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차준호]소 잃고 뒷북 치는 ‘공대가 강한 인하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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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호·인천취재본부
차준호·인천취재본부
 지난달 29일 ‘인천대가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연구실적에서 인하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언론 보도 이후 전통적으로 이공계가 강한 인하대가 뒤숭숭하다. 한때 공대 하면 ‘인하대’란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였지만 국립대로 전환한 인천대에 연구 실적이 뒤졌다는 교육부 통계가 발표되면서 자조 섞인 학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을 대표하는 두 대학은 지역 거점대학으로 자리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5일 인하대 교무위원회가 열렸다. 전임교원 1인당 SCI급 연구실적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하대 학내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땜질식 처방으로 SCI급 연구실적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회의감이 일고 있다.

 인하대 공대 교수들에 따르면 통상 1편의 SCI급 논문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1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하대는 최근 잇달아 국고지원사업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면서 몇 년 사이 대학평가 지표도 하락세를 보여 왔다. 지역창조경제의 요람인 링크사업단에 탈락하는 등 정부의 공모과제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책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센터도 크게 줄었다.

 이런 위기 상황인데도 최순자 총장이 대학의 주요 지표 동향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임교원 SCI급 논문 실적이 인천대에 뒤진 사실을 알고 있느냐”라는 기자 질문에 최 총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응대했다.

 인하대는 ‘강의의 질’을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전임교원의 책임강의시간을 기존 주당 6시간(한 학기)에서 7.5시간으로 늘렸다. 1년 기준으로 12시간에서 15시간으로 늘어나 사실상 3학점짜리 한 과목을 더 맡는 셈이다. 전임교원이 강의를 추가로 맡아 질 높은 강의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전임교원 등 교수들은 “연구를 위해서는 강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총장은 취임 후 섬세한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인하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선 인하대가 처한 문제의 본질부터 파악해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차준호·인천취재본부 run-juno@donga.com
#인천대#sci#인하대#인하대 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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