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향토사학자들은 “한국 최초 사이다 회사 출발지인 인천이 사이다 업계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이 노래가 유행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천시립박물관이 국민들이 즐겨 마시는 탄산음료인 사이다의 유래와 변천 과정을 풀어낸 ‘인천의 스타, 사이다’ 전시회를 열고 있다. 전시회는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사이다가 원래 사과로 만든 술을 가리키는 라틴어 ‘시케라(sicera)’에서 유래돼 프랑스로 건너가면서 ‘시드로(cidre)’, 영국에서는 ‘사이다(cider)’로 불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868년 한 영국 상인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과일향이 첨가된 탄산음료인 ‘샴페인사이다’를 팔면서 사이다가 사과주가 아닌 탄산음료로 바뀐 것도 알게 된다. 그 뒤 개화기에 일본인들이 인천항을 통해 사이다를 들여오면서 국내에 사이다가 유입되는 과정이 펼쳐진다.

이어 인천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사이다를 소개한다. 인천부사(仁川府史)에는 “1905년 중구 신흥동 인근에 ‘인천탄산수제조소’라는 회사가 세워져 미국식 5마력짜리 발동기를 사용해 사이다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공장에서는 성인표(星印標) 사이다 등을 생산했는데 별 모양의 로고를 부착해 ‘별표 사이다’로 불렸다. 1916년 미국 월간지 ‘월드 아웃룩’에 실린 경인선 열차 외부에 붙은 광고를 촬영한 사진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1937년 인천과 서울의 8개 사이다공장이 모여 설립한 ‘경인합동음료’가 만들어 전국적으로 알려진 ‘스타 사이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별표 사이다의 로고를 물려받은 이 사이다는 유사품이 성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1950년 서울에서 칠성사이다가 출시되면서 하락세를 보인다. 결국 1975년 스타 사이다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면서 70년 동안 이어오던 인천 사이다의 역사는 막을 내리게 된다. 또 당시 부산의 월성사이다와 전주의 오성사이다 등 각 지방에서 만드는 사이다에 어김없이 별과 관련된 이름이 붙었다. 사이다를 가리키는 상징이 된 ‘별’의 의미를 되새긴다.

3부는 탄산음료인 사이다가 답답한 현실과 상황을 벗어나게 해주는 유행어로 떠오르며 문화현상으로 정착하는 과정을 담았다. 사이다 특유의 청량감 때문에 TV 드라마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답답한 상황이 해소되는 순간 ‘사이다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표현은 점차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대중화하면서 생활 속 언어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전시장 벽면을 옛 구멍가게의 모습으로 재현해 추억을 소환하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사이다#인천시립박물관#사이다#별표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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