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후 10시 경기 의정부시 행복로에 자리 잡은 ‘이동형 쉼터버스’. ‘포틴(for teen)’이라는 큰 무늬를 그려 넣은 이 버스에서 한 여학생의 외침이 들렸다. 며칠 전 가출했다가 쉼터를 찾은 청소년이다. 전종수 의정부시 이동쉼터소장은 “학생이 흥분한 상태예요. 접근하지 말고 주의해 주세요”라고 귓속말로 알려줬다.
버스엔 가출 학생들을 위한 옷가지와 약, 위생용품 등이 놓여 있었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즉석 조리식품도 눈에 띄었다. 버스 한쪽에 설치된 테이블에서는 관내 산부인과 전문의와 청소년들의 성 상담이 한창이었다.
○ 가출 청소년 찾아 나서는 ‘아웃리치’

아웃리치란 청소년 유관단체가 청소년 밀집지역에 직접 찾아가 이런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조치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날 아웃리치 결과 길거리에서 가출 청소년 2명이 쉼터에 연계됐고, 57명이 상담을 받았다.
○ 센터 제 발로 찾는 ‘벼랑 끝 아이들’
의정부시 학교 밖 청소년 아웃리치 프로그램이 입소문 나자 제 발로 찾아오는 아이들도 늘었다. 김영복 의정부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실장은 이날 한 남학생을 상담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불 꺼진 골방에서 굶주린 채 지내다가 공황장애에 빠진 소년이었다. 그는 건강과 경제적 문제 때문에 학업을 중단한 상태다. 학생은 “친구라곤 정신과 병동에서 만난 또래밖에 없다”며 “선생님께 도움을 받고 싶다”며 상담부스를 찾았다.
센터 직원들이 기억하는 충격적인 학생은 올해 7월 찾아온 한 소녀다. 열다섯 살 된 이 소녀는 가정 폭력을 피해 가출한 뒤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한 남성을 따라갔다. 이후 남성의 강요에 따라 성매매를 하게 됐고, 골반염이 간에 퍼질 때까지 억지로 일을 했다. 쉼터를 찾았을 당시엔 생명이 위독했지만 쉼터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염증을 치료할 수 있었다.
○ 소재 파악 안 되는 청소년 20만 명
국내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7만 명. 방황하는 아이들을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올해 초 여성가족부에 ‘학교밖청소년지원과’가 만들어졌다. 37만 명 중 소재 파악조차 안 된 청소년이 약 20만 명이다.
이들의 지속적인 관리는 ‘꿈드림센터’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학교를 나온 학생들을 이 센터에 연결하려면 개인정보제공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학업중단 청소년의 정보제공 동의 없이도 유관기관에 정보를 연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정부, 지자체, 지역사회 병원 등의 협력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전종수 이동쉼터소장은 “현장에서 학교 밖 청소년을 발견해도 지자체, 병원 등에 도움을 얻기까지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갖춰 제때 아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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