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출신 독립운동가 박상진 의사의 생가. 3등급인 박 의사의 훈격을 1등급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운동이 울산에서 펼쳐지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출신 초대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고헌 박상진 의사(1884∼1921·사진)의 훈격 격상 운동이 울산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최근 유관순 열사의 훈격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격상한 것에 맞춰 3등급인 박 의사의 훈격을 1등급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 울산 지역의 여론이다.
사단법인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표 구광렬 울산대 교수)는 박 의사의 훈격 상향을 위한 시민 30만 명 서명운동을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4일 열린 간부 공무원 월간 업무계획 보고회에서 “박 의사 훈격 상향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국회의원(울산 북)은 앞서 1월 동료 의원 15명의 동의를 받아 박 의사의 상훈 조정을 촉구하는 상훈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해서는 개개인별로 적용하는 상훈법 개정이 우선 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는 서훈의 추천과 확정, 취소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등급 조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서훈이 한번 확정되면 해당 인물의 공적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달라졌거나 심사 과정에서 공적이 저평가되었더라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이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훈격 상향은 국회에서 상훈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조정했다.
울산 북구의회는 최근 박 의사 훈격 상향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 의사는 1884년 울산 북구 송정동 승지 박시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10년 양정의숙을 졸업한 박 의사는 졸업 후 법관 시험에 합격했지만 “독립운동가를 내 손으로 단죄할 수 없다”며 임용을 거부했다. 1916년 노백린, 김좌진 등을 대한광복회에 가입시켜 광복단으로 개칭한 뒤, 조국 광복을 위한 본격적인 항일투쟁을 벌였다. 광복회는 부호에게서 군자금을 기부받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사용했다. 만주 지역에서 무장 독립운동을 위한 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해외에서 무기를 구입해 일본인 고관이나 한국인 친일 인물들을 수시로 처단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박 의사는 이 강령에 따라 독립운동 자금 모집에 협조하지 않은 친일파 부호 장승원, 양재학, 서도현을 사살하는 등 친일파 근절을 위해 노력하다 1918년 체포됐다. 변호사 선임 등을 거부한 박 의사는 1921년 8월 13일 37세의 나이로 대구형무소에서 사형을 당했다.
박 의사는 사형 후 40여 년이 지난 1962년 정부로부터 서훈등급 3등급에 해당하는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독립장은 당시 훈장(대한민국장 1등급, 대통령장 2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울산의 한 향토사학자는 “박 의사가 사살한 친일파의 후손들이 당시 정치권이나 정부 고위층에 많아 박 의사의 훈격을 고의로 낮췄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역사바로세우기운동본부 구광렬 대표는 “박 의사의 부하로 대한광복회 부사령을 지낸 김좌진 장군의 서훈은 1등급이지만 상관인 박 의사의 서훈은 3등급에 불과하다”며 “서훈 재조정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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