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 번쩍, 드르륵”…헬기사격 목격 광주시민 증언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13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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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불꽃 튀기도…어깨 총상 환자 응급실로"
"헬기공격 두 차례"…39년 전 5월 실상 증언 이어져
다음 재판도 시민 6명 상대 증인신문… 6월10일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민들이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그 날의 실상을 증언했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부장판사 장동혁)은 13일 오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전 씨는 재판장의 허가에 따라 이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법정에는 39년 전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시민 5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첫 번째로 증인석에 앉은 김모씨는 “1980년 5월21일 오후 평소 친분이 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가 걱정돼 그가 머물고 있던 양림동 선교사 마을을 찾았다. 그때 피터슨 목사는 자신의 집 2층에서 상공에 떠 있던 헬기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피터슨 목사가 ‘어떻게 헬기에서 시민을 향해 사격을 할 수 있는가’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당시 해군 대위로 군의관 신분이었으며, 휴일(석가탄신일)을 맞아 양림동 근교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피터슨 목사의 집에 도착 했을 무렵 나도 헬기사격을 목격했다.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드르륵’ ‘드르륵’ 소리가 났다”고 밝혔다.

김 씨는 “시민을 향해 무작위로 총을 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총(헬기사격) 자체를 쏜 적이 없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검사가 제시한 500 MD 헬기와 UH-1H 헬기 사진 중 500 MD 헬기 사진을 지목했다.

아놀드 피터슨 목사는 침례교 선교사로, 1975년부터 1981년까지 광주에서 활동했다.

‘당시 승려 신분이었다’는 이모씨는 두번 째 증인으로 출석해 “1980년 5월21일 차량을 타고 가다 헬기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에 참여, 플래카드를 만들고 이를 차량 등에 내거는 일을 했다. 3∼4명과 함께 광주천변 도로를 지나던 중 헬기가 일행이 타고 있던 차량을 향해 총을 쐈다. 총알을 피하기 위해 운전자가 지그재그로 운전했다. 총알이 떨어진 도로에 불꽃이 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한 차례 공격 뒤 지나간 헬기가 다시 돌아와 가로수 밑으로 피해 있던 차량에 다시 사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주변 인도 옆에 여고생(추정)이 어깨에 총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다. 과다출혈로 사망할 것 같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적십자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은 환자들로 가득했다. 병원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이 씨는 “지상에서 사격을 한 것이 아니다. 분명 헬기에서 사격한 것이다. UH-1H 헬기로 기억한다. 군 경험상 기관총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증인으로 채택된 주부 정모(여) 씨는 “1980년 5월21일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계엄군이 쏜 총탄에 남편이 상처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치료중인 병원으로 향하던 중 계엄군 헬기로부터 3차례 (위협) 사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정 씨는 “시위대의 차량을 얻어 타고 병원으로 향하던 중 헬기가 차량을 계속해 따라오며 사격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당시 차량에 함께 탔던 인물 중 한 명이 앞서 증언에 나섰던 이 씨였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며 “그동안 TV에서 5·18 뉴스만 나오면 전원을 꺼버렸다. 그 날의 고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전 씨 측의)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취지의 뉴스를 보고 이 자리까지 서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인 최모씨는 “5월21일 오후 500 MD 헬기가 동체 좌측에 장착한 7.62㎜ 기관총을 10~20초 가량 발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헬기 기수는 금남로를 향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제1항공여단 502항공대에서 정비병으로 근무했으며, 1979년 제대한 뒤 광주에 머물렀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 중 3명은 39년 전 목격한 헬기를 500 MD로 지목했다.

전 씨의 변호인은 검찰 측이 신청한 증인들의 증언을 조목조목 되짚는 등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10일 오전 10시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한 또 다른 시민 6명이 증인석에 앉는다.

전 씨는 2017년 4월에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해 5월3일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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