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병 학생도 학교서 숨지면 유족급여 다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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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이어 대법 “학교안전사고 해당”… 보상제한 규정 둔 시행령 무효 판결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났을 때 원래 앓고 있던 지병이 있다는 이유로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금을 제한하거나 삭감해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불의의 사고로부터 학생과 교직원을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199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시작된 이후 민사사건에서 시행령을 무효로 선언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9일 학교 자율학습 도중 간질발작으로 쓰러진 뒤 숨진 박모 양의 유족이 부산시 학교안전공제회를 상대로 낸 유족급여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2월 부산의 한 고교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박 양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병원은 박 양이 간질발작으로 쓰러진 뒤 자세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유족들은 박 양의 사망이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학교안전사고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3억3600만 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공제회 측은 “지병인 간질에 따른 것으로 안전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1심은 학교안전법상 학교안전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공제회는 ‘학생 등이 이미 앓고 있던 질병 등이 학교안전사고로 인해 악화한 경우 공제회는 이미 존재하던 질병에 관한 치료비를 제외하고 공제급여를 지급한다’는 학교안전법 시행령을 근거로 항소했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모법인 학교안전법에 지급 제한의 근거 규정이나 위임이 없다”며 학교안전법 시행령을 무효라고 판단하고 유족 측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학교안전사고 공제 제도는 일반 불법행위로 인한 민사상 손해배상과는 다르다”며 “과실 책임이나 기왕증(지병)이 있다고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제한하는 법리는 학교안전법에 따른 공제급여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대법원#유족급여#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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