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 걸려온 외부전화 녹음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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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8월부터 고강도 ‘전관’ 방지대책
대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사건, 함께 일한 대법관에 배당 안해

앞으로 대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가 맡은 상고심 사건은 그와 대법원에서 하루라도 같이 근무한 동료 대법관에게는 주심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 주심 재판관과 근무한 인연이 있는 전관들의 맞춤형 수임을 방지하기 위해 배당 이후 이뤄진 추가 선임에 대해서도 재판부 재배당이 가능해진다.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법조 비리 근절 방안을 고심해 온 대법원이 이런 내용의 고강도 전관예우 방지 대책을 8월부터 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와의 연고를 내세워 사건을 수임하는 그릇된 관행을 막고, 최고법원부터 재판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 사법부 신뢰를 높이려는 특단의 대책이다. 대법원은 지난해에도 연고 변호사 선임을 막기 위해 최종 배당을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 만료 시’로 미루는 개선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 중인 ‘연고 변호사 선임 사건 재배당’ 제도는 각급 법원 실정에 맞춰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연고주의와 전관예우를 타파한다는 취지에서 환영받았지만, 재판부와 고교 및 대학(원) 동문, 사법연수원 또는 법학전문대학원 동기, 근무연이 있는 변호사를 모두 배제하면서 불리한 재판부를 피하기 위해 ‘변호사 역쇼핑’이 이뤄진다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배당 제도를 역이용하는 등 부작용 우려도 있었지만 재판부와의 연고를 사건 수임 도구로 악용하는 현실을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컸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탈연고 배당’으로 공정성을 해치는 외부 요인을 통제하는 한편 내부 청렴성 강화 방안도 다수 마련했다. 그동안 재판부에 선처 부탁 창구로 악용된 ‘전화 변론’ 폐단을 막기 위해 판사실에 걸려 온 변호사의 통화 내용을 판사가 직접 녹음할 수 있게 했다. 청탁이 문제될 때 소명 자료로 활용하고, 통화 연결 시 녹음 가능성을 알려 변호사 스스로 자제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내부 통신망에 ‘부당변론신고센터’(가칭)를 만들어 선임계 미제출 변론 등 부적절한 접촉 시도를 신고하게 하고, 그 내용을 관계 기관에 통지하거나 고발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처음 실시되는 퇴직 법관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전관들이 브로커 없이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전수할 계획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판사#전관#전관방지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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